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09)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09화(209/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09화
인적자원 (1)
슈화아아아아악!
수십 개의 포탈이 게걸스럽게 그라디바의 몸을 뜯어먹고 있었다.
놈이 몸부림치며 고성을 질러댔지만, 그럴 때마다 사념 폭탄이 날아들 뿐.
콰아아아앙!
강렬한 폭발 뒤에는 먼지구름이 자욱했고, 포탈이 그것을 빨아들이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무슨 광산 작업 같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랬다.
상공회의소의 마석이 축적된 그라디바.
녀석은 그 자체로 거대한 마석 광산이나 다를 바 없었으니까.
마석을 채취하기 위한, 충분한 충격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띠링!
띠링!
[남은 마석은 11,772,462개입니다.] [남은 마석은 12,090,166개입니다.] [남은 마석은······.]‘대체 언제까지 들어오는 거지······?’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았다.
계좌가 불어나다 못해 터질 지경.
마석 열 개, 스무개에 울고 웃었던 옛날이 무색해지는 액수였다.
주머니가 두둑해졌으니, 레벨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팍스야, 레벨업.”
띠링!
[알겠습니다.]마석 200만 개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이 정도 속도라면 어차피 금방 복구될 테지만.
아공간 13레벨을 달성하며, ‘공짜 티켓’도 새로 주어졌다.
구어어어어어어!
꾸준히 줄어드는 몸을 보며 그라디바가 몸서리쳤다.
나는 혹시나 싶어 팍스에게 물어보았다.
“팍스, 저것도 넣을 수 있어?”
소행성을 경유한다면, 능력을 발동할 수 있는 거리.
그러나 팍스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띠링!
[대상이 아닙니다.]“허어······.”
기묘한 말이었다.
눈앞의 ‘대상’을 수용할 수 있는 내 아공간 능력.
하지만 저 그라디바는 애당초 ‘대상’으로 인식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어쩔 수 없지.’
애당초 기대하고 물어본 건 아니었다.
아공간 능력으로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수용할 수 없었으니까.
세계수와 같은 식물이라면 몰라도 동물, 특히 의식을 가진 존재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봤자 시간문제였다.
놈은 빠른 속도로 내 포탈에 집어삼켜지고 있었으니까.
공전하는 수십 개의 포탈로 빨아들여지는 놈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그어어어어!
우두커니 포탈 너머를 바라보던 나는 몸을 돌렸다.
그러곤 일행들이 있는 물류센터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막아냈으니, 이제는 되갚아 줄 차례.
놈들의 단서를 찾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
.
.
“흠······.”
“뭐가 잘 안 되십니까?”
부엔디아가 한껏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흑색법률’.
안에 담긴 문양과 글귀들을 해독해달라 부탁했던 참이었다.
“해독은 되었네. 아니, 사실은 싱거울 정도야. 사용된 언어는 아케인의 차원 언어인데, 어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거든.”
어느 정도 마법에도 조예가 있는 부엔디아였다.
암호화 되어 있다고는 하나, 아케인의 차원 언어를 몰라볼 수 없을 터.
하지만 여전히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였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데요?”
“들어보게, 이런 내용이야.”
-오늘은 해산물 차우더를 먹었다. 되게 맛있었다. 일부러 큰 그릇에 받길 잘했다.
-장롱에 파란색 넥타이가 걸려 있었다. 한번 만져보고 싶은데 어머니는 항상 못하게 막으신다.
-마력 파장이 두꺼운 날이라고 한다. 이런 날이면 무지개가 뜨는데, 주황, 초록······.
줄줄이 내용을 읽어나가는 부엔디아.
나 또한 그를 따라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이게?’
순 어린애가 쓴 일기 같은 내용이다.
이런 내용이 ‘흑색법률’에 기록돼 세계 멸망을 이끈다니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혼란스럽게 비석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뭔가 짚이는 게 있는가?”
이 비석은 다름 아닌 프랑코 백작으로부터 빼앗은 것이었다.
녀석은 제 몸을 던져서까지 이 비석을 그라디바에 찔러넣으려 했었으니까.
나는 서둘러 부엔디아를 다른 비석이 있는 장소로 데려갔다.
“이건 어떻습니까?”
“음? 이건 확실히 내용이 다르긴 하군.”
이번에는 십자선에 실려있던 것들이었다.
마석 운반선에 숨겨져 있거나, 막판에 포탈을 통해 쏟아졌던 것들.
온건파 세력이 십자선에 모아둔 것을, 내가 <쇼퍼홀릭>으로 재차 구매한 것이었다.
이제야 원하는 걸 찾았다는 듯, 부엔디아가 눈을 빛냈다.
그러곤 천천히 안에 적힌 글귀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순수함을 축적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차원의 불순은 무한한 순수함으로 정화되리라.
-모든 것은 그라디바에게서 나온 것, 그녀에게서 왔으니 다시금 그녀에게 되돌아가리라.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완성을 이루리니.
부엔디아는 곧장 그 뜻을 정리해 주었다.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네. 결국 모든 그라디바를 깨우겠다는 거니까.”
“그 말은······.”
“남은 열다섯 개의 그라디바. 그걸 하나로 합치려 들겠지.”
다차원에는 총 열여섯 개의 그라디바가 존재했다.
이번에 하나를 해치웠지만, 아직 열다섯 개가 남아 있다는 소리.
개화파가 나머지 그라디바들의 각성을 시도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또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백작이 뭔가 숨기고 있군요.”
“그런 뜻이겠지. 혼자 다른 내용의 비석을 갖고 움직였던 걸 보면······.”
내가 막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분명 프랑코 백작의 비석이 그라디바를 차지했을 터.
하지만 그것이 무슨 결과를 야기했을지, 놈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당장 눈앞에 다가온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개화파 놈들의 계획만으로도 위협적이기 짝이 없었으니까.
“이건 단순한 계산이네만, 그라디바는 합쳐질 때마다 그 위력은 배로 커질걸세. 나머지 열다섯 개가 하나가 된다면······. 상상도 하고 싶지 않구만.”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든 그라디바의 통합, 그리고 그라디바로의 귀의.
사실상 다 같이 죽자는 말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
“세계 멸망이로군요.”
“그렇겠지.”
나머지 그라디바들의 위치라면 이미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큰 싸움을 위해서는 그만한 준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마침 군자금도 두둑해졌겠다······.
“일단 모두 모여보죠.”
본격적으로 세를 키워볼 작정이었다.
.
.
.
지지직!
지지지직!
프린터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가지런한 톱니바퀴 사이로, 빳빳한 위계 신청서가 쉴 새 없이 쏟아져나왔다.
“3위계라······.”
중앙본부를 통해 출력할 수 있는 위계신청서는 최대 3위계까지.
출력된 신청서의 조건을 부엔디아와 아우렐이 곧바로 수정하고 있었다.
여하의 모든 조건을 지워버린 채, 오로지 마석만으로 위계를 올릴 수 있도록.
4위계든, 3위계든 그 비용이 수백만에 달했지만, 그라디바를 통해 무한정 마석이 들어오고 있는 만큼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주군, 부르셨습니까.”
“아, 왔어?”
란슬롯을 비롯한, 카멜롯의 기사들이 모여들었다.
그 뒤로 아우렐을 필두로 한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 그리고 부엔디아와 함께 탈출했던 수용소의 죄수들이 연달아 줄을 이뤘다.
백 명을 훌쩍 넘어가는 숫자지만······.
‘이젠 아낄 필요도 없지.’
일단은 나부터 3위계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들의 위계 또한 최대치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마석을 빨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탓에 전부 3위계까지는 무리였지만, 최소 5위계까지는 넉넉히 올려줄 수 있었다.
단, 부엔디아의 조언에 따라, 레벨업만큼은 좀 더 천천히 진행하기로 했다.
“레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게 되면 각성 능력에 무리를 줄 수 있네. 개인의 사고와 교류하며 발전해야 하는 능력인데······. 무턱대고 레벨만 올린다면 문맥이 어긋나기 마련이거든.”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한차례 각성 능력이 고장 난 경험을 했던 터.
레벨을 반복해서 올린다면 무한정 ‘공짜 티켓’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러다 능력이 고장 나기라도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테니까.
‘일단 이쪽은 끝났고······.’
기사들, 흑마법사들, 그리고 죄수들의 위계를 끌어올린 뒤.
나는 흡혈귀들을 모아놓은, 아공간의 한쪽 섹터로 이동했다.
“아, 정겸님 오셨습니까?”
베레슈티 백작이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위계신청서와 마석을 나눠주겠다는 제안에, 그가 감격하듯 대답했다.
“분명······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공녀님도 기뻐하시겠군요!”
“아직은 안 돌아오신 거지요?”
“예, 휘하 가문들이 서로 제법 떨어져 있으니까요.”
에센스가 완성된 상황이다.
공녀는 이를 기반으로 공작가의 휘하 세력을 다시금 규합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제법 큰 세력이 되겠어.’
베로니카 공작가는 든든한 전력이 되어줄 것이었다.
마르케스와 팍스FC까지 합친다면, 상공회의소에 맞설 만큼 강력한 세력이 구성될 터.
문득, 엘븐하임처럼 지구 밖에도 하나쯤 거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떠오른 장소가 있었기에, 나는 백작에게 물었다.
“베레슈티는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파견해 놓은 혈귀들에 따르면······ 여전히 연합군에 의해 점령돼 있습니다. 그 밖에도 이곳 그라디바에서의 패잔병들이 복귀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고 하더군요.”
머지않아 베로니카 공녀가 돌아올 것이다.
세력 규합을 위해, 상징적인 선물을 준비해 둬도 좋을 터.
총알이 두둑해진 덕에, 탈환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만은 않았다.
‘그쯤이면 오래 빌려줬지.’
애당초 베레슈티는 베로니카의 땅이었다.
동시에 팍스FC의 새로운 거점이 될 곳.
그 점을 상공회의소에게 똑똑히 각인시켜 주기로 했다.
“베레슈티로 갑시다.”
이제 방을 뺄 시간이었다.
***
휘이이······.
이곳은 베레슈티의 에센스 공장이 있던 곳.
얼마 전만 해도 아케인이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고 있었지만, 개화파와 온건파 간의 싸움이 전면화된 뒤로는 그저 방치된 채 놓여 있었다.
지이잉!
나는 설치돼 있던 포탈을 통해, 부엔디아와 함께 공장을 빠져나왔다.
그러곤 유유히 베레슈티의 성내를 가로질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연합군의 지휘부였다.
싸움의 여파인지 조금은 뒤숭숭한 분위기.
“정지! 잠깐, 너희는······!”
그래도 경비병 정도는 있었다.
무심코 앞길을 막아선 녀석들은 용케 우리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부엔디아다! 마르케스 놈들이 성내에 침입했다!”
철컥!
타다다다닥!
놈들의 대응은 빨랐다.
피렌, 로돌포, 파우스트, 올림푸스 연합군이 사방에서 우리를 둘러쌌다.
금빛 지팡이, 마력 투사포, 사슬 묶인 저주 인형 등등, 갖가지 무구가 쏟아져나왔다.
“고작 두 놈이서 여길 들어와? 본때를 보여주마!”
하나같이 멋진 무기 자원들이었다.
감히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그랬기에······.
“이야······.”
나는 감탄과 함께, <쇼퍼홀릭>을 발동했다.
“어?”
“뭐, 뭐야!”
후루루루루루룩!
칼이든, 방패든, 마력포든, 모든 것들이 포탈 안으로 밀려들었다.
속옷 한 장까지 모조리 사들인 덕에, 단번에 벌거숭이가 된 연합군들.
다양한 신체의 이종족들이 서로의 몸을 구경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곤 외쳤다.
“젠장! 일단 덮쳐!”
“이야아아아아아!”
모든 무기를 잃은 놈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머릿수를 앞세워서라도 제압하겠다는 심산.
발가벗은 놈들이 대놓고 덮쳐오는 것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기에, 얼른 스킬을 발동했다.
“다구리 대방출.”
타르르르르르르륵!
기둥과 선반이 켜켜이 쌓이며, 순식간에 물류창고가 전개됐다.
하지만 선반에 차곡차곡 진열돼 있는 것은 평범한 무기들이 아니었다.
“뭐야······!? 갑자기······!”
다가오려던 연합군 놈들이 주춤 물러섰다.
물류센터의 선반에는 카멜롯의 기사들,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 그리고 수용소의 죄수들이 그것을 의자 삼아, 빼곡하게 앉아 있었으니까.
“휘우!”
죄수들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곤 맨몸으로 주춤대는 연합군을 향해 눈을 번들거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원 중의 제일은 역시, ‘인적 자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