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1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10화(210/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10화
인적자원 (2)
“출하.”
슈우우우욱!
전투에 앞서, 아군들에게 무기를 보급해주었다.
조금 전 <쇼퍼홀릭>으로 연합군에게서 빼앗은 물건들.
무한으로 복제된 물건이 소환된 흑마법사들, 죄수들, 그리고 기사들에게 골고루 배분되었다.
텁!
피렌의 황금 지팡이를 쥔 죄수들이 감탄했다.
“오, 황금!”
“이 자식들, 이 좋은 걸 너희만 쓰고 있었단 말이야?”
종족도, 차림도 자유분방한 경제사범 죄수들.
하지만 질서정연하게 지팡이를 들자, 지엄한 법의 집행자들처럼 보였다.
죄수들이 벌거벗은 채 날개만 펄떡거리고 있는 피렌의 공연음란자들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휘리릭!
지팡이 끝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갔다.
실타래처럼 뭉쳐진 빛은 이내 거미줄 모양으로 쏘아지며, 피렌의 천사들을 속박했다.
“제, 젠장!”
“붙지 마, 이 새끼들아!”
그물에 걸린 천사들이 한데 뒤섞여 버둥거렸다.
맨몸으로 엉켜 펄떡거리는 것이, 썩 좋은 구경거리는 아니었다.
한편······.
“이리 돌려내라 부엔디아! 그건 우리 파우스트의······!”
“한참 멀었군. 이건 이렇게 쓰면 더 좋은 물건이라네.”
부엔디아, 그리고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은 파우스트의 저주 인형을 들고 있었다.
나무토막을 철사로 엮은 마네킹 같은 모습이었는데, 원래 광역으로 디버프를 부여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슥.
스스슥.
부엔디아와 흑마법사들이 손가락을 들어 저주 인형에 글씨를 써넣었다.
흑마력으로 쓴 글씨들이 보랏빛으로 빛나며 저주인형에 사르륵 녹아들었고······.
“아악!
“하아아아악!”
파우스트의 법관들이 가슴을 부여잡고, 온몸을 피가 나도록 긁으며 자리를 나뒹굴었다.
자신들이 만든 저주를 스스로 뒤집어쓴 꼴이었다.
그 밖에도 별다를 건 없었다.
적들이 장비를 거머쥔 카멜롯의 기사들이 용맹하게 연합군을 베어 넘겼을 따름.
마력포와 같은 병기도 몇 종류 얻었는데, 이건 나중에 제임스나 쿠퍼에게 주면 좋아할 것 같았다.
채앵!
쉬이익!
칼부림, 그리고 비명이 들려왔다.
기세등등하게 베레슈티를 압박하던 연합군.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닥을 피로 물들일 뿐이었다.
‘가끔은 이런 방법도 나쁘진 않겠어.’
<쇼퍼홀릭>과 <창고대방출>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적군을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완전히 무장한 아군이 하늘에 뚝 떨어지는 셈이니.
물론 그건 적들이 아이템에 의존하고 있을 때 해당하는 일이었다.
아공간으로 빼앗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사물뿐.
일신의 힘이 강한 경우엔 극복이 가능했으니까.
바로 저렇게.
-으어어어어어!
온몸이 발갛게 부푼, 혈맹의 흡혈 거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 한 자루의 무기도 없이, 순전히 신체 능력만을 앞세워 싸우는 녀석이었지만······.
내가 준비한 것 또한, 비단 무기뿐만이 아니었다.
펄럭!
펄럭!
-으어어어?
흡혈 거인이 멈추어 섰다.
놈을 중심으로 새카만 날개들이 하나둘 내려앉았기 때문.
에센스를 지원받은,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이 참전했다.
“출하.”
쐐애애애액!
내가 사출한 것은 에센스가 담긴 작은 약병이었다.
무작정 쏟아붓는다면 혈맹에까지 도움이 되어버릴 테니.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이 저마다 자신 앞에 배달된 약병을 열어젖혔다.
뽁!
실로 경쾌한 소리였다.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이 일제히 뚜껑을 열었고······.
“적셔!”
소주잔을 들이키듯, 한 번에 고개를 꺾었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에센스를 어찌 마다하겠는가?
에센스를 들이켠 흡혈귀들의 몸이 불끈불끈 차올랐다.
“캬아!”
“어디 한번 붙어보자!”
흡혈 거인처럼 비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훨씬 더 매끈한, 그리고 탄탄한 근육을 자랑했다.
콰아아아앙!
흡혈귀들이 서로 맞붙었다.
혈맹의 흡혈 거인이 체중을 실어, 온 힘을 다해 밀어붙였지만······.
-으어어억!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단 에센스뿐만이 아니었다.
저 녀석들에게도 위계 신청서를 나누어 주었으니.
혈맹의 흡혈귀들과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위계를 지니고 있을 터였다.
그렇게···
“후퇴! 후퇴해!”
“히이이익!”
뒤도 안 돌아보지 않고, 연합군은 성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베레슈티를 되찾는 데에는 한나절이면 충분했다.
연합군이 베레슈티를 얻으려 공을 들였던 시간을 생각하면······.
“후아암······.”
맥 빠질 정도로 시시한 시간이었다.
.
.
.
펄럭!
베레슈티에서의 싸움이 끝난 직후.
베로니카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떠나 있던 공녀가 돌아왔다.
“그게 정말이에요······?”
베레슈티를 수복했다는 소식에,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그라디바의 문제가 시급한 탓에, 베레슈티 탈환은 한참 나중의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기대하지 못한 일이었음에도, 공녀는 진심으로 내게 고마움을 전했다.
더욱이, 단순히 고마움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고마워요, 정말······.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 기분이에요.”
“그게 그렇게 되나요?”
“그럼요! 흩어져 있던 저희 공작가 세력이 하나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약속드렸던 대로······ 이제 정겸님을 아낌없이 지원하게 될 거고요.”
선대 공작의 피를 계승한 그녀다.
절차만 남았을 뿐, 사실상 공작위에 올랐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지원은 다차원 곳곳에 흩어져 있는, 베로니카 공작가의 영지들이었다.
‘제법 자주 이동을 해야 할 테니······.’
아직 다차원 곳곳에는 열다섯 개의 그라디바가 남아 있었다.
머지않아 개화파에 의해 하나둘 각성을 시작할 터.
거리순으로 깨어나리라는 법도, 한 번에 처리할 방법도 없었다.
공녀가 말했다.
“원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포탈을 설치해주세요. 아니, 오히려 부탁드리고 싶네요. 흩어져 있는 영지가 사실상 하나로 묶이게 될 테니까요.”
흩어진 영지는 베로니카의 약점이기도 했다.
연합군이 처음 베레슈티를 침공했을 때도, 서로 먼 거리 탓에 제대로 지원을 주고받지 못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포탈이 있다면 베로니카 세력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넘어, 다차원 전체에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지.’
나는 수복된 베레슈티를 보며, 감격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공녀님.”
베로니카가 에센스를 개발한 것은 다름 아닌 독립을 위해서였다.
먹고 먹히는, 상공회의소의 개척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것.
선대 공작과 공녀는 흡혈귀들의 필수자원은 ‘피’를 자가 수급함으로써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제 아시지 않습니까? 단순한 독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으로요.”
“그건······.”
베로니카의 독립은 프랑코 백작의 배반, 그리고 연합군의 개입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만약 지구와 포탈이 연결되지 않았다면 전쟁에서 패배해, 그대로 연합군의 노예신세가 되었을 터.
나는 공녀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벗어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에센스를 갖췄다 한들, 개화파와 온건파 모두 베로니카를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 싸워야 합니다.”
물론 베로니카는 이미 우리의 확고부동한 우군이었다.
구태여 요구하지 않더라도, 상공회의소와의 싸움에 발 벗고 나서줄 터.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우리는 하나의 가치를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그저 억압에 발버둥 치는 것과 그 이상의 대의를 공유하는 건 상당히 차이가 있으니까.
“지구에서 우리는 팍스FC라는 이름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르케스와 베로니카, 그리고 팍스FC까지. 세 집단이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면······. 다차원의 남은 세력들을 결집하는, 반 상공회의소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테고요.”
마르케스에게는 혁명 세력으로서의 명성이.
베로니카에게는 영지들로 이루어진 방대한 세력이.
그리고 팍스FC에는 아공간을 이용한, 실질적인 ‘힘’이 주어져 있었다.
인터내셔널(International).
사업영역이 세계로 확장될 때, 보통 우리는 이 표현을 붙인다.
물론 국가가 아닌 차원을 넘어가는 것이니, 인터디멘션(Interdimension)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약자는 다를 것이 없었다.
“팍스 IFC, 어떻습니까?”
베로니카와 마르케스를 휘하에 넣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상하 관계가 없다.
그저 상공회의소의 맞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기 위해 뜻을 공유할 뿐.
나는 이 이름으로 상공회의소와의 결전을 치러볼 작정이었다.
***
지이잉.
베레슈티의 상황이 얼추 정리가 되었을 즈음.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포탈을 타고 베레슈티에 도착했다.
‘오랜만이네.’
그는 다름 아닌 작전본부장, 유성철이었다.
한국의 팍스맨들을 관리하느라 눈코 틀새 없이 바쁠 터.
그럼에도 부탁할 것이 있어 이곳 베레슈티까지 불러낸 참이었다.
“오셨어요?”
“아, 예······!”
그는 주변을 유심히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베레슈티의 이색적인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모양.
나를 보면서는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심하는 눈치였다.
참고로 가장 최근까지 사용되던 호칭은 ‘세계 총수’였다.
“제발 저 좀 편하게 부르세요.”
“에이, 어떻게 그럽니까······? 그나저나 신기하군요. 해외도 아니고 차원이라, 그렇다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했다.
차원 총수? 그딴 해괴망측한 호칭을 쓰느니, 그냥 이름으로 불리는 편이 백배 낫다.
나는 서둘러 본론으로 말을 돌렸다.
“아무튼 당분간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어떤 일입니까?”
유성철에게 지금까지의 일들을 공유해주었다.
사실상 마석이 무한에 가까워졌으며, 신청서를 이용해 위계를 높일 수 있다는 것까지.
“일단은 7위계 수준으로, 지구에도 틈틈이 마석과 위계신청서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본부장님께서 보급을 전체적으로 조율해주셨으면 해서요. 민간인들이 우선이고, 그다음은 팍스맨, 그리고 일반 각성자들 순서로 지원해주시면 됩니다. 한국을 중심으로 하되, 운양이나 다이치 같은 각국의 대표자들을 통해 타국에도 지원해주세요.”
지구에서의 개척사업은 대부분 중단된 상황.
하지만 지구에서 괴물들이 말끔히 사라졌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이전 개척에서 살아남은 하급 괴물들이 여전히 살아남아 있었으니까.
‘청소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이번을 계기로 지구를 완전히 안전한 곳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세 살배기 어린아이가 사탕을 든 채, 오크 부락을 어슬렁거릴 수 있을 정도로.
생존자들에게 높은 위계가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유성철이 이번에는 내게 물었다.
“총수께서는 그럼 이제 어떻게 움직이실 계획입니까?”
“다른 그라디바를 찾을 겁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서요.”
개화파의 목적은 모든 그라디바를 깨우는 것이다.
녀석들을 하나로 뭉쳐, 다차원 세계 전체를 ‘정화’하는 것.
온건파 세력이 아직 남아 있기는 했지만, 멍청하게 놈들에게 맡겨둘 수도 없는 문제였다.
‘아예 부숴버려야지.’
온건파는 그라디바를 온존하려 들 테다.
하지만 나는 모든 그라디바를 제거하는 것으로, 상공회의소의 근간을 없애버릴 작정이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팍스 IFC는 이제 핵까지 보유하고 있으니까.
그라디바에 떨어뜨렸던 ‘사념 폭탄’이 바로 그 정체였다.
그러니······.
“로켓배송. 시작해야죠.”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