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1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13화(213/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13화
로켓 배송 (3)
“테레브, 공녀님, 일단 이쪽으로 와보시죠.”
시작은 <로켓 헬스케어>부터였다.
신체 강화 능력을 검사지에 옮기는 것이 관건.
핀드릭의 설명과 함께, 둘에게 각각 <이능 검사지>를 건네주었다.
“흐읍!”
“합!”
테레브와 공녀가 짧은 기합과 함께 검사지를 움켜쥐었다.
질긴 표면이 와락 구겨졌고, 검사지가 서서히 살구색으로 물들었다.
그 결과······.
지이이잉!
검사지에, 근력 효과가 부여됐다.
능력을 옮기는 것에 성공한 것.
하지만 부엔디아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는 안 되네. 저 둘의 실제 실력에 십분의 일도 채 담기질 않았어.”
담기되, 제대로 담기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로켓 프레시>를 만들었을 때와는 달리, 위력이 대폭 약화된 것.
화력이 약해지는 것을 넘어, 아예 생산이 불가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안 되겠죠?”
“그렇겠지. 적어도 사념을 밀어낼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네.”
능력을 담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음 과정은 검사지에 사념 폭액을 적시는 것.
능력이 사념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려버린다면, 제작은 물거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다른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완성된 검사지에 재차 힘을 불어넣는 것.
그리고 검사지를 직접 잡지 않고, 근처에서 기운을 불어넣는 방법 등등.
빠르게 갖은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이게 중첩이 될 줄이야.”
“흐흐, 세상엔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는 일도 있는 법이지.”
우리는 마침내 만족스러운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핵심은 신체의 기운을 발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단,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한다는 전제하에.
다수의 기운이 중첩될 때, 비로소 훨씬 더 농밀한 힘의 축적이 일어났다.
방법을 알아냈으니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싹 다 모아와야겠죠?”
“그래 주게. 자네 인망이 이번에도 빛을 발하는 것 같구먼.”
예상외의 결과에 부엔디아 또한 기분이 좋은 눈치였다.
멋쩍게 웃음을 되돌려준 나는, 공녀에게 흡혈귀들을, 그리고 테레브에게 레텔인들을 모두 데려와 달라 부탁했다.
그러던 중에도, 우리는 새로운 그라디바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
.
.
와글와글!
이곳은 아공간의 섹터 한 구역.
베로니카의 흡혈귀들과 레텔인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었다.
도합 100명을 거뜬히 넘기는 숫자였다.
이들의 <신체 강화>가 중첩된다면 검사지에 더 강한 힘을 저장할 수 있을 터.
다만 흡혈귀들과 레텔인들은 서로 신체 능력의 기전이 달랐던 탓에, 우리는 각각 하나씩, 총 두 개의 이능 검사지를 완성하기로 했다.
“아아. 거기, 그래. 그렇게 일렬로 서시고······. 준비하시고.”
불끈불끈!
한쪽에는 흡혈귀들이, 다른 한쪽에는 레텔인들이 정렬했다.
그들 중심에 놓인 장대에는 각각 한 장씩 이능 검사지가 매달려 있었는데, 흡혈귀들과 레텔인들이 능력을 발휘할 때 뿜어져 나올 기운을 흡수할 예정이었다.
“후아!”
“흡!”
열기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찰박! 레텔인들이 탄탄한 가슴에 구릿빛 기름을 발랐다.
꿀꺽! 흡혈귀들이 품에서 꺼낸 에센스 병을 입에 쏟아부었다.
후끈후끈!
보디빌딩 대회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
육체미를 둘러싼 뜨겁고도 훈훈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레텔인 중 하나가 혈관에 에센스를 꽂는 흡혈귀를 보며 ‘로이더’냐 물어보는 불상사가 있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흡혈귀들과 레텔인들은 서로 경쟁하듯 몸을 부풀렸다.
“포징!”
꽈드드드득!
레텔인들의 이두박근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부우우욱!
흡혈귀들의 허벅지를 버티지 못한 바지가 실밥과 함께 터져나갔다.
그 결과······.
지이이이잉!
검사지가 선명한 색으로 물들었다.
흡혈귀들의 것은 빨갛게, 레텔인들의 것은 진한 분홍색으로.
다음 과정은 동일했다.
각각 사념 폭액을 한 방울씩 적셨고, 또 한 번 힘을 발산하며 사념의 기운을 몰아냈다.
각성 능력이 극도로 강화되고 농축된, 두 종류의 폭액이 한 방울씩 주어졌다.
“굳이 가릴 것 있나.”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두 방울을 하나로 섞어, <로켓 헬스케어>를 완성했다.
***
다음은 제작자들의 능력을 담는 일이었다.
곧 <쇠약>은 물론, <분열>의 특성을 지닌 그라디바를 마주하게 될 터.
사물을 조립하고 완성하는 제작자들의 욕망만큼, <분열>을 상대하기에 좋은 것이 없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검사지에 능력을 중첩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참이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아버지, 제임스, 쿠퍼, 그리고 브로크의 능력을 모조리 중첩시켜 보기로 했다.
“어떻게 해 보라구?”
“음, 제일 자신 있는 건물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힘을 줘보세요.”
방법은 간단했다.
검사지를 쥔 채, 만들고자 하는 대상을 떠올리는 것.
츠츠츠······.
아버지가 검사지를 잡은 채 능력을 발동했고,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널찍한 검사지 표면에 큼지막한 설계 회로가 그려졌다.
이전의 검사지들이 특정한 색으로 물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꽤나 신기한 현상이었다.
“오, 정겸. 나는 만들 줄 아는 게 너무 많은데?”
“제임스는 기간트로 해.”
“대표님, 나는 마력회로를 그리겠소.”
검사지를 쥐고 있을 뿐, 모든 것이 상상이다.
하나 각성 능력은 상상이 현실의 힘을 얻은 것이었기에, 검사지는 이들의 생각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아버지에서 시작해, 제임스, 쿠퍼, 그리고 브로크까지.
네 명의 제작 계열 각성자들이 능력을 발동했고, 이들의 손을 지날 때마다 검사지에 푸른 설계 회로가 덧대졌다.
완성된 검사지를 보며, 부엔디아가 감탄했다.
“제법이군, 잘 만들었는데?”
예상했던 일은 아니었다.
넷의 각성 능력을 하나씩 담은 이능 검사지.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넷이 그린 설계도가 크기가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건축 능력을 가진 아버지의 그림은 선이 굵고 면이 넓었지만 듬성듬성했다.
메카닉 제임스의 그림은 그보다는 촘촘했지만, 여전히 기능적이었다.
쿠퍼의 마력은 상호적이고 부드러웠으며, 세공사 브로크의 설계는 세밀하게 그려진 기예에 가까웠다.
팔랑.
검사지를 촘촘하게 채운 블루프린트.
종이의 윗면에 폭액을 적셨다.
액체로 된 사념이 촘촘한 설계 회로를 따라, 사다리 타듯 내려왔다.
알고리즘을 타고 내려와, 검사지 하단에 고드름처럼 맺힌 물방울.
똑, 하고 떨어지는 녀석을 놓치지 않았다.
“팍스, 저장해.”
띠링!
[알겠습니다.] [상품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요?]“일단 보류.”
당장 이름은 정하지 않았다.
효과를 확인한 뒤에 정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
슈와아아악!
십자선이 속도를 줄였다.
워낙 빠른 속도로 날고 있었던 탓에, 조종대를 잡은 이용수의 몸이 휘청 앞으로 쏠릴 정도였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군요.”
‘늦지는’ 않았다.
정면으로 보이는 텅 빈 공간.
그 중심을 두고 양옆에서 두 개의 그라디바가 쇄도하고 있었으니까.
왼쪽에 있는 것이 <쇠약>, 그리고 우측에 있는 것이 <분열>이었다.
쿠구구구구······.
“저게 진짜 모습인 건가······.”
모두가 두 그라디바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직전에 보고 왔던 <부패>만 해도 완전한 형태는 아니었으니.
하지만 이제 두 개의 그라디바는 거대한 알을 깨고 나온 듯, 키 작은 거인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쇠약>은 표면이 얇은 피부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이사이 뚫린 부분으로 흰 눈자위가 비쳐 보였으나, 정작 눈동자는 없었다.
얇고 넓적한 몇 개의 귀가 몸통 곳곳을 덮었고, 두 팔과 두 다리를 길게 뻗고 있었음에도, 수십 개의 손과 발이 온몸에 패턴처럼 박혀 있었다.
쇠약.
그 뜻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표면의 질감에서였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손톱과 발톱에서 시작된, 그리고 반쯤 떠진 흰자위 옆으로 난 주름이 강줄기처럼 그라디바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으니까.
얇은 표면에서는 마른 검버섯이 피어올랐고, 주름진 굴곡 위로 오래된 기름이 번들거렸다.
“접근하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군.”
부엔디아가 난감하다는 듯 덧붙였다.
분명 저 살갗에 뒤덮여 그라디바의 주름을 공유하게 터.
그러곤 저 그라디바와 함께 쇠약과 노화를 영원히 거느리고 있어야 할 것이었다.
다른 그라디바와 합쳐져, 3단계로 나아가기 전까지는 분명.
슈우우우······.
<쇠약>에 비하면 <분열>은 그래도 봐줄 만한 모습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분열’을 뜻하는 것이었는데, 내부의 입자가 충돌과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지 빛과 가스를 뿜어내며 폭발에 폭발을 거듭하고 있었다.
걸쭉한 구름 사이로 번쩍번쩍 빛이 새어 나왔는데, 번개를 머금은 먹구름 같기도, 빨간 용암을 머금은 화산재 같기도 한 모습이었다.
화아아아악!
근접한 거리에 다다른 두 그라디바가 결합을 준비했다.
<쇠약>이 커다란 입을 벌리자, 썩고 갈라진 이빨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열> 또한 이에 대응하려는 듯, 먼지구름으로 된 손을 뾰족하게 모아 <쇠약>을 향해 들었다.
‘······왜 하나같이 다 저 모양이야?’
<부패>, <쇠약>, <분열>.
하나같이 멀쩡한 것들이 없었다.
저 두 개가 합쳐져 더 한 것이 나타난다니 차마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출하.”
우선은 <쇠약>부터다.
아직 주변에 포탈이 충분히 설치되지 않은 상황.
포탈의 개수가 제한적이니만큼, 당장은 화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슈우우우우웅!
슈우우우웅!
<로켓 헬스케어>를 품은, 수십 마리의 본드래곤이 <쇠약>을 향해 날아들었다.
매 초마다, 본 드래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발사됐다.
그 결과, 작고 뾰족한 머리가 <쇠약>의 피부를 바늘처럼 찌르고 들어갔다.
푹!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쫘아아아아악!
마치 보톡스라도 맞은 것 같았다.
<쇠약>의 주름이 사방으로 팽팽하게 당겨졌다.
박혀 있던 검버섯이 총알처럼 튕겨 나갔고, 뭉쳐있던 기름이 녹아 유약처럼 반짝거렸다.
가장 결정적으로는······.
부우우욱!
곳곳이 근육처럼 부풀어 올랐다.
근섬유가 밧줄처럼 꼬여 들었고, 울퉁불퉁한 굴곡이 산맥을 이뤘다.
물론, 그것이 언제까지고 좋을 수만은 없었다.
푸화아아악!
근육이 폭발했다.
당겨지던 피부가 찢어졌고, 그 사이로 피가 솟구쳤다.
<로켓>을 맞은 자리는 암세포가 되어, 끊임없이 주변 피부를 끌어당겼다.
그 사이로······.
“됐구나.”
푸르른 그라디바의 속살이 비쳤다.
이로써 하나는 끝냈다.
이제 남은 건 사념 폭탄을 날리고, 튀어나온 잔해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
하지만 놈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오른쪽! 조심하게!”
부엔디아가 소스라치듯 소리쳤다.
아니나 다를까, <분열>의 거대한 손이 폭발을 일으키며 우리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덜컹!
콰과과과과!
“으으읍!”
이용수가 급하게 십자선을 조작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바닥 아래를 <분열>의 손이 파도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폭발의 여파는 피할 수 없었던 탓에, 십자선은 폭풍을 맞은 제비처럼 한참 동안을 휘청거렸다.
“출하!”
반사적으로 로켓을 날렸다.
아버지와 제임스, 쿠퍼와 브로크까지.
제작자들의 각성 능력을 고이 담은 로켓을.
하지만 그것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는 조금도 예상할 수 없었다.
슈화아아아악!
<분열>의 손이 총알처럼 뻗어져 나왔다.
그러곤 우리를 움켜쥐려는 듯, 그 거대한 손을 펼쳐 들었다.
분열이라는 이름답게 개념이 없는 것인지, 손가락이 몇 개인지 세는 것조차 힘들었다.
뻐어어어어어엉!
콰아아아아앙!
본 드래곤이 <분열>의 손을 타격했다.
하지만 폭발에 폭발이 더해졌을 뿐, 연기에 가려진 탓에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팍스, 계속 쏟아부어.”
띠링!
[알겠습니다.]콰아아아앙!
거듭, 또 거듭해서 로켓을 쏘아 보냈다.
열 번, 스무 번, 본 드래곤은 새하얀 뼈를 빛내며 몇 번씩이나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까앙!
“깡······?”
낯선 소리가 들렸다.
쇄도하던 <분열>의 손길은 눈에 띄게 느려져 있었다.
로켓이 부딪치면 부딪힐수록, 이상하게도 점점 더 단단한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우······.
<분열>의 손을 감싸던 구름이 천천히 걷어졌다.
언뜻언뜻 그 사이로 비쳐 보이는 것은······.
“······에펠탑?”
직선, 그리고 사선으로 촘촘히 엮인 철제구조였다.
제작자들의 능력이 담긴 로켓이었다.
그 로켓이 <분열>에 건물을 지어버린 것.
그어어어어어어!
<분열>을 잃은 그라디바가 크게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