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14)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14화(214/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14화
로켓 배송 (4)
콰아아앙!
타아아아앙!
거듭 폭발이 일어났다.
매직 미사일이 총알처럼 두두두 쏘아졌고, 매서운 불길이 채찍처럼 공간을 갈랐다.
하위 차원에서 차출된 용병부터, 상위 차원의 정예 병력까지.
한때 상공회의소라는 이름 아래 뭉쳤던 이들이 이제는 서로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다 쏟아부어!
-거기! 제대로 막으라고! 새끼들아!
섬찟한 공격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대공 마법을 전개한 마법사들이 서로 욕지거리를 주고받았다.
핑! 핑!
콰과과과과과!
이곳은 상공회의소의 포탈 관리국.
식민지 개척에 필요한 포탈을 설치하고, 또 관리하는 기관이었는데, 지금은 화마에 휩싸인 채 서로를 죽고 죽이는 싸움의 중심지가 되어 있었다.
척!
집무실 한쪽에서는 그러한 전장이 한눈에 내다보였다.
노크하고 들어온 적색 마법사 한 명이 자리에 앉은 사내를 향해 부복했다.
집무실 책상에는 황색 넥타이를 맨, 프랑코 백작이 진중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백작이 적색 마법사에게 물었다.
“온건파 놈들은 여전한가?”
“예, <본사>로 가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모든 병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멍청한 놈들, 그럴 거면 관리국부터 제대로 지켰어야지.”
개화파는 이미 포탈 관리국을 점거한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일은 상공회의소의 <본사>로 향하는 포탈을 여는 것.
개화파는 포탈을 준비하던 사이, 온건파의 거센 저항을 맞닥뜨린 상황이었다.
지금도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뒤늦게 관리국으로 밀려들어 온 온건파 병력을 보며, 백작은 픽하고 웃음을 흘렸다.
“<본사>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놈들이······.”
본사는 사실상 개념적인 장소였다.
실질적인 행정은 중앙본부와 차원 본부, 그리고 휘하의 사무소에서 처리했으니까.
명목상 본사는 상공회의소의 꼭대기에 놓인 최고위 상급 기관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 진정한 실체를 아는 것은 개화파 원로들과 아케인 수뇌부뿐이었다.
물론 저렇게 달려드는 걸 보면, 온건파 수뇌부도 <본사>가 뚫리면 세계가 끝장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프랑코 백작은 살아남았다.
그라디바의 첫 개화에 실패했지만, 잔해를 붙잡고 나온 덕에 목숨을 건졌다.
돌아온 프랑코 백작은 포탈 관리국을 점령한 개화파에 합류해, 아케인의 마법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에게 보고를 올리던 적색 마법사가 말했다.
“개화 원로들의 불만이 가득합니다.”
“뭐, 그럴 만하지.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으니까.”
그라디바가 연달아 파괴되고 있었다.
첫 번째 그라디바도, 결합에 성공했던 두 번째 그라디바도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라는 듯이, 적색 마법사가 추가로 소식을 전했다.
“<쇠약>과 <분열>도 힘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앞서 파괴된 다른 그라디바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팍스 IFC의 소행으로 보입니다.”
“팍스 IFC··· 철없는 베로니카 공주와 마르케스의 망령들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지? 참 신기한 일이야. 그 찌꺼기 같은 놈들이 그라디바를 파괴할 수 있을 줄 누가 알았겠나?”
“남은 그라디바는 <본사>에 있는 한 체, 그리고 개화와 결합을 마친 4체 뿐입니다. 놈들이 움직이는 속도로 봤을 때, 각개격파 당할 위험도 없지 않습니다.”
사실상 모든 그라디바가 파괴될 위험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랑코 백작은 그다지 걱정스런 기색이 아니었다.
손짓으로 날파리를 내쫓듯,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하다 못한 적색 마법사가 백작을 채근했다.
“백작님, 막아야 합니다. 병력을 보내서라도요.”
“그건 안 될 일이다. 지금 <본사>로 가는 길을 잃는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야. 온건파 놈들이 빠져 준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라디바의 자원을 포기하더라도 관리국을 지켜야 한다.”
“개화 원로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백작님.”
백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여기서 그라디바를 포기하는 건 좋은 판단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온건파 또한 그라디바의 파괴를 막기보다는, 개화파가 <본사>로 가는 길을 저지하는 데 온 병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여기서 밀린다면 <본사>로 가는 길이 영영 막혀버리게 될 터.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 포탈 관리국만큼은 지켜내야만 했다.
“음······.”
잠시 고민하던 프랑코 백작이 마침내 입을 뗐다.
“비석을 다시 넣어, 남은 그라디바들의 방향을 수정해라.”
“방향을 말씀이십니까?”
“그래, 한 번에 몰아넣어라. 손해는 보겠지만······. 차근차근 성장하길 기다려 줄 시간이 없으니까.”
당황하는 적색 마법사를 향해, 백작은 나지막이 덧붙였다.
“늙은이들도 그 정도면 만족하겠지.”
***
까아앙!
까아아앙!
청아한 쇳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본 드래곤에 폭탄을 달아 쏟아붓고 있는 중.
한데 폭발음은커녕, 대장간에서나 들릴 망치질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까아아앙!
파르르르르!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얇은 철골 구조가 진동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조금씩 철골이 굵어지고, 또 촘촘해지고 있었다.
그나마도 돌기처럼 솟아 있던 리벳이 두꺼워지자, 철골은 웬만한 충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다.
가스와 폭발로 뭉쳐져 있던 <분열>은 더 이상 없었다.
<로켓>의 위력이 먼지구름에 퍼져 있던 금속 입자들을 끌어모아 자재로 가공했다.
연이어 날아든 <로켓>이 지면을 타격하며 자재들을 질서정연하게 나열했고, 타격이 이어질 때마다 서로 쌓이며 그라디바의 표면에 익숙한 마천루를 세웠다.
콰아아아앙!
끼에에에엑!
서쪽에 있던 <쇠약>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 이제 아예 <분열>에 포탈을 설치한 채, <쇠약>에게 로켓을 쏟아붓고 있었으니까.
<로켓 헬스케어>가 녀석의 쪼그라든 살갗을 벗겨냈고, 이윽고 날아든 사념 폭탄이 푸르른 속살을 분쇄했으며, 설치된 포탈이 흩어진 잔해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슈우우욱!
꽈드드드득!
<쇠약>은 부풀어 오르기와 쪼그라들기를 반복했다.
사방으로 튀는 핏물이 녀석의 사라질 운명을 예고했다.
결합을 위해 서로에 끌려 날아온 두 개의 그라디바였지만······.
‘어떻게든 끝냈다.’
결합은 없었다.
<쇠약>은 파괴되었고, <분열>은 더 이상 분열이 아니게 되었으니까.
철골 구조 아래로 비쳐 보이는 마석을 모두 회수한다면, <분열> 또한 어렵지 않게 파괴가 가능할 것이었다.
“그래도 아직이야.”
정말이지 지긋지긋했다.
그라디바는 아직도 남아 있었으니까.
부엔디아가 감지한 바에 따르면, 이미 모든 그라디바가 결합을 이뤄 2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이었다.
“2단계가 총 네 체일세. 그것 말고도 감지가 잘 안되는 게 하나 있긴 한데······. 일단은 이 네 체가 문제야.”
“순서대로 쭉 처리하면 되는 게 아니었나요?”
내가 반문했다.
그라디바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부엔디아.
이번에 <쇠약>과 <분열>을 처리했던 것처럼, 앞서 우리는 남은 그라디바를 처리하기 위한 동선을 계획해둔 터였다.
“계획을 바꿔야 하네. 그라디바들의 방향이 바뀌었어.”
원래의 계획은 가까운 순으로 그라디바들의 결합을 차례로 저지하는 것이었다.
나머지 그라디바는 다소 불규칙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고, 십자선을 최대로 운용해 다가선다면 빠듯하게나마 놈들이 결합할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
부엔디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 체가 경로를 바꿔, 아예 한 지점으로 향하고 있네. 한꺼번에 결합할 심산이겠지.”
“한꺼번에 결합이라······. 그럼 일단은 그쪽으로 가야겠군요.”
“그렇지, 그런데······ 제시간에 도착할 수가 없어.”
“예?”
팔락!
부엔디아가 지도를 펼쳤다.
그러곤 남은 네 개의 그라디바와, 놈들이 결합하게 될 예상 위치를 표시했다.
우리 위치로부터 한참이 떨어진 곳이다.
아무리 십자선의 속력이 빠르다곤 해도, 그라디바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위치였다.
부엔디아가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아무래도 준비를 해야겠지.”
한 번 결합한 그라디바는 2단계가 된다.
조금 전 <쇠약>과 <분열>이 3단계로 결합하려는 것을 저지한 참.
만약 2단계 네 체가 한꺼번에 결합한다면, 어쩌면 3단계를 넘어, 4단계 그라디바라는 괴물이 탄생할지도 몰랐다.
4단계 그라디바에 대해서는 부엔디아에게서 한 차례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한 산술적인 예측이었지만······.
‘······승산이 없다고 했었지.’
내게는 <로켓>, 그리고 <사념 폭탄>이 있다.
그 모두를 동원해도 4단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부엔디아의 계산이었는데, 이제는 꼼짝없이 4단계 그라디바를 상대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나는 부엔디아에게 대답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다 쏟아붓고 죽어야겠습니다.”
승산이 없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라비다를 방치한다면 개화파의 목표대로 세계가 ‘정화’될 터.
멸망이 기정사실이라면, 어떻게 멸망할 것인지 정도는 직접 고르는 편이 나았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외부의 공격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 아공간.
세계가 멸망하는 중에도 아공간은 멀쩡히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죽게 되더라도 아공간은 안에 있는 가족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때, 부엔디아가 주름진 손으로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정겸,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게 있네.”
“뭐지요?”
“나는 수십 년간 마르케스를 이끌었지. 하지만 결코 이 정도까지 와본 적이 없었어.”
그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늙고 주름진 얼굴이지만, 상공회의소에 맞서 싸웠던 열기, 힘만큼은 여전히 그의 인상 속에 남아 있었다.
“덕분에 한 번 더 상공회의소와 싸워볼 수 있었네. 설령 오늘 죽게 돼도 나는 여한이 없어. 어제보다 더 잘 싸웠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니까.”
부엔디아는 과거와 지금의 멸망을 견주고 있었다.
결국 멸망은 우리를 덮칠 테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오늘,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았으니까.
띠링!
[수용이 끝났습니다.]그때, 팍스가 말을 건네왔다.
<쇠약>의 마석을 모조리 빨아들였다는 뜻.
이제 나머지 그라디바를 향해 당장에라도 출발할 수 있을 터였다.
아직 <분열>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로켓>에 의해 완전히 무력화된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대표님, 잠깐 괜찮으시오?”
지이이잉!
쿠퍼가 포탈을 타고 걸어 나왔다.
아버지, 제임스, 그리고 브로크까지.
아공간 제작자들 모두가 <분열>의 상태를 보고 오겠다고 했던 참이었다.
<분열>에 세워진 마천루는 모두 이들의 각성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까.
“왜 그래요?”
“지금 그라디바 표면에 온갖 시설이 다 들어섰습니다. 그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능력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
잠시 머뭇거리던 쿠퍼가 마저 말을 이었다.
자신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이거, 우리가 개조할 수 있을 것 같소.”
“예?”
“이상하게 설계가 다 한눈에 들어와요. 어디가 전체 구조가 어떻게 된 건지, 구동부 어딘지, 조작부가 어딘지······. 그래서 대표님 아버님이랑, 제임스 씨랑, 브로크랑 해서 대충이라도 도면을 그려봤소.”
팔랑!
쿠퍼가 주머니에 꽂힌 종이를 펼쳤다.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듬성듬성한 밑그림에 불과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라디바의 몸체에, 에펠탑 같은 뾰족한 마천루가 연료 사출구처럼 그려져 있었으니까.
“이거, 이동수단으로 개조해 봐도 됩니까? 아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어쩌면 원래부터 그런 물건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조종은 이용수 씨 그 양반이 하면 될 테니까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그라디바는 서로를 향해 날아가도록 되어 있으니까.
<로켓>을 맞아 기계화되면서, 그 기능이 설계에 반영된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오래 안 걸립니다. 그리고······ 지금 타고 있는 십자선보다 몇 배는 빠를 거요.”
쿠퍼가 쐐기를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