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1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15화(215/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15화
재구성 (1)
시간이 관건이었다.
곧 2단계 그라디바 네 체가 결합을 시도할 터.
하지만 당장 십자선을 타고 출발한다 한들, 먼저 도착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쿠퍼에게 물었다.
“개조하는 데 얼마나 얼마나 걸리는데요?”
“3일 안쪽으로 될 것 같소. 어쩌면 더 빠를 수도 있고. 선체로 개조할 경우 움직임 자체는 그냥저냥이지만, 차원도약에 특화된 설계라 몇 배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단 3일.
놀라운 속도였다.
그 안에 이 거대한 그라디바를 통째로 개조하겠다는 소리였으니까.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걷어낼 테니, 실제 크기는 십분의 일이 안 되오.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구조가 눈에 훤히 들어와요. 이미 완성되어 있는 물건처럼······.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표님 아버님부터, 제임스 씨, 브로크까지 다들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필시 이들의 각성능력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로켓>의 원료로 사용했으니, 어쩌면 각성 능력을 통째로 쏟아부었다고 봐도 무방할 터.
자기 자신의 각성 능력이니만큼 파악하는 것도, 조작하고 통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나는 재빨리 부엔디아와 시선을 주고받았다.
뭔가 가능성을 읽은 것인지, 그가 남은 시간을 계산해 주었다.
“결합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일세. 십자선으로 날아간다면 족히 열흘은 걸렸을 테고.”
“개조가 완료되면 차원도약의 범위가 세 배로 늘어날 거요. 그밖에 이동 속도도 십자선만큼은 아니지만 크게 떨어지지 않을 테고.”
쿠퍼가 빠르게 말을 받았다.
평소에는 아공간에서 틀어박혀 제작 업무에 전념하는 제작자들.
하지만 이번만큼은 멸망을 막는 일에 가장 앞서 손을 보태고 싶다는 의지였다.
<분열>을, 새로운 <조립>으로 개조함으로써.
다행히, 부엔디아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었다.
“그 정도면 나흘이면 도착하겠군. 개조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끝내보겠소. 드워프들도 거든다면 제법 속도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허락을 구하려는 듯, 부엔디아와 쿠퍼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물론······.
“그래요, 해봅시다.”
나로서도 고민할 이유가 없는 문제였다.
***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폭발이 완전히 멎어든 지금.
<분열>에서는 이제 청아한 망치소리만 울려퍼지고 있었다.
따앙! 따앙!
규칙적인 망치소리와 함께, 쿠퍼가 짝짝 박수를 쳤다.
“자자!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이제 개조 작업은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이다.
이틀 전 엘븐하임에서 넘어온 이래, 드워프들은 먹고 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물론,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거기, 최씨! 이쪽 좀 잡아줘!”
아버지가 건축가들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유성철이 지구에서 선발해준 건축 능력 각성자들이었는데, 구슬땀을 흘리는 것이라면 이들도 빠지지 않았다.
제임스와 브로크 또한 같은 계열의 각성자들을 데리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건축, 설비, 장비, 강화.
큰 것부터, 아주 미세한 작업까지.
아공간의 제작자 4인방은 서로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상호 보완적으로 <분열>을 개조해나갔다.
제작자들이 <분열>의 개조에 열중하는 동안이다.
나는 부엔디아와 함께 곧 마주하게 될, 네 개의 그라디바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놈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다음 싸움의 향방 또한 가늠해볼 수 있을 테니까.
부엔디아는 밤낮으로 머리를 싸맸다.
끈질기게 놈들의 기운을 추적한 끝에, 마침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내어놓았다.
“<불안>, <중독>, <수면>, <공포>. 이렇게 네 가지일세.”
속 시원한 정보는 아니었다.
지금으로서는 그라디바들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놈들이 내뿜는 마력을 감지해 나름의 해석을 붙인 것이었는데, 부엔디아는 어딘가 짐작이 가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껏 마주했던 게 <부패>, <쇠약>, <분열>이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네. 이 모두가 실은 ‘죽음’과 관련된 것들이 아닌가 하는······.”
개화파의 목적은 그라디바를 완성해, 세계를 정화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죽음’을 퍼뜨리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지만······.
뒤집어 생각해본다면 크게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그 죽음이······ 그라디바의 죽음을 말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음, 확실히 그건 그렇겠지.”
모든 존재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와 반대로, 그라디바는 살아남아 완성된다.
그것이 개화파의 시나리오였고, 그라디바를 파괴하고 있는 우리는 완전히 그 대척점에 서 있는 격이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걸세.”
놈들과의 입장 차이를 한 번 더 확인한 우리는 곧장 본론에 들어갔다.
그라디바들의 특성을 파악한 지금, 놈들과 싸울 전략을 강구해야 할 테니까.
부엔디아가 신중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같은 전략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 불안, 중독, 수면, 공포······. 모두 부정적인 특성이라는 점은 다를 바 없지. 하지만 한 가지 이전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어.”
지금껏 마주했던 것들은 <부패>, <쇠약>, <분열> 세가지였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어렴풋 알 것 같았지만, 일단은 잠자코 부엔디아의 말을 기다렸다.
그가 곧 답을 꺼내놓았다.
“모두 정신적인 것들이라는 점일세. 지금껏 우리가 파괴해 온 그라디바들은 적어도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현상을 가지고 있었어. 썩어들어가는 것이든, 늙어가는 것이든, 폭발하는 것이든······. 그 물리적인 특성을 껍질처럼 두르고 있었지.”
“그 특성에 맞춰서 로켓을 만들어 날렸었고요.”
“그렇지, 하지만 이번에는 로켓으로는 파괴할 수 없을 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파괴할 대상을 포착할 수 없다고 표현해야할 지도 모르지.”
부엔디아는 제법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부족한 정보를 두고 이루어진 ‘해석’에 불과했지만, 지금껏 부엔디아는 이런 판단에서는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
준비는 가능한 철저하는 편이 좋다.
고개를 끄덕인 내가 부엔디아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만질 수도 없는 적을 파괴하려면?”
“이것만큼은 흑마법의 원리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지. 유령을 떠올려보게. 유령이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혹은 공격을 받기 위해서는 잠시라도 ‘실체’가 되어야 해. 적어도 어떤 영향이라도 주고받기 위해서는 그 위치가 지정되어야만 하고.”
카멜롯의 기사들이 떠올랐다.
망령이 되었다가, 때로는 단단한 기사의 몸이 되었던 그들.
하지만 망령, 또는 유체화 상태에 있을 때에는 외부에 어떤 물리적인 충격도 가할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부엔디아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불안, 중독, 수면, 공포······. 이 무형의 효과들을 형상화할 필요가 있네. 일차적으로 그라디바의 특성을 불러들이고, 또 무너뜨릴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한 게지.”
“그 말인즉슨······.”
“직접 사람이 투입돼야 해. 그것도 아주 많은 수의 사람이.”
이번만큼은 내 능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대였다.
다가올 네 개의 그라디바.
놈들이 뿜어낼 부정적인 정신을 받아내고, 싸워줄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으니.
그릇이라고는 했지만 누군가를 희생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부엔디아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걱정스레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접근하는 게 문제일세. 영향을 주고 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다짜고짜 그라디바에 사람들을 던져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다행히, 그 문제라면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서서히 완성에 다다르고 있는 개조 그라디바.
그 기능은 비단 이동수단에만 그치지 않았으니까.
***
슈우우우우우우웅!
그로부터 나흘 뒤.
우리는 개조를 마친 그라디바를 타고 다차원을 횡단하고 있었다.
쿠퍼의 말대로였다.
크기는 1/10로 줄어들었고, 차원 도약의 범위가 몇 배로 늘어났다.
비유하자면 줄곧 일반 열차를 타다가, 이제 급행 열차에 올라탄 셈이었다.
‘······이 정도면 다 모았나.’
개조 그라디바가 공간을 가로지르는 사이, 나는 인력 수급에 집중했다.
다음 그라디바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수적이었으니까.
유성철이 팍스맨들을 모집해 주었다.
운양이 무림인들을, 베론이 성기사들을 이끌고 오기로 했고, 란슬롯을 비롯한 기사들도 빠지지 않았다.
‘많을수록 좋기는 하지만······.’
철저하게 지원자만 뽑기로 했다.
이번 싸움에서의 핵심은 각개 전투.
전장은 다름 아닌 개개인의 의식 속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꼭 혼자 싸울 필요는 없었다.
기사들을 모아온 란슬롯이, 옛일을 회고하며 내게 말했다.
그는 카멜롯의 저주에 붙잡혀, 수십 년을 고통 속에 살았었다.
“수십 년을 망령과 언데드로 지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신을 잃지 않았던 건, 저희 열두 명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겠죠. 물론 그것이 아이템을 만든 바르나울의 의도였겠습니다만······. 덕분에 그 끔찍한 악몽을 버텨올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나머지 열한 명의 기사들이 서 있었다.
어깨 뒤를 슬쩍 내다본 란슬롯이 마저 말을 이었다.
“동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고, 주군 덕분에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도 주군을 따르며 정말 많은 이들을 만났지요. 절대 그 세상이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뭐라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우리는 서로 씨익 웃어보이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른 시점이었다.
‘가까스로 맞췄네.’
도착한 곳은 텅 빈 허공.
하지만 사방에서 네 개의 그라디바가 날아들고 있었다.
벌써 코앞까지 다가온 것부터, 몇 시간 거리 뒤에 있는 것까지.
츠츠츠······.
하나같이 거뭇거뭇한 안개가 꽁꽁 뭉쳐 있는 듯한 형상이었는데, 과연 부엔디아의 말처럼 그 형체를 제대로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저기에 발이나 디디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싶은 정도였다.
물론······.
“쿠퍼, 준비됐으면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따로 준비를 해둔 참이었지만.
우리가 타고 온 ‘개조 그라디바’는 동그란 구의 형태였다.
<분열>의 거대한 몸체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냈던 것.
하지만 그러면서도 <분열>에서 비롯된 특성 일부를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촤아아악!
개조된 그라디바가 네 조각으로 나란히 갈라져나갔다.
사과 하나를 사등분한 것 같은 형태.
각각이 비스듬하게 아래로 기울어지자, 둥근 선박 같은 모양이 되었다.
부엔디아가 긴장된 목소리로 덧붙였다.
“말했다시피 처음에는 정신공격이 가해질 걸세.”
“알겠습니다.”
안에는 카멜롯의 기사들, 무림인들, 성기사들은 물론, 팍스맨 각성자들까지 골고루 타고 있었다.
유성철이 모집했다곤 하지만, 스스로 자원해 온 지구의 각성자들.
팍스FC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그 도움을 다시금 되돌려주러 온 사람들이었다.
위험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라디바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일단 놈이 전달하는 <불안>을 고스란히 받아들었다가, 다시금 해소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후와아아아악!
<불안>이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카아아아아악!
실로 다양한 모습이었다.
오크, 와이번, 고블린과 오우거 등등.
지구에 닥쳤던 멸망이 검은 그림자와 같은 형상이 되어 굳어졌다.
각성자들의 상상에서 비롯된 이미지일 것이다.
이들이 가장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모습들.
그 형태를 실체화시키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쳐부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