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19)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19화(219/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19화
악몽 (2)
캄캄한 어둠 속.
자신을 빤히 들여다보는 눈동자만큼, 공포스러운 것이 있을까.
수백 개의 눈이 하나로 움직였다.
끔찍한 관심이지만,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엘리가 몸서리치고, 기사와 성기사들이 마른침을 삼키는 사이.
잠깐의 적막을 깨고 부엔디아가 입을 열었다.
“여전히 갇혀 있던 게로군.”
느리게나마, 한발 한발 밖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악몽의 끔찍한 시선 아래, 쳇바퀴를 굴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실체화시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어. 이 계단은 여전히 물리적인 것이 아닌, 심리적인 것일세. 아마도 실체는 저 꼭대기에 있는 신전 하나뿐이겠지.”
“그러면 이렇게 합을 맞추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뜻인가요?”
엘리가 되물었다.
함께 공유하는 <악몽>.
우리는 다 같이 악몽의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그 과정은 여전히 필요해. 중간에 꿈이 깨져버린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현실에서라면 그저 기분 나쁜 꿈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그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곳에서라면 영원히 그라디바의 혼란한 의식을 맴돌게 될 걸세.”
“그래서 갇혀 있었다고 말씀하셨던 거군요.”
부엔디아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몽을 생생하게 실체화해야만 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선명한 악몽을 눈앞에 두고, 산 채로 묶여있게 되는 것이었다.
마치 지독한 가위에 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
해골들이 빤히 우리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대화를 빠짐없이 엿듣겠다는 듯.
부엔디아가 이번에는 한층 목소리를 죽이며 말을 이었다.
“평범하게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아닐세. 두 다리로 걸어 올라가는 게 아닌······. 의식적인 진전을 이뤄야 해.”
하지만 그 말을 끝으로, 부엔디아는 입을 다물었다.
원론적인 방법은 알지만, 실질적인 해결 방법이 묘연한 탓이다.
누구 하나 덧붙이는 사람 없이, 그렇게 우리는 우두커니 층계에 서 있었다.
휘이이······.
아릴 듯한 추위가 몸을 파고들었다.
이상하게 몸이 서늘하고, 식은땀을 흘렸다.
터벅터벅.
그때, 란슬롯이 부엔디아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더니 먼저 허락을 구해야겠다는 듯, 돌연 방향을 바꿔 내 앞에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주군, 저희를 다시 언데드로 만들어 주십시오.”
“뭐? 왜?”
“복잡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해골들이 계단을 따라 쭉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 저희도 언데드가 된다면 이 계단을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 또한 방법을 고민해 본 것이다.
한때 언데드로 살아갔던 그들만이 쓸 수 있는 방법.
동시에 탁월한 흑마법사인 부엔디아가 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란슬롯의 이야기를 들은 부엔디아가 말을 덧붙였다.
“확실히 그거라면 효과가 있겠군. 스스로 악몽과 하나가 되는 셈이니까. 꿈의 주인은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네. 때문에 <악몽> 또한 우리의 경험과 이미지를 빌려 나타날 수밖에 없고. 악몽을 자기 자신에게 담게 된다면, 분명 이 상황에 균열을 가할 수 있을 걸세.”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지만,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다.
수십 년간 언데드로 살아온 기사들의 고통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애써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또다시 죽음의 고통을 선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주군.”
망설이는 내게 란슬롯은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곤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이 모두가 기분 나쁜 꿈이 아닙니까? 일어나면 그만입니다. 처음 꾸어보는 것도 아니고요.”
문득 그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카멜롯 성에서 끔찍하게 죽은 아서왕의 죽음을 목격하는 꿈.
시시포스에 갇혀 그 악몽을 몇 번이고 반복했었더랬다.
그리고······.
“대표님, 저희도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는 베론이 다가왔다,
아발론의 경비단장이었던 베론.
아발론 사람들 또한 기사들처럼, 수십 년의 세월을 언데드인 채로 보냈었으니.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악몽이라면, 최대한 빨리 깨어나면 그만이었다.
***
후우우욱!
부엔디아, 그리고 아우렐을 비롯한 흑마법사들이 힘을 발휘했다.
카멜롯의 기사들, 그리고 아발론의 성기사들의 얼굴을 덮고 있던 피부가 녹아 내려갔다.
그러자 더는 볼 일이 없을 것이라 여겼던, 창백한 백골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내 손으로 언데드를 만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군.”
부엔디아는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었다.
같은 흑마법사이기는 했지만, 그의 특기는 사령술이 아니었으니.
그럼에도 그 실력만큼은 바르나울의 흑마법사들을 월등히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츠츠츠······.
기사들과 성기사들 스스로가 동의한 일이었기에, 흑마법은 아주 빠른 속도로 녹아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코트를 두른 해골 기사단, 그리고 새하얀 갑옷을 입은 해골 성기사단이 완성됐다.
그리고······.
“대비해!”
달그락!
달그락!
변화는 곧바로 시작됐다.
줄곧 우리를 바라만 보고 있었던 <악몽>의 해골들.
하지만 꿈이 침범당하기라도 한 듯, 기사와 성기사들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기사들의 칼날이 빛났다.
성기사들의 망치가 번쩍하며 두개골을 분쇄했다.
조금씩 신전 꼭대기에 가까워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파삭!
기사들은 이제 악몽과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악몽은 우리의 의식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빈약한 대상이었고,
그 결과 기사들과 성기사들의 몸 또한 극도로 약화되어 쉽게 부서지고 있었다.
파드득!
악몽의 해골들이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입을 벌려 기사들의 몸을 물어뜯었고, 쩌저적 갈라진 뼛조각이 계단 위로 튀어 올랐다.
언데드가 된 기사들은 ‘오러’를 잃어버렸고, 성기사들 또한 더 이상 무기에 담긴 신성력을 활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젠장, 지원해!”
“사격!”
피웅!
피웅!
엘프들이 위계 화살을 날렸고, 흑마법사들 또한 마법을 발동했다.
공격은 여전히 유효했지만, 앞의 탱커진이 무너진 탓에 전열이 삽시간에 무너져내렸다.
무엇보다 해골들이 너무, 너무 많았다.
이제 놈들은 사력을 다해 우리에게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중······.
“란슬롯!”
파가가각!
네댓 마리의 해골들이 한 번에 란슬롯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가 계단을 따라 뒤쪽으로 넘어졌고, 뒤통수에서 뼈로 된 먼지가 피어올랐다.
달그락! 달그라락!
해골들이 미친 듯이 란슬롯을 물어뜯었다.
갈비, 쇄골, 눈두덩이까지, 뼛조각들이 산산이 분쇄되었다.
이루 말을 할 수 없는, 끔찍한 광경.
하지만 이마저도 끝이 아니라는 듯, 모드레드와 헥터 또한 해골에 뒤덮여버렸다.
“일단 뒤로 빼!”
나머지 기사들과 성기사들이 한보 물러났다.
그리고 그때······.
띠링!
[역천의 카멜롯의 효과가 적용됩니다.]계단 주변이 새하얀 색채로 물들었다.
기사들이 저주로 속박되어 있었던, 악몽의 장소였던 카멜롯 성.
하지만 기사들이 몸을 되찾은 뒤에는, 새로운 효과를 부여받은 장소이기도 했다.
흉흉한 잿빛을 띠고 있던 계단이다.
하지만 흰 돌벽이 솟아오르며, 반듯한 성의 외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저주의 근원이었던 카멜롯이 부활의 장소로 거듭났던 것처럼.
달그락! 달그락!
부서진 란슬롯, 모드레드, 헥터의 뼈가 우글거렸다.
그러곤 새하얀 광채에 휩싸인 채, 빠른 속도로 모여들었다.
두개골이 조립되었고, 부러진 척추가 다시 하나로 곧게 연결되었다.
채애앵!
되살아난 카멜롯의 기사들이 해골들을 향해 다시 칼을 휘둘렀다.
기사들은 이제 거리낄 것이 없었다.
다시금 전방으로 뛰어들었고, 부서지고 살아나기를 반복하며 싸움을 이어 나갔다.
우수수 바닥으로 흩어졌다가 다시금 모여드는 뼛조각.
순간 의아한 생각이 찾아들었다.
‘······쿨타임이 있지 않았나?’
부활이 가능한 것은 24시간에 한 번뿐이다.
하지만 기사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족족 되살아나고 있었다.
다행히, 그 이유를 부엔디아가 설명해주었다.
“시간은 문제 될 게 없네. 애당초, 지금이 몇 시인지 알겠는가?”
“······아!”
우리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엄연히 꿈속 세계이니만큼, 현실의 시간은 적용되지 않는다.
24시간이라는 산술적인 시간보다, 부활이라는 사건의 가능성이 꿈의 논리에서는 더 크게 인정받는 것이었다.
터벅! 터벅!
이제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죽은 카멜롯의 기사들의 시체를 넘으며.
그리고 또다시 되살아난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우리는 악몽과 하나 된 채, 놈의 거대한 몸체를 거슬러 올랐다.
달그라락! 채애앵!
해골들의 시선에 당황이 어렸다.
우리를 응시하던 뻔뻔한 시선은 이제 온 데 간 데 사라져 있었다.
하늘을 뒤집은 카멜롯이 계단을 하얀 대리석으로 물들였고, 잔상처럼 지직거리던 계단은 어느덧 탄탄한 디딤돌로 변해 있었다.
턱! 턱!
우리는 걸어 올라갔다.
현실에 존재하는 진짜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꼭대기에 놓인 신전의 모습이 꽤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그러던 중······.
터엉! 터어엉!
‘······어?’
묘한 사물이 계단 주변에 놓이기 시작했다.
두꺼운 파이프로 연결된, 줄줄이 늘어선 회색 선반.
몰라볼 수 없었다.
물류센터의 재고 선반들.
새하얗게 변한 카멜롯 성이 이번에는 내 물류센터의 풍경과 뒤섞이고 있었으니.
부엔디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거야!”
“경계가 왜요?”
“저 아이템이 놓인 장소가 어디인가? 적어도 들고 다니는 물건은 아닌 것 같네만······!”
역천의 카멜롯은 엘븐하임에 놓여 있었다.
쿠퍼가 그곳에서 마력 회로를 그려 완성한 아이템이었으니까.
심지어는 부활도 죽은 자리가 아닌, 카멜롯 성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제야 알겠다는 듯, 부엔디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의 효과를 내부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일세! 이러면 꿈이 제대로 형상을 유지하기 힘들어!”
물류센터의 선반이 나타난 것은 그 현상의 일환이었다.
실제로는 엘븐하임에 놓인 아이템의 효과가 이곳까지 불러들여지고 있는 것.
그 때문에 애써 실체화해 두었던 <악몽>의 형상이 빠르게 붕괴하는 것이었다.
파창!
빠지지지직!
계단이 아래서부터 부서지기 시작했다.
칠흑이 부서진 자리를 두껍게 물들이며 바싹 우리를 추격해왔다.
<악몽>을 실체화하기 위해 인원까지 맞춰왔던 우리다.
기사들을 되살린 것까지는 좋았지만, 외부의 이미지를 끌어들인 탓에 계단 자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가! 움직여!”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꿈은 걷잡을 수 없는 법.
무작정 계단을 오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서둘러!”
“잡아! 끌어줘!”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뒤처진 이들을 붙잡았고, 입술을 깨물며 어떻게든 발을 옮겼다.
분명 꿈일 텐데도 허벅지가 타들어 갈 듯이 비명을 질렀다.
드드드득!
부우우욱!
이번에는 아예 굵직한 나무가 자라났다.
엘븐하임의 이미지가 포탈을 통해 넘어오고 있는 것.
계단의 형상이 기이하게 비틀렸고, 뒤로는 아예 길이 사라져 있었다.
달그락!
이제는 해골이 문제가 아니었다.
비웃듯 도열한 해골들을 뒤로 집어 던지며, 우리는 쉬지 않고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