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2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21화(221/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21화
본사 (1)
쿠구구구······.
붉고, 검은 줄무늬 포탈이 천천히 회전했다.
<본사>로 이어지는 포탈이 바로 지금 눈앞에 놓여있었다.
온건파를 무너뜨린 개화파가 저 안에 있다.
목적은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그라디바를 깨우는 것.
그라디바가 각성하고 그대로 성장한다면, 머지않아 이 넓은 다차원 세계 전체가 ‘정화’되어 버릴 것이었다.
‘······들어가는 게 맞겠지.’
그라디바의 각성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 없이 냅다 발을 들이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었으니까.
<악몽>의 잔해처럼 게걸스럽게 집어삼킨 포탈이다.
어쩌면 발을 들이자마자 몸이 갈가리 찢겨나갈지도, 개화파 세력들이 입구에 진을 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
“으음······.”
“힘내십쇼, 어르신.”
그 때문이었다.
팽그르르 회전하는 포탈 앞에 부엔디아를 앉혀둔 것은.
쿠구구······.
곧게 가부좌를 튼 부엔디아가 뻘뻘 땀을 흘리며 포탈의 기운을 감지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되었을까.
마침내 부엔디아가 몸을 일으켰다.
손수건을 건네주자, 그가 송골송골 주름진 땀을 닦았다.
“그간 희미했던 그라디바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네. 개화파가 안으로 향했다는 말도 사실인 것 같아. 진한 마력이 풍겨 나오고 있거든.”
죽은 혈맹 원로의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진한 마력이 풍겨 나오는 것 또한 그 증거 중 하나.
그렇지 않아도 개화파에는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으니.
‘마법사들······.’
그들이 지금부터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이었다.
부엔디아가 손수건을 돌려주며 내게 물었다.
“<악몽>의 잔해를 빨아들였다고 했지?”
“네, 그러다가 금방 터져버렸죠.”
“그렇군······, 이 안쪽은 외부와 철저히 유리된 공간인 것 같아. 잔해를 빨아들인 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단, 모종의 통로를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싶네. <악몽>의 잔해를 안으로 빨아들인 것처럼······ 안에 있는 힘을 바깥으로도 펼치기 위한 것이겠지.”
그 이유를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본사>에 있는 그라디바를 깨우고 난 뒤, 아예 외부 세계에 풀어놓으려는 것.
자연스레 다음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본사> 안에 잠들어 있다던 마지막 그라디바.
대체 어떤 힘을 가지고 있기에 개화파가 마지막까지 사활을 거는 것일까?
큼큼 목울대를 정리한 부엔디아가 마저 말을 이었다.
“<본사>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네. 최초의 각성, 그 힘의 발원지라고 말이지. 그 정체 또한 그라디바일 줄은 나도 몰랐지만······.”
“마법사들이 꼬여 드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마법과 각성의 뿌리는 가깝게 닿아 있거든. 힘의 근원을 찾는 건 마법사들에게 큰 의미가 있을 테니까.”
조상의 뼈를 찾겠다고 온 우주를 샅샅이 뒤지는 아케인이었다.
최초의 각성, 그리고 마법의 힘이 기록된 장소.
놈들은 그라디바를 통해, 그 기록을 생생하게 깨워내려는 것이었다.
세상을 무너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안에서는 마법의 위력이 한층 더 강해질 걸세. 그라디바의 영향도 있고······ 고립된 장소에서는 술식이 더 정교하게 발휘되거든.”
당장 해야 할 것은 아케인의 마법에 대비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본사>로 진입하는 순간, 갖은 마법이 날아들 수도 있었으니까.
“좀 싸매고 들어가죠.”
나도 곧장 몸을 일으켰다.
김솔에게 방어막을 씌워달라 부탁할 생각이었다.
***
지이이잉!
줄무늬 포탈이 세차게 진동했다.
물결처럼 철썩이는 파장을 뚫으며, 마침내 <본사>로 향하는 포탈에 몸을 실었다.
츠츠츠······.
궁근 황금빛 막이 몸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김솔이 전개해준 방어막이었는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화되어 있었다.
김솔이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띠었다.
“햐, 이거 좋다?”
“그래야지, 레벨을 왕창 올렸으니까.”
이제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마석이었다.
각성 능력에 부담이 가지 않은 한에서 최대한 레벨을 올린 참.
덕분에 방어막의 위력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었다.
부엔디아가 인정할 만큼.
“마법 저항까지 가미된 방어막이니 어지간해서는 뚫기 어려울 게야. 무적까지는 아니겠지만, 분명 도움이 될 걸세.”
그렇게 우리는 <본사>에 다다랐다.
하지만 준비가 무색하게, 아무런 공격도 날아오지 않았다.
그저 새하얀 텅 빈 공간이 끝없이 황량하게 주욱 늘어서 있을 뿐.
휘이이······.
보이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반투명한 색으로 이루어진, 둥근 돔.
어찌나 거대했던 지 제법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시선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여기가 <본사>······?’
상공회의소의 핵심치고는 실로 허전한 장소였다.
하지만 이 또한 잠시.
돔을 향해 움직이던 중, 우리는 심상치 않은 풍경을 마주하고 있었다.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공격해올 것으로 생각했던 아케인의 마법사들.
바닥에는 그 마법사들의 시체가 즐비하게 널려 있었으니까.
새하얀 땅 위로 새어 나오는 새빨간 피를 보며, 김솔이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야, 다 죽어있네?”
그저 새하얀 벌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을 뿐.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위협이 될만한 요소는 전혀 없었다.
“온건파가 여기까지 추격해왔던 걸까요?”
“그런 것치고는 시체가 마법사들뿐이네. 온건파의 소행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저 거대한 돔뿐이었다.
분명 반투명한 색이었는데도, 이상하게 내부가 그리 잘 비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드드드드······.
돔을 이루고 있는 막이 파르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뽀옥!
뽀옥!
작은 구멍이 열리며, 사이로 무언가를 뱉어냈다.
툭툭, 새빨간 물을 튀기며 바닥에 떨어지는 물체들.
“······역시나 죽어있군. 아케인의 마법사들이야.”
“안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기는 한 모양이군요.”
이번에도 역시, 마법사들의 창백한 시체였다.
온건파와의 싸움에서 승리해 이곳 <본사>에 도달한 마법사들.
그런 그들이 왜 여기서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뭐가 됐든 들어가 봐야지.’
오래 고민할 것도 없었다.
기껏 도착한 <본사>는 텅 빈 공백.
유일하게 있는 것이 이 흰색 돔이라면, 어떻게든 들어가는 수밖에.
마법사들을 뱉어낸 구멍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단히 메워져 있었다.
직접 안으로 이어지는 길을 내야 하는 상황.
“출하.”
이번에도 역시 돔을 향해 ‘사념 폭탄’을 출하했다.
폭발에 휘말릴 걱정이 없도록, 폭액의 양을 대폭적으로 줄인 물건이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쉬이이이이······.
찢어질 듯한 폭음이 들려왔지만 그뿐이었다.
폭탄에 맞아 보랏빛 매연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자리.
하지만 정작 돔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으니까.
푸쉬이이이······.
다른 그라디바들처럼 껍질을, 그것도 별도의 특성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대상은 무색무취하고 반투명한 종류의 방어막에 불과했으니.
어떻게 뚫고 지나가야 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음······.’
그렇게 한창 진입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즈음, 김솔이 돔에 가깝게 훌쩍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 위험해!”
“아니, 야. 이것 좀 봐봐.”
김솔이 손가락으로 제 앞을 가리켰다.
김솔의 몸 주위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황금색 방어막.
그 방어막이 바깥으로는 돔의 반투명한 장막에 맞닿아 있는 상태였다.
그 결과······.
‘어라?’
츠츠츠······.
정확히 딱 그만큼만이다.
방어막과 접촉한 반투명 돔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김솔의 방어막이 그새 돔을 중화시킨 것이었다.
꾸드드드득!
꾸드득!
거품과 함께, 연기가 일었다.
사념 폭탄에도 끄떡하지 않던 반투명 돔.
완전히 뚫고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지만, 분명 가장자리가 움푹 파여 있었다.
나는 즉시, 물건 하나를 아공간으로부터 출하했다.
“음? 뭐냐?”
“이거 들고 있어 봐.”
팔랑.
나는 김솔에게 곧장 종이를 쥐여주었다.
그녀의 방어막을 담기 위한 이능 검사지.
<로켓 배리어>를 만들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
뻐어어엉!
뻐어어어어엉!
쉬지 않고 폭음이 들렸다.
하지만 그 타겟은 적이 아닌 우리 자신.
김솔의 <배리어>를 담은 로켓이 본드래곤을 연달아 타격했다.
지이이이잉!
본 드래곤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파괴되기는커녕, 둥그스름한 황금빛 방어막이 본 드래곤의 몸을 감쌀 뿐.
그리고······.
“이랴!”
타앗!
이용수의 기합과 함께, 본 드래곤이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부엔디아의 도움으로 기존의 본 드래곤에 뼈다귀 몇 개를 추가한 참이었다.
우리는 다 같이 본드래곤의 목뒤에 올라타 있었다.
머리에 뿔을 만들어 핸들처럼 구부리고 목에는 안장을 달았는데, 그 덕분에 이용수의 능력이 적용되는 ‘탈 것’이 되어버렸다.
달그락!
달그락!
이용수가 거칠게 뿔을 잡아당겼다.
본 드래곤이 빠르게, 또한 정교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대로 반투명한 돔의 장막에 부딪힐 것 같았지만······.
슈화아아아아악!
우리는 그대로 장막을 통과해 버렸다.
<로켓>에 실린 김솔의 <배리어>가 중화작용을 일으킨 덕분.
물살을 가르듯 잠시 느려지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장막을 지나오자, 세찬 바람이 눈앞을 휩쓸며 지나갔다.
전방을 주시하던 나는 곧 부엔디아와 함께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또 있군요.”
“내 이럴 줄 알았지!”
예상대로, 장막은 하나가 아니었다.
뚫고 들어가면 다른 장막이, 다시 뚫고 들어가면 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방어막 능력이 담은 <로켓 배리어>를 출하했다.
눈앞의 장막이 아닌, 그것을 뚫고 들어가는 우리를 향해.
파아아앙!
슈우우우욱!
파아아앙!
슈우우우욱!
동일한 과정의 반복이었다.
방어막을 두른 채, 장막을 찢고 들어가는 일의 반복.
중간중간 널브러져 있는 아케인 마법사들의 시체를 발견한 것은 덤이었다.
뽀옥!
뽁!
시체들은 여전히 툭툭 밖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거대한 돔이 마치 불순물을 걷어내듯, 마법사들의 시체를 밖으로 실어 날랐다.
화아아아아악!
십수 겹을 뚫고 들어갔음에도 내부 공간은 여전히 넓었다.
장막을 해치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불투명하던 장막은 유리처럼 투명해졌다.
그와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형물들이 점점 흰 여백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육면체, 구체, 원기둥 등등.
투명한 입방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입방체들의 변화 또한 뚜렷해졌다.
잘게 쪼개지면서 개수가 점차 많아졌고, 장식무늬가 생기는 등 형태가 점차 복잡해졌다.
둥둥 떠다니던 원기둥은 어느덧 세로줄이 음각되어 기둥처럼 배열되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잉!
머리칼을 헤집는 바람을 느끼며, 나는 큰 목소리로 부엔디아에게 물었다.
“······이게 대체 뭘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네! 확실한 건······ 저 안에 있는 누군가가 <본사>의 공간을 빚어내고 있다는 거야! 이미지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걸 보면 분명해!”
<악몽>의 이미지를 실체화했던 우리다.
어쩌면 이 안에서 그와 비슷한 종류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일지도.
쉬이이이이익!
안으로 들어갈수록 완성도를 더해가는 풍경.
그 중심에 다다른다면 대체 누가, 무엇을 만든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