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2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23화(223/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23화
본사 (3)
씨익.
백작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자네가 가진 피는 특별해. 물론 성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성혈을 혼탁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지.”
솔직히, 네 피를 뽑아 아들에게 먹여야겠다는 소리로 밖에는 안 들렸다.
실제로도 그런 뜻이었다.
마법진에 매달려 있는 늙은 마법사들.
그들 모두가 좀비처럼 요람에 양분을 공급하고 있었으니까.
요컨대, 백작에게 있어 그라디바의 개화는 그런 뜻이었다.
잠들어 있던 그라디바를 깨워, 죽은 아들을 되살리겠다는 것.
이로인해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혈겸.”
“예, 백작님.”
“자네는 세계의 전말을 확인한 유일한 외부인이 된 걸세. 프랑코 가문의 일원이 아님에도 위대한 삶의 소명을 성취한 것이지. 이제 더 이상 자네가 추구할 만한 세계는 없네. 그보다는 새로운 세계와 시대에 함께하는 것이······.”
냉큼 죽어달라는 소리를 거창하게도 하고 있었다.
백작이 천천히 혈겸에게 다가왔다.
등 뒤로도 서서히 접근해오는 마법사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콰아아아앙!
달그락!
본 드래곤이 장막을 찢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아케인의 귀족, 로베르토의 시체였다.
조상의 시체를 본 탓인지, 마법사들은 적잖이 당황스러운 기색이었다.
“······로, 로베르토?”
“제길! 부엔디아 이놈!”
마법사들도, 프랑코 백작도 분노했다.
하지만 귀족의 시체를 유린했다는 것보다는, 이곳 <본사>에 침범한 것에 분개하는 것 같았다.
최초의 마법이 깃든 장소다.
백작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곳 <본사>는 마법사들의 성역이나 다름없을 터.
아들의 제물로 삼을 혈겸이라면 몰라도, 프랑코 백작에게 있어 우리는 거북한 불순물, 그 자체였다.
우우우우웅!
마법사들이 사방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곤 곳곳에 널려있던 투명한 입방체들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쿠구구······.
마법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발휘하는 염동 마법.
곧 별 무늬로 장식된, 크고 투명한 공이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팍스!”
곧장 아공간으로 빨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붉은색의 경고 메시지뿐이었다.
띠링!
[대상이 아닙니다.] [대상이 아닙니다.]“젠장!”
투명한 입방체들은 모두 그라디바의 일환이었다.
그라디바와 마찬가지로 아공간에 수용할 수 없었던 것.
무색무취한 투명색을 띠고 있던 것 또한 그런 이유일 터였다.
그래도······.
“쏟아부어!”
띠링!
[알겠습니다.]내 무기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껏 그라디바를 해치우며 만든 각양각색의 <로켓>들.
투명한 입방체가 그라디바라면, 같은 방법으로 상대해주면 그만이었으니까.
슈우우우우욱!
꽈아아아앙!
출하된 <로켓>들이 마법사들의 구체를 때려 맞췄다.
<로켓 프레시>가 맞춘 자리에 넝쿨이 돋아났고, <로켓 건설>이 맞춘 자리에는 느닷없이 시멘트가 묻은 쇠 파이프가 솟아올랐다.
카아앙!
쿠구구궁!
투명한 입방체들이 얼룩으로 물들었다.
그러곤 힘없이 곧장 바닥으로 처박혔다.
사념 폭액이 몇 방울 담긴 병을, 본 드래곤 없이 병째로 던진 것.
위력을 줄어든 덕분에 우리까지 폭발에 휘말릴 일은 없었다.
한편······.
“이익······!”
공격이 무마된 것은 물론이다.
순수한 입방체가 더럽혀졌다고 느낀 것인지, 분노에 찬 마법사들의 표정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슈우우우웅!
육면체와 기둥이 연달아 날아왔지만, 결과는 같았다.
넝쿨과 쇠 파이프에 묶여 버둥거리는 입방체들.
보다 못한 프랑코 백작이 그제야 앞으로 나섰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담백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였구나.”
많은 것을 내포하는 말이었다.
베레슈티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던 투석기와 중앙본부.
거기에 개화한 그라디바들이 연달아 파괴되었던 것까지.
백작은 조금 전의 짧은 전투만으로 내 전력을 대부분 파악한 것 같았다.
그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너희는 스스로 세계를 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정말 완벽하게 틀린 생각이다. 너희가 파괴한 외 차원의 그라디바들, 그 때문에 새로운 역사의 시계가 몇 바퀴나 후퇴했다는 사실을 너희가 알기나 할까?”
자연을 파괴당한 환경주의자 같은 목소리였는데, 부엔디아가 그 새카만 속내를 해석해서 들려주었다.
“제 아들에게 먹을 먹이를 빼앗겨 화가 난 게지. 외부에 있던 그라디바들은 그 자체로 엄청난 자원이었을 테니까.”
“역시 그렇죠?”
“시끄럽다, 죽어라!”
눈썹을 한껏 찡그린 백작이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 경로를 따라 푸른색 손 모양의 반원 고리가 움직였다.
백작이 크라고 공작을 살해하는 데 사용했던 무기, <마녀의 손>이었다.
쐐애애애애액!
날카로운 고리들이 매섭게 나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타아아앙!
앞을 가로막은 김솔이 방어막을 전개해 <마녀의 손>을 쳐냈다.
충격이 있었는지 방어막 표면에 실금이 남았는데, 김솔이 붉으락푸르락한 표정으로 외쳤다.
“이 새끼가 남의 새끼 귀한 줄은 모르고!”
당연히 아공간으로 <마녀의 손>을 빼앗으려 시도해 봤다.
하지만 이번에도 붉은색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입방체들과는 다른 이유였지만.
띠링!
[대상이 다른 힘에 점유되어 있습니다.] [대상이 다른 힘에······.]프랑코 백작의 염동력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김솔의 방어막에 몸을 숨기거나, 물건을 출하해 공격을 쳐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프랑코 가문의 마법사들 또한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역시 투명한 입방체들이 빠르게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아앙! 콰아앙!
<로켓>을 발사했다.
앞으로는 입방체를, 뒤로는 성창을 날려 <마녀의 손>을 쳐냈다.
그렇게 한창 난타전이 시작되었을 즈음······.
“요람! 요람을 막아야 해!”
부엔디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마녀의 손> 하나가 요람을 붙잡았다.
그러곤 요람을 든 채, 장막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게 목적이었구나!’
당장의 싸움은 프랑코 백작의 눈속임이었다.
내게 그라디바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백작.
눈앞에서 싸움을 걸어 시선을 끈 뒤, 그새 요람에 담긴 그라디바를 피신시킨 것이었다.
“출하!”
쐐애애애액!
서둘러 <로켓>을 쏘아 보냈다.
사념이 담긴 병이 빠른 속도로 요람에 접근했지만······.
“훌리오!”
까가가가가각!
백작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날아가던 <로켓>의 궤도가 기이하게 비틀렸다.
꽈아아아앙!
<로켓>이 타격한 곳은 장막의 외곽 표면.
거센 충격과 함께 파르르 지면이 떨려왔는데, 요람은 이미 장막을 뚫고 안쪽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훌리오······!”
백작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요람을 따라가려는 요량이었는데, 어느덧 그의 발목에는 보랏빛 사슬이 묶여 있었다.
흑마력으로 빚은 사슬.
이를 발견한 백작이 부엔디아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
“부엔디아!”
부엔디아가 화답하듯 훌쩍 본 드래곤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곤 나를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빨리 쫓아가게! 저 요람이 ‘중심’에 도달하지 못하게 해!”
휘이이이이잉!
쿠구구구!
부엔디아가 거칠게 흑마력을 뽑아 올렸다.
그러자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백작이 <마녀의 손>을 날려 보냈다.
날카로운 손톱이 푸른빛으로 점멸하며 부엔디아의 목을 노리며 들어왔다.
하지만,
채애앵!
순식간에 날아든 검은 그림자가 공격을 쳐냈다.
그 사이 한껏 에센스를 복용하고 온 혈겸이었다.
“이랴!”
이용수가 고삐를 당겼다.
부엔디아와 시선을 주고받은 나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장막을 뚫고 지나가기 위해, 김솔이 앞을 향해 방어막을 둘러주었다.
혈겸에게는 추적 거울을 비춰둔 참이다.
잠시 떨어진다고 해도, 실시간으로 이곳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터.
부엔디아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한시라도 사라진 요람을 찾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슈화아아아악!
우리는 반투명한 장막을 안개처럼 해치고 지나갔다.
***
요람도, 본 드래곤도 사라진 자리.
한바탕 소란이 물러간 자리에는 무거운 적막만이 남아 있었다.
프랑코 백작이 장막을 노려보았다.
발목을 붙잡던 사슬은 사라졌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상황.
이제 와 가려고 한들, 부엔디아가 그를 놓아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더욱이, 진혈귀 혈겸이 그를 돕고 있었다.
<본사>를 침범한 죄를 묻기는커녕, 그라디바와 하나가 되는 은혜를 베풀었던 참.
그런데 혈겸은 범죄자 부엔디아의 편에 서서, 백작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었다.
“······혈겸, 이게 무슨 짓이지?”
“스승님, 연구실 옮기겠습니다.”
“네가 감히!”
혈겸이 정체 모를 소리를 지껄였지만, 그 뜻만은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프랑코 백작을 더 이상 선생으로 모시지 않겠다는 것.
더 나아가, 부엔디아의 밑으로 들어가겠다는 소리였다.
주춤주춤.
프랑코 가문의 마법사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부엔디아의 위명을 전해 듣지 못한 마법사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상대의 공격을 역이용하는 부엔디아의 능력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마법사들이었다.
첨예한 긴장이 흐르는 사이.
후우 한숨을 내쉰 부엔디아가 혈겸에게 말했다.
“혈겸, 나도 수업을 하나 하지.”
“무얼 말입니까?”
“유독 극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에는 누군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기 마련일세. 드러난 현상에 놀라기보다는, 이를 통해 상대의 의도를 역으로 읽어내려는 태도가 필요해.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간에······. 그 의도에 ‘해석’을 부여할 수 있게 되거든.”
“예시가 필요합니다, 선생님.”
“저길 보게.”
부엔디아가 슬쩍 고갯짓했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마법진에 붙들린, 늙은 마법사들의 시체가 꼿꼿하게 서 있었다.
“아케인의 원로 마법사들이야. 프랑코 가문의 일원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걸출한 실력을 지닌 마법사들이지. 저들이 왜 저렇게 붙들려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봤는가?”
마법사들의 시체는 모조리 장막 바깥으로 내던져지고 있었다.
유독 이 원로 마법사들의 시체만이 꼿꼿하게 마법진에 붙잡혀 있었던 것.
이를 유심히 지켜본 혈겸이 부엔디아에게 대답했다.
“그라디바에 에너지를 제공해주기 위해서······ 아닙니까?”
“물론 그것도 틀린 해석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라. 내 생각에는······.”
부엔디아가 보랏빛 흑마력을 피워 올랐다.
먹구름처럼 자욱하게 솟은 어두운 연기가 쏜살같이 움직였고, 이내 시체가 되어 서 있던 원로 마법사들의 코를 비집고 들어갔다.
이를 바라본 프랑코 백작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부엔디아!!”
“프랑코 저 녀석의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마녀의 손>은 혼자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구태여 죽은 원로 마법사들의 시체를 여기에 남겨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지.”
꾸드드드득!
꾸드드득!
부엔디아의 손짓에, 죽은 원로 마법사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자위에 보랏빛 흑마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펄럭!
프랑코 백작이 다급하게 손을 치켜들었다.
요람을 피신시키고 남은 <마녀의 손> 네 개.
그 모두를 긁어모아, 부엔디아를 향해 날려 보냈다.
쐐애애애애액!
네 개의 손이 부엔디아의 팔, 다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아예 사지를 붙잡아 찢어버릴 심산.
뾰족하게 솟은 갈고리가 푸른빛을 뿜으며 지척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카아아아앙!
<마녀의 손> 두 개가, 날아오던 다른 두 개를 막아 세웠다.
날카로운 갈고리 두 쌍이 캉캉 소리를 내며, 서로 팽팽하게 힘을 겨루고 있었다.
“무슨······?”
혈겸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마력진에 매달려 있던 원로들의 시체가 되살아나, 하늘로 손을 뻗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부엔디아의 흑마력으로 되살아난 그들이, <마녀의 손>을 조작하고 있었다.
까드드득!
까드득!
<마녀의 손>, 그중 두 개의 통제력을 얻은 것이다.
이를 조작해 줄 원로 마법사들을 사령술로 되살린 것.
프랑코 백작이 뿌드득 이를 가는 중에······.
“너무 화내지 말게, 프랑코.”
“부엔디아! 이놈!”
“아무렴 자네보다야······ 내가 더 마녀와 어울리는 신랑이 아닌가?”
부엔디아가 넌지시 농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