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24)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24화(224/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24화
본사 (4)
224화. 본사 (4)
까드득!
<마녀의 손> 두 쌍이 팽팽하게 힘겨루기하는 가운데.
원로 마법사들이 되살아난 것을 본 백작이 헛웃음을 지었다.
“하! 천하의 부엔디아가 사령술을 쓴다고?”
“그게 뭐가 어때서 그러나. 하수인들에게 정 주는 게 싫어서 자제했을 뿐이지,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흑마법사라 해도, 사령술은 부엔디아의 특기는 아니었다.
부엔디아가 다차원에 위명을 떨쳤던 것은 회로 조작과 해석 능력.
백작은 그런 부엔디아가 원로들을 되살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터였다.
덜걱!
되살린 원로 마법사는 총 네 명.
하지만 힘을 이기지 못했는지, 그중 하나의 목이 뒤로 젖혀졌다.
카가가각!
그 때문이었다.
힘을 겨루던 <마녀의 손> 한쪽이 위태롭게 휘청거린 것은.
슬쩍 고개를 돌린 부엔디아가 혈겸에게 소근소근 이야기했다.
“시체들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오래 버티긴 힘들 걸세.”
<마녀의 손>이 서서히 밀리고 있었다.
아직은 팽팽하지만 언제 그 균형이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
부엔디아가 여전히 소리를 죽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백작의 능력은 염동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대상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야. 우리 같은 사람이나 생명체는 움직일 수 없지. 이곳 <본사>는 유독 텅 빈 공간이니, 녀석의 염동이 통하는 대상은 <마녀의 손>과 저 도형들 뿐일세.”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뭐, 이런 거지.”
슈우우우웅!
때마침 적의 공격이 날아들고 있었다.
프랑코 가문의 마법사들이 발휘한 염동 마법.
화려하게 장식된 구체가 철퇴처럼 두 사람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척!
부엔디아가 하늘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소매를 타고 나온 흑마력이 날아오던 구체를 휘어 감쌌다.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자리에 그대로 멈춰선 구체는 곧······.
슈화아아아악!
콰직! 콰직!
녹슨 표면을 드러내며 사방으로 바늘을 뿜어냈다.
“으아아아아악!”
마법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가슴과 머리를 꿰뚫린 마법사들이 허우적거리며 풀썩 고개를 떨궜다.
끈적한 피가 바늘을 타고 뚝뚝 떨어졌는데, 투명한 구체는 어느덧 끔찍한 고문 장치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감히······! 이곳을 더럽히지 마라!”
이를 본 백작이 고성을 질렀다.
순수 도형들로 이루어진 새하얀 공간에, 어두컴컴한 먹칠을 끼얹은 셈이었으니까.
백작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사이, 부엔디아가 혈겸에게 넌지시 말했다.
“지금처럼 이곳에 있는 도형들에 내 해석을 부과할 걸세. 자네가 그사이 시간을 벌어줬으면 해.”
“그동안 선생님을 지켜드리면 될까요?”
“내 몸은 내가 간수할 테니, 저 늙은이 언데드들이나 지켜주게. <마녀의 손>을 빼앗기면 상황이 귀찮아져.”
“알겠습니다.”
펄럭!
혈겸이 검은 날개를 펼쳐 날았다.
그러곤 원로들을 향해 날아든 입방체를 거칠게 쳐냈다.
마법사들이 되살아난 원로들을 향해 공격을 쏟아붓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정육면체 블록이 공중 위로 치솟았다.
프랑코 백작이 도형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
마력을 할애한 탓인지, 그가 조작하던 <마녀의 손>은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태였다.
“프랑코 가문의 술식이라······. 기대되는군.”
“건방 떨지 마라. 부엔디아.”
평생 천재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부엔디아다.
하지만 그건 프랑코 백작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법과 흑마법.
비록 그 영역은 달랐지만, 둘 모두 자신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후우우욱!
부엔디아의 흑마력이 백작의 육면체로 파고들었다.
백작의 마력이 흑마력을 거칠게 밀어내며 반격했고, 두 개의 힘이 맹렬하게 맞부딪혔다.
푸른빛과 보랏빛.
두 색이 부딪히고 뒤엉키며 새하얀 물꽃이 일었고······.
화아아아아악!
큰 폭발과 함께 사방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
슈우우우웅!
부엔디아가 프랑코 백작을 막아주고 있는 가운데.
나는 김솔, 이용수와 함께 본 드래곤을 타고 요람을 추격하고 있었다.
‘훌리오라고 했던가······.’
그것이 아들의 이름이었다.
그라디바로 아들을 되살리고자 했던 프랑코 백작.
분명 떠나가는 요람을 향해 그렇게 외쳤었으니.
후욱!
후욱!
장막을 뚫고 넘어가는 상황이다.
흐릿했던 입체 도형들의 형상은 상당히 뚜렷해져 있었다.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 법한 장난감부터, 좀 더 성장한 뒤에 필요했을 책, 가방, 공 같은 잡동사니들까지.
마법사 가문이어서 그런지 길쭉한 지팡이가 나타나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아케인 차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이나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모두 훌리오에 관한 기록들이었다.
석판에 적혀 있던 내용들이 이미지로 상연되고 있는 것.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소생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차마 짐작하기 어려웠다.
슈우우우우웅!
또 한 번 장막을 뚫고 지나갔다.
드문드문 요람의 모습이 보였음에도, 이상하게 본 드래곤의 속도로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출하.”
쐐애애애애액!
<로켓>을 쏘아 보내도 마찬가지였다.
사방에 부유하고 있는 훌리오의 기억들.
그 사물화된 기억들이 날아와 <로켓>을 막아 세웠으니까.
꽈아아아아앙!
폭발과 함께 검은 매연이 시선을 가렸다.
그렇게 매연을 뚫고 나가다 보면, 또다시 요람의 꼬리가 밟히는 식의 반복이었다.
‘계속 이러면 곤란한데······.’
이미 한참을 날아온 참이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본사>의 중심에 도달할 터.
그렇게 된다면 부엔디아의 염려대로 그라디바가 깨어날 터였다.
그때······.
-꺄하하하하하!
정체 모를 웃음소리가 귓가를 스쳐왔다.
그리고 동시에, 훌리오의 기억을 이루던 풍경들이 다시금 변화하기 시작했다.
휘리릭!
흐름이 뒤집혔다.
완전한 형태를 갖추었던 사물들.
하지만 그 모습이 다시금 투명한 도형들로 돌아오고 있었다.
‘설마 그새 중심에 도달한 건가?’
슈우우욱!
공간은 쉴새 없이 변화했다.
훌리오의 기억을 지우고 나타난 새로운 풍경은······.
“······체육관?”
낡은 체육관의 모습이었다.
반질반질한 마룻바닥이 지면에 깔렸다.
수십 개의 금빛 트로피가 줄줄이 늘어섰고, 훅하니 땀 냄새가 풍겨왔다.
투우웅!
투우웅!
기다란 형형색색의 로프가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었다.
이용수가 반사적으로 고삐를 당겼고, 본 드래곤이 로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꺄하하하하!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장애물이 나타났다.
체육관의 사물로 탈바꿈한 입체 도형들.
샌드백과 펀칭볼이 무겁고 빠르게 우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쐐애애애애액!
뻐어어어엉!
<추적 배송>으로 공격을 받아쳤다.
<로켓>에 얻어맞은 도형들이 팽그르르 회전하며 바닥에 처박혔다.
또 한 번 로프를 피해 지나가자, 이번에는 네모난 창문 밖으로 <을지 권투 체육관>이라는 낡은 간판이 비쳤다.
“야, 여기!”
김솔이 알겠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건 멸망이 벌어지기 전, 김솔이 다니던 체육관의 이름이었으니까.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쐐애애애액!
슈화아아아악!
상황은 익숙하지 못했다.
복잡한 장애물 사이로, 사물화된 입체 도형들이 끝없이 날아들었다.
우리는 장막을 뚫고, 또 뚫으며 넘어갔다.
이다음 나타난 풍경은······.
슈화아아아아악!
“이제는 질리지도 않네······.”
“너는 여기에 살림이라도 차렸었냐?”
팍스 FC의 물류센터였다.
푸른색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사이로 AGV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체육관에서 샌드백이 날아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도형들이 택배 상자로 변해 우리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슈우우우우우웅!
이용수가 고삐를 당겨 공격을 피했다.
내가 <로켓>을 발사해 상자들을 요격했고, 김솔이 방어막을 둘러 나머지 것들을 처리했다.
콰아아앙!
뻐어어어엉!
그라디바와 꾸준히 공방을 주고받으며, 나는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기억을 읽어서······ 그걸로 장애물을 만들고 있어.’
<악몽>에서와는 또 상황이 달랐다.
그때 계단의 이미지가 우리의 트라우마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면,
이번에는 그라디바가 제 입맛에 맞게 우리의 기억을 헤집고 있었으니까.
‘누구 마음대로 남의 기억을 뒤져?’
우리의 기억을 놀이터로 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라디바와 술래잡기를 하는 것만 같은.
뭔가 생각이 났는지, 김솔이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휘이이이이!
가파른 속도 탓에, 바람에 날린 머리칼이 온통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이거 무슨 비행기 게임 같지 않냐? 날아가면서 미사일 쏘고 하는.”
“무슨 이 와중에······.”
게임을 떠올리는 김솔이 징하기는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배경, 도망치는 적, 자폭하듯 다가오는 장애물까지.
‘놀이’나 ‘게임’이나 크게 다를 건 없을 테니까.
‘다만······.’
문제는 이 ‘게임’이 도대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우리는 그라디바를 쫓으며 <본사>의 무한한 공간을 끝없이 질주하고 있었으니까.
이해를 못 했다는 듯, 이용수가 고개를 빼며 김솔에게 물었다.
“비행기 게임? 그게 뭔데요?”
“아저씨 슈팅 게임 같은 거 몰라요?”
“음······. 일하랴, 애 키우랴 하다 보면 그런 거 할 시간 없어요.”
이용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솔은 어쩜 그런 삶이 있냐며 능청스럽게 눈물을 훔쳤다.
‘그러고 보니······.’
문득 이용수 역시 애 아빠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유정이라는 딸이 있었으니까.
그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본사>를 가득 채우고 있는 훌리오의 사물들.
그것이 훌리오를 되살리는 데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이용수가 고삐를 조이며 대답했다.
“음······. 그런 거 아닐까요? 같은 기억을 공유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게 자기 아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지······.”
점점 더 부활과는 멀어지는 이야기였다.
그라디바에 아들 훌리오의 기억을 그대로 주입시킨다 한들, 그렇게 깨어난 그라디바를 훌리오라고는 할 수 없는 법이었으니까.
더군다나······.
“그게 마음대로 될 리는 없죠. 원하는 기억만 쏙쏙 집어넣어 주는 게······. 애들은 좋은 거든 나쁜 거든 다 그대로 보고 배우는 법이거든요. 손에 잡히는 건 죄다 입에 집어넣고 보는 거랑 똑같아요.”
그라디바가 습득하고 있는 것은 훌리오의 기억뿐만이 아니었다.
기나긴 추격 중에 김솔, 그리고 내 기억까지 습득한 그라디바였으니.
아니나 다를까, 어느덧 주변 풍경마저 이용수의 집의 거실 풍경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그새 이용수의 기억을 흡수했다는 뜻이었다.
‘이미 백작의 아들이라고는······.’
그라디바는 그라디바일 뿐이었다.
우리의 기억과 상상을 모조리 흡수하여 현실화시키는 괴물.
어쩌면 그래서 백작이 우리의 침입에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도 모른다.
아들의 기억을 흡수해야 할 그라디바에게 불필요한 영향을 주게 될지도 모르니까.
물론 지금은 아무래도 틀린 일이었다.
“아니, 근데······. 진짜 언제까지 날아가는 거야?”
김솔이 질린다는 듯 투덜거렸다.
한참을 쫓아갔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본사>의 중심에 도착하지 못했다.
휘이이.
역시나 균일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애당초 중심 따위는 없었던 건가?’
쿠우우우웅!
그때, 앞서가던 요람이 우뚝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