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2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25화(225/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25화
본사 (5)
타아아앙!
채애애앵!
이곳은 서울에 위치한 합참본부.
한강대로에 몰려든 괴물들을 상대로, 한창 전투가 치러지고 있었다.
오크, 고블린, 가고일처럼 익숙한 것들부터, 뭐라고 불러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괴생물체들까지.
슈칵!
팍스FC의 일원들이 괴물들을 상대했다.
백민우가 오러를 씌운 검으로 괴물들의 살을 갈랐고, 강남에서 올라온 송현구가 오크들의 머리를 터뜨렸다.
스릉!
콰지직!
압도적인 무위였음에도, 괴물들은 줄어들 생각이 없었다.
공지도 없이 벌어진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던 탓에, 모두가 심상치 않은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던 터였다.
“아, 아아악!”
“조금만 버텨! 조금만!”
송현구가 악다구니를 쳤다.
오른쪽 방어선이 서서히 밀리고 있었던 탓.
정겸의 지원 덕에 다들 6위계 이상의 척력을 둘렀음에도, 좀처럼 쉽지 않게 느껴지는 싸움이었다.
“아아아아악!”
어쩔 수 없이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김주연과 힐러들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광역 힐러부터 데려와! 이 사람 후송하고!”
지이이잉!
은은한 빛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김주연이 중상자들을 치료하는 사이, 광역 힐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둥글게 치유 효과가 퍼져나간 다음에서야 전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헉······. 허어억!”
“괜찮아요?
송현구와 백민우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김주연이 치유를 걸어주자, 그제야 숨이 트인 송현구가 거칠게 목을 풀었다.
“꺼흑!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랍니까?”
“곳곳에서 포탈이 열리고 있대요. 전국······ 아니, 세계 각지에서요.”
여길 가도 괴물, 저길 가도 괴물이었다.
중국, 일본, 유럽도 상황은 매한가지.
미국을 비롯한 그 밖의 지역 또한 두말할 것이 없었다.
휘이이······.
세 사람이 동시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뻥 뚫린 듯 생겨 있는 텅 빈 공간.
저 공간이 나타나자마자 재앙이 시작되었으니까.
그리고 때마침······.
끼이익!
은색 코란도 차량 한 대가 도착했다.
덜컹 소리와 함께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유성철이었다.
“본부장님!”
“고생이 많습니다, 김주연 씨.”
현장에서 전투를 치르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유성철이 외부의 상황을 전해줄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합참본부와 ‘물류상황실’을 오가며 병력을 지휘하고 있었으니까.
그 또한 하늘에 내다보이는, 텅 빈 공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공간으로 복귀한 사람들 말로는······ <본사>라는 곳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저기 보이는 저 공간이 바로 그 <본사>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고요.”
“저기예요? 지원은요?”
그녀 또한 모르지 않았다.
동생이 최후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걸.
하지만 도와야 하지 않냐는 말에 유성철은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우리 쪽에서 먼저 도우러 갈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를 불러들이기엔 상황이 여의찮은 거겠죠.”
정겸 쪽에서 먼저 포탈을 열어주어야 한다.
혈겸을 조작하는 성겸이 간간이 소식을 전해줄 뿐, 아직은 이렇다 할 지원 요청이 없는 상황.
유성철은 우두커니 하늘에 뜬 <본사>를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잘하고 있을 겁니다.”
모두가 모여 정겸의 승전을 응원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괴물들과 한바탕 전투를 치르던 이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쿠구구구······.
떨림이 전해져 오는 하늘 위.
저곳에서 훨씬 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걸.
***
휘이익!
순식간에 공기가 변했다.
우뚝 멈춰 선 채,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요람.
깊은 꿈속에서, 마치 알아선 안 될 진실을 마주한 것만 같았다.
화아아아악!
빨강, 노랑, 파랑.
요람에서 형형색색의 색채가 쏟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위태롭게 흔들리던 요람이 ‘팍’ 소리와 함께 터져나갔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매연.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훌리오?’
발가벗은 어린아이였다.
프랑코 백작과 조금은 닮은 듯한 얼굴을 한.
하지만 몸 전체가 푸른색 마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정체는 틀림없는 그라디바였다.
스르륵.
훌리오가 휙휙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곤 양손을 들어, 찰흙을 만지듯 허공을 쭈물거렸다.
그리고······.
쿠구구구구!
<본사>의 공간 전체가 큰 진동과 함께 우글거리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악!
등 뒤에 놓인 장막과 눈앞에 놓인 장막.
두 개의 장막이 서로를 마주 보도록 넓게 펼쳐졌다.
나는 그제야 <본사>를 이루던 장막들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장막이······ 포탈이었어?”
거울과 거울을 맞대면 공간은 무한히 증식한다.
포탈에도 역시 무한한 공간이 입체 도형들과 함께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눈앞의 배경을 그대로 복사한 것처럼.
정작 우리의 모습은 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거울 공간 어딘가에서는 프랑코 백작과 싸우는 부엔디아의 모습이 언뜻언뜻 비쳐 보였다.
손에 들고 있던 <추적 거울>이 무색해질 지경이었다.
이용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가 그 <중심>이라는 곳입니까?”
“애초에 그런 건 없었던 모양이에요. 어쩌면 띠처럼 쭉 이어져 있었을지도······.”
무한히 이어지는 공간이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하나로 연결된 순환론적 공간.
이런 장소에 ‘중심’이란 게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쟤는 왜 깨어난 건데?”
“그거야······.”
이미 깨어나 있었다.
그렇게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중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우친 덕분에, 이 지독한 추격전의 비밀이 드러났던 것일지도.
“그래서 모습을 드러낸 거겠지. 더 이상 속일 수 없게 됐으니까.”
슈우우우욱!
슈우우욱!
이러나저러나 그라디바는 깨어났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프랑코 백작의 의도했던 방식과는 달랐다.
백작이 되살아난 훌리오를 중심으로 세계를 정화하고, 새로운 질서로 재편하려 했다면······.
-꺄하하하하하!
‘······지금은 놀이터나 다름없지.’
깨어난 훌리오, 아니 그라디바는 세계 전체를 제 놀이터로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이러나저러나 그것이 지옥이라는 점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편······.
-꺄하하하······.
훌리오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우리가 자신을 쫓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
오히려 방향을 전환한 녀석이 우리에게 조금씩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푸른색 기운으로 뒤덮인 두루뭉술한 얼굴.
그런데도 어렴풋이 놈의 얼굴에 뜬 표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안 와? 좋아, 그럼 이번엔······.
쿠와아아아아아악!
거대한 푸른색의 팔이 나타났다.
본 드래곤을 한 움큼에 쥐어버릴 만큼 거대한 손.
그 손이 뱀처럼 우리를 노리며 거칠게 날아들었다.
-내가 술래할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놈에게 있어 이 모든 건 한낱 놀이에 불과했으니까.
쐐애애애애액!
후우우우웅!
이용수가 급하게 방향을 꺾었다.
푸른색 팔이 아슬아슬하게 본 드래곤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 대신 잡힌 것은······.
콰득!
투명한 입체 도형들이었다.
도형을 붙잡은 손이 훌리오에게 되돌아갔고······.
까드드득!
까드드드득!
입처럼 생긴 괴이한 포탈이 나타나, 도형들을 씹어 삼켰다.
이용수의 말대로, 확실히 일단 입에 넣고 보는 어린애였다.
절대 잡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은 물론.
슈화아아아악!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훌리오를 향해 <로켓>을 쏘아보기도 했지만······.
타아아아앙! 콰아아아아!
거대한 팔이 달려들어 단숨에 <로켓>을 요격했다.
걷어내듯 <로켓>이 제거된 탓에, 훌리오는 물론 푸른색 팔에도 이렇다 할 충격을 주기 어려웠다.
-왜?
훌리오는 그런 표정이었다.
너도 이렇게 하지 않았었냐는 듯 갸웃거리는 녀석.
기껏 장막의 정체가 포탈이었다는 걸 알아차렸음에도, 무한한 공간을 질주하고 있는 것만큼은 다를 바가 없었다.
슈화아아아악!
쿠구구구구!
아니,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번엔 우리가 쫓기는 입장이었으니까.
훌리오의 공격이 거듭해서 이어지는 상황.
참다 못했는지, 김솔이 내 어깨를 흔들었다.
“야, 그냥 들어가 버리면 안 되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아공간으로 들어가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혼자 남은 훌리오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까.
백작을 상대하고 있는 부엔디아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새 놀잇감을 찾아 훌리오가 <본사> 밖으로 나가버릴 수도 있다.
적어도 이렇게 쫓기고 있는 중에는 바깥세상이 안전할 수 있을 터.
-꺄하하하하하!
내 생각은 아는지 모르는지, 훌리오가 즐겁게 웃었다.
‘X’자로 교차해 들어오는 두 팔을 이용수가 가까스로 피해낸 참.
전투기처럼 본 드래곤의 몸을 통째로 뒤집었는데, 당장에라도 토가 쏟아질 것 같았다.
어린아이의 웃음이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그 순수한 악의를 떠올리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그래, 차라리 어린애라면······.’
애라면 놀아주면 그만이다.
그리고 ‘놀이’의 첫 번째 전제는, 아이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방법이 있어.”
“뭐? 뭔데?”
“너 말대로 아공간에 들어가는 갈 거야. 대신, 저놈이랑 같이.”
물론 그라디바는 아공간에 넣을 수 없었다.
곧장 ‘대상이 아니’라는 오류 메시지를 떠오를 테니까.
하지만······.
‘직접 들어오게 하면 되잖아?’
제 발로 들어오는 것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아공간과 똑같은 조건이다.
사람을 비롯한 지적 생명체들을 강제로 수용할 수 없는 조건.
하지만 그들이 직접 들어오는 것이라면, 입장을 허가해주면 그만이었으니까.
나는 곧장 팍스를 불러냈다.
“팍스, 손님 좀 초대하려는데······. 방 하나 비워둘 수 있겠어?”
띠링!
[알겠습니다.] [새로운 섹터를 분할했습니다.] [별개의 입장 권한을 부여할 수 있으며, 시설이나 사물을 임의로 배치할 수 있습니다.]<본사>에서 내내 입체 도형에 고통받았던 우리다.
이번에는 톡톡히 제대로 돌려줄 생각이었다.
“아예 놀이동산 수준으로 지어놔. 부비트랩으로 가득 채워서. 무슨 말인지 알지?”
띠링!
[알겠습니다.] [부비트랩은 인간이나 동물을 살해하고 위해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팍스가 주절주절 말을 이었다.
설명도 좋지만, 지금은 다른 게 더 급했다.
“알고 있으면 됐어.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띠링!
[섹터의 면적을 설정해주셔야 합니다.]“음······.”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10만 평, 아니 100만 평?
어떤 숫자를 불러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니.
끝없는 포탈로 이루어진 <본사>였다.
그에 필적할 만한 크기를 갖추는 편이 좋을 터.
나는 어울릴 만한 단어를 찾아 팍스에게 대답해주었다.
“무한.”
혹시나 싶어 해본 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띠링!
[알겠습니다.]가능하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해당 섹터가 자동 복제, 연결됩니다.] [안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띠링!
[섹터 완성까지 4분 43초 남았습니다.]팍스가 놀이터를 준비하러 떠났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미끼 역할을 하며 훌리오를 단단히 붙잡아둬야 할 터.
뼈로 된 핸들을 잡고 있는 이용수에게 물었고······.
“용수 씨, 잡힐 듯 잡히지 않게······ 아슬아슬하게 버틸 수 있겠어요?”
“그거 재밌겠는데요?”
그가 여느 때처럼 너스레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