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26)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26화(226/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26화
본사 (6)
-꺄하하하하하!
훌리오의 웃음 소리가 지척에서 울려왔다.
투명한 입체 도형들을 휘두르며 단숨에 근접해 오는 녀석.
놈이 근접해 올 때마다 이용수가 재빨리 고삐를 당기며 거리를 벌렸다.
슈우우우우우욱!
이 속도로 얼마를 날았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적응이 된 것인지 멀미가 잦아들었는데, 이번에는 바람에 휩쓸린 얼굴이 화상이라도 입은 듯 따끔거렸다.
달그락!
달그락!
그래도 이용수보다는 나았다.
두 손으로 본 드래곤의 고삐를 불끈 쥔 그.
몇 시간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탓에,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타아아앙!
콰아아아앙!
훌리오의 공격을 방어했다.
김솔의 배리어가 구체를 튕겨냈고, <로켓>으로 격추한 육면체가 연기와 함께 스러졌다.
그제야 이용수가 한숨 돌리는 것 같았다.
띠링!
[섹터 완성까지 29초 남았습니다.]남은 시간은 단 30초뿐이다.
훌리오를 아공간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준비 시간.
5분에 가까운 시간을 무아지경으로 날았는데, 훌리오는 여전히 만연한 미소를 띠며 술래잡기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이 그렇다.
높은 위치에 매달린 물건에 호기심을 갖고, 그 사물이 움직이기까지 하면 말 그대로 환장을 한다.
그것이 우리가 훌리오의 ‘장난감’을 자처한 이유였다.
-꺄하하하하하!
녀석도 우리가 준비한 놀이가 썩 마음에 드는 모양.
하지만 이젠 놀이의 대가를 치를 차례였다.
띠링!
[섹터가 완성되었습니다.]놀이터가 마침내 완성된 참이니까.
“용수 씨,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줄곧 우리를 추격해오던 훌리오다.
안쪽까지 쫓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에, 몇 가지 연출을 가미하기로 했다.
팍스에게 섹터를 준비해놓으라 일렀고, 우리가 향하던 경로 측면에 아공간 포탈을 열었다.
지이잉!
-꺄하하?
훌리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것이 아닌 포탈이 불쑥 튀어나왔으니.
구석에 놓여 있던 널찍한 포탈은 곧 우리를 거칠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슈화아아아아아악!
본 드래곤의 경로가 급격히 틀어졌다.
우리는 타의에 이끌리듯 포탈로 빨려 들어갔다.
이를 지켜본 훌리오는······.
-끼아아!
분노하며 우리를 뒤쫓았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팍스가 마련해준 섹터로 진입하며 마지막으로 본 것은······.
슈우우우욱!
맹렬하게 우리의 뒤를 쫓는 훌리오의 표정이었다.
.
.
.
달그락! 펄럭!
이용수가 재빨리 방향을 조절했다.
마침내 아공간으로 들어왔지만, 속도는 줄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꺄아아!
훌리오가 고성을 지르며 안으로 들어왔다.
뺏기지 않겠다는 듯, 더더욱 우리를 집착하게 된 녀석.
녀석의 진입을 확인한 우리는 곧장 비행을 이어 나갔다.
‘그건 그렇고 여기는······.’
팍스가 준비해준 공간이다.
반쯤은 알아서 만들라 지시한 공간.
섹터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빼곡하게 들이찬 울창한 수림이었다.
주변을 둘러본 김솔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웬 숲을 만들어 놨냐?”
“······나도 잘 모르겠다.”
물론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수풀 사이로 군데군데 철제 선반들이 늘어서 있기는 했으니까.
선반에는 하나같이 그라디바를 상대하기 위한 <로켓>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무기를 숨겨두려고 한 건가?’
큰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팍스에게 맡긴 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공간을 ‘무한’하게 해달라는 요구만큼은 제대로 반영이 된 덕에, 광활한 숲 지대를 멈춤 없이 내달릴 수 있었다.
화아아악!
똑같은 풍경이 계속해서 반복됐다.
팍스가 다음 이어질 장소들을 그때그때 이어서 만들어 주고 있는 것.
실시간으로 공간이 생성되는 걸 보고 있자니, 마치 거대한 컴퓨터 그래픽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꺄하하하하!
훌리오는 여전히 꺄르르 웃음을 지으며 날아왔다.
하지만 모종의 위화감을 느낀 것인지, 곧 주변을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콰아아아아앙!
-끼아아아아아악!
발사된 <로켓>이 마침내 녀석을 타격했다.
훌리오는 추격을 멈추지 않았지만, 얻어맞은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에 몸서리쳤다.
‘여긴 너네 집이 아니니까.’
내가 입장을 허락한 것은 훌리오뿐이었다.
입체 도형들은 단 하나도 들어오지 못했는데, 무기가 사라진 탓에 무방비하게 내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로켓>들이 위로 솟구쳤고······.
쉬릭! 쉬이익!
훌리오에게 가차 없이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끼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훌리오가 데굴데굴 몸을 굴렀다.
폭격의 효과가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녀석의 푸른 몸에 선명한 실금이 가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
휘이이······.
훌리오의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곧, 바람 소리와 함께 소름 끼치는 적막이 느껴졌다.
멍한 표정으로 우리를 쫓아오던 훌리오는······.
화아아아악!
갑자기 양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섹터 곳곳에 수십 개의 포탈이 생겨났다.
지잉! 지이잉!
‘······이 안에서까지 쓴다고?’
이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녀석이 <본사>에서 포탈을 다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기는 철저히 내 능력으로 이루어진 아공간이었으니까.
하지만 각성 능력의 근원답게, 녀석은 내 아공간에서조차 포탈을 생성하고 있었다.
사락.
사라락!
사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숲에 생성된 훌리오의 포탈에서 무언가 튀어나오고 있는 것.
그것은······.
-크르르르······.
-쿠와아아아악!
온통 괴물, 또 괴물이었다.
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흉측하게 녹아버린 외양.
발을 절뚝이고, 껑충 가지를 튀어 오르며, 놈들이 끔찍한 모습을 드러냈다.
휘이익!
염동력을 발휘한 훌리오가 괴물들을 집어 올렸다.
그리고······.
뻐어어어어엉!
-카아아아악!
괴물들을 방패 삼아 날아오던 <로켓>을 막아냈다.
양옆을 완전히 둘러막았다.
그 탓에, 연거푸 공격을 쏟아부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애꿏은 괴물들의 피만 빗물처럼 숲으로 떨어질 뿐.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 와중에도 훌리오는 미친 듯이 포탈을 열어젖혔다.
타차원의 괴물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나왔고, 울창한 수림을 짓밟고, 불태우고, 오염시키며 병균처럼 창궐했다.
‘······확실히 달라졌네.’
녀석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이건 더 이상 놀이나 오락 따위가 아니라는 걸.
낯선 장소에 들어와, 느닷없이 <로켓>까지 얻어맞은 훌리오.
놈은 이제 원초적인 즐거움이 아닌, 맹렬한 분노와 혐오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변화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저건?’
숲에 생겨난 수십, 수백 개의 포탈.
그로부터 낯익은 황금빛 생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끗끗!
-끄으으읏!
그 정체는 다름 아닌 게이트 핵이었다.
둥그스름한 몸체에, 눈코입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녀석들.
훌리오가 포탈을 생성하면서 자연스레 함께 생겨난 것이 틀림없었는데, 그제야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게이트핵과 그라디바라······.’
천연한 웃음을 띠며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게이트 핵들.
그 근원이 다름 아닌, 순수함의 극치인 그라디바였음을.
-끗끗끗!
-끄으으으읏!
게이트 핵들이 천연덕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숲을 질주했다.
포탈을 타고 나온 괴물들이 그 뒤를 바짝 뒤쫓았다.
그리고······.
-카아아아아악!
-끗끗!
촤아아아악!
괴물들이 게이트핵을 덥석 붙잡았다.
둥그스름한 몸체를 그 자리에서 찢어발겼고, 노란 액체가 번쩍번쩍 숲으로 튀어 나갔다.
황금빛으로 물든 아공간 섹터의 숲.
그 위로, <로켓>에 맞은 괴물들의 피가 후두둑 점을 찍으며 떨어졌다.
-꺄하하하하하!
괴물들은 살의에, 게이트 핵들은 웃음에 휩싸여 있었다.
훌리오가 불러들인 존재들은 웃고, 서로를 죽이며 광란의 카니발을 벌였다.
“역겨워······.”
김솔이 입을 틀어막았다.
나로서도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
이용수는 못 본 채 본 드래곤을 모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슈화아아아아악!
훌리오가 다가오고 있었다.
장난감이고 뭐고, 모조리 부숴버리겠다는 듯이.
두르고 있는 고기 방패 탓에, <로켓>은 그저 놈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어쩌지?’
놈을 이곳 섹터에 가둬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포탈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건, 언제든 제힘으로 여길 빠져나갈 수 있다는 소리니까.
지금이야 화가 잔뜩 올라 우리를 추격하고 있지만, 우리가 없다면 훌리오 역시 곧장 밖으로 빠져나올 것이 분명했다.
결국, 훌리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로켓>뿐.
하지만 지금으로선 <로켓>을 날린다 한들, 놈의 ‘고기 방패’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때······.
펄럭.
낯익은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왜 여기에······?’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베로니카의 흡혈귀들이었다.
심지어 그들의 손아귀에는 엘프, 또는 드루이드들이 꼭 한 명씩 들려 있었다.
펄럭.
개중 하나가 빠르게 본 우리에게 접근해 왔다.
검은 날개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엘리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팍스가 불러서 왔어요!”
“팍스가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섹터에 자유롭게 사물을 채워 넣으라 했던 터.
팍스는 사물뿐만 아니라, 흡혈귀들과 엘프들, 드루이드들을 골라 섹터에 집어넣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저 숲은······.
“전부 다 세계수예요!”
엘리가 대답했다.
그러곤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듯, 기다란 장궁을 들어 올렸다.
팽팽한 시위에 새하얀 ‘위계 화살’이 에너지 형태로 생성됐다.
“잠깐만요! 그거 안 통할 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세계수가 울창한 곳에선 위력이 다르니까!”
피이잉!
엘리가 시위를 놓았다.
새하얀 화살이 훌리오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지만······.
퍽!
녀석이 두른 고기 방패에 가볍게 가로막혔다.
훌리오 또한 가당치도 않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우리를 추격해 올 뿐이었다.
하지만······.
까드드드득!
-꺄아?
놈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위계 화살에서 뻗어 나오기 시작하는 나무줄기.
훌리오의 고기 방패 사이사이로 두꺼운 줄기가 파고들었고······.
빠드드득!
훌리오로 향하는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출하!”
반사적으로 <로켓>을 쏘아 보냈다.
<로켓>이 구멍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파고 들어갔고······.
쐐애애애애애액!
뻐어어어어엉!
훌리오를 성공적으로 타격했다.
몸서리치는 녀석의 비명을 들으며, 엘리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위계 화살을 장전한 엘프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 준 구멍 사이를 <로켓>이 연달아 파고들었다.
그리고 곧,
펄럭! 펄럭!
또 하나의 검은 날개가 다가왔다.
이번에는 드루이드들의 족장 핀드릭이었는데, 그는 오자마자 우수에 찬 표정으로 함께 온 전력들을 둘러보았다.
“······여긴 참 놀라운 공간입니다. 우리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 주니까요.”
이곳 아공간 섹터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분명 그런 뜻일 터였다.
사방에 깔린 세계수 덕분에 엘프와 드루이드들 모두 힘을 되찾았을 테니.
하지만 핀드릭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닙니다. 이렇게 다 같이 함께 싸우게 된 걸 이야기하는 거지요. 우리는 모두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그걸 연결해 준 것은 정겸 대표님 당신, 그리고 이곳 물류센터지요.”
의도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그저 멸망에 발버둥 치며, 이곳저곳을 쏘다녔을 뿐이었으니까.
아공간을 중심으로 함께 연결되었던 나의 일행들.
이번에는 반대로······.
‘······그런가.’
그들이 내게 다리를 놓아준 셈이었다.
펑! 펑!
훌리오를 타격하는 <로켓>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