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27)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27화(227/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27화
본사 (7)
타앙!
혈겸이 마법사들의 공격을 쳐냈다.
원로 마법사들을 노린 입체 도형을 걷어낸 것.
팽그르르 튕겨 나가는 원뿔을 보며 프랑코 백작이 분노를 토해냈다.
“혈겸! 감히 네놈이 나를 우롱해?”
부엔디아의 편에 선 혈겸이다.
믿었던 제자였던 만큼 실망이 컸던 모양.
물론 그가 생각하는 사제 관계란 일반적인 상궤를 벗어난 것이었다.
얌전히 훌리오의 제물이 되란 소리였으니까.
“나는 네가 원하던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그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줄도 알아야지!”
퍼엉!
퍼버벙!
백작의 호통과 함께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가 조작하던 도형에서 부엔디아의 ‘해석’이 충돌한 것.
푸른빛과 보랏빛에 뒤섞이던 도형은 마침내 공중에서 폭발해버렸다.
부엔디아가 당연하지 않냐는 듯, 백작을 쏘아붙였다.
“뭔 개소린가 백작? 사상의 차이는 제자가 성장했다는 증거이거늘, 축하해 주지는 못할망정······.”
“그 입 닥쳐라, 부엔디아!”
“자식 키우기도 마찬가지일세. 어찌 자식이 부모 마음대로만 자라겠는가?”
“···이익!”
퍼버벙!
퍼어엉!
공중에서 폭발하는 두 개의 도형.
부엔디아가 구태여 백작의 속을 긁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백작의 마음을 읽을수록, 더 쉽게 그의 마법을 파고들 수 있었으니까.
백작이 흔들리는 것은 혈겸 때문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훌리오를 태운 요람이 장막 안으로 사라져버린 것.
그리고 부엔디아의 방해로 인해 아들을 쫓아가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때, 한 가지 이변이 일어났다.
“그렇지, 그거다! 훌리오!”
장막 안쪽에서 마력 파장이 쏟아져 나왔다.
그라디바가 깨어났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실로 위압적인 파장이었다.
‘······귀찮게 됐군.’
부엔디아는 눈을 찡그렸다.
그라디바가 깨어난 것은 물론, 이를 감지한 프랑코 백작 또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으니.
애써 그의 불안을 파고들던 부엔디아로서는 맥 빠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내내 부엔디아의 조롱에 시달렸던 탓일까?
백작이 개운하다는 듯, 묵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제 그만해라, 부엔디아. 제 삶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간 아이다. 이제야 모든 걸, 아니 더 크게 물려줄 때가 되었는데······. 끝까지 찬물을 끼얹어야만 직성이 풀리겠나?”
백작은 흥분에 싸여 있었다.
상대의 감정을 파악해야 하는 부엔디아로서는 중요한 정보인 셈.
마법사들, 그리고 백작과의 공방을 팽팽하게 가져가면서도, 부엔디아는 넌지시 질문을 덧붙였다.
“뭘 물려주겠다는 거지?”
“말 그대로 모든 것이다. 모든 게 훌리오의 손아귀로 들어가게 될 테니까.”
부엔디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백작의 계획대로 그라디바가 성장하게 된다면, 모든 차원과 모든 존재를 집어삼키게 될 터.
단 하나의 구분도 없는, 정말 말 그대로의 ‘모든 것’이었다.
쐐애애애애액!
타아앙! 타앙!
연거푸 공격이 날아들었다.
프랑코 백작이 염동력으로 집어 던진 도형들.
재빨리 부엔디아가 ‘해석’을 부여했지만, 모든 충격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콰아아앙!
아직은 도형에 불어넣은 ‘해석’이 불완전했다.
해석의 근간이 될, 백작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탓.
가까스로 충격을 완화하고 있자니, 백작이 회한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훌리오가 죽은 건 내 탓이었다. 내가 가문에서 제대로 세력을 잡지 못했던 때, 불필요한 견제에 휘말려 그 어린 것이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죽어야 했지. 부엔디아, 나는 녀석에게 위대한 프랑코 가문을 통째로 물려주고 싶었다.”
“······조카를 직접 죽인 것도 그런 이유인가?”
“물론이다, 프랑코 가문의 후계자는 하나면 충분하니까.”
하지만 상황이 변하면서 백작의 소원 또한 변했다.
훌리오가 죽었고, 백작은 프랑코 가문이 아닌, 이 세계 전체를 물려주기로 결심했다.
조카, 루도비코 프랑코의 죽음은 그 사이에 벌어진 사소한 분풀이 불과했다.
뜨드드드득!
흑마력이 주입된 도형이 한껏 삐걱거렸다.
백작의 염동력이 부엔디아의 ‘해석’을 받아치고 있는 것.
아들 훌리오의 부활 소식이 전해지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할 때마다, 백작이 다루는 염동의 힘 또한 강해지고 있었다.
‘미치광이 마법사 같으니······.’
부엔디아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투는 물론, 그와의 논쟁에서도 지고 싶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후우우우욱!
그 어느 때보다도 두꺼운 흑마력을 투사하며, 부엔디아가 공격을 받아쳤다.
“뭘 그렇게 물려주려고 안달이 난 건지 모르겠군. 아들이 죽어 슬픈 건 이해하지만, 나는 지금껏 자네만큼 미숙한 부모는 결코 본 적이 없어. 무엇보다······.”
“뭐야?”
“지금 깨어난 그라디바는 자네 아들이라 할 수 없네. 자네도 모를래야 모를 수 없을 텐데.”
출렁.
백작의 공격이 순간 주춤했다.
부엔디아의 말이 그의 의념에 작은 파장이 일으킨 것.
피식 웃음을 띄운 부엔디아가 공격을 뿌리치며 말을 이었다.
“죽은 자식의 애먼 기억을 불어넣고······. 비슷한 물건들로 대충 던져놓으면 훌리오가 돌아올 거라 생각했나? 저게 훌리오의 기운으로 느껴지느냔 말이야. 멍청한 작자 같으니······.”
휘이이이이······.
그라디바의 강력한 마력이 파도처럼 떠밀려 왔다.
부엔디아의 말마따나, 순수함과는 실로 거리가 먼 흉흉한 기운이었다.
지이이이잉!
드드득! 드드드득!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주변을 감싸던 장막이 급격히 변화했다.
안과 바깥이라는 방위가 소멸했고, 텅 빈 공간을 사이로 두 개의 거대한 포탈이 거울처럼 자리 잡았다.
무한히 펼쳐진 공간 한쪽에는 도무지 훌리오라고는 할 수 없는, 주변의 영향을 무작위적으로 흡수한 어린 그라디바의 모습이 푸르스름하게 비쳐있었다.
“같은 환경을 주더라도······ 아이는 서로 다른 선택과 경험을 쌓아가며 성장하기 마련이지. 완벽히 똑같은 사물 또한 존재할 수 없을진대, 사람은 오죽하겠나.”
“시끄럽다, 부엔디아! 나는 훌리오를 위해 모든 걸 준비했고, 완성했다.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건 내 아들이 될 수밖에 없어!”
“······모순 그 자체군.”
부엔디아는 더 이상 맞받아치지 않았다.
백작의 의식을 필요한 만큼, 충분히 흔들었으니까.
척!
부엔디아가 손을 높게 들었다.
그러곤 돌연, 흩뿌려 둔 흑마력을 단숨에 거둬들였다.
그가 뜻 모를 듯한 말을 홀로 중얼거렸다.
“일치와 유형은 개념의 산물이지, 실존하는 것이 아니야.”
슈우우욱!
슈우우우욱!
보랏빛 흑마력이 새어 나왔다.
부엔디아의 손에서가 아닌, 주변에 놓인 도형들로부터.
심지어는 프랑코 백작과 마법들의 마나 하트에서조차 흑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지독한 역병에 걸린 것만 같았다.
“마법 또한 상상의 힘일 뿐이지. 그것이 무력한 몽상에 지나지 않음을 유감없이 배웠으면 하네.”
와그작!
달달달달!
파창! 파차창!
투명한 도형들에 변화가 나타났다.
형태가 구겨지고, 불안하게 요동쳤다.
일부는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또 일부는 그 자리에서 유리창처럼 깨져나갔다.
마법사들이 사이에서는 경악이 터져 나왔다.
“캐, 캐스팅이 안 됩니다!”
“제길! 속성 마법 쪽으로 돌려!”
“마찬가지입니다! 아예 발동이 안 됩니다!”
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나 하트가 흑마력에 의해 오염되어 버린 것.
부엔디아가 꾸준히 방대한 양의 흑마력을 흘려 넣은 결과였다.
“이이익······!”
프랑코 백작만큼은 끝끝내 흑마력에 저항했다.
철저한 아집과 고집으로 부엔디아의 생각에 맞선 결과였다.
“환경이 다가 아니라고? 웃기지 마라, 부엔디아! 너도 배경만 있었다면 그 꼴로 살아가진 않았겠지! 내가 모를 것 같나?”
“꽤 오래된 일을 알고 있군. 영광인걸.”
부엔디아의 태생 또한 아케인이었다.
빈민으로 태어나 마르케스로 적을 옮겼을 뿐.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면, 너 또한 흑마법사가 아닌 마법사로 이름을 날리지 않았겠냐는 반박이었다.
백작의 주장의 타당성은 나중의 문제였다.
중요한 건 그의 마력이 일관성을 되찾았다는 것.
부엔디아의 흑마력을 뿌리치고, 다시 마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내가 말했잖은가. 자네 생각대로 될 리가 없다고.”
백작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라디바의 마력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었으니까.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하게 망가진 채로.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이 들려왔다.
영락없는 훌리오의 목소리.
자식의 비명을 들은 백작의 표정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슈화아아아아악!
겹겹이 늘어서 있던 포탈들이 결합했다.
아니, 정확히는 합쳐졌다기보다는 뭉개졌다.
평평했던 표면이 늪처럼 찐득해졌고······.
철벅! 철벅!
정체 모를 존재가 그 표면을 허우적거렸다.
백작은 단숨에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훌리오!”
훌리오는 죽어가고 있었다.
정겸의 <로켓> 세례에 맞아 도망쳐 나오고 있었던 것.
투명한 푸른색이었던 몸에는 오색찬란한 빛깔이 선명하게 멍 자국처럼 드리워 있었다.
“꺄아아악! 꺄하아아아아악!”
훌리오는 자유자재로 포탈을 넘나들 수 있었다.
그럼에도 늪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리는 녀석.
정겸의 <상품회수>가 훌리오를 잡아당기고 있다는 사실을, 부엔디아는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프랑코 백작이 바로 행동에 나섰다.
“훌리오! 이리 오너라!”
마력을 끌어모았다.
염동력으로 힘껏 훌리오를 끌어당겼다.
<마녀의 손>까지 동원해,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다.
그와 동시에······.
푸욱!
“커헉!
날카로운 손 한 쌍이 백작의 배를 찔렀다.
원로들이 부리던 <마녀의 손> 두 개가 자유를 얻은 것.
기어코 훌리오를 끌어당긴 백작이 뚝뚝 피를 흘리며, 만신창이가 된 아들을 받아들었다.
텁!
그가 시뻘건 손으로 훌리오의 얼굴을 마주 잡았다.
헐떡거리는 숨에 따라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너는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너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꺄하악! 꺄아아······!”
진짜 부자 관계는 아니었다.
녀석은 진짜 훌리오가 아닌, <본사>에 잠들어 있던 그라디바였을 뿐이니까.
하지만······.
“훌리오, 분노해라! 자격이 없는 자들이 우리의 힘을, 권력을 탐내는 것을!”
백작이 뿜어내는 강렬한 정념.
훌리오의 기억이 그 정념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쿨럭, 피를 쏟은 프랑코 백작이 훌리오의 얼굴을 더욱더 강하게 붙잡았다.
“응징하고 벌해라! 나는 너를 그럴 자격이 있는 존재로 키웠다. 너에게 그럴 권한과 힘이 있다는 걸······ 다차원의 모든 존재가 알도록 해!”
“어어으어······.”
훌리오는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백작의 손가락이 패일 듯 훌리오의 얼굴을 파고들었다.
훌리오의 전신이 백작의 염동력에 강하게 붙들렸고, 녀석을 구하기 위해 날아든 <마녀의 손> 또한 훌리오의 양 어깨를 구속하듯 붙잡고 있었다.
훌리오는 백작의 정념을 빠르게 흡수했다.
녀석을 이루고 있던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완전히 새롭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어으어······. 아아아아!?”
훌리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빠르게 가속화되는 제 몸을 보며, 공포에 질릴 뿐.
백작이 왜 이러는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부우욱!
꾸드드드득!
훌리오의 몸이 기이하게 변형되었다.
더 이상 순수함이라 볼 수 없는 기괴한 몸체.
하지만 이를 본 백작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피를 튀겼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그게 아니야!”
훌리오는 그의 뜻대로 성장하지 않았다.
백작이 잘못 전달한 것도, 훌리오가 거부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주사위를 던진 것처럼, 자연스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어졌을 뿐.
털썩.
백작이 좌절하듯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그게 아니······.”
툭.
그의 머리가 바닥을 찍었다.
구속이 풀린 훌리오의 팔이 휘청거리며 떨어졌고······.
찰박.
바닥에 흥건하게 쏟아진 피를 튀겼다.
그리고, 훌리오의 몸이 기이하게 비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