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28)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28화(228/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28화
본사 (8)
훌리오가 아공간을 탈출한 직후.
나는 김솔, 이용수와 함께 곧장 녀석을 따라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새파랗게 질린 마법사들의 얼굴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한 곳에 몰려 있었다.
‘저건······?’
두두둑!
틀림없는 훌리오였다.
어느새 어른처럼 훌쩍 키가 자라난 녀석.
“······.”
녀석이 백작의 시체를 들어 올렸다.
두 손이 아닌, 염동력을 사용한 움직임.
그래서인지 죽은 백작의 시체가 유난히 더 가볍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허헉!”
쿠드득! 쿠득!
그대로 집어삼켰다.
시체가 훌리오의 몸에 스르륵 녹아들어 간 것.
프랑코 가문의 마법사들이 경악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나타난 포탈이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 의미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부엔디아였다.
쿠구구구구······!
“놈이 우릴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거야! 피해야 하네!”
“이런!”
즉시 <상품회수>로 일행들을 끌어당겼다.
정체 모를 인력이 느껴졌지만, 다행히 아직은 내 아공간 포탈의 힘이 더 강했다.
하지만······.
“히이이익!”
“사, 살려줘!”
프랑코 가문의 마법사들은 상황이 달랐다.
저항할 새도 없이, 그라디바의 푸른 몸이 그들을 집어삼켰으니.
한편······.
‘감히 누가 누굴 먹어 치우려고.’
나 또한, 역으로 훌리오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너, 한번 들어왔었잖아?”
원래대로라면 그라디바는 아공간에 수용할 수 없다.
오류 메시지에 따르면 애당초 ‘대상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녀석은 내 아공간에 들어왔던 ‘등록’된 존재였고, 덕분에 <상품회수>로 끌어당기는 것이 가능했다.
슈화아아아아악!
-그어어어어어어!
놈이 거칠게 몸을 비틀었다.
끌려가고 싶지 않다는 듯, 불쾌함을 내비치는 훌리오.
하지만 아직은 내 <상품회수>의 힘이 더 강한 시점이었다.
녀석이 염동을 발휘해 제 몸을 붙들었지만······.
드드득······.
조금씩 내 포탈 쪽으로 끌려올 수밖에 없었다.
.
.
.
돌아온 장소는 아공간 섹터의 숲이었다.
<로켓>으로 훌리오에게 결정타를 날렸던 곳.
달그락! 탁!
이용수의 본 드래곤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태웠다.
김솔과 부엔디아도 함께 타고 있었고, 날개가 있는 혈겸은 직접 날아서 움직였다.
-키에에에엑!
-카아아악!
섹터 안에는 아직 훌리오가 불러들인 괴물들이 남아 있었다.
엘프와 드루이드, 그리고 흡혈귀들 덕분에 상당수가 퇴치된 상태.
엘프들과의 협공은 분명 효과적이었지만, 똑같은 싸움을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그걸론 못 죽여.’
녀석은 그라디바 중에서도 유독 특별했다.
<로켓>에 피해를 입는 건 분명했지만, 끝끝내 숨이 끊어지지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문제는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틀림없이 다시 빠져나가려고 하겠지.”
부엔디아도 같은 점을 염려하고 있었다.
앞서 한차례 탈출에 성공했던 녀석.
포탈을 여닫을 수 있는 만큼, 아공간만으로 가둬둘 수 없을 테니까.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기에, 나는 팍스에게 질문을 하나 건넸다.
“만약에······. 이 안에 있는 물건을 한 번 더 아공간 능력으로 수용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처음에는 단순한 착상이었다.
아공간과 아공간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심연.
그거라면 저 그라디바를 가둬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발상.
오래지 않아, 팍스의 대답이 들려왔다.
띠링!
[새로운 아공간에 수용됩니다.]“새로운 아공간이라는 건······. 섹터와는 다른 개념인 건가?”
띠링!
[그렇습니다.] [바깥으로 언제든 연결되는 섹터와는 달리, 새 아공간은 현재 위치한 아공간에서만 통행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사용에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다행히 기대했던 효과가 맞았다.
방과 방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감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아공간 수용은 <쇼퍼홀릭>이나 <상품 회수>와는 달리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다.
레벨 업마다 딱 하나씩만 주어지는 능력이었으니까.
“레벨 업 진행해.”
띠링!
[알겠습니다.] [14레벨을 달성했습니다.]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였다.
무한에 가까운 차원 계좌의 잔고만큼이나 그랬다.
계획은 간단했다.
무한정 레벨을 올려, 훌리오를 무한정 수용하는 것.
아공간의 가장 깊숙한 곳을 만들어, 녀석을 처박아 두는 것이었다.
슈우우우우웅!
때마침, 훌리오가 도착했다.
<상품회수>로 인해 결국 안으로 끌려들어 온 것.
녀석은 프랑코 가문의 마법사들을 모조리 흡수한 상태였는데, 거인처럼 변한 몸 위로 마법사들의 피부와 옷가지, 넥타이가 껍질처럼 뒤덮여 있었다.
녀석이 고성을 내질렀고······.
-그아어어어어어어!
“팍스, 집어넣어.”
나는 작게 읊조렸다.
하지만,
띠링!
[대상 지정에 실패했습니다.] [다시 시도합니다.]띠링!
[대상 지정에 실패했습니다.] [다시 시도합니다.] [대상 지정에······]‘······이건 또 뭐야?’
붉은색 오류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전과는 내용이 달랐다.
그때는 아예 ‘대상이 아니’라고 딱 잘라 이야기했었으니까.
이를 방증하듯, 팍스 또한 훌리오를 수용하기 위해 시도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아아아아아아아!
훌리오가 울부짖었다.
이제는 거인이 된 녀석이 숲 위로 우뚝 섰다.
그러곤 이번에는 숲에 깔린 괴물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우욱!
-케에에에엑!
-끼이익! 끼익!
산 것, 죽은 것 가리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거대해지는 놈의 몸집을 보며, 부엔디아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안 집어넣어지는 겐가?”
“네, 대상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뜨네요.”
“불순물 때문이야. 먹어 치운 것들로 제 존재를 가리고 있어.”
훌리오가 두른 살점은 독특했다.
산 것과 죽은 것이 뒤죽박죽으로 뒤엉킨 껍질.
그 껍질을 불순물로 삼아, 아공간에 수용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불순물을 걷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부엔디아가 큰 목소리로 내게 외쳤다.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면 말해주게. 내가 전달해 줄 테니!”
부엔디아는 흑마법으로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
숲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엘프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터.
내가 계획을 이야기하자, 부엔이다가 엘프들에게도 그 내용을 공유해 주었다.
그렇게······.
슈우우우우웅!
이용수가 모는 본 드래곤이 공중을 가로질렀다.
훌리오와는 한층 더 가까워진 거리.
괴물들을 흡수한 탓인지, 놈의 인력(引力)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크흡!”
달그락!
이용수가 가까스로 균형을 맞췄다.
그 사이, 신호를 받은 엘프들이 화살을 장전했다.
그리고······.
피잉!
핑!
파바바박!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수십 발의 화살을 훌리오의 껍질에 일렬로 꽂아 넣었다.
화아아아악!
화살에 담긴 자연력이 만개했다.
크고 작은 수천, 수만 가지의 뿌리가 훌리오의 껍질을 파고들었다.
뿌득!
뿌드드드득!
이전처럼 커다란 구멍을 만들 수는 없었다.
훌리오의 힘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약간의 틈 정도는 벌릴 수 있었다.
쩌억.
소리와 함께 훌리오의 껍질이 벌어졌다.
“······!”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순간의 푸른빛을 놓치지 않았다.
“팍스, 집어넣어.”
그리고······.
후두둑!
훌리오의 껍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본체를 잃은 허물이 그대로 힘을 잃고 내려앉은 것.
우리는 그대로 포탈을 열고 들어갔다.
녀석의 수용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
.
.
-그어어어어!
훌리오의 울음이 들려왔다.
흰 지평선이 끝없이 이어지는 텅 빈 아공간.
처음 능력을 각성했을 때의 기억이 물씬 피어올랐다.
‘······아직 남아 있군.’
훌리오는 여전히 껍질을 두르고 있었다.
아직 불순물이 남아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점은 놈의 몸집이 현저히 작아졌으며, 뿜어내던 기세 또한 상당히 약화되었다는 점이었다.
‘뭐, 상관없지.’
녀석을 훨씬 더 깊은 곳에 가둘 계획이었으니까.
펄럭!
이용수가 본 드래곤의 고도를 낮췄다.
시선을 주고받은 김솔과 부엔디아가 훌쩍 땅으로 뛰어내렸다.
후우욱!
부엔디아가 뿜어낸 흑마력이 훌리오를 속박하는 사이.
김솔이 양손에 배리어를 두른 채, 훌리오의 몸을 한달음에 타고 올라갔다.
그러곤 특유의 괴력을 발휘해 놈의 머리를 뒤로 꺾었다.
뿌득!
“야, 됐다!”
목은 부러지지 않았다.
그저 푸른색 속살이 비쳐 보였을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했다.
나는 즉시 레벨을 올린 뒤, 이어서 팍스에게 지시했다.
“집어넣어.”
띠링!
[알겠습니다.]후두두둑!
훌리오의 형상이 무너졌다.
부엔디아가 휘청거리는 김솔을 흑마력으로 받아주었다.
이용수와 함께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곧바로 새 포탈을 타고 들어갔다.
.
.
.
이번에도 풍경은 똑같았다.
훌리오의 체구가 평범한 성인 남성 수준까지 줄었다.
그럼에도 녀석은 여전히 껍질, 즉 불순물을 두르고 있었다.
펄럭!
달그락! 텁!
본 드래곤이 두 손으로 훌리오를 붙잡았다.
녀석이 몸을 비틀었지만, 저항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빠져있었다.
이용수가 지게차를 몰듯, 본 드래곤으로 훌리오의 허리를 잡았고······.
“하나, 둘!”
자신도 모르게 기합을 질렀다.
이에 반응하듯, 껍질이 파사삭 뜯어졌다.
사이로 푸른빛이 드러났다.
나 또한 레벨을 올렸다.
그리고······.
“집어넣어.”
녀석을 한 번 더 채에 걸렀다.
.
.
.
더이상 껍질은 없었다.
푸른 빛으로 발가벗은 훌리오가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
녀석이 공포에 질린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까진가.’
아직 불순물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벨을 올렸음에도, 더 이상 아공간 능력이 발동되지 않았다.
어쩌면 부엔디아의 말마따나 능력을 과하게 사용한 탓에, 각성 능력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크게 고민하지 않은 채, 훌리오에게 바짝 다가갔다.
잔뜩 겁에 질린 녀석이 내 발걸음에 흠칫 몸을 떨었다.
“······.”
불순물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라디바가 거대한 에너지라면, 불순물은 그 에너지를 움직이는 정념이었다.
훌리오의 경우엔 프랑코 백작의 강렬한 정념이 그 단초가 되었던 것.
‘불순물이 감정, 또는 정념이라면······.’
물리적으로 걷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를 빤히 마주 보는 푸른색 존재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
“무슨 생각해?”
훌리오, 아니 그라디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감정이 녀석으로부터 전해져왔다.
첫 번째는 열등감이었다.
포탈을 여닫고, 염동력으로 물체를 움직이던 그라디바.
사실상 녀석은 나와 유사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툭.
녀석의 몸에서 덩어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거무튀튀하게 얼룩진 찐득한 살점 덩어리.
그럼에도 아직 뭔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
그것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녀석의 감정이었다.
텅 빈 장소에 홀로 내던져진 존재가 품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감정.
한참이고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재차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너는 외롭지 않아.”
“······?”
“사물은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니까.”
그라디바는 사람이 아니다.
그라디바의 본체는 마석이고, 마석은 사람들의 상상력이 응결된 것.
사람들이 형성한 가치가 물화(物化)된 것에 불과했으니까.
물론 사람은 마치 사물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호수 위에 뜬 종이배가 사뭇 외로워 보이는 것처럼.
그리고 이것이 정확히 그라디바가 움직이고,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알겠지? 그러니까 너는 외로울 수가 없는 거야.”
녀석이 나를 빤히 마주 보았다.
‘그럼 너는?’이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나? 나는 외롭지.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외로울 수밖에 없거든.”
나는 바닥에 떨어진 ‘열등감’과 ‘외로움’을 주워들었다.
그라디바에게서 걷어낸 마지막 정념, 그러니까 마지막 불순물이었다.
“이건 내가 가져갈게.”
그라디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영롱한 푸른빛의 구체로 돌아갔다.
소리 소문도 없이, 다시 보니 그런 형태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