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3화(23/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23편
(어둠 속으로 (3))
“···이럴 수가 있나?”
기사왕이 심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죽어 돌아온 두 번째 기사, 라이오넬이 사념으로 전한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아이템을 가진 마법사가 침입했습니다.’
마법사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그웨인을 죽인 것이 놈이었으니까.
한데···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니?”
구태여 아이템에 연연하지 않는 마법사들이다.
무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월등한 힘을 자랑할 수 있으니까.
하위계 마법사들일수록 아이템 사용 자체를 치욕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그 말은 반대로···
“최소 6위계는 된다는 건데···”
아무리 마법사라 한들, 충분한 경지에 오르면 작은 완드 하나쯤은 장난감처럼 들고 다니게 된다.
6위계 마법사에게 템빨을 운운하는 멍청이는 차원 전체를 뒤져도 찾아볼 수 없으니.
하지만 기사왕은 납득할 수 없었다.
왜 아케인의 고귀한 마법사가 갓 개척이 시작된 미개한 차원을 찾아온단 말인가?
더욱이, 서로 알 것 다 아는 사이에 왜 멀쩡한 남의 사업장에 와서 훼방을 놓는단 말인가?
“말도 안 되지. 라이오넬이 잘 못 본 게 분명해.”
후우욱!
기사왕은 카멜롯의 망령들을 흩어 보냈다.
수수께끼 같은 침입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탄식을 뱉었다.
“···진짜였다고?”
망령들이 발견한 것은 새카맣게 구워진 사체였다.
개척을 위해 기르던 유체(幼體) 상태의 뱀파이어들.
아끼던 놈들의 죽음에 망연자실할 겨를도 없었다.
아무리 유체라 해도 준 8위계에 달하는 녀석들이었으니까.
적어도 평범한 수준의 적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뼈가 바싹 말라 들어가는 듯한 긴장감이 기사왕을 엄습했다.
그리고···
“······”
망령들의 시선이 추가적인 증거를 포착했다.
신비로운 푸른색을 내뿜는 촘촘한 창살.
난생처음 보는 생김새에, 용도조차 예상이 안 가는 흉물이었지만··· 그것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아이템’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망령들을 통해 카멜롯의 대사를 따라 움직이는 푸른 ‘포탈’을 발견했을 때···
그는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포탈은 조작계 마법사들의 전유물이었으니.
“아···”
기사왕은 그제야 깨달았다.
아케인 차원의 미치광이가 깽판을 치러 왔다는 사실을.
잠시 우두커니 서 있던 그가, 한 원혼을 불렀다.
“란슬롯.”
“예, 주군.”
“너를 소환해야겠다.”
란슬롯의 혼이 빙글 돌며 만류했다.
“상공회의소가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란슬롯의 소환 등급은 자그마치 7위계.
상공회의소의 제한에 맞추기 위해 8위계까지 등급을 깎아 먹은 기사왕, 자신보다도 강했다.
명백히 금지된 일이었지만,
더 이상 기사왕에게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이미 강을 건넜다. 전 재산을 때려 부었는데··· 이대로라면 이걸로 죽나, 저걸로 죽나 똑같아.”
기사왕의 뼈가 떨렸다.
“대화할 의지조차 없는 놈이다. 이곳 카멜롯의 수확을 날름 가로채려는 게 분명해. 보나 마나 제 차원에도 알리지 않고 들어왔겠지.”
만일 그렇게 된다면 기사왕은 크나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상공회의소는 그런 ‘손실’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존재가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죄악.
그것이 모든 차원 존재들이 이해하는 손실의 의미였으니까.
“···알겠습니다.”
란슬롯이 무겁게 동의했다.
기사왕이 남은 세 명의 해골기사들을 불러들였다.
트리스탄, 모드레드, 퍼시발까지.
그리고···
서컹!
단칼에 이들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렇게 나온 세 개의 강화석.
이들에게 투자했던 마석의 손실이 어마어마했지만, 기사왕은 눈물을 머금고 이를 감수했다.
그러곤, 그 모두를 란슬롯 하나에게 쏟아부었다.
“나와라.”
쿠구구구···
허공에서 빚어지는 저주받은 갑옷.
그 안으로 세 개의 빛이 스며들었다.
이윽고, 붉은 안광을 내뿜은 란슬롯이, 자신의 주군 앞에 부복했다.
“위대한 카멜롯의 주인이시여. 명령을 내리십시오.”
기사왕은 다시금 망령들의 시선을 전달받았다.
드드드···
저주받은 카멜롯 성의 출렁임.
죽은 유체 뱀파이어들의 사체를 카멜롯이 게걸스럽게 씹고 있었다.
출렁이는 석벽과 계단의 움직임 속에서, 무심히 휩쓸리고 있는 푸른 포탈이 눈에 들어왔다.
놈이 향할 곳은 정해져 있었다.
카멜롯을 상징하는 가장 신성한 장소이자, 탐욕스러운 배설부이기도 한 곳.
‘마법사’는 포탈을 타고 바로 그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펄럭!
기사왕이 망토를 휘날렸다.
“가자, 아케인 차원의 벌거숭이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
“따르겠습니다.”
두 해골은 그렇게 나란히 걸음했다.
***
뱀파이어들의 사체는 더 이상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꾸물꾸물 움직이는 성채에 의해, 갈가리 찢기며 조각이 났기 때문이다.
반면 아공간 포탈만큼은 그러한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면역이었기에, ‘소화’의 최종 과정에서 따로 내뱉어졌다.
그렇게, 우리가 떨어진 곳은 원형 돔 천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간이었다.
출구와 가까워졌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 꽤나 먼 거리를 이동했다는 사실만큼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공간은 거대한 성당의 예배당과도 같은 모양새였는데, 다만 으레 성당에서 보일법한 화려한 장식이 없는 음침한 아치형 골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낸 공간이었다.
“어디···”
일단은 먼저 포탈 밖으로 빠져나왔다.
고고한 회당 사방으로 길이 뻗어있었으므로, 마땅한 출구가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려던 찰나···
쿠구구구···
거대한 석벽이 벽돌을 달그락거리며 진동했다.
가장 움직임이 심한 곳은 천장이었다.
네 개의 반구로 둘러싸인 정중앙의 돔.
그 가운데가 움찔움찔 꿈틀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흰색 막대기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달그락!
탁탁!
달그라라락!
그리고 마지막으로,
터엉!
유난히 뾰족한 송곳니가 달린 두개골이 소리를 울리며 떨어졌다.
분명, 우리가 잡아낸 뱀파이어들의 유골이었다.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이 그저 평범한 성이 아니라는 것.
어쩌면 일종의 생명체에 가까우며, 피와 살점을 포식한다는 것.
이쯤되자, 기사왕이 이 성을 어떻게 활용하려던 것인지 얼추 짐작되기 시작했다.
“이 새끼···”
거대한 성벽, 그리고 마지막 하늘을 덮은 뚜껑까지.
이곳은 영락없는 가마솥이었다.
기사왕은 성으로 둘러싸인 수십만의 시민들로 국을 끓일 작정이었던 것이다.
작은누나 김솔을 포함해서.
‘진짜 아공간에 넣어버려야 하나···?’
최후의 수단으로, 그런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을 찰나였다.
또각.
또각.
멀찍이서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목소리와 함께.
“천하의 아케인이라는 이름이 울겠군. 이런 구멍가게까지 찾아들 정도라니···”
입구 한쪽에서 유유히 걸어오는 두 명의 해골.
놈들이 입고 있는 갑옷에서 특유의 절그럭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나는 투구에 기다란 푸른 천을 매달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검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망토를 두른 녀석이 이 성의 주인, ‘기사왕’이라는 걸.
놈이 말했다.
“한 가지 묻자. 고명하신 마법사께서 대뜸 돈독이 올랐다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다 이거야, 그런데 남의 영업장까지 와서 깽판을 치는 건 대체 무슨 이유지?”
아케인, 마법사, 영업장까지.
놈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지껄이고 있었다.
“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아무리 아케인에서 왔다 해도··· 나도 이제 뒤가 없는 상황이니까.”
대답할 수 없었다.
뭐라도 아는 내용이 있어야 말을 할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놈의 심기를 자극한 모양이었다.
“말조차 섞기 싫다 이건가? 젠장··· 너희 마법사들이 그렇게 잘났어?”
갑자기 놈이 폭발했다.
정확히 뭐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이 외계인 놈들 사이에서도 학벌 차별, 인종 차별, 고향 차별 등등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사람 사는 곳 다를 바가 하나 없었다.
놈이 펼치는 일인극이 절정에 다다랐다.
“···너는 오늘 여기서 죽는다. 농담처럼 들리지? 같은 8위계끼리면 질래도 질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거기까지밖에 생각하지 못한 게 네 실수다.”
후우.
한숨을 몰아쉰 기사왕이 말했다.
“죽여라, 란슬롯.”
“예, 주군.”
탁!
해골 기사가 투구의 푸른 끈을 휘날리며 날아들었다.
카아앙!
놈의 검격을 포탈로 막아내자, 멀찍이 지켜보던 기사왕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황당하군. 포탈 결계를 방어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이번에는 내 공격이었다.
<다중 출하>를 이용해 네 개의 포탈을 모두 가동했고, <추적 배송>을 이용해 수십 개의 불타는 볼링공을 란슬롯을 향해 출하했다.
화르륵!
매서운 불길이었다.
하지만···
슈슈슈슉!
슈슉!
텅!
타아앙!
타탕!
놈은 매서운 속도로 주먹을 휘둘러, 단 한 번의 타격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건틀릿 위로 [점화]의 은은한 잔불이 어렸지만, 그뿐이었다.
여전한 위세를 뽐내는 놈은 앞서 상대한 두 명의 기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자였다.
그때였다.
“잠깐···!”
기사왕이 다급히 수하를 멈춰 세웠다.
란슬롯 또한 휙 하니 제 주인의 곁으로 되돌아갔다.
기사왕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마법사가 아니구나?”
드디어 들켰다.
놈은 뼈다귀를 부르르 떨어가며, 기적이라도 본 듯 중얼거렸다.
“설마 인간인가?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양의 아이템을···”
아이템.
아무래도 불타는 볼링공을 이야기하는 모양이었다.
강화석을 사용한 물건이라 뭐가 다르다 싶긴 했었지만, 그게 기사왕의 눈길을 끌 줄은 미처 몰랐다.
기사왕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꽃밭을 거닐 듯, 주변에 널린 수십 개의 불꽃을 두런거리면서.
놈의 시선이 내게 도착했다.
기억났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눈빛.
전역을 한 달 앞두었을 즈음, 날 보던 행정보급관이 분명 저런 눈을 하고 있었다.
해골에게 눈 따위는 없지만서도.
놈이 말했다.
“너, 아이템을 복제할 수 있구나. 그렇지?”
들켰다.
딱히 숨긴 적은 없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놈은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 이런 미친 축복을 보았나! 인간··· 네가 지금 어떤 능력을 얻은 건지 알기나 해?”
몰랐다.
가족들을 데리고 이 더러운 성을 떠나고 싶을 뿐.
그저 저 까다로운 란슬롯을 어떻게 치워야 할지 머리를 굴리던 참이었다.
놈이 내게 제안했다.
“너, 나와 동업하자. 내 말을 들어보면, 분명 너에게도 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될 거다.”
놈이 저벅저벅 회당의 기둥으로 걸어갔다.
그러곤 기둥을 탕탕 두드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마치 전문하사가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 직업인지 설명하기 위해 혀를 놀리는 행보관의 모습이었다.
“네가 아이템을 복제할 수 있다면, 나는 이 카멜롯을 이용해 강화석을 생산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나? 우리가 손을 잡는다면 무한으로 강화된 아이템을, 무한으로 찍어낼 수 있게 된다는 거지!”
“오···”
제법 구미가 당겼다.
무한히 찍어내는 건 이미 하고 있는 일이지만, 강화석이 보충된다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물론, 더 높은 등급의 아이템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
“뭐, 중간에 인신공양 과정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강화석을 얻을 수 있는 마당에 그게 대수는 아니다.”
“아···”
그건 별로였다.
아무리 강화석이 필요하다 한들, 무고한 사람들을 갈아 넣어서까지 얻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내 굳은 표정 때문일까.
놈의 기색에서 은은한 살기가 돌았다.
당연한 이야기다.
제안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강요라고 보는 편이 맞았다.
전력의 우위를 확인한 이상, 놈은 나를 제압해서라도 제 구미에 맞는 노예로 쓰려할 테니까.
나는 표정을 풀곤, 놈에게 물었다.
“이 카멜롯이라는 성··· 제대로 통제할 수 있겠나? 멋대로 나까지 먹어 치우면 곤란할 텐데.”
“흐흐··· 촌놈답게 귀여운 걱정이구나. 걱정 마라, 이 카멜롯 또한 ‘아이템’이니까. 식탐이 많은 놈이기는 하지만 주인의 통제에 벗어나지는 못해.”
내 불안을 덜어주려는 것일까, 기사왕이 말했다.
“오히려 너는 더 안전해질 거다. 이제 이 카멜롯에 속한 기사들이 너를 지켜줄 테니.”
놈이 옆에 선 란슬롯의 갑옷을 텅텅 두드렸다.
그 든든함을 너도 한번 느껴보라는 듯이.
과연, 카멜롯의 기능은 비단 강화석을 생산하는 데에만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마주한 해골기사들.
그들 모두가 바로 이 카멜롯의 주민이었다.
놈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이제야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군. 잘 생각했다. 너의 능력과 이 카멜롯만 있다면··· 다차원의 모든 마석을 쓸어 담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
그의 장밋빛 사업 설명회가 결론을 맺었다.
나는 고개를 파묻었다.
거칠게 어깨를 들썩거리며, 밀려드는 세찬 감동을 느끼며.
그 모습이 영 이상해 보였는지, 카멜롯의 왕이 내게 물었다.
“···왜 그러느냐?”
“···기사왕.”
내가 덧붙였다.
“사업 아이템··· 눈물 나게 고맙다···”
“···뭐?”
즉시 요청했다.
“팍스, 카멜롯을 아공간에 넣어줘.”
Kinnooo
2/2 enemy bases stol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