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3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35화(235/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35화
외전 6화. 청사진
투우웅!
얇은 막이 진동하며 주먹을 밀어냈다.
충격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느낌.
“무턱대고 공격했으면 꽤 위험했겠는데?”
“그렇습니다, 주군.”
란슬롯이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에도 기사들이 오러를 이용해 방어막을 공략했던 모양.
하지만 충격이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탓에, 결국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란슬롯이 천천히 턱을 쓸었다.
“그 느낌이 마치······.”
“위계랑 느낌이 비슷하던데. 나보다 높은 위계를 공격하는 것 같은.”
“맞습니다. 정확히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수준까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다.
나보다 높은 위계를 둘렀다는 사실만 막연히 추측할 뿐.
긁어 부스럼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대로 남겨두는 것 또한 위험부담이 있었다.
내가 공녀에게 물었다.
“다른 포탈은 모두 다 확인했다고 했죠?”
“네, 맞아요. 관리국 시스템으로 출입을 통제해 놓은 상황이고······.?남은 건 이것뿐이에요.”
전후 처리의 거점으로 활용되어야 할 관리국이다.
그 중심에 정체 모를 포탈을 남겨두는 것 또한 찜찜한 일.
우리는 고심 끝에, 결국 포탈의 위계를 벗겨내기로 마음먹었다. 그 방법은······.
“분명 다이치가 쓸 만한 강아지를 하나 입양했었는데······.”
남의 집 반려견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다이치에게는 재판소에서 잡아 온 삼두견이 있었으니까. . . .
방긋한 미소와 함께, 다이치가 관리국에 도착했다.
“정겸 님!”
소년미가 묻어나는 앳된 얼굴.
그와는 대조적으로 온몸을 뒤덮은 문신이 목까지 선명하게 올라와 있었다.
몸 안에 삼두견을 잘 봉인해 두고 있다는 뜻이었다.
“요즘 일본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요. 엘프분들이랑 정화 작업도 한창이고요. 그리고······.”
일본의 각성자들은 최근 바다를 청소하고 있었다.
한때 유신각성회가 주변 해안을 심각하게 오염시켰던 탓.
그 노력 덕분인지, 부산에서 간간이 물고기 떼가 지나다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참이었다.
주절주절 근황을 늘어놓던 다이치다.
이제야 생각이 났는지, ‘아 참!’ 소리를 내며 내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어쩐 일로 부르셨나요?”
“강아지를 좀 빌렸으면 해서요.”
“아, 삼삼이 말씀이시군요!”
그새 이름까지 지어준 모양이다.
머리 세 개 달린 괴물이 쓰기엔 지나치게 귀여운 이름.
녀석이 필요한 것은 포탈의 위계막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분명 위계를 찢을 수 있다고 했었지.’
차원재판소의 장서보관소를 지키던 녀석이다.
실제로 확인한 적은 없지만, 부엔디아의 말에 따르면 위계를 찢어먹을 수 있다고.
물론 한 가지 조건 더 필요했다. 다이치가 녀석을 길들여두었어야 할 테니까.
당시에만 해도, 다이치의 봉인 능력으로 강제로 잡아두었던 녀석이었다.
“통제 할 수 있겠어요?”
“그럼요, 삼삼이가 요즘 얼마나 말을 잘 듣는데요.”
다이치는 잘 키운 자식을 소개하듯 줄줄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곤 위계막을 뜯어내야한다는 말에 자신감 있게 삼두견을 불러냈다.
“나와, 삼삼아!”
“크루와우어우어컹커엉컹컹!”
봉인의 풀려난 삼두견이 맹렬하게 짖었다.
머리 셋이 번갈아 짖는 탓에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
아예 입질을 하려는 삼두견을 다이치가 단호하게 다그쳤다.
“떽! 그러면 못 써!”
슈와아아아아악!
다이치가? 삼두견을 도로 빨아들였다.
그러곤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곧바로 다시 녀석을 꺼내놓았다.
“커컹쿠로아아카캉!”
“씁!”
같은 과정의 반복이었다.
입질을 계속하는 ‘삼삼이’와 봉인을 거듭하는 다이치.
레벨업과 훈련의 성과로 지친 기색이 없는 다이치와는 달리, 봉인이 거듭될수록 삼두견은 빠르게 지쳐갔다.
결국······.
“끼잉······. 낑······.”
“옳지. 예쁘다, 우리 삼삼이.”
‘삼삼이’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뭐가 말을 잘 듣는다는 거야.’
과정이 어쨌든 통제에 성공했다.
삼두견이 다이치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 것.
줄곧 심통한 표정을 짓고 있던 녀석이었지만, 위계막 앞에 다다르자 돌연 표정이 바뀌었다.
“크르르르······.”
타닥! 녀석이 발돋움을 했다.
그러곤 가운데 머리가 위계막을 거칠게 물어뜯었다.
지이이잉!
위계막이 거칠게 저항했다.
단단한 파장이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공격을 가한 삼두견에게 충격을 반사하기까지.
“깨행! 깽!”
삼두견이 고통스럽다는 듯 입을 뗐지만, 이번에는 왼쪽 머리가 곧장 이빨을 들이밀었다.
까득!
타악!
삼두견의 두꺼운 다리가 지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곤 위계막을 향해 세 개의 머리가 번갈아 가며 공격을 감행했다.
타아앙!
타앙.
위계막은 거칠게 공격을 밀어냈지만, 공격을 반사하는 과정에서 빈틈을 노출했다.
첫 번째는 몰라도, 두 번째, 세 번째 머리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으드드득!
‘이거다’ 싶은 소리가 들려왔다.
삼두견의 입에 물려, 질긴 위계막이 길게 찢어진 것.
그것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삼두견은 목을 좌우로 비틀며 위계막을 갈가리 잘라냈다.
“됐다, 삼삼아. 이제 돌아와!”
다이치가 삼두견을 불러들였다.
낑낑 소리와 함께 녀석의 형체가 가루로 날려 사라졌다.
다이치의 몸은 또다시 새카만 문신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이건······.”
위계막을 걷어낸 참이다.
숨어 있던 포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
하지만 자세히 살펴본 결과, 그것의 정체는 결코 포탈이 아니었다.
반투명한 위계막에 가려, 둥그스름한 타원의 모양을 띠었을 뿐.
‘······거울?’
완벽하게 평평한 은색 표면이었다.
정체 모를 파장으로 인해 테두리가 우글거릴 뿐, 외양은 아무리 봐도 둥그스름한 전신거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웬 거울이 여기에······?”
다들 의아한 표정이었다.
관리국의 심부에 덩그러니 거울이 하나 놓여있는 것이니.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모습이 안 비치네요?”
공녀가 거울에 가깝게 얼굴을 가져갔다.
폐허가 된 관리국의 풍경이 선명하게 깔렸지만,?거울 어디에도 공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와 다이치, 아우렐과 카멜롯의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거울은 마치 유령이라도 되는 양, 우리의 모습을 철저히 외면할 뿐이었다.
‘차라리 포탈이 아니라서 다행이려나······.’
그 부분만큼은 긍정적이다.
또 다른 상위 차원과 연결되어 있었다면 한바탕 전투를 치러야 했을 수도.
차차 시간을 두고, 거울의 정체를 파악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주, 주군!”
란슬롯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기사들과 아우렐이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고, 공녀 또한 반사적으로 날개를 펼쳤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내 시선을 스쳐 지나갔다.
“······뭐야?”
쉬이이이이이익!
그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
나는 그제야 거울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잠······ 깐······.”
대응할 새도 없었다.
은색 물결이 내 주변을 뒤덮을 뿐.
그렇게, 나는 거울 속으로 속절 없이 빨려 들어갔다.
.
.
.
휘이이······.
널찍한 공간이었다.
눈앞에는 방금 지나온?거울이, 마치 통로처럼 열려 있었다.
“다들 놀랐겠네.”
거울에는 일행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내가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간 탓에 경악으로 가득 찬 표정.
하지만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듯, 그들의 얼굴은 차가운 조각상처럼 굳어져 있었다.
구하러 오지는 못할 것이다.
밖에서는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으니.
다행히 거울이 그대로 열려 있어, 원한다면 언제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좀 둘러보기라도 할까?”
어차피 다들 멈춰있는 상황이다.
걱정을 끼칠 일도, 기다리게 할 일도 없다는 것.
그제야 나는 천천히, 나를 집어삼킨 이 미지의 공간을 탐색해 보기 시작했다.
“뭔가 익숙한데······. 진열해 놓은 것도 그렇고.”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정사각형 모양의 진열장이었다.
유리처럼 투명했지만, 그 재질이 무엇인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아니나 다를까, 진열장에는 구, 입방체, 원기둥, 원뿔 등등, <본사>에서 보았던 입체 도형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스윽.
입방체 하나를 꺼내 들었다.
진열장과 마찬가지로 투명한 재질이었는데, 당연히 이번에도 용도를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이게 전부인가?’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도형이 전시된 진열장과 거울이 마주 보고 있는 공간.
그 너머로는 광활한 공백만이 끝없이 이어져 있을 뿐이었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없었지만······.
‘잠깐······.’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내 자신의 변화였다.
서서히 퇴화하던 각성능력으로부터,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으니까.
“출하.”
슈우우우우웅!
축구공 하나를 발사했다.
그렇게 빠르지만은 않은 느긋한 속도.
늦지않게 이번에는 농구공 하나를 추가로 출하했다.
슈우우욱! 타아앙! 쏜살같이 발사된 농구공이 먼저가던 축구공과 부딪혔다.
<추적 배송>이 속도 조절과 함께 성공적으로 적용된 것.
두 개의 공이 텅 빈 바닥에 각각 튀어 올랐다.
근래에는 할 수 없었던 정밀한 묘기였는데, 능력의 컨트롤이 돌아왔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나는 흰 바닥을 데구르르 굴러가는 두 개의 공을 공연히 바라보았다.
‘······이 공간의 특성인 거겠지.’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거울로 들어온 것 외에는 다른 변수가 전혀 없었으니까.
물론······.
“······별 의미는 없겠지만.”
밖으로 돌아가면 이전처럼 똑같이 퇴화가 진행될 것이다.
잠깐이나마 능력이 회복된 것은 반가웠지만, 그렇다고 사라진 팍스가 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이 안에서는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다, 그 단편적인 사실만 확인했을 뿐.
“일단 다시 나가볼까.”
구경은 끝났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입방체를 주웠고, 그대로 진열장 앞으로 돌아갔다.
꺼낸 입방체를 원래 자리에 그대로 돌려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라?”
진열장에는 여전히 입방체가 처음처럼 진열돼 있었다.
마치 그사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진열된 것과 손에 잡힌 것, 두 입방체를 번갈아 보던 나는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이거······.’
텅 빈 공간과 진열된 사물.
그리고 그 사물이 무한히 복사되는 것까지.
나는 그제야 이 거울 속 공간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아공간.”
그것이 이곳의 정체였다.
***
“주군!”
“정겸 씨!”
주변으로 일행들이 몰려들었다.
거울로 인해 놀랐을 뿐, 모든 것이 그대로인 상황.
안에서 확인한 대로, 밖에서는 시간이 멈춰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어디 안 다치셨습니까, 주군?”
“괜찮아. 별일 없었어.”
나는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은 여전히 우리를 외면한 채, 싸늘한 사물의 모습만을 담았다.
그 안에는 부서지고, 그을린 포탈 관리국의 황폐한 풍경이 적나라하게 비쳐 있었다.
“······.”
그저 폐허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 폐허에서 무언가 배워야만 했다.
포탈 관리국이 사라진 자리에는, 머지않아 차원 정거장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니까.
그런데, 하나 더 하고 싶은 게 생겼다.
“내가 안에서 생각을 해봤는데 말야.”
“예, 주군.”
내 말에 란슬롯이 반응했다.
다른 일행들 또한 덩달아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내 바람은 이들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다차원의 모든 만민들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이었다.
“여기에 슈퍼마켓을 하나 차려야겠어.”
그것이 내 청사진이었다.
거울 속에 새 물류창고를 만드는 것.
그러니까, 팍스FC의 대대적인 이전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