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4)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4화(24/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24편
(카멜롯의 기사들 (1))
카멜롯 성의 정체,
그리고 기사왕의 목적을 알고 나니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어졌다.
아껴두었던 3레벨에서의 보상.
그 보상으로 바로 이 카멜롯으로 택했다.
카멜롯.
생명을 대가로 자원을 만드는, 그야말로 악독한 물건이지만···
‘그런 기능이야, 안 쓰면 그만이지.’
놈의 말마따나 이 성이 ‘아이템’의 일종이라면, 새로운 소유주가 될 내 뜻에 따라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혹여나 기사왕과의 모종의 연결이 있다 하더라도, 포탈을 통해 외부와의 에너지가 차단될 터.
기사왕으로부터 카멜롯을 오롯이 빼앗을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쿠구구···
진동이 일었다.
“윽···!”
잘 익은 기사왕의 김장독, 카멜롯.
그 달달하고 새콤한 맛을 느끼며, 나는 잠시 찾아드는 격통을 힘껏 견뎌냈다.
한편, 기사왕은 허둥지둥 정체 모를 불길한 기분을 느끼며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떴을 때.
화아악!
우리는 찬란한 정오의 태양을 마주했다.
빛을 머금은 도시.
카멜롯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치워낸 그 도시가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기사왕이 텅 빈 눈동자로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서울 한복판을 감싸던 흉물스러운 김장독을 치웠다.
아니, 항아리째로 삼킨 참이었다.
놈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서 소유권 자체가 사라졌음을 알아차린 듯했다.
“내 카멜롯이! 전 재산을 태워 산 내 카멜롯이!”
놈의 버럭 소리를 조롱하듯, 붉은 망토가 펄럭였다.
쏟아진 태양은 초췌한 도박 중독자들을 일깨우는 카지노의 새벽빛과도 같았다.
“미천한 9위계 노예 따위가··· 감히! 당장···”
스릉!
기사왕이 검을 뽑아, 내게 달려들었지만···
카앙!
누군가가 그 공격을 막아 세웠다.
은빛 갑주에 싸인 낯선 등짝.
투구에 달린 푸른 천이 크고 널찍한 등을 타고 내려왔다.
기사왕이 황망한 소리를 흘렸다.
“······란슬롯?”
“무엄하구나. 카멜롯의 주인께 예를 갖추어라.”
기사왕의 명을 받들던 해골기사 란슬롯.
그가 이제는 나를 주군으로 섬기고 있었다.
카멜롯의 소유권이 온전히 내게로 넘어왔다는 증거였다.
“란슬롯! 이 배은망덕한 새끼가!”
카아앙!
명색이 ‘기사왕’의 공격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란슬롯에게는 전혀 상대가 되질 않았다.
란슬롯이 여유롭게 칼을 주고받으며 내게 물었다.
“주군, 이 자를 어찌 처분할 것인지,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죽여라.”
무고한 사람들을 항아리에 담가 먹으려던 놈의 계획이 떠올랐다.
그것이 제 재산을 불리기 위함이었다는 것까지.
살려 줄 이유가 없었다.
“존명.”
란슬롯이 대답했고,
휘릭!
곧장 기사왕의 목이 날아갔다.
파삭!
재차 란슬롯이 놈의 척추를 짓밟았다.
재생의 중추를 파괴하기 위해.
순식간에 자신의 옛 주인을 처치한 란슬롯은···
철컥!
놈의 사체에서 꺼내온 전리품을 들고 내 앞에 부복했다.
사태의 해결부터 원흉의 처치까지.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
.
.
정작 전리품을 받아들었을 땐, 어쩐지 아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게 다인가?”
‘기사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란슬롯의 손에는 노란빛을 띠는 강화석 단 한 개만 놓여 있을 뿐이었으니까.
그때, 팍스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정겸 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현재, 차원 계좌가 개방되었습니다.]“···차원 계좌?”
[기사왕의 차원 계좌가 란슬롯에게 소유 이전되었습니다.] [더불어 란슬롯의 소유자가 정겸 님으로 확인되어, 정겸 님이 차원 계좌 명의 소유자로 최종 확인된 상태입니다.]“그게 뭔데···?”
팍스는 머나먼 친척 어른의 부고를 알리는 변호사처럼, 덤덤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직 내게 받을 것이 있다는 듯이.
[차원 계좌는 각성 시스템을 통해 차후 개방될 기능이었으나, 현재 소유 이전으로 인해 조기 개방된 상태입니다.] [계좌 내역을 확인하시겠습니까?]상황은 이랬다.
기사왕 할아버지께서 내게 물려주신 건···
황량한 카멜롯 성뿐만이 아니었다.
“···얼마나 들어 있길래 그래?”
미처 몰랐다.
내게 사업 아이템을 넘겨주신 기사왕 할아버지.
[마석 3,086개입니다.]그가 사업 자금까지 물려주고 가셨을 줄은.
***
나는 우선 란슬롯을 데리고 아공간으로 돌아왔다.
새로 들어온 카멜롯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괜히 원래 있던 공간이랑 섞이지 않으면 좋겠는데.”
카멜롯을 얻었지만, 마냥 좋아하기엔 일렀다.
그 크기가 쓸데없이 클뿐더러, 인신 공양이라는 불길한 기능 또한 찜찜하기 짝이 없었다.
물류센터의 창가를 두리번거렸다.
새로 들어선 카멜롯 성이 배경을 채우고 있을 테니.
하지만···
“어딨지?”
아무리 둘러봐도 성벽 같은 건 아무 데도 보이질 않았다.
그때, 함께 들어온 란슬롯이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어두운 회색빛을 띤, 무미건조한 생김새의 왕관.
분명, 카멜롯이었다.
란슬롯이 말했다.
“이게 카멜롯의 원래 크기입니다. 단, 주군께서 원하시는 크기로 설치하실 수 있죠.”
“아··· 그런 거였어?”
그제야, 아이템 ‘카멜롯’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카멜롯]등급: [유니크]
설명: [저주받은 기사들의 궁전입니다. 원하는 크기로 설치할 수 있으며, 크기에 비례하는 설치 비용이 소모됩니다.]
속성: [특수]
옵션:
-내부에 담긴 생명력을 ‘숙성’, 또는 ‘착취’하여 강화석(랜덤)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망령 소환]-카멜롯의 망령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기사 서임]-망령을 해골기사로 서임할 수 있습니다. 관련 비용이 소모됩니다.
—-
카멜롯의 크기 설정을 통한 [피의 제사].
의외로 전략적인 활용이 가능한 아이템이었다.
작게 만들어 소소한 이득을 노리거나, 아니면 크게 만들어 한탕을 노려보거나.
다시 말해···
“기사왕이 욕심이 그득했구나···”
“그렇습니다.”
서울을 뒤덮은 장엄한 크기는 기사왕의 탐욕에 비례하는 것이었다.
단, 그것마저도 공짜는 아니었다.
“크게 만들수록 마석이 더 많이 든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기사왕이 세웠던 건 얼마나 들었었어?”
“저도 확실하게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못해도 수만 개는 사용했을 겁니다.”
어마어마한 액수.
과연 전 재산을 털었다는 기사왕의 말이 허풍은 아니었다.
“딱히 클 필요는 없어. 괜히 불편하기만 하지.”
강화석이 탐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사왕처럼 사람을 떼거리로 모아다 바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더욱이, 란슬롯에 따르면 나중에 거둬들였다가 다시 설치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설치할 때마다 비용이 새로 들기는 하겠지만.
물론, 지금과 같은 왕관 크기로는 부족하긴 했다.
아공간에 새로운 입주민이 생긴 참이니.
란슬롯에게 물었다.
“너희가 지낼 정도 되려면 얼마나 써야 하지?”
“아··· 그 정도 크기라면 300개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이제는 나의 수하가 된 란슬롯.
더욱이 카멜롯에는 아직 기사로 서임되지 않은 ‘망령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누나들이나 이용수까지는 별 문제 없겠지만, 그의 아내 오지수나 딸 유정이가 본다면 까무라칠 게 분명했다.
하여, 나는 카멜롯을 아공간에 딸린 유령의 집 정도로 안배해둘 생각이었다.
“좋아. 그럼 그 정도로 하지.”
위치는 국통사 위병소의 옆쪽이었다.
물류센터에 직접 닿지는 않지만, 거리상으로는 가까운 곳.
두 누나와 이용수는 우리가 성을 빠져나왔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새 건물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기꺼이 준공식에 참여해주었다.
란슬롯의 설명에 따라, 바닥에 마석 300개를 뿌려놓고는 그 위로 왕관 크기만 한 카멜롯을 던져두었다.
꾸물꾸물.
서서히 생물처럼 움직이던 카멜롯은···
우적우적!
게걸스럽게 마석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곤 땅속으로 자취를 감추더니···
드드드···
이내 아래로부터 성벽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기사왕 때보다 훨씬 작아서인지, 자라나는 속도가 한결 빨랐다.
쿠구구궁.
어느덧 그렇게 완성된 카멜롯 성.
내가 세운 성은 고풍스러운 유럽식 고성도, 미니어처처럼 장난감 같은 성도 아니었다.
소소하게, 작은 빌라 한 동 정도 되는 크기.
그것은 마치···
“···모텔 같네.”
“모텔이잖아.”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 묘한 싸구려 감성이 카멜롯 성에 감돌고 있었다.
한편···
“어찌 주군을 두고 저희가 이 성을 차지한단 말입니까!”
“아니, 너네나 써···”
“주군!”
란슬롯이 펄쩍 뛰었다.
카멜롯을 란슬롯과 망령들의 거처로 내어주겠다고 한참이었다.
생명을 먹어 치우는 성.
솔직히 가까이 가고 싶지도 않았다.
“주군께서 옥좌를 차지하셔야···!”
란슬롯은 지지리도 눈치가 없었다.
***
카멜롯에 갇혀 있던 것은 비난 둘째 누나 김솔뿐만이 아니었다.
무고한 시민들, 그리고 합참에서 정찰 목적으로 파견되었으나 임무 중간에 고립된 병력들도 일부 자리하고 있었으니.
모두가 돌아온 태양을 반겼고, 그 빛에 허물어지는 괴물들을 보며 환호했다.
공권력에 대한 믿음은 아직 남아 있었다.
고립되어 있던 합참 소속의 군인들이 사람들을 통제했고, 현 상황과 정부의 대처, 그리고 각성자 모집에 대해 간단히 안내했다.
“받으세요.”
거들 겸, P999K 통신기 한 대를 출하해주었다.
아무쪼록 본부와 연락이 닿는 것이 이곳 시민들을 통솔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
통신기를 받아든 장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척하니 경례를 붙여주었다.
지금 그들에게 이것만큼 고마운 물건은 없을 테니.
이제 출발할 차례였다.
기사왕의 성을 무너뜨렸으니, 이제 다음 행선지는 큰형의 신혼집이었다.
위치는 도봉구 방학동.
부모님이 계실 의정부와도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새로 헬기를 출하해 이동을 시작하려 할 때쯤, 조금 전 통신기를 건네받은 장교가 내게 달려왔다.
“···잠시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작전본부장님이십니다.”
내게 연락이 왔다.
.
.
.
작전본부장 유성철이 내게 들려준 것은 1군단의 소식이었다.
정확히는···
“220 보병여단이 1군단에 붙었습니다.”
220 보병여단.
유성철에 따르면, 내가 향할 도봉구는 물론, 도중에 지나야 할 성북구와 강북구까지 담당하고 있는 부대였다.
원래는 예비군 편성을 주력으로 하는 부대로, 전투력 자체는 크게 대단할 것 없는 부대이지만···
“이것저것 1군단으로부터 장비를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산에 있는 방공기지까지 놈들에게 넘어간 상태고요.”
요컨대, 유성철의 결론은 간단했다.
“헬기로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중간에 요격당할 게 분명해요. 가더라도 길게 우회해서 가셔야 합니다. 사실 남양주 쪽 부대들도 상황을 알기 어려워 그마저도 권해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그는 내가 탄 헬기가 방공기지의 공격을 받을까 걱정되어 연락을 준 참이었다.
내가 물었다.
“놈들의 병력이 얼마나 됩니까?”
“죄송합니다.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지금 위성 정보를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띄워 보낸 정찰기나 드론마저도 매번 격추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성철은 그 드론으로부터, 우리가 타고 가게 될 헬기나 운명을 점치고 있었다.
그가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그 너머에서 뭔가 일을 벌이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상당히 강박적으로 정찰을 막고 있거든요. 육로로 조금만 접근해도 곧장 총알이 날아오고 있고요.”
“···그렇군요”
놈들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그리로 넘어가야 함은 물론, 큰형 내외와 부모님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니.
어쩌면 괴물보다야 나을 수는 있겠지만, 이런 시국에 쿠데타를 일으키는 놈들이다.
그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었다.
물론 그의 말대로 남양주 방향으로 우회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으나, 나는 더 이상 가족을 찾는 일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상황이 위급하다면 더더욱이 그랬다.
유성철에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정겸씨···?”
“살펴보고 가기는 할 겁니다. 드론보다 더 좋은 게 생겼거든요.”
아공간에서 카멜롯의 기능에 대해 살펴보고 온 터였다.
그리고, 카멜롯에는 기가 막힌 정찰기들 또한 탑재되어 있었다.
“아무렴, 유령을 요격하지는 못하겠지.”
카멜롯의 망령들.
녀석들을 이용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