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5화(25/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25편
(카멜롯의 기사들 (2))
카멜롯에 속한 열두 기사들.
그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마석과 강화석을 지불해 실제 전투를 치르는 기사로 서임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망령 그 자체로도 쓸 수 있다는 거지.”
물론 만능은 아니었다.
탐색 거리의 제한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총알, 폭탄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망령은 드론을 압도하는 최고의 정찰 수단이었다.
“···그럼 어떻게 움직여 볼까?”
합참이 전해준 소식을 천천히 정리했다.
1군단 휘하에 들어간 56사단, 그중에서도 220여단은 북한산 아래 국민대학교에서 출발해 중랑천을 낀 한국외대로 이어지는 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일단은 조금 더 들어가야겠네.”
현재 우리의 위치는 3호선 안국역 인근.
망령의 탐색 거리가 닿도록, 놈들의 방어선 가까운 곳까지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그 아래 위치한 성신여대와 고려대에는 1군단이 아닌 합참 휘하의 정부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작전본부장 유성철과 미리 이야기를 맞춰둔 나는, 그곳까지 우선 헬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렇게,
투두두두···!
헬기 창문에 청명한 하늘이 담긴 것과는 대조적으로, 내려다보이는 갈색빛 도시는 저마다의 멸망을 얼룩처럼 점점이 물들이고 있었다.
목적지까지는 10여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정부군이 확보한 안전한 상공이었기에, 별다른 공격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따금 얼쩡거리는 와이번을 혼쭐내어 주었을 뿐.
성신여대에 도착하자, 그곳을 지키던 수도방위군 장교가 ‘척’하니 경례를 붙였다.
베레모에는 영관급을 나타내는 대나뭇잎이 두 개 박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장교들은 만나는 족족 내게 먼저 경례를 붙이고 있었다.
그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김정겸 대령님.”
“···??”
듣자 하니 합동참모본부에서 내게 명예 대령 계급을 부여했다고 했다.
애당초 내가 퇴짜를 놓았으니 지휘권 같은 건 없는 껍데기에 불과했지만, 모든 군 병력들에게 예우를 다하라 지시가 내려왔다고.
“그러니까, 이건··· ”
나를 잡기 위해 작전본부장 유성철이 벌이는 눈물의 똥꼬쇼였다.
예비역 병장에게 대령이라니, 군 계급 체계에도 아포칼립스가 들이닥친 게 분명했다.
황당하기는 해도, 가타부타할 시간이 없었다.
곧장 일행들과 함께 그가 내어준 강의동 옥상으로 향했다.
방어선으로 망령들을 보내두어야 했으니.
웃겨 죽겠다는 듯, 김솔과 큰누나가 연신 내게 충성이니 단결이니 하며 경례를 올렸지만···
나는 그들의 잔망스럽게 꼬부라진 손날을 애써 무시하며 망령들을 불러냈다.
후욱.
후우욱.
내 주변으로 희끄무레한 원혼들이 떠올랐다.
기사로 서임된 란슬롯을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이었다.
쐐애액!
일제히 그들을 쏘아 보냈다.
북한산 아래 국민대부터 중랑천 옆 한국외대까지, 열하나의 원혼을 일정 간격으로 배치했다.
놈들의 전력을 확인한다면, 가장 약한 부분을 뚫고 들어갈 수도 있을 터였다.
물론, 내가 노리는 건 오히려 그 반대였지만.
“뭘 숨기고 있는 거지?”
놈들이 강박적으로 정찰을 막고 있다는 작전본부장의 말이 떠올랐다.
병력이 집중된 것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을 터.
본래 뒤가 구린 놈들은 그 구린내를 숨기려다 되레 정체가 탄로 나는 법이었다.
쐐애액!
망령들이 빠르게 달렸다.
흐릿한 영체로 적진을 종횡무진하는 녀석들.
오래지 않아, 녀석들이 제각기 보내오는 열 한 개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었다.
나는 TV 리모콘을 누르듯 장면을 전환해가며 전반적인 적들의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2번 카메라가 특이점을 포착했다.
북한산의 우측, 서경대학교로 향했던 망령, 퍼시발이었다.
나무와 뼈 장식, 그리고 낡고 붉은 천으로 장식된 움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에 불꽃이 피어오르는, 주술적인 느낌의 건물까지.
딱 봐도 지구상의 것은 아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계의 건축물이 군의 간이천막들과 한데 뒤섞여 있었다는 점이었다.
거기서 보게 된 것은···
“···뭐야, 저건?”
뾰족한 귀와 징그럽게 내려앉은 코.
진흙 같은 녹색 피부까지.
널리 알려진 상상의 생명체였다.
“···고블린?”
오크, 와이번, 스켈레톤까지 돌아다니는 마당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다만···
“왜 안 싸우지···?”
220여단의 병사, 장교들은 거적때기를 걸친 고블린들이 주변을 지나도 아무런 기색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마저도··· 어딘가 달랐다.
반들반들한 살색 피부 위로, 진흙 같은 녹색 피부가 얼룩덜룩 섞여 있었으니까.
놈들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구시대의 계급장을 그대로 붙인 채, 심지어···
“부르셨습니까, 여단장님.”
저들끼리 대화하기 시작했다.
경례와 존칭을 써가며.
놈들은 분명 인간이었다.
아마도 아직은.
여단장이 말했다.
“제단은 설치가 끝났나?”
“예, 끝났습니다. 정부군 놈들 훼방만 없었어도 횔씬 편했을 텐데요.”
“어쩔 수 없지. 놈들이 그리 빨리 알아차릴 줄 누가 알았겠나? 지난 일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각별히 더 유의하자고.”
“물론입니다. 아래쪽에도 그리 일러두겠습니다.”
후우.
여단장이 흉측한 코를 벌렁거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대공 방어선은 어때?”
“새 한 마리 넘어오지 못하게 깔끔하게 끊어내고 있습니다. 분명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래. 계속해서 시간을 좀 벌어 봐. 놈들도 대놓고 밀고 들어오지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여기 일이 까발려지면 여러모로 귀찮아지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음모론이었다.
괴물처럼 변모해버린 220여단의 수뇌부들.
하지만, 부관의 한마디로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장면이 나의 현실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지시하신 대로, 오늘부터는 방학동에서 인력 수급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가까운 데서 시작하면 괜한 소문 돌아서 내뺄 수 있으니··· 뭐, 의정부 쪽이야 그쪽에서 알아서 할 테고.”
도봉구 방학동.
큰형 부부의 신혼집이 있는 장소였다.
의미심장한 인력 수급이라는 말.
여단장이 물었다.
“우리 쪽에 붙겠다는 애들은 얼마나 되나?”
“많지는 않습니다. 뭐, 특별히 강요한 것도 아닌데다가··· 제물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반감을 갖는 놈들이 많아서요. 그래도 하겠다는 놈들이 사오백 명 정도 되는데, 모두 존재 등록해서 배치해 두었습니다.”
“좀 적긴 하군. 뭐, 상관없지··· 그만큼 제물이 많다는 소리니까.”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거의 2만 명이 넘어가니까요.”
잠시 책상을 또옥똑 두드리던 여단장이 말을 이었다.
“도태될 놈들은 도태되어야 하는 게 맞아. 제사장님께서 친히 새로 거듭날 기회를 주셨는데,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앞서가는 소수가 세상을 이끌어가는 법이지요. 여단장님께서도 혜안을 발휘하셨던 것 같습니다.”
“됐네, 이 친구야. 입 발린 소리 하고 있어, 흐흐.”
끅끅 바람이 새어 나오는 여단장의 웃음 소리.
그 소리와 함께, 서서히 놈들의 형상이 흐릿해졌다.
후우욱!
망령들을 거둬들였다.
아리송한 대화지만, 몇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놈들이 타차원의 괴물인 고블린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아예 스스로 고블린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제물이라고?”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을 제물로 쓰기 위해 가둬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목적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놈들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저버렸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같은 인간을 제물로 바쳐가면서까지.
더욱이, 놈들의 다음 목적지는 형의 집이 있는 방학동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나도 방향을 정했다.
놈들을 쓸어버리며 올라가는 것으로.
***
다만, 그 방법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헬기 위에서 <출하>로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것도 생각했다.
하지만 <출하>의 사정거리는 고작해서 50미터 수준.
추가로 강화하더라도, 북한산과 방어선 곳곳에 늘어선 대공포의 사정거리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냥 육로로 뚫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나?”
물론 이 또한 쉽지는 않을 터였다.
놈들이 방어선을 굳게 구축해둔 상태였고, 수뇌부가 있는 서경대학교 쪽은 병력이 몇 배는 더 많았으니까.
그러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게는 새로운 병력이 생긴 참이었으니.
“부르셨습니까, 주군.”
해골 기사 중에서도 월등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란슬롯이다.
놈들이 쏘아대는 총알과 폭탄도 쉽게 튕겨낼 수 있을 터.
나는 여기에 새로운 전력을 하나 더 추가할 생각이었다.
눈앞에 들어온 고풍스러운 모텔··· 아니, 성채.
카멜롯에 속한 열둘의 망령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망령 하나를 기사로 서임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마석 500개와 강화석 한 개.
마석은 넉넉했지만, 수중에 가지고 있는 강화석은 단 하나뿐이었다.
—-
[강화석(D)]속성 : 없음
옵션 : [관통], [근력 강화]
—-
란슬롯이 그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들려주었다.
“라이오넬과 그웨인은···”
이제 남은 것은 어떤 망령을 불러낼 것인지 결정하는 일.
기사들 저마다의 특징을 살리는 한편, 강화석과의 궁합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그 중, 관심이 가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베디비어라는 이름의 기사로, 놀랍게도 팔이 한쪽 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란슬롯이 부연했다.
“베디비어는 한때 불세출의 천재 궁수였습니다. 화살을 쏘아 날아가는 화살을 맞추곤 했거든요. 한데···”
생전, 그는 공작의 직할 기사단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공작의 첩실이 그에게 연정을 품었고, 분노한 공작은 끝끝내 베디비어의 왼쪽 팔을 잘라버렸다.
나날이 전공을 쌓아가던 베디비어의 유명세를 지워버릴 의도와 함께.
짧은 이야기였다.
더 이상 궁수로서 살아갈 수 없게 된 그의 남은 생애는 훨씬 더 길었겠지만.
과거가 어쨌든지 간에, 내게는 꽂히는 단어가 한 가지 있었다.
그가 천재적인 ‘궁수’였다는 것.
.
.
.
카멜롯에 강화석과 마석 500개를 지불했다.
후우욱!
성에서 빠져나온 베디비어의 망령.
철컥! 절그럭!
그 주변으로 낡은 갑옷이 빚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척!
외팔이 기사 베디비어가 내 앞에 부복했다.
—-
[베디비어]등급: [8위계]
설명: [원탁의 기사 중 1인입니다. 카멜롯의 효과로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속성: [없음]
옵션: [관통], [명중], [근력 강화]
—-
과연, 그는 란슬롯보다 두 배는 두꺼운 오른팔을 자랑하고 있었다.
왼쪽 팔이 없는 대신이다.
란슬롯에 따르면, 이만해도 베디비어는 충분히 괴물이었다.
가뜩이나 힘이 한쪽 팔에 집중되어 있는 마당에, 강화석으로 근력까지 키워버렸기 때문이었다.
저 두꺼운 팔로 휩쓸기만 해도, 어지간한 적들은 비명횡사를 할듯했다.
든든한 전력이 될 터.
하지만 염두에 두고 있는 쓸모는 따로 있었다.
“······?”
베디비어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정체 모를 빨간 공을 들려준 탓이었다.
[STORM ULTIMATE PHAZE 볼링공, 16파운드, 가격은 239,000원입니다.]아직 불이 붙지 않은, 강화되기 이전 버전이었다.
지금은 시범 연습을 해볼 때였으니까.
녀석이 큼지막한 손을 이용해 볼링공을 한 손으로 받아들었다.
“네가 보고 왔던 것들 기억하고 있지?”
베디비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만에도 망령 상태였던 그는 북한산에 위치한 대공 기지, 그리고 방어선에 배치된 유도 대공포들의 위치를 꼼꼼히 확인하고 온 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나머지 망령들이 흩어져 있는 대공포의 위치를 시선에 담아주고 있었다.
정확한 ‘타격’ 유무를 확인해주기 위해.
천재적인 궁수.
옵션에 [명중]까지 붙어 있는 녀석이다.
화살로 화살을 쪼갰다던, 그 신화적인 이야기에 기대보기로 했다.
혹여나 실패하더라도 위험부담은 없었다.
놈들이 나를 잡으러 나와준다면 그건 그것대로 고마운 일이 될 테니까.
그제야 뭘 원하는지 알겠다는 듯, 베디비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습니다.”
“일단, 1번 타깃부터.”
척!
베디비어가 볼링공이 든 손을 뒤로 뻗었다.
그야말로 투포환 선수와도 같은 자세.
한 팔이 없는 탓에, 앞 다리를 길게 뻗어 균형을 잡았다.
그러곤···
파앙!
힘껏 던졌다.
쐐애애애액!
투척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무슨 대포 같네.’
귀를 찢을 듯한 포격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볼링공.
출하로 내보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였다.
그렇게 날아간 볼링공은···
1번 타깃으로 삼았던 방공 기지 근처.
왼쪽 100여미터 부근을 강하게 타격했다.
꽈아아아앙!
그 충격이 상당했던 탓에, 그 광경을 담고 있던 망령 퍼시발의 시선이 흔들거렸다.
왜애앵-
놈들 또한 공세를 알아차렸고,
방공 기지의 사이렌이 울기 시작했다.
위이잉- 철컥!
방공 기지의 대공포가 가동되었다.
개틀링 건을 닮은 우람한 포신이 45도 각도로 고개를 처들었지만···
까아아아앙!
불 붙은 볼링공에 얻어맞아 금세 자신감을 상실했다.
어느덧 비굴한 포물선을 그리게 된 포신.
그 끝에는 은은한 잔불이 눈물처럼 어려 있었다.
이번에 던진 것은 실전용으로 강화된 ‘파이어 볼’이었으니.
최강의 근력을 자랑하는 베디비어의 투구로 그 위력이 한층 극대화된 참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또 다른 방공기지, 그리고 방어선에 길게 배치되어 있는 유도 대공 포대들.
도합 아홉 개의 스트라이크 존이었다.
파아앙!
세찬 파공음을 쏟으며, 검붉은 운석이 베디비어의 손끝을 떠났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던 놈들.
자신감을 제대로 꺾어줄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