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6)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6화(26/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26편
(카멜롯의 기사들 (3))
화르르르···
북한산의 방공기지들이 통째로 불살라졌다.
화재의 원인은 갑작스레 날아든 정체 모를 운석들.
수십 개의 소행성이 하늘을 기웃거리던 대공포를 박살 냈다.
꽈아아!
그 장엄한 소리는 지금도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몇 배는 강력해졌다.
투두두두두···
우리는 헬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방공기지, 그리고 방어선을 두르고 있던 유도 대공포 모두를 박살 낸 덕이었다.
그리고···
“이제 진짜 시작이지.”
꽈아아아앙!
꽈르릉!
블랙호크의 수송 칸에 걸터앉은 채, 아공간에 들어 있는 온갖 물건을 투하했다.
25kg짜리 크롬 도금 아령부터, 세열 수류탄, P999K 무전기, 코란도, 레토나, 두돈반 트럭, 심지어는 블랙호크까지.
중력의 힘이 실린 파이어볼을 섞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꽈아앙-!
예상했던 대로, 그 충격은 막강했다.
찌를 듯한 굉음과 함께, 떨어진 사물이 지반 자체를 날려버렸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폭염.
놈들의 주요 거점을 모조리 박살 낸 참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띠링!
[보유하고 계신 마석의 양은 2,819개입니다.] [보유하고 계신 마석의 양은 2,827개입니다.] [보유하고 계신 마석의 양은 2,841개···]차츰 불어나는 계좌의 잔고.
<상품 회수>와는 관련이 없었다.
헬기 위에선 회수 사정거리가 닿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마석은 들어오고 있었다.
요컨대···
“이게 차원 계좌의 용도구나.”
“그렇습니다.”
옆에 앉은 란슬롯이 부연했다.
“차원 계좌가 있다면, 타 존재의 생명을 끊는 것만으로도 마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완전한 자동화 시스템.
이제는 구태여 마석 회수를 위해 <상품 회수>를 발동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저 볼링공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적들의 숨 끊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그만이었으니.
거의 3,000개에 달하는 마석.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거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막막함은 여전했다.
팍스로부터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터였기에.
[레벨 4 달성을 위해 필요한 마석은 10,000 개 입니다.]‘진짜 더럽게 비싸네···’
성장세가 무색하게, 그새 열 배가 또 껑충 뛰어올랐다.
다음 레벨업은 과연 언제가 될지 가늠조차 되질 않았다.
이제 곧 목적지였다.
헬기의 고도를 낮춘 탓에, 적들의 비명이 한층 더 가깝게 들려왔다.
“쿠와아아아악!”
소름끼치는 고성.
지금 내가 죽이고 있는 건 사람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사람이었던 것들.
뾰족한 귀가 피부를 뚫고 나왔고, 온몸에 우둘투둘한 녹색 피부가 덕지덕지 붙었다.
한때는 인간이었으나, 이제는 괴물 이상의 괴물이 되어버린 존재들.
란슬롯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준 8위계 존재들입니다. ‘척력(斥力)’을 얻기 위해 인위적인 작업이 이루어진 존재들이죠.”
“준 8위계? 척력···?”
내가 되물었다.
모르는 단어가 두 개나 튀어나왔으니.
란슬롯이 말했다.
“모든 차원 존재들에게는 등급이 존재합니다. 그걸 ‘위계’라고 표현하죠. 그리고 척력이라는 건···”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직접 보는 것이 빠르겠다는 듯, 란스롯이 뒤에 앉은 베디비어에게 눈짓했다.
철컥!
베디비어가 수송칸에 비치되어 있던 소총을 빼 들었다.
그러곤 익숙한 자세로 지상을 겨냥했다.
타앙!
“···!”
녹색 피부가 뒤섞인 변종 인간의 머리가 뒤로 홱하니 젖혀졌다.
중세 기사인 베디비어가 이렇게나 명사수인 줄은 미처 몰랐지만···
사실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살아 있잖아?”
“저걸 가능하게 하는 게 ‘척력’입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즉사일 터.
하지만 놈들은 해골 기사들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걸출한 방어 능력이 보유하고 있었다.
란슬롯이 덧붙였다.
“척력은 일종의 권리입니다. 자신보다 낮은 존재로부터 안전할 권리죠. 물론,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한때 주군께서 그웨인을 처치하셨던 것처럼요.”
“자신보다 낮은 존재라···”
다시 말해 저 변종 괴물들이 8.5급 귀족이라는 소리였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루트를 밟은 건 아닌 듯했지만.
그러고 보니, 포로들을 ‘제물’로 사용하려 한다는 놈들의 계획이 떠올랐다.
“그래서 제물을 바치는 거야? 그 ‘위계’란 걸 얻으려고?”
“아마 아닐 겁니다. 편법을 쓴다면 준 8위계에 다다르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그 이상으로 올라가기 위한 포석일 겁니다.”
간단히 정리할 수 있었다.
1군단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것.
그에 모자라 제 동족까지 제물로 바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완전 미친놈들이잖아···?’
쿠데타를 넘어, 아예 전 인류를 향한 팀킬을 자행하고 있었다.
준 8위계에 다다른 반 고블린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는 부관의 언급.
제 발로 놈들의 계획에 동참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렇게···
어느덧 우리는 서경대학교에 다다랐다.
이 모든 작전을 지휘한 220여단장이 있는 곳이었다.
녹색 우레탄이 깔린 커다란 중앙 운동장.
그곳에 헬기가 둥근 바람을 일으키며, 서서히 내려앉았다.
투두두두두!
연신 프로펠러를 돌리는 헬기를 뒤로 하고, 훌쩍 지상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단장을 찾아볼 작정이었다.
이곳의 책임자 격이니, 놈들의 계획에 대해서도 캐내 볼 수 있을 터.
물론, 내가 앞장설 필요는 없었다.
—-
[란슬롯]등급: [7위계]
설명: [원탁의 기사 중 1인입니다. 카멜롯의 효과로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속성: [없음]
옵션: [관통], [가속], [면역], [통솔], [치명타]
—-
카멜롯의 기사 중 가장 강한 란슬롯이었다.
베디비어가 8위계였던 것과 달리, 란슬롯에게만큼은 7위계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와르르르!
사방에서 고블린 ‘변종’ 병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탁!
발돋움한 란슬롯이 곧장 앞으로 쏘아나갔다.
투두두두두두!
포탈을 방패처럼 두른 나와 달리, 란슬롯은 날아드는 총알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했다.
팅! 탕! 티이잉!
무력하게 튕겨 나오는 총알.
란슬롯이 칼을 휘둘렀다.
촤악!
녹색 점액질이 섞인 붉은 피.
반 고블린 병사들의 몸이 일순에 두동강이 났다.
소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놈들이 이번에는 총검을 결속해 달려들었지만···
카앙!
캉!
이 또한 통할 리 없었다.
겉에 기름이라도 바른 듯, 놈들의 총검이 미끄러졌다.
란슬롯은 놈들보다 배는 강한 척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란슬롯이 병사들과 전투를 이어가는 동안, 나는 이번에도 망령을 불러냈다.
후욱.
내 주변을 맴도는 열 명의 망령.
“여단장이 있는 위치를 알아 와. 멀리 못 갔을 테니.”
화아악!
망령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간이 막사부터 캠퍼스 건물 내부까지, 벽이나 문으로 이루어진 장애물을 유유히 통과하며 놈의 위치를 찾아줄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캠퍼스를 벗어나려는 코란도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급하게 빠져나온 참인지, 차량 뒷좌석에는 수북이 쌓인 문서들이 지저분하게 엉켜있었다.
하지만 놈의 차량이 다다른 캠퍼스 후문에는···
“···?”
무서운 선생님께서 학생의 땡땡이를 감시하고 계셨다.
거대한 외팔의 기사, 베디비어였다.
“······”
놈이 눈을 질끈 감았다.
베디비어가 한 손으로 코란도를 들어 올렸고,
휘이익!
투포환을 던지듯 강하게 내던졌다.
하늘을 나는 코란도.
그 장엄한 풍경은 녹색 우레탄 바닥에 와장창 내려꽂히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베디비어의 배달은 팍스의 <정밀 배송>만큼이나 신속, 정확했다.
“쿨럭!”
“욱···!”
220여단장, 그리고 놈과 대화를 나누던 부관이 찌그러진 차 틈을 비집고 빠져나왔다.
란슬롯이 말한 ‘척력’ 탓인지, 강한 충격이었음에도 놈들은 다친 곳이 없었다.
그저 놀란 가슴을 잠재우며 헛기침을 내뱉을 뿐.
놈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게 물었다.
아무리 봐도 이 급습의 주인공이 나라는 게 분명해 보였을 테니.
“···너··· 누구야?!”
내 정체가 궁금한 모양이었지만, 그걸 말한들 이놈이 알 리가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친분을 과시할만한 게 하나 생기긴 한 참이었다.
“김 대령입니다. 선배님.”
“씨발, 내가 왜 니 선배야!”
보기보다 냉정하신 분이었다.
하기야, 사람을 잡아다 제물로 쓸 정도였으니.
내가 놈에게 물었다.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왜 고블린이 된 거지? 제물은 또 뭐고?”
“······”
놈은 대답이 없었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팍스에게 부탁해, 기습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저 차량에 있는 기밀 서류들 전부 <카테고리 상품 등록>으로 넣어줘.”
[‘군부대’ 카테고리에 등록을 진행합니다.] [등록 비용 책정 중···]띠링!
[등록에 필요한 비용은 마석 21 개입니다.]“진행해.”
후루루룩!
회수용 포탈로, 기밀 서류들이 빨려 들어왔고, 고블린 여단장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아, 안돼···!”
“···?!”
속수무책으로 사라지는 기밀 서류들을 보며, 놈이 돌발행동을 벌였다.
제 품에서 마석이 담긴 주머니를 꺼내 펼쳐 들더니,
으적으적.
고블린처럼 추해진 혀를 날름거리며 미친 듯이 제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상품 회수>를 이용해 나머지가 놈의 입으로 들어가는 건 막아냈지만··· 이미 상당한 양의 마석이 놈의 배로 들어간 참이었다.
기이하게도, 놈이 삼킨 마석은 <상품 회수>로도 빨아들여지지 않았다.
“쿠웨에에엑!”
놈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푸욱!
“···끄륵.”
고블린이 되어 날카롭게 벼려진 손톱.
제 부관의 목에 그 날카로운 손톱을 찔러넣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푸학!
부관의 시체가 싸늘하게 널브러졌다.
반면, 여단장의 신체는 미친듯한 변형을 거듭했다.
드드득!
붉은 머리칼이 피를 뿜으며 솟아나더니 저절로 매듭을 만들었다.
굽은 허리 아래로, 얇은 팔이 발톱과 함께 길게 자라났다.
방금까지 그의 모습이 인간에 고블린을 섞은 것이었다면···
지금은 고블린에 훨씬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것도 보통의 고블린보다 훨씬 더 강해 보이는.
란슬롯이 긴장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놈이··· 8위계가 되었군요.”
하지만···
“너는 몇 위계인데?”
“아, 7위계입니다.”
대답과 함께 긴장감이 사라졌다.
여단장의 변신이 너무 화려했던 탓에 자신의 강함을 그새 잊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이런 촌극에 휘둘릴 필요가 없었다.
“처치해.”
“존명.”
화아악!
고블린 여단장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눈동자를 휘덮는 검은 그림자.
촤아악!
란슬롯의 칼날이 길게 선을 그었고···
꾸물꾸물 움직이던 여단장의 몸이 변화를 멈추었다.
놈의 머리통을 데구르르 바닥을 굴렀다.
“별 얘기를 못 들은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놈이 가지고 나가려던 기밀문서들을 손에 넣은 참이다.
애초에 놈이 제 입으로 말해주지도 않을 것 같았고.
그러던 중,
“뭐지 이건?”
<카테고리> 능력으로 수용했음에도, 아직 바닥에 서류가 남아 있었다.
군에서 사용하는 기밀문서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서류는 두 종류였다.
수십 장에 달하는 메모지 크기의 낡은 양피지.
그리고 단 한장의 빳빳한 A4용지.
한국말로 쓰여 있는 A4 서류와 달리, 양피지에는 낯선 이계의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놀랍게도, 어렵지 않게 그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서류 모두···
[차원 존재 등록 신청서]이런 제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