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8)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8화(28/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28편
(집으로 (2))
[‘군부대’ 카테고리에 부합하는 상품입니다.] [등록 비용 책정 중···]띠링!
[등록에 필요한 비용은 마석 141 개입니다.]무기가 달려있어서일까.
합참본부에서 받은 헬기보다 가격이 비쌌다.
다행히, 이제는 그리 부담되는 가격이 아니었다.
“진행해.”
[마석 141개 받았습니다.] [남은 마석은 2,347 개입니다.]휘익!
상공에 떠 있던 블랙호크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다.
예상했던 대로, 반 고블린 변종이 되어버린 놈들이었다.
두 명의 조종사.
그리고 수송칸에서 미니건을 쥐고 있던 두 병사가 공중에 남겨졌다.
그다음은···
만유인력의 법칙이 놈들을 끌어당겼다.
낙하산 하나 주어지지 않은, 15층 높이에서의 자유낙하였다.
“크우와아아아아악!”
고블린 특유의 비음과 함께, 놈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서서히 멀어지던 소리는 끝내···
파삭!
알량한 소리로 끝을 맺었다.
척력 덕분에 죽지는 않았겠지만, 적잖은 타격을 받았으리라.
“죽는 줄 알았네.”
생각지도 못한 기습이었다.
척력을 얻지 못했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덕분에 ‘무장된’ 블랙 호크를 손에 넣었다.
아직 [관통] 옵션은 없지만, 그 밖의 잡몹 처리에는 이만한 물건도 없으리라.
당연하지만, 놈들은 아직 남아 있었다.
계단을 통해 층 하나하나를 내려갈 때마다, 대뜸 출몰한 고블린 인간들이 내게 소총을 발사했다.
팅! 티잉!
날파리처럼 달라붙는 총알을 걷어내며 란슬롯을 꺼냈고,
“존명.”
“쿠와아아악!”
놈들의 머리가 두부처럼 썰려 나갔다.
얼추 1개 중대쯤은 되는 수였다.
주차장에 아예 진을 치고 있던 소총 부대를 전멸시킨 뒤에야 제대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싸늘한 사체들.
어느덧 내 계좌의 밥이 된 놈들이었다.
빠르게 상황을 살폈다.
“웬 놈들이지? 220여단은 분명 끝장을 냈는데···”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대한민국 국군의 사랑을 받는 내게 총질을 할 만한 세력.
단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1군단이구나.’
놈들도 220여단이 괴멸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앙갚음을 하고 싶었던 걸지도.
하지만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220여단은 그렇다 치지만··· 이 미친놈들이 도봉구까지 와서 설친다고···?”
1군단 사령부의 위치는 고양.
하지만 대부분의 전력은 파주에 배치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파주와 고양 모두, 도봉구와는 북한산과 도봉산을 사이에 두고 있다.
놈들이 정부군이 있는 서울을 넘어온 것이 아니라면···
“···벌써 의정부를 먹었구나.”
부모님이 계실 집.
무사히 도착했다면, 형과 형수도 분명 그곳에 있을 터였다.
“···젠장.”
인륜을 거슬러, 사람을 잡아다 제물로 삼는 놈들이다.
만일 가족들이 놈들에게 사로잡혔다면?
그다음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
아공간에서 나온 이용수가 물었다.
그와 누나들에게도 상황을 전했다.
그러곤, 곧장 새 헬기를 출하했다.
새로 들인 ‘전투용’ 블랙 호크였다.
조종석에 앉은 이용수가 헬기 헤드셋을 꺼내며 물었다.
“요격은 이제 괜찮은 걸까요?”
“괜찮을 겁니다. 놈들의 방공라인은 이미 무너졌으니까요.”
이곳의 대공 전력은 대부분 강북구와 노원구 아래에 집중되어 있었다.
앞으로의 길은 한결 수월할 터.
만에 하나 요격당하더라도, 아공간 포탈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과감하게 움직일 때였다.
“알겠습니다.”
투두두두두!
이용수가 서둘러 시동을 걸었다.
헬기가 도봉역, 그리고 장암역을 지나쳤다.
의정부 용현동에 있는 부모님의 집은 직선 거리상 그리 멀지 않았다.
어느 정도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쯤, 나는 망령들을 불러냈다.
란슬롯, 그리고 베디비어를 제외한 10명의 원혼이었다.
“아래 상황을 살펴줘.”
후욱!
충성스런 망령들이 새처럼 용현동 곳곳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의정부의 현 상황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휘이이-!
바람에 날린 뼈 장식이 흔들렸다.
불꽃이 피어오르는 주술적인 느낌의 건물.
놈들이 ‘제단’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단에 딱 붙게, 돔 형태의 포로 ‘수용소’가 자리 잡고 있었으니.
그 주변을 고블린 변종이 된 병사들이 지키고 있음은 물론이었다.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게 다 몇 개야···?”
그 개수가 상당하다는 것.
의정부는 1군단이 도봉구보다 먼저 손에 넣은 곳이다.
더욱이, 정부군으로부터 자신들의 동태를 완전히 숨길 수 있는 성역이기도 했다.
파주와 고양.
그다음으로 제멋대로 가지고 논 구역이 바로 이곳 의정부였다.
후우욱!
망령 하나가 서서히 목적지에 다다랐다.
이곳저곳이 파괴되고, 불길에 삼켜진 의정부.
이기적이지만, 부모님의 집만큼은 포근한 옛 느낌을 간직하고 있길 바랐다.
들이닥친 멸망이, 그곳만큼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기를.
하지만···
“···?”
그런 내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이게 대체···”
이 집이 맞나?
망령이 집 주변을 배회했다.
왼쪽의 빨간 벽돌집, 그리고 오른편에는 오래된 동네 슈퍼.
위치상으로는 분명 나의 부모님의 거처가 맞았다.
현관, 뒷문, 그리고 모든 창문에 두꺼운 철판이 덧대여 있었다.
마치 갑옷이라도 두른 것 같은 모양새.
그 주변으로 순수 고블린들과 반 고블린 인간들이 연합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타앙! 타아앙!
탕!
놈들이 둔기로 강철로 덧댄 전원주택의 현관을 노크했다.
당연히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위잉-
묘한 기계음과 함께 지붕이 열렸고,
두쿵!
그 사이로 정체 모를 탑이 세워졌다.
“···뭐지 저게?”
놀랄 새도 없었다.
탑의 작은 틈새에서 순식간에 화살이 빠져나왔으니까.
쐐애액!
날아든 화살은···
푹!
고블린의 살을 깊게 꿰뚫었다.
그것도 연이어서.
쐐액!
쐐애액!
푹!
푹푹!
공격을 받은 고블린들이 충격과 함께 나자빠졌다.
깨지고, 무너지고, 불에 뒤덮인,
완전히 박살이 난 의정부 지역이다.
하지만 유독 부모님 집만큼은 제법 멀쩡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타앙!
반 고블린 변종들에만큼은 그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준 8위계가 된 놈들에게는 ‘척력’이 부여되어 있었으니까.
“크크크크···”
허무하게 땅을 구르는 화살.
놈들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전원주택’의 잔디를 밟았다.
놈들이 화살을 막아 세웠고, 뒤따르는 고블린 무리가 손쉽게 마당을 점거했다.
터엉!
텅!
놈들이 하나둘 둔기를 꺼내 전원주택의 철판을 두드렸다.
본격적인 공성전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슉!
슈욱!
지붕 위의 탑이 부단히 화살을 쏘았지만···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놈들은 때려도 맞지 않고, 찔러도 죽지 않는 준 8위계의 존재들이었으니.
텅!
터엉!
‘요새’가 된 전원주택.
그 외부 장갑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
미처 몰랐다.
부모님의 집이 이토록 외로워 보일 줄은.
이런 절박한 모습은 본 적도, 차마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우리가 아주 늦지는 않았다.
투두두두두두!
바람을 가르는 헬기 소리.
“크와아아아악···?”
고블린들이 허둥지둥 짧은 목을 두리번거렸다.
“이 새끼들이···”
전원주택의 상징은 푸른 잔디밭이다.
인조 잔디를 마다한 아버지가 애지중지 키운 천연 잔디 마당.
얼마 전만 해도 여기에 소 한 마리 키워도 되겠노라 우스개를 주고받았었다.
하지만 그런 산뜻한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흙으로 지저분히 뒤덮이고, 너덜너덜해진 마당.
이를 대신하려는 것인지, 놈들은 그 위로 기이하게 뒤섞인 녹색 피부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남의 집 마당에 불경한 녹색을 섞고 있는 이 불순분자들을 남김없이 도륙할 작정이었다.
나의 ‘식구’들과 함께.
철컥!
문이 열리며, 헬기의 수송칸이 내부가 버젓이 드러났다.
그 안에 앉아 있는 해골 기사, 베디비어.
녀석의 손에는 우람한 크기의 미니건이 들려 있었다.
7.62mm 탄약을 주렁주렁 매단 채.
위이잉-
미니건의 총구가 빠르게 회전했다.
그리고···
투두두두두두두두-!
캐애액!
카악!
피잉!
핑!
초당 수백 발에 달하는 총알이 고블린들을 휩쓸었다.
곳곳이 터져나간 놈들이 싸늘한 사체로 마당을 덮었다.
하지만 아직 불순물이 남아 있었다.
총알이 통하지 않는 반 고블린 변종들.
하는 수 없이, 란슬롯이 직접 빗자루를 들었다.
서컹!
쉬이익!
삭!
특유의 [가속] 능력, 그리고 [치명타] 옵션을 발휘했다.
주변으로 솟구치는 굵직한 핏줄기.
분당 수십 번씩 움직이는 검의 잔상이 방금 핀 꽃처럼 아른거렸다.
전원주택과 퍽 잘 어울리는 훌륭한 조경이었다.
그리고···
“주거침입은 법적으로 사형이지!”
법에는 문외한 돌머리 김솔께서 ‘포충배트’를 꺼내 들었다.
지지지지이이이···
시선을 빨아들이는 은은한 푸른 빛.
고루 감긴 전기 코일 위로,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전기가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휘이이익!
김솔이 한껏 과충전된 포충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파아앙!
가루처럼 터져 나오는 번갯불.
놈들의 머리가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일순에 분쇄되었다.
예의 격투 게임에서 보는 듯한 짜릿한 쾌감이 그녀의 손끝, 그리고 우리의 시선에 머물렀다.
왼손으로 만든 배리어를 방패처럼 사용하는 그녀는, 용감무쌍한 SF 판타지의 바바리안이라는, 장르 융합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었다.
나도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
오랜만에 무기를 들었다.
[파스카스 도끼(소형), 가격은 72,500원입니다.]‘척력’ 탓에 소총이 통하지 않는 놈들이다.
강화된 볼링공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집에는 작은 그을음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사실 여유를 부린 것이기도 했다.
이미 싸움은 압도적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니.
포충배트에 겁먹은 녀석들이 밋밋한 내 도끼를 보고 히죽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퀙!”
보기 좋게 정수리에 바람구멍이 났다.
나는 이미 명실상부한 8위계였다.
준 8위계로 위장 전입한 반 고블린 괴물들과는 달라도 아주 달랐다.
원거리 무기인 총으로는 타격을 줄 수 없었던 것과 달리, 직접 들고 있는 도끼에는 내 위계의 힘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놈들이 준 8위계의 척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나의 캠핑 도끼는 여느 때보다도 부드럽게 놈들의 정수리를 파고 들어갔다.
“쿠왁-!”
반대로, 놈들의 공격은 내게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나는 놈들보다 높은 격을 가지고 있었으니.
“야··· 한 대라도 좀 맞아봐!”
지이잉.
힐러인 큰누나는 실직 직전이었다.
나나 김솔이나 전혀 다치지 않는 탓이다.
그저 힐이 쏟아지는 손끝을 응원봉처럼 길게 휘두를 뿐.
한편, 헬기에서 내려온 이용수는 혀를 내둘렀다.
“이 집안은 무슨···”
그는 역사적인 가족 상봉의 산 증인이 될 터였다.
.
.
.
그렇게, 우리는 마당 청소를 마쳤다.
뒤엎어진 잔디밭, 발로 차인 듯 쓰러진 바베큐 그릴.
찌그러진 창고와 깨진 벽돌까지.
정겹던 마당은 한바탕 태풍처럼 쏟아진 멸망을 이제 막 걷어낸 참이었다.
철판으로 뒤덮인 전원주택.
텅! 텅!
그 현관을 두드렸다.
그리고 이건, 노크가 아니었다.
멸망이라는 쓰레기통 속.
어쩌면 세월의 풍파 속에 흐릿해졌을지도 모를,
또 어쩌면 너무 멀어진 탓에 서로의 자력(磁力)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그 무형의 울타리가 아직 남아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애탄 질문이었다.
다행히 대답은 있었다.
끼이이···
천천히 열리는 두꺼운 철문.
그 틈새로,
집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