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31화(31/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31편
(울타리와 네트워크 (2))
콜록! 콜록!
하늘은 온통 검은 매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변 나무들이 온통 비쩍 말라 있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사령부의 전경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역겹네···”
이러나저러나, 기분 나쁜 냄새였다.
놈들이 무엇을 불태우는 것인지 짐작이 갔으니.
인신공양을 통한 번제(燔祭).
놈들은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온 역사를 거슬렀다.
고대에나 존재하던 야만을 끌어당기는 식으로.
그러니 내가 할 일은 놈들을 제 시대에 맞게 돌려보내는 일이었다.
죽음이라는 영원한 시간을 선사함으로써.
단, 이번 1군단 공략에서는 나와 해골 기사들만 나서기로 했다.
“이번만큼은 그게 낫겠지.”
두 누나는 분명 큰 전력이다.
하지만 나와 기사들과 달리, 척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배리어> 능력이 있는 작은 누나지만, 작은 방심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었으니.
200여 미터 너머, 군단 사령부의 위병소가 보였다.
보란 듯이 소총을 둘러메고 있는 고블린들.
그 모습에서 위화감이 치밀어 올랐다.
짜증나는 상대지만, 그래도 예의는 지키기로 했다.
놈들과 달리 나는 철저한 문명인이니까.
일단은 노크부터.
“출하.”
슈우우우우웅!
빠른 속도로 쏘아지는 검은 몸체의 헬파이어 미사일.
그 우람한 몸체는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당목(撞木)의 타종과도 같았다.
꽈득!
이어지는 타격, 그리고···
꽈아아아앙!
거센 폭발과 함께, 지옥 불이 파도처럼 놈들을 덮쳤다.
굳게 닫혀 있던 위병소 철문은 종잇장처럼 찢어졌고, 그 사이로 불에 뒤덮인 고블린들의 사체가 나뒹굴었다.
따르르르르르!
경보가 울렸다.
줄곧 매연이 피어올랐던 걸 감안하면, 늦어도 너무 늦은 화재 경보였다.
위병소를 지났다.
고블린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한 반 고블린 변종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투두두두···!
총질은 물론이고,
꽈앙!
수류탄도 심심치 않게 날아들었다.
물론, 별다른 타격은 없었다.
우리는 놈들보다 높은 위계를 가지고 있었을 뿐더러, 총이나 수류탄 같은 평범한 무기로는 우리의 척력을 뚫어낼 수 없었으니까.
나는 그저 뒤에 서서 헬파이어 미사일로 놈들에 마땅한 지옥을 선사해줄 뿐이었다.
“···?”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놈들을 처치할 때마다 떠오르는 계좌의 입금 알림.
그 사이에 도둑놈들이 끼어들었다.
[플랫폼 규약에 따라, 수익의 30%가 골드, 박정훈에게 수수료로 지급됩니다.] [플랫폼 규약에 따라, 수익의 15%가 다이아, 이강민에게 수수료로 지급됩니다.] [플랫폼 규약에 따라, 수익의 5%가 사파이어, 남도훈에게 수수료로 지급됩니다.]벌써 절반을 떼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플랫폼 특수 규약에 따라, 수익의 10%가 제사장, 김봉수에게 수수료로 지급됩니다.] [플랫폼 특수 규약에 따라, 수익의 10%가 메시카 차원의 ‘토나티우’에게 수수료로 지급됩니다.]“···미친?”
추가로 20 퍼센트가 더 나갔다.
결국 내게 들어온 마석은 전체의 3할에 지나지 않았다.
정확한 원리는 알 수 없지만, 군단 사령부 전체에 내가 모르는 특수한 규칙이 적용되고 있는 듯했다.
그 와중에도 짐작할 만한 정보가 있었다.
제사장.
망령을 통해 220여단장을 엿봤을 당시 들었던 호칭이다.
보나 마나 이 모든 계획의 정점에 있는 존재일 터.
다시 말해···
“···제사장 김봉수. 이놈이 1군단장이겠네.”
신경 쓰이는 건 이놈 뿐만이 아니었다.
메시카 차원의 ‘토나티우’.
그 아래에 나란히 적힌 또 다른 이름이었다.
얼마 전 만났던 ‘기사왕’처럼, 이 놈도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존재일 터다.
더욱이 그렇다면, 군단장은 타차원의 존재와 동업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인신공양을 주된 사업 아이템으로 하는.
“우선은···”
이 언덕을 거슬러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사령부 본청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오르막.
그 양쪽으로 익숙한 모양새의 제단들이 계단식으로 늘어서 있었다.
그야말로 피라미드 형태다.
그 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바닥의 아스팔트가 신으로 이어지는 성스러운 길처럼 느껴졌다.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인상적인 광경이 눈을 사로잡았다.
“···연기?”
그 희뿌연 기체가 제단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타고 남은 유골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뒤덮인 하얀 잿더미가 그 적나라한 진실을 애써 가려 감추고 있었다.
불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천천히 하늘로 올라가며 흩어지기 마련.
하지만 제단 곳곳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나처럼 사령부로 향하는 길목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마침내 사령부의 본청에 다다랐을 때.
나는 그 모든 연기가 한 사내에게 모여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쉬이익···
놈은 주변에서 공양된 연기를 온몸으로 빨아들였다.
그러곤 눈, 코, 귀를 비롯한 온갖 구멍에서 연기를 뿜어냈다.
그렇게 빠져나간 연기가 마침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걸 보면, 놈은 이 군단 사령부 전체의 굴뚝 노릇을 하고 있었다.
놈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카라에 새겨진 세 개의 별.
즉, 이놈이 군단장, 김봉수였다.
놈은 멀쩡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제 부하들을 몽땅 고블린으로 만든 것 치고는 꽤나 대조적인 그림이었다.
‘출하.’
두고 볼 필요도 없었다.
놈을 향해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했다.
쐐애애액!
시속 300킬로로 날아드는 미사일.
하지만···
후욱!
순간, 연기로 변한 놈의 몸을 고스란히 통과해버렸다.
놈이 나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흐흐 웃음을 지었다.
슈우우웅!
저 멀리 날아가는 헬파이어 미사일.
하지만 나는 재활용에 능한 사람이었다.
미사일이 애먼 곳에 떨어지지 않도록 <상품 회수>를 발동했다.
회애애애액!
우뚝 멈춰 선 미사일이 다시 시속 300킬로미터의 속도로 후진을 시작했고···
까앙!
“윽!”
꽈아아아앙!
놈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제대로 폭발했다.
연기로 변한 몸통과 달리, 정작 머리에는 물리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지옥불의 홍염이 붉게 타올랐다.
[관통] 옵션이 담긴 헬파이어 미사일이다.하지만 놀랍게도, 놈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 씨발놈이···”
화는 좀 난 것 같았지만.
‘···설마, 나보다 위계가 더 높다는 소린가?’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타격이 있기는 했는지, 놈이 헉헉 숨을 몰아쉬고 있었으니까.
놈이 뒤통수를 부여잡았다.
사령부 사방에서 피어오르던 제단의 연기.
그 잿빛 기체가 놈의 뒤통수로 두껍게 몰려들었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후우···”
놈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사령부 곳곳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놈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군단장이 나를 마주 보았다.
오만하면서도 냉담한 표정.
놈이 까칠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당히 하지 그러나? 어차피 너는 날 못 죽여.”
“그래···?”
내가 물었다.
“···혹시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까?”
“······됐다.”
놈이 한숨을 몰아쉬곤 마저 말을 이었다.
“똑똑히 들어라. 나는 너와 싸울 생각이 없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 네게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야.”
갑작스러운 평화 제안.
그러고 보니, 놈은 내게 아직 별다른 공격을 가하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단순히 나를 죽일만한 능력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놈이 말했다.
“사람들을 구조하면서 왔다지? 네가 뭘 원하는지 얼추 짐작이 간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내 등 뒤로 깔린 수용소가 아직도 수십 개는 된다. 명수로 치면 한 사천 명 정도 남아 있지.”
놈의 제안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모두 넘겨주마. 대신, 더이상의 파괴를 멈추고 여길 떠나.”
“···싫다면?”
“남아 있는 인간들을 모두 죽여줘야겠지.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너는 나를 죽일 수 없으니까.”
다시 말해, 인질이었다.
협상의 내용은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였고.
내가 대답했다.
“여기가 어지간히 귀중한가 보네?”
“빨리 데리고 꺼져. 쓸데없는 잔머리 굴리지 말고. 백 명쯤 죽여줘야 조건이 더 와닿겠나?”
놈이 나를 채근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장의 싸움을 멈추는 것은 놈에게 가장 유리한 수일 터였다.
기껏 애써서 모아둔 제물을 포기할 만큼.
‘···무슨 속셈이지?’
당장 놈을 죽일 수 없는 건 분명했다.
제단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놈의 피해를 수복하고 있었으니.
아마도···
‘여기에 있는 동안은 피해를 입지 않는 거겠지.’
뿌리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연기들.
놈은 하나의 나무와도 같았다.
지상으로부터 소산을 거두어, 하늘을 향해 제 기둥을 뻗어 올리는 나무.
놈의 정수리로부터 뻗어 올라가던 연기를 바라보던 나는···
“······!”
어떤 시선과 마주쳤다.
‘···태양? 아니야, 저건···’
연기에 반쯤은 가려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작은 원.
어쩌면 태양의 조악한 모조품과도 같았다.
살갗에 돋는 소름과 함께, 어느 이름이 떠올랐다.
‘···토나티우.’
내게서 수수료를 떼어간 개 같은 타차원의 존재.
<제사장>이 된 군단장이 섬기고 있는 신격의 존재였다.
어쩌면 군단장의 똥배짱이 바로 이 ‘토나티우’에게서 나오는지도 몰랐다.
놈의 강림을 기다리며,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일지도.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놈의 제안을 반드시 거절해야 한다고.
‘골드, 다이아, 사파이어··· 제사장까지.’
수수료를 떼일 때 붙었던, 웃기지도 않는 명칭이다.
놈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매연.
어쩌면 이건 놈들이 세운 계급 사다리의 일환이 아닐까?
“아···”
그것이 1군단의 정체였다.
네트워크 마케팅, 다단계, 사이비 종교.
이건 기사왕과는 또 다른 종류의 ‘사업 모델’이었다.
군단장이 죽지 않는 이유 또한 바로 이 ‘사업 모델’에 있을 터.
뿌리 하나 잘라낸다고 무성한 나무가 죽지 않는 것처럼, 놈은 아래로부터 짜낸 고혈을 바탕으로 왕성한 생명력을 보충하고 있었다.
‘네트워크’와 ‘다단계’로 무장한 놈의 생명력은 나의 ‘지옥 불’보다도 끈질기고 강인했다.
내가 군단장에게 말했다.
“좋다, 군단장. 우리 신사적으로 해결하지.”
곧장 란슬롯과 베디비어를 아공간에 들여보냈다.
군단장은 내 능력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내심 안심하는 눈치였다.
“잘 생각했다. 아쉽군··· 뜻이 맞았다면 꽤 높은 자리를 내어줬을 텐데.”
다이아, 루비, 사파이어···
놈이 다단계의 보석상자를 뒤적거렸다.
다가올 자신의 운명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내가 말했다.
“하지만, 군단장. 나는 가장 먼저 너부터 구해야겠다.”
“뭐···?”
“지금 너는 심각한 환경에 처해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 다단계, 사이비 종교, 도박 중독, 약물 중독, 세상이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이 새끼가··· 무슨 소리야?”
“출하.”
쐐애애애액!
커다란 은빛 물체가 빠른 속도로 발사되었다.
그 정체는 외팔이 기사, 베디비어.
내가 그를 아공간에 넣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덥썩!
“아악!”
베디비어가 군단장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챘다.
몸통과 달리, 유일하게 물리력이 미치는 머리였으니.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완력이었다.
사로잡힌 군단장의 머리가 뿌리채 뽑힌 잡초처럼 흔들렸다.
군단장이 반발했다.
“이 새끼가···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치이이익!
놈의 몸에서 긴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연기가 향하는 곳은 놈의 뒤에 놓인 수용소.
약속이 결렬되었으니, 당장이라도 인질들을 죽이겠다는 심산이었다.
내가 대답했다.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빠르게.
“다단계, 사이비, 도박 중독에는 공통적인 해결 방법이 있다.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일단 집으로 데려오는 일이지.”
나는 위아래로 촘촘하게 연결된, 놈의 생명을 이루고 있는 네트워크 그 자체를 끊어버릴 작정이었다.
분명··· 내 ‘울타리’는 놈의 뿌리보다 강할 테니까.
화악!
포탈을 열었고···
“아··· 안돼!”
머리채를 잡힌 군단장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베디비어의 손속에는 거침이 없었다.
‘한 판만 더’를 외치는 도박 중독자를 구하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나는 포탈을 향해 앞장서며, 말했다.
“봉수야, 이제 집에 가야지.”
“안돼···! 아아악!”
놈도 직감한 것일까.
매연으로 이루어진 몸을 발버둥을 치며, 고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내가 들어선 위치는 국통사의 커다란 연병장이었다.
뒤로 보이는 푸르스름한 포탈.
그 표면 사이로, 나를 따라서 온 베디비어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녀석의 손에 딸려온 것은 모든 연결점을 잃어버린 군단장의 머리였다.
하얗게 질린 얼굴, 까뒤집힌 눈까지.
연기로 무한한 생명을 보충받던 놈이다.
하지만 그 연결점을 잃은 지금, 놈은 목이 잘린 나무처럼 파리하게 죽어 있었다.
휙!
베디비어가 놈의 머리통을 포탈 밖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차원 계좌가 소유 이전되었습니다.] [이미 차원 계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액이 합산됩니다.] [보유하고 계신 마석은 도합 14,915개입니다.]수수료 한 톨 떼지 않은 멀쩡한 돈이 들어왔다.
“후우···”
고개를 들었고,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아공간의 텅 빈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내 아공간에도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단··· 위아래는 없다.
놈들의 ‘네트워크’와는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