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2)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32화(32/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32편
(뉴 테크놀로지 (1))
군단장 김봉수를 처리한 뒤, 다시 포탈 밖으로 나섰다.
황량한 1군단 사령부.
곳곳에서 피어오르던 매연은 이제 자연의 순리대로 곧장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꿰액!
켁!
얼마 남지 않은 잔당을 처리했다.
군단장을 처리한 덕인지, 더는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았다.
네트워크의 중추에 있던 놈이다.
이로써 놈들의 기이한 다단계 시스템도 막을 내렸을 터.
이를 증명하듯 매연 사이로 떠 있던 타차원의 존재 ‘토나티우’ 또한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처리는 이걸로 됐고···”
이제는 수용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하나둘 꺼내줄 차례였다.
쐐애액!
타앙!
다닥다닥 배치된 수용소의 잠금장치를 부쉈고,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에게 수십 개의 포션을 뿌리며 이동했다.
“곧 정부군이 구하러 올 겁니다. 이곳 사령부를 나가셔도 좋지만, 도움이 필요하다면 너무 멀리 벗어나지는 마세요.”
그들의 시선에는 의심의 눈초리가 불안과 함께 섞여 있었다.
이미 한차례 1군단을 겪은 이들이니.
하지만, 내가 수백 개의 프로틴바와 생수를 눈앞에 내려놓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렸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인사를 전하면서도, 온전히 기뻐하지만은 못했다.
‘하긴 그렇지···’
저게 사람의 반응이었다.
내가 살아남았더라도, 남이 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웃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그게 죄의식이든, 알량한 위선이든지 간에.
단지 그것이 사람다운 반응이라는 것에서 의미를 찾으면 될 터였다.
그렇게, 수용소에 갇혀있던 모든 사람이 해방을 맞이했다.
반면, 내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후욱!
후우욱!
10명의 망령을 불러냈다.
그러곤,
“주변에 쓸만한 물건이 있는지 알아봐 줘. 특히, 군단장 집무실 같은 곳.”
명령을 하달했다.
망령들이 빠른 속도로 산개했고, 조만간 내가 챙길 수 있는 전리품이 무엇인지 알려줄 터였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전리품은 이미 손에 넣은 참이었다.
군단장의 차원 계좌.
자그마치 만 삼천 개가 넘는 마석이 들어있었다.
아공간 레벨 4를 찍고도 삼천 개가 남는 액수.
원래 있던 마석, 그리고 그새 고블린들을 처치하여 얻은 마석을 합하니 자그마치 만 오천 개가 넘어갔다.
당연히 급선무는 레벨업이었다.
그 전에, 마지막으로 팍스에게 물었다.
“팍스, 혹시 레벨 3에서 아직 안 올린 게 남아있나?”
[아직 ‘아공간 생명유지 시스템’을 개방하지 않으셨습니다.] [개방 비용은 마석 250개 입니다.]“아, 맞다.”
아공간에 부패, 변질, 노화를 지연시켜주고, 미약한 치유 효과를 부여해주는 능력.
유용하기는 하지만, 당장의 전력에 도움을 주는 능력은 아니었던 탓에 차일피일 개방을 미루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마석이 만 개도 넘게 쌓인 상황이다보니, 그리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었다.
“그래, 개방해줘.”
[알겠습니다.] [마석, 250개 받았습니다.] [남은 마석은 14,823 개 입니다.]“레벨 4로도 올려주고.”
[괜찮으시겠습니까?] [아공간 레벨 4에서는 전력 유지 비용이 24시간마다 마석 30개로 조정됩니다.] [수도/가스의 합산 비용 또한 동일합니다.]세 배가 껑충 뛰어올랐지만, 이제는 그리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진행해. 앞으로는 3일치씩 네가 알아서 긁어주고··· 이번에 쓰고 남은 유지비용도 그냥 같이 사용해 줘.”
[알겠습니다.] [잔여 유지비용으로 레벨 4에서의 유지비용 일부를 충당하고, 추가로 3일치 비용을 결제하겠습니다.] [레벨업 진행 및 유지비용 3일에 필요한 마석 10,180개를 받았습니다.] [남은 보유 마석은 4,643 개입니다.] [레벨업 진행 중···]“그러고 보니 아공간 밖에서 레벨업 하는 건 처음이네.”
아공간 안에는 한순간 붉은 빛이 하늘을 뒤덮었을 것이다.
정작 내게는 레벨업을 마친 팍스가 별다른 기색 없이 돌아왔을 뿐이지만.
[레벨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출하 스킬 및 아공간 능력에 관한 추가 강화를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그래. 이번에 새로 강화할 수 있는 항목을 띄워줄 수 있을까?”
[알겠습니다.]띠링!
—-[개방 가능 항목]—-
[비용 1,000]◈ 동시 출하(3)
-최대 여덟 개의 상품을 동시에 출하할 수 있습니다.
◈ 아공간 실험실(2)
-강화 또는 상품 조합에 따른 결과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화 또는 상품 조합에 대한 모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 카테고리 상품 등록(2)
-물류센터에 포함될 새 카테고리를 신설할 수 있습니다. (최대 2회)
(단, 카테고리 신설에 비용이 소모됩니다.)
————————-
완전히 처음 보는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동시 출하(3)>의 효과와는 달리, 나머지 두 개 능력에는 주목할만한 효과가 적혀 있었다.
실험실에 추가 능력이 부여되었고, 유용하게 써먹던 카테고리 등록에서는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를 직접 신설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더 다양한 사물을 흡수하고, 또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점차 아공간에 담긴 사물들의 활용 방안이 다채로워지고 있는 지금이었다.
후우욱!
이런저런 능력을 살펴보고 있자니, 어느덧 망령들이 돌아왔다.
반전은 없었다.
녀석들을 따라 군단장의 집무실에 다다랐고, 책상 서랍에서 쓸만한 전리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
팔랑.
A4용지 크기의 <차원 존재 등록 신청서> 여러 장.
그리고 고블린들을 위한 존재 등록 신청서 수백 장이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덜그럭.
서랍 안쪽을 구르던 강화석 하나를 발견했다.
여느 때와 같은 강화석이지만, 이 녀석은 어딘가 특이했다.
—-
[강화석(D)]속성 : 없음
옵션 : [내성]
—-
“···관통이 없네?”
[내성]이라는 단출한 옵션 하나.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방어구에 쓰라는 거네.”
[관통]이 없는 한, 공격 무기에는 활용할 수 없었다.애초에 지금껏 [관통] 효과를 노리고 쓰던 것이 바로 이 강화석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용한 옵션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말마따나 방어구를 강화할 수도 있는 한편, 코란도, 블랙 호크와 같은 이동수단을 강화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쓸 수 있을지도···”
번뜩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새로운 활용 방법을 떠올리며, 아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김정겸 너 이 자식··· 대체 뭘 한 거야···?”
아공간에 들어가자마자, 두 누나가 내게 달려들었다.
당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작은누나 김솔이 제 볼따구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여드름 흉터가 말끔하게 사라졌다고···”
“코에 블랙헤드도 없어졌어···”
큰누나도 덧붙였다.
내가 물었다.
“힐이라도 주고받은 거 아니야?”
“그랬으면 너한테 물어봤겠냐.”
두 사람은 시큰거리는 무릎이 오늘따라 말짱하다느니, 이 시간쯤 막히는 코가 뻥 뚫려있다느니 하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싸우고 온 사람 앞에서 왜 이렇게 태평한가 했는데, 먼저 들어온 란슬롯이 가족들에게 내 승전 소식을 알렸다고 했다.
하도 나를 칭송하며 장광설을 늘어놓은 탓에, 걱정하던 김이 다 새어버렸다고.
김솔이 혀를 꼬부라뜨렸다.
“칭송하나이다. 적장의 머리 끄댕이를 잡으신 우리 위대하신 김정겸 동지···”
“······”
두 누나가 나란히 잔망스런 눈주름을 접었다.
‘뭐··· 모르는 편이 낫지.’
누나들과 동행하지 않은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1군단에서의 참상은 결코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을 테니.
희생자들도 있었다는 것.
그 사실에 대해서는 차차 말해주어도 되리라.
그때였다.
“···주군!”
란슬롯이 다급하게 내 앞에 부복했다.
항상 근엄하고 충성스러웠던 란슬롯.
그가 이토록 다급하고, 애처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미칠 것 같습니다. 온 몸이 가렵고, 따갑고···”
란슬롯이 휘적휘적 가리키는 곳에는 베디비어가 있었다.
녀석 또한 란슬롯과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굽힌 외팔을 갑옷 안쪽으로 집어넣더니, 제 몸을 사정없이 벅벅 긁어대고 있었다.
“대체 왜들 이래···?”
잠시 멍하니 있던 나는, 그제야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공간 생명유지 시스템>.
그 아래 적혀 있던 짧은 문구 하나를.
-생명의 손상을 소폭 재생합니다.
생명의 손상.
따지자면 카멜롯의 기사들은 손상 그 자체였다.
놈들은 해골로 이루어진 언데드였으니까.
다시 말해···
“너무 간지럽습니다! 주군···!”
그 뼈다귀에 새살이 돋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아주 느린 속도로.
어쩌면 해골 기사들이 생전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걸 따지기엔 당장 이놈들이 너무나도 괴로워 보였다.
신난 강아지마냥 배를 뒤집어 깐 채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으니.
“젠장, 따라와.”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
.
.
내가 다다른 곳은 위병소 옆에 위치한 모텔··· 아니 카멜롯 성.
나는 이 카멜롯을 망령을 부리고, 기사들을 소환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왔다.
남은 건 [피의 제사]라는 이름의 파렴치한 인신공양 기능이었지만, 한 가지 주목할만한 문구가 있었다.
[피의 제사]-내부에 담긴 생명력을 ‘숙성’, 또는 ‘착취’하여 강화석(랜덤)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카멜롯은 생명력을 재료로 강화석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때, 그 재료를 충당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숙성, 혹은 착취.
기사왕이 사용했던 방법은 단연코 숙성이다.
놈은 맛 좋은 생명력을 위해, 제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바쳐가며 내게 이 시커먼 김장독을 선사했었다.
하지만 착취는 달랐다.
숙성보다는 효율이 낮지만, 지속해서 야금야금 생명력을 갈취하는 형태.
다시 말해···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주군!”
“역시 우리 주군이십니다!”
란슬롯과 베디비어가 충성을 맹세하며 카멜롯의 1층 로비에 널브러졌다.
다시 서서히 썩어들어 가는 새살.
아공간의 치유 능력으로 인해 고통받던 그들이다.
이보다 좋은 환경이 있을 수 없었다.
“후우!”
연거푸 시원한 숨을 몰아쉬는 녀석들.
그들은 에어컨 파워 냉방 18도를 반나절 내내 틀어 놓은 모텔방에 들어온, 습하고 찌는 여름날의 퀴퀴한 남정네들과도 같았다.
우우웅···
참으로 오랜만에 가동된 카멜롯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곤 탈수를 시작한 통돌이 세탁기처럼, 해골기사들의 생명력을 서서히 갈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땡그랑!
익숙한 돌멩이가 란슬롯의 투구를 때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란슬롯이 떨어진 물건을 주웠고, 밖에 서 있던 내게 가져다주었다.
푸르스름한 색상의 돌.
[강화석(D)]속성 : 전기
옵션 : [관통], [감전]
강화석이었다.
“······”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물류센터나 국통사와 달리, 카멜롯의 <카테고리>로서의 역할만큼은 아쉬운 면이 있다고.
망령을 부리고, 기사를 소환하는 능력이 실로 유용하지만, 그렇다고 이 아공간 능력과 완전히 똑 맞아떨어지는 물건까지는 못 된다고.
하지만···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아공간의 생명유지 시스템, 그리고 카멜롯의 생명력 착취가 환상의 하모니를 자아낼 줄은.
이럴 때 쓸 수 있는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무한동력.”
그것이 아공간에 갖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