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33화(33/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33편
(뉴 테크놀로지 (2))
“···이게 왜 되는 거야?”
황당하지만, 되는 건 되는 거다.
손끝에 닿는 매끈한 감촉.
비현실적인 감각과는 별개로, 손에 들린 강화석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진짜였으니까.
이대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이제 카멜롯은 강화석을 생산하는 농장 그 자체가 되었으니.
생명력을 갈취한다는 점에서는 기사왕과 다를 바 없었으나, 정작 기사들이 에어컨을 쐰 여름날 강아지들마냥 기뻐 혀를 내두르는 것을 보며 작게나마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어느덧 강화석이 두 개가 되었다.
군단장을 잡고 얻은 [내성] 강화석 하나, 그리고 방금 얻은 [감전]까지.
서로 다른 두 개의 강화석을 바라보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럼··· 어디다 쓰면 좋을까?”
.
.
.
첫째로는 기사들을 추가로 소환하는 방법이 있다.
당장의 전력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제는 강화석을 만드는 원동력으로도 쓸 수가 있을 테니.
당장 두 명만 늘리더라도, 지금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강화석을 생산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좀 있지.”
이번만큼은 카멜롯을 가동하자마자 운 좋게 곧장 강화석을 얻었지만, 다음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어쩌면 기사왕이 이미 쌓아두었던 생명력이 있었고, 우연히 이번 계기로 넘치는 한스푼을 얹었을지도 모를 일.
벌써 몇 시간이 흐른 지금 만해도 카멜롯에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더욱이, 아직 ‘소폭’ 회복에 불과한 <생명 유지 시스템>이다.
당장은 카멜롯이 얼마마다 강화석을 뱉어내는지 한번 두고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다음 용도는···”
아이템 강화였다.
헬기, 차량, 헬파이어 미사일까지.
강화하고 싶은 물건은 잔뜩이었지만···
“이번에 꼭 강화해보고 싶은 게 있지.”
터벅터벅.
아공간의 <실험실>로 향했다.
갓 출하한 따끈따끈한 신상품을 손에 들고.
마침내 실험실에 도달한 나는, 검은 몸체의 녀석을 ‘척’하니 꺼내 보았다.
철컥!
소총.
하지만 K2는 아니다.
국방개혁이니 뭐니 하는 이름과 함께 전방부대부터 보급됐던 녀석.
K2C1이라는 이름의 신형 소총이었다.
1군단을 쓸어버리던 중 <카테고리 상품 등록>으로 들여온 물건이었는데, 여러모로 K2보다는 준수한 생김새를 자랑했다.
“사실 뭐가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왕 강화하는 겸, 신상을 강화하는 게 낫지 않을까?
보통의 K2보다 뭐라도 낫기는 더 나으리라.
사실, 소총 강화를 고민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총이 아닌, 탄알을 강화해야 했을뿐더러, 그렇게 강화된 탄알을 소총 몸체가 버텨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
[강화석(D)]속성 : 없음
옵션 : [내성]
—-
충격을 감당해줄 옵션이 더해졌으니까.
“관건은···”
[내성]이 부여된 소총이 강화된 탄의 위력을 감당할 수 있는지.다행히도, 내게는 그 여부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었다.
바로, 정밀한 <실험>이었다.
.
.
.
띠링!
팍스가 요청한 설명을 띄워주었다.
—
[비용 1,000]◈ 아공간 실험실(2)
-강화 또는 상품 조합에 따른 결과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화 또는 상품 조합에 대한 모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
새롭게 강화된 실험실 능력.
이 능력만 있다면 강화석을 사용하기 전에 미리 그 효과를 테스트해보는 것이 가능했다.
바로 이 <모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방해줘.”
겉보기엔 평소와 다를 바 없다.
텅 빈 공간, 그리고 원하는 상품을 홀로그램으로 불러낼 수 있다는 것까지 동일했으니까.
그 대신···
—
※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공된 모의 정보입니다.
[5.56mm NATO 탄 +1]등급: [레어]
설명: [정보를 불러오는 데 실패했습니다. 직접 설명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속성: [전기]
옵션: [관통], [감전]
—-
이렇듯, 강화를 적용하기 전에 미리 예상되는 정보를 띄워볼 수 있었다.
강화된 탄알의 정보를 확인한 직후,
나머지 두 개의 상품을 추가로 홀로그램으로 불러냈다.
[K2C1 소총, 가격이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쟌슨빌 오리지날 스모크 소시지, 360g, 가격은 9,710원입니다.]공중에 떠오른 세 상품의 홀로그램.
일단은 평범한 소총 탄창에 강화된 [감전] 탄환을 끼워 넣었다.
그리고, 소총의 레일 위로 먹음직스런 소시지를 턱하니 올려두었다.
남은 건, 격발.
단, 진짜 격발이 아닌 시뮬레이션을 통한 격발이었다.
타아앙!
격발과 함께,
꽈앙!
소총이 몸통째 터져나갔고, 동시에 소시지의 잘 익은 살점이 껍데기를 뚫고 이곳저곳에 흩뿌려졌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그 이상으로 무시무시했다.
“총알만 강화해서 썼으면 곧장 저승길이었겠구나.”
탄알의 폭발을 이기지 못해 소총이 터져나간 건 그렇다 쳐도, 위에 올려둔 소시지까지 익어버렸다.
탄알의 [감전] 옵션이 거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뜻.
실전이었다면, 총을 쥐고 있던 내가 역으로 감전당한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
※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공된 모의 정보입니다.
[K2C1 제식소총 +1]등급: [레어]
설명: [정보를 불러오는 데 실패했습니다. 직접 설명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속성: [없음]
옵션: [내성]
—
이번에도 조건은 동일했다.
[내성]이 부여된 소총이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감전] 탄환을 끼워 넣었고, 위에 싱싱한 소시지를 올려두었다.즉시 격발을 시행했고,
타아앙!
결과는···
“오···?”
성공이었다.
[관통]과 [감전] 옵션이 부여된 총탄이 성공적으로 날아갔고, [내성]이 부여된 소총은 조금 삐걱거리기는 했으나 큰 무리 없이 충격을 버텨냈다.위에 올린 소시지는···
“생소시지 그 자체···!”
전혀 익지 않았다.
[내성]이 사격자에게 흘러드는 [감전]을 차단했다는 뜻.물론,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성]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총탄을 연발로 발사할 경우, 혹은 단발이어도 그 횟수가 많아질 경우 어김없이 소총이 터져나가며 소시지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졌다.
실험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무리 [내성]이 부여되었다 한들, 소총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웠으니까.
<실험실>에서 몇 번의 테스트를 거친 끝에, 소총이 최대로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발로는 세 발. 단발로는 다섯 발.”
딱 여기까지였다.
아쉬운 숫자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때그때 새로 뽑아서 쓰면 되지 뭐.”
어차피 소총도 무제한이니까.
***
고소한 냄새 탓에, 직원 식당으로 이끌렸다.
수십 개의 접시가 나란히 도열해 있었고, 주방에서는 어머니와 오지수가 스테인리스 보울 위로 부단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은빛 보울 위를 헤엄치는 초록색 참나물.
한 가닥이 어머니의 손에 딸려 나오기에, 날름 입에 집어 넣었다.
“와···”
너무나도 익숙한 맛.
하지만 그만큼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맛이었다.
오독 씹히는 통깨, 그다음으로 고소한 들기름과 참나물의 향이 어우러지듯 밀려들었다.
어머니가 덧붙였다.
“보통은 마늘을 넣어서 무쳐도 되는데, 이렇게 안 넣어도 꽤 괜찮아. 나물 향이 확 살아나거든.”
어머니가 이해하는 맛의 저편.
그 넓이가 차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방대하게 느껴졌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무언가다.
그 말 하나하나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기록한다 해도, 과거의 유산은 필연적인 실전을 거듭한다.
문득 두려워졌다.
그것이 사라진 뒤에도 과연 세상이 존속할 수 있을지 차마 걱정이 될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최대한 그것이 미뤄지도록 발버둥 치는 것뿐이었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가 명령을 하달했다.
“거의 다 됐으니까, 가서 다들 밥 먹으러 오라 그래.”
“아···”
밖에서 농땡이를 부리는 다른 베짱이들을 모아오는 것.
그것은 주방을 기웃거리다 뭐라도 한 입 얻어먹은 베짱이가 해야 할 당연한 도리이자, 임무였다.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아공간 곳곳에 흩어진 가족들을 찾으러 나섰다.
.
.
.
“꺼윽.”
김솔이 떡두꺼비 같은 표정으로 제 배를 매만졌다.
어느덧 시원하게 비어 있는 밥상.
어머니와 오지수는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내게 부탁했다.
“정겸아, 막걸리 하나 빼다 주어. 란씨랑 한잔해야겠다.”
아무래도 이곳 풀필먼트 센터의 주문 시스템이 할아버지에게는 퍽 낯선 모양이었다.
“여기 막걸리도 있던가? 그리고 해골들이 무슨 술을 먹어요.”
“엥? 란씨 술 못 혀?”
“아니 그게 아니라···”
그때, 누군가 쿡쿡 옆구리를 찔렀다.
“소주도··· 빨간 뚜껑···”
돌아보니 시선을 먼데 놓은 아버지가 복화술로 대화를 시도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술을 찾는 두 베짱이의 여정은 열심히 식사를 준비한 개미에 의해 그 끝을 맞이했다.
“이 마당에 술 드시게?”
“···!”
벌떡!
아버지가 대뜸 몸을 일으켜 그릇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
그건 식사를 얻어먹은 베짱이들이 해야할 당연한 도리이자, 임무였으니.
아버지야 어쩔 수 없지만, 울상이 된 할아버지에게는 몰래 막걸리를 가져다드릴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사진 찍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던 큰누나가 돌연 손바닥만 한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흔히 폴라로이드 카메라라고 알려진.
[인스탁스 미니에보 즉석카메라, 가격은 349,000원입니다.]그녀의 뒤에는 온몸을 벅벅 긁고 있는 두 명의 해골 기사가 서 있었다.
큰누나, 김주연 씨께서 말했다.
“여기 두 분 힘드시다니까, 빨리 끝냅시다!”
그렇게···
찰칵!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김씨 일가, 이용수의 가족, 형수네 친정 식구들, 카멜롯의 기사들까지.
고성능 AI답게 혹 서운해 할까 싶어, 팍스의 마스코트 인형까지 주문해 합류시켰다.
지이잉···
카메라가 즉석으로 사진을 뽑아냈고,
“꺄악! 이거 뭐야!”
배경을 채운 카멜롯의 망령들이 가족사진을 심령사진으로 만들어주었지만, 아무쪼록 아공간의 식구들 모두가 담겼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먹은 자리를 정리하고, 찍은 사진을 나란히 놓으며 왁자지껄 목소리를 틔울 때쯤이었다.
띠링!
모두의 눈 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각성 유무를 가리지 않고.
알 수 없는 스산한 감각이 찾아들었다.
메시지의 발신인은···
다차원상공회의소였다.
.
.
.
놈들이 보내온 것은 그야말로 ‘공문서’ 그 자체였다.
—
다차원상공회의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지난 자유 개척 시기 동안, 지구 차원으로의 내사(內射) 및 외사(外射)가 진행되었습니다.
귀 차원은 내사(內射)의 축복에 관한 13,117 건의 신규 사례를 창출했으며, 자유 상인들을 상대로 한 17건의 역성장 유도를 통해, 귀 차원이 충분한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을 담보하고 있음을 다차원에 시사하였습니다.
그 노고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
알 수 없는 표현과 숫자로 표기된 딱딱한 문구.
우리에게 생생하게 들이닥쳤던 멸망은 놈들에게 있어 문서 몇 줄에 정리될 수 있는 하찮은 일에 불과했다.
그저, 너희들의 발악이 제법 인상적이었노라 비행기를 태워줄 뿐.
당연하지만, 이 놈들의 용건은 우리를 칭찬해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계속됐다.
—
다차원상공회의소는 지난 자유 개척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지구 차원이 가진 성장 잠재성을 면밀히 평가하였습니다. 지구 차원은 자유 개척 단계에서 이례적으로 성장 등급 [BB-]를 달성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다차원에서의 2차 개척 사업 공모 또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차원상공회의소의 개방 세부 전략에 따라, 지금으로부터 7일 뒤 지구 전 지역에 대한 공식적인 <입찰 경쟁>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공모에 참여한 타차원과 지구 차원의 주민들은 설정된 룰에 따라 서로의 수익 잠재성을 겨룰 예정이며, 타차원이 승리할 경우 해당 지역에 게이트 포탈을 설치하여 향후 개척에 대한 혜택을, 지구 차원의 주민이 승리할 경우 별도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경쟁 시작 24시간 전, <입찰 경쟁>에 관한 자세한 사항이 지역별로 공지될 예정입니다.
지구 차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참여 바랍니다.
다차원상공회의소 배상.
—
메시지의 내용을 읽은 우리는 한결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다시 말해···
“···아예 제대로 밀고 들어오겠다는 소리네.”
완전한 선전포고였다.
다만, 놈들에게는 이 모든 멸망이 저들 손바닥 위의 놀이처럼 여겨지는 듯했다.
사업 공모, 입찰 경쟁, 승리와 보상을 운운하는 걸 보면.
중요한 것은 그 망할 ‘입찰 경쟁’이라는 것이 ‘룰’이 설정된 일종의 경기라는 것.
그리고 전 지구 곳곳에서 개최된다는 점이었다.
분명, 이곳 서울에서도 놈들이 이야기한 경기가 벌어질 터였다.
“···어떻게 할 거야?”
가족들이 물었다.
한차례 막아낸 멸망이 더 높은 파도가 되어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더욱이 나는 놈들의 공세를 막아낼 가장 큰 전력이었으니.
“용산으로 가자. 합참본부와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전 지구적 싸움.
이건 더 이상 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