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4)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34화(34/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34편
(중력과 은총 (1))
그날 저녁, 우리는 합참본부가 있는 용산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상공회의소의 메시지를 받은 것은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깜깜한 밤이 내려앉은 용산의 하늘을 보며, 유성철이 말했다.
“저희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군단 지역이 수습되는 대로 본격적으로 각성자들을 군 편성에 포함시킬 예정이에요. 물론···”
군은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놈들이 말하는 ‘입찰 경쟁’이라는 게 도무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당장은 정보가 부족했다.
일주일 뒤로 예고된 새로운 멸망.
그 시간을 알차게 채우고 있을 수밖에.
한편, 작전본부장 유성철은 나와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1군단을 쓸어주는 조건으로, 차후 군이 수습하게 될 장비들을 내게 한 번씩 빌려주기로 했던 일.
유성철이 내게 양해를 구했다.
“현장에서 운용되고 있는 장비들도 많은 탓에, 모두 한번에 모아서 빌려드리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세상이 요지경인데, 놀고 있는 군용 장비가 있을 리 없었으니까.
“해서··· 준비가 될 때마다 하나씩 대여해드리는 방향은 어떠실까요? 무리한 장비만 아니라면, 이번에 1군단에서 되찾은 것 외에도 이것저것 대여해드릴 수 있을 겁니다.”
오히려 좋았다.
나로서도 그 많은 장비들을 한 번에 먹어 치울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
<카테고리 상품 등록>에는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그의 말처럼, 다양한 장비를 필요할 때마다 불하받는 편이 나을 터.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뒤, 그에게 물었다.
“이해합니다. 그렇게 진행하시죠. 그럼 저건···?”
내 시선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우뚝 서 있는 전차.
탱크처럼 생긴 몸체 위로, 레이더와 미사일이 장착되어 있었으니.
유성철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바로 알아보시네요. 예상하셨다시피, 이번에 빌려드릴 물건입니다. K-31 천마라는 기갑 차량인데, 레이더를 통해 대공 유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죠.”
“오···”
그의 말대로, 제자리를 팽팽 회전하는 레이더가 눈에 들어왔다.
천마.
유도 미사일.
실로 웅장한 표현이었다.
물론 제대로 사용하려면 소총처럼 탄약과 기갑 차량을 각각 강화해야 하겠지만··· 자세한 활용 방법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보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뭘요. 도와주신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김 대령께서는 이번 기회에 저희와 백년가약을···”
“아아주 고맙습니다.”
서둘러 그의 말을 잘라내며,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성큼성큼 팽팽 레이더를 돌리고 있는 기갑차량에 다가섰다.
팍스가 새 물건을 스캔했고,
[해당 상품을 ‘군부대’ 카테고리에 수용합니다.] [등록 비용 책정 중···]띠링!
[등록에 필요한 비용은 마석 96 개입니다.]그렇게, 내 아공간에 천마님을 모셨다.
***
상공회의소가 부여한 준비 기간은 일주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이 폭풍전야처럼 흘러갔다.
물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합참 본부와의 협력 하에, 주변 지역 괴물들을 사냥하며 본격적으로 마석을 수급했다.
독립문에 자리 잡은 트롤 부족을 토벌했고, 백련산에 숨어든 반 고블린 변종들을 소탕했으며, 신촌을 누비던 드레이크들에게 불맛을 보여주었다.
가족들의 성장 또한 잇따랐다.
김솔의 <배리어>는 8위계 괴물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해졌으며, 큰누나는 아예 영역 단위의 힐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형수 또한 버프 포션 개발에 착수했고 아버지는 새로운 포탑 설계도를 얻는 등 그들만의 성장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입찰 경쟁’의 전날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합참본부가 마련한 위기대응실에 모여앉았다.
그리고 놈들이 예고한 시간까지 단 24시간을 남겨두었을 즈음···
“···!”
“왔다···”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
다차원상공회의소에서 귀 차원에서 진행될 입찰 경쟁 내용에 관해 안내드립니다.
[입찰 경쟁 (대한민국-서울)]등록번호 : 0471
장소 : 여의도
시간 : 24시간 뒤
조건 :
-지역 대표를 포함한 100인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입찰 경쟁 시작 1시간 전까지 정해진 장소에 입장해야 하며, 이후로는 출입이 불가합니다.
내용 :
경쟁 시작과 동시에 에메스 차원의 스타팅 포인트에 ‘게이트 핵’이 생성됩니다. 핵은 12시간 뒤 자동으로 부화하며, 부화 시 에메스 차원과 연결된 게이트 포탈이 형성됩니다. 주어진 12시간 내로 게이트 핵의 부화를 저지하세요.
성공 시 : 승리 수당 및 별도의 보상 지급.
실패 시 : 여의도에 에메스 차원의 게이트 포탈 설치.
귀 차원의 번영을 응원합니다.
—
더불어, 우리의 적이 될 놈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제공되었다.
띠링!
[에메스는 다차원에 등록된 중위계 차원으로, 에메스 여신을 숭상하는 성 기사단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성력에 기반한 건축과 무기 생산이 특징이며, 최근 꾸준한 성장률을 통해 건실한 차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놈들의 비장한 포부도 전해졌다.
띠링!
[에메스 차원에서 보내온 사전 통보 메시지입니다.]-미개한 야만의 존재들이여. 거룩한 에메스 여신의 철퇴를 받으라.
“햐···”
참으로 싸가지 없는 서두.
단 두 문장 안에 철퇴로 마침표를 찍는 것을 보니, 성질이 급해도 보통 급한 게 아닌 놈들이었다.
나름대로 싸움에 룰이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상공회의소가 전해준 정보에는 이번 전투에 참여하게 될 적들의 명단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참여 명단]슈흐람 바이어 [8위계]
라미루스 헤니케 [8위계]
디프 다브렉 [8위계]
매디아니스 혼즈 [8위계]
토레 아르만···
···
“젠장······”
작전본부장 유성철이 머리를 움켜쥐었다.
앞서 우리와 한 차례 정보를 공유한 상황이다.
그 또한 위계와 척력을 두르고 있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명단에 적힌 적들의 수는 자그마치 100명.
해골 기사 하나로도 숨이 막혔던 정부군이었다.
그런 놈들이 100명이 떼거리로 몰려나온다니, 막막하기 짝이 없을 터.
모두가 긴장에 잠겨 있던 중···
“···?”
내게만 한 가지 메시지가 추가로 날아들었다.
—
다차원상공회의소에서 알려드립니다.
귀하는 지난 자유 개척 기간 동안 상공회의소에서 ‘서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존재로 확인되었습니다.
상공회의소는 귀하를 24시간 뒤 진행될 입찰 경쟁의 ‘서울 대표’로 선정하였으며, 대표직을 수락할 경우 입찰 경쟁에 참여할 멤버 100인(본인 포함)을 직접 선정할 수 있습니다.
대표직을 거부할 경우 다음으로 높은 수익을 거둔 존재에게 선택 권한이 부여되며, 세 번 이상 대표직이 거부될 경우 서울 지역에 대한 입찰 경쟁이 자동 패배 처리됨을 안내드립니다.
대표직을 수락하시겠습니까? [Y/N]
—
‘왜 나한테만 뜨는가 했는데···’
나도 모르는 새 수익률 1위를 찍어버린 모양이었다.
그 덕에 서울 대표가 되었고, 내가 원하는 인원으로 팀을 꾸릴 수 있게 된 것.
‘차라리 잘됐네.’
[YES]나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서울 내 수익률 1위 달성.
그건 내가 서울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테니.
순번이 뒤로 밀릴수록, 서울 지역의 승리 가능성 또한 한 발 뒤로 밀려나게 될 터였다.
하지만···
‘사람이 좀 많은데.’
100명.
우리 가족을 통틀어도, 각성자는 채 10명이 되지 못했으니.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애처롭게 머리를 쥐어뜯고 계시는 유성철 본부장.
그에게 내가 서울 대표가 되었으며, 100명까지 참가자를 모집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적들의 전력은 여전히 막막하지만, 그에 맞서 싸울 전력을 스스로 꾸려볼 수 있게 되었으니.
그가 준비해온 파일철을 뒤적거렸다.
그러곤 합참이 보유하고 있는 각성자 중 누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뇨.”
내가 그의 말을 막아 세웠다.
“특등사수면 됩니다.”
“예···?”
유성철이 바람 빠진 인형처럼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특등사수.
스무 발 중 열여덟 발 명중이라는 엄격한 기준.
군 생활 중 총 좀 쐈다 하면 얻을 수 있는 영광스런 호칭이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새롭게 강화한 K2C1 소총.
나는 100명 모두에게 ‘템빨’을 떡칠할 작정이었으니까.
***
이튿날이 되었다.
100명의 명단.
우선은 나와 이용수, 그리고 두 누나를 명단에 포함시켰다.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 카멜롯의 기사들을 제외한 뒤 남는 자리는 아흔여섯 개.
그 모두를 합참 본부가 선별한 특수부대원들로 채워 넣었다.
척척.
분대별로 움직이는 군인들.
손에는 하나같이 강화된 K2C1 소총이 들려있었고, 탄창에는 [감전] 탄환 세 발씩이 담겨 있었다.
‘입찰 경쟁’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
우리는 차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에 입성했다.
여의도 전역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란 빛의 막이 씌워져 있었는데, 놀랍게도 내부에서 사람은커녕, 그 흔한 괴물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덕이었다.
한때는 정치, 그리고 금융의 중심지였던 여의도.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그곳의 전경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었으니.
그중 가장 상징적이었던 것은 다름 아닌 국회의사당이었다.
“···완전히 박살이 났군요.”
이용수가 혀를 내둘렀다.
특유의 하늘빛 돔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사각형의 건물 몸체가 폭삭 주저앉아 앉은 채, 뒤에 놓인 한강 물을 버젓이 전시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저건?”
그 위로 떠 있는 커다란 붉은색 홀로그램.
아래로 향하는 화살표에는 다음과 같은 거대한 글씨가 떠올라 있었다.
[게이트 핵 설치 지역]상공회의소가 예고한 대로였다.
만일 우리가 놈들의 방어를 뚫지 못한다면, 바로 저 위치에 놈들의 차원으로 이어지는 게이트 포탈이 설치될 터.
머지않아 놈들의 병력이 이곳 여의도를 넘어 서울 전역으로 밀려들 것이었다.
부우웅···
차가 그와는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우리의 출발 지점이 바로 그곳에 있었으므로.
목적지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푸른색으로 표시된 홀로그램 화살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구 차원 스타팅 포인트]그 아래 놓인 것은···
“···묘하네.”
노량진 수산물 시장이었다.
아무래도 여의도 전체가 적들의 방어 구역이 되었고, 그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우리의 스타팅 포인트가 형성된 모양.
[경쟁 1시간 전입니다. 참가자들은 스타팅 포인트로 입장해주세요.]텅 비어버린 수산시장.
방치된 각종 해산물의 썩은 내가 코를 찔렀다.
놈들의 여의도 땅을 밟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언더독도 이런 언더독이 없었다.
몇 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에메스 차원의 존재들이 입장합니다.]적들도 지구의 땅을 밟기 시작했다.
여의도 중심부에 리스폰된 그들은 이제 우리의 침입을 저지하는 한편, 다름 아닌 국회의사당이 서 있던 자리에 ‘게이트 핵’을 부화시킬 것이었다.
하지만···
“뭐야, 이 새끼들···?”
놈들은 우리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여의도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어야 마땅할 놈들이다.
하지만 시작을 불과 채 10분도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점임에도, 놈들은 우리의 코앞에서 요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휘우!”
“에메스 여신의 이름으로!”
사이에 놓인 투명한 방호막.
아직 싸움이 시작되기 전이었기에, 서로를 향한 공격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수십 명의 성기사들이었다.
놈들은 저들의 깡통 갑옷을 칼로 캉캉 두드려대며, 여신의 찬가를 부르거나, 우리를 어떻게 고문하고 노예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도발과 조롱.
그 절정은 우리가 놈들을 향해 미리 사격 자세를 취했을 때였다.
“흐흐, 역시 촌놈들은 예상을 벗어나는 법이 없구나. 총구부터 들이밀었던 차원이 어디 너네만 있었던 줄 알아? 그깟 장난감으로 백날 쏴 봐. 생채기 하나 나는지.”
깔깔 웃어대던 놈이 돌연 매서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뭐··· 모르면 죽어야지.”
안다.
놈들 모두가 8위계의 괴물이라는 것을.
평범한 총알로는 놈들의 척력과 갑옷을 뚫을 수 없을 것이다.
원래라면.
스릉!
놈들이 검을 빼 들었다.
그러곤···
“킥킥···”
혓바닥을 꺼내어 검 면을 핥았다.
성기사 치곤 상당히 파격적인 퍼포먼스.
한편, 우리는 소총의 가늠자를 통해 놈들의 공연을 관망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건 평범한 총이 아니었다.
미친 광신도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은‘총’이었으니.
[입찰 경쟁이 시작됩니다.] [10, 9, 8 ···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 3, 2, 1···]지이잉.
우리 사이를 가리는 장막이 거둬진 그 순간.
투두두두두두!
100여 개의 총구에서 세찬 총알이 쏟아져나왔다.
핑!
피잉!
놈들의 갑옷을 가볍게 뚫어버리는 총알.
심지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아흑!?”
“윽?”
탄환에 부여된 [감전] 옵션.
그것이 성기사들의 갑옷을 넘나들며, 짜릿한 감동을 선사했으니까.
단 세 발에 불과한 탄창이지만···
이 또한 문제없었다.
휙!
부대원들이 소총을 뒤로 집어 던졌다.
그러곤,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새 소총을 집어 들었다.
당연히, 이미 탄알이 장전된 소총이었다.
투두두두두!
연이은 사격.
“아아아아하아악!”
놈들에게 짜릿한 은총을 내려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상하좌우 제각각으로 꺾이는 놈들의 팔다리.
옴짝달싹 멈춰선 놈들의 눈에는 후회와 절망이 서려 있었다.
피잉!
퉁겨져 나온 총알이 퐁당 수족관에 빠져들었다.
펄떡! 펄떡!
수조에 담긴 생선의 썩은 몸이 춤을 추었을 즈음.
당장 눈앞에는···
치이이-
수십 명의 성기사들이 갑옷째로 나뒹굴고 있었다.
펄떡!
짜릿한 감동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