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35화(35/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35편
(중력과 은총 (2))
“후퇴! 후퇴!”
우리를 조롱하던 성기사들의 비장한 목소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관통] 옵션이 포함된 총알이 놈들의 은빛 갑옷을 종잇장처럼 뚫고 들어갔고, 놈들은 낯선 신문물에 화들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며, 후다닥 후퇴를 시작했다.물론, 우리의 총알은 놈들의 줄행랑보다 빨랐다.
덕분에 앞에서 깐죽거리던 성기사들의 절반가량을 총으로 사살했고, 추가로 쏘아낸 헬파이어 미사일에 의해 휘말려 나머지 대부분 또한 운명을 달리했다.
다만 중간에 치유 능력을 발휘한 사제가 섞여 있었던 탓에, 몇몇이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봤자 여의도 안짝이겠지.”
놈들은 이곳 여의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지켜야 할 ‘게이트 핵’이 국회의사당에 버젓이 놓여 있을 테니.
덜컹!
덜컹!
블랙호크 여섯 대를 노량진 수산시장 앞에 나란히 출하했다.
척척!
규칙적인 군홧발 소리.
특수부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위치로 움직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격 만발의 특등사수들이었지만···
그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각자 위치로!”
이들 중 상당수는 헬기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이었으니.
헬기마다 두 명의 조종사가 조종 칸에 올랐고, 여섯 명의 병사들이 마저 수송 칸에 올랐다.
내가 탄 헬기만큼은 이번에도 이용수가 운전을 맡았다.
단, 장착된 미사일을 발사해줄 기술자가 필요했기에, 합참 측 화기 관제사 한 명이 부조종석에 몸을 실었다.
나와 김솔, 그리고 베디비어는 각각 강화된 소총을 들고 수송 칸에 올랐다.
한편, 란슬롯과 큰누나, 그리고 나머지 병사들은 지상에 있을 적들을 견제해주기로 했다.
투두두두두!
여섯 대의 블랙호크가 날아올랐다.
그야말로 웅장한 자태.
헬기를 보며 코웃음 치는 성기사들의 모습이 잠시 눈에 들어왔지만···
꽈아아아앙!
파창!
바로 교육에 들어갔다.
터져나가는 여의도 고층 빌딩의 유리.
그 아래로, 두꺼운 갑옷을 입은 성기사가 화마에 삼켜졌다.
[관통]과 [폭발]이 담긴 헬파이어 미사일.헬기마다 각각 열여섯 발의 헬파이어가 장전되어 있었으니까.
“히··· 히익!”
성기사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지옥불.
놈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투두두두두두···
이제는 완전히 떠오른 헬기.
놈들의 근거지가 있을 국회의사당으로 서서히 다가서려던 찰나였다.
“저건···?”
낯선 풍경을 발견했다.
분명 국회의사당이 폭삭 무너진 것을 똑똑히 보고 온 터다.
하지만 그 자리 위로 낯선 건물의 골조가 올라가고 있었다.
따앙!
따앙-!
망령을 통해 전해져 들어오는 망치 소리.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를 뚫고 들어올 만큼, 그 소리는 맑고 청아했다.
그때였다.
꽈아아앙!
타아앙!
소리의 근원지는 나란히 옆을 날던 2번 헬기.
두 번째 블랙호크의 기체가 검은 매연을 풍기며 흔들렸다.
헬기에는 눈부신 광채로 휩싸인 기다란 창이 꽂혀 있었고, 엔진룸 옆으로 새카만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
범인은 지상에 있는 성기사들.
놈들이 특유의 완력으로 창을 집어 던지며 헬기를 요격하고 있었다.
성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것이, 그야말로 ‘성창(聖槍)’이었다.
-다운! 다운!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2번 조종사의 다급한 목소리.
나 또한 무전을 통해 신호를 보냈다.
“탈출!”
전투기와 달리, 헬기에는 비상탈출 장치가 없다.
요격을 당하면 그 자체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는 소리.
하지만 괜찮았다.
레벨 4 아공간의 최대 수용 인원은 자그마치 100명에 달했고, 작전에 참여한 모든 병사들을 아공간에 등록해둔 터였으니.
덜컹!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헬기에서 뛰어내린 조종사들과 수송칸의 병사들.
그 믿음에 답하듯, 그 모두를 <상품 회수>로 빠짐없이 구조했다.
슈우우우욱!
주인을 잃은 헬기는 그대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꽈릉!
꽈아아아아앙!
장착된 미사일의 연쇄 폭발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쐐애애애액!
타아앙!
적들의 투창은 계속됐고, 헬기들 또한 추락을 거듭했다.
떨어지는 병사들을 모두 아공간에 수용하고 나니,
“···이제 우리뿐이네.”
하늘에 남아 있는 건 내가 타고 있는 1번 헬기, 단 한 대뿐이었다.
우리가 멀쩡할 수 있는 이유는 수송 칸에 탄 김솔 덕분이었다.
차아앙!
차앙!
지난 일주일간 레벨업을 거듭한 결과.
이제는 몸에서 벗어난 일부 거리까지 방어막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특유의 동체시력을 이용해 수송 칸의 양 문을 번갈아보며, 날아드는 투창을 순발력 있게 막아내고 있었다.
투두두두두!
란슬롯을 앞세운 지상의 군대가 적들의 투창을 견제했고,
차아앙!
수송 칸의 김솔이 창을 쳐내기를 한참.
마침내, 놈들의 스타팅 포인트에 다다랐다.
과거 국회의사당이 놓여 있던 자리다.
중앙계단 위로, 유난히 화려한 옷을 입은 사제 한명이 쩌렁쩌렁 목소리를 뱉고 있었다.
눈부실 듯 새하얀 사제복.
놈은 붉은 어깨 망토를 걸친 채, 금빛 자수가 놓인 모자를 쓰고 있었다.
놈이 외쳤다.
“지구 차원의 민족들은 들으라!”
지이이···
땅이 울릴 듯 쩌렁쩌렁한 목소리.
놈의 어깨 망토가 하늘 방향으로 치솟았고, 놈은 그 바람에 소리를 실어 보내듯 우리에게 자신들의 논리를 설파하기 시작했다.
“자애로운 에메스 여신께서 말씀하시길! 지구와 이곳 대한민국에 태초에 예언이 있었다 하였느니라! 너희 민족의 지도자는 들으라. 내 너희가 선택된 민족임을 전하러 왔나니!”
타차원의 광신도께서 갑자기 어화둥둥 비행기를 태워주시기 시작했으나···
“너희 지구는 우리 에메스에 주어진 개요! 두 발 달린 가축이니! 에메스의 성스러운 발을 핥아 자격을 갖추고, 이 땅에 건설 될 천국을 목도하라 하셨느니라! 이는 에메스 여신의 말씀이라!”
광신도 특유의 개소리로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어주셨다.
“뭐야 이 미친놈들은···?”
지구인들로 김장을 담그려 했던 기사왕 할아버지, 지구인들을 산 채로 구워 먹으려 했던 원시 부족 토나티우와는 또 다른 접근이었다.
침략에도 다양한 이유와 근거가 존재하는 모양.
놈들은 하나같이 맹목적이었다.
우리에게는 허무맹랑하게 짝이 없는 그것이, 놈들에게는 선로에 깔린 레일처럼 선명한 미래로 주어져 있었다.
“표적, 사정권입니다!”
부조종칸에 앉은 화기 관제사의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어느덧 퍽 가까워진 정체 모를 건축물의 골조.
에메스 차원의 스타팅 포인트가 설정된 곳으로, 부화를 기다리고 있는 ‘게이트 핵’이 놓인 장소였다.
우리가 깨부수어야 할.
무전기를 들고 대답했다.
“쏩시다!”
푸슈욱!
푸슉!
열여섯 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이 빠르게 날아들어갔다.
꽈아아앙!
꽈앙!
세찬 파도처럼 폭음이 밀려들었지만···
“안 부서진다고···?”
목표는 건재했다.
놈들의 건물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되레 서서히 주변으로 강철판을 덧씌워가고 있을 뿐.
싸움이 시작된 지 채 1시간이 지나지 않은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건설 속도였다.
“출하.”
헬파이어 미사일이 주렁주렁 장착된 헬기를 아예 수직으로 떨어뜨려 보기도 했지만···
꽈아아아앙!
“···젠장.”
폭발로 인해 파르르 떨렸을 뿐, ‘게이트 핵’을 감싸고 있는 정체 모를 건축물의 위용은 여전했다.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제의 연설이 계속되었다.
“불경하다. 너희 지구의 자손들이여! 너희가 정녕 여신의 축복을 받은 성전을 부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여신의 은총이 담긴 백목과 신성철로 그 골조를 세웠으니, 이는 지구의 노예들이 몸소 지고 나아가야 할 하나의 방주가 될 것이라. 이 또한 에메스의 말씀이니라!”
한음절 한음절이 또랑또랑하게 귓바퀴를 찔러 들어왔다.
서서히 짜증이 치밀던 찰나···
“······?”
옆에 세워진 거대한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있었던 국회의사당의 반만 한,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천막이었다.
이곳에서만큼은 성기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건설 현장을 부단히 오가는 에메스 차원의 인부들이 눈에 들어왔을 뿐.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골조.
그 아래로 개미처럼 움직이고 있는 인부들.
나는 천막의 정체를 어렵잖이 짐작할 수 있었다.
“···자재 창고구나.”
쐐애액!
쐐액!
하나둘 매섭게 날아드는 성창.
무전기를 통해, 조종 칸에 계획을 전했다.
“추락합시다!”
덜컥!
1초의 지체도 없이, 조종 칸의 문이 열렸다.
<상품 회수>를 통해 이용수와 화기 관제사, 작은누나와 베디비어를 빠짐없이 수용했고···
꽈아앙!
주인을 잃은 헬기가 곧장 땅으로 처박혔다.
.
.
.
지이잉.
우리는 곧장 다시 포탈을 비집고 나왔다.
숙련된 대열로 앞장서는 40여명의 특수부대원.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에메스 차원의 자재 창고였다.
“···죽어라!”
인부들이 치켜든 칼로 환영 인사를 건넸다.
타아앙!
베디비어가 드센 팔을 휘두르며 그 인사를 받았고,
투두두두두!
특수부대원들의 [감전] 탄환이 적들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렇게, 놈들의 자재 창고 내부에 다다랐을 때.
“와···”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켜켜이 쌓인 것은 은은한 빛을 내뿜는 건축 자재들이었다.
공사장에서나 볼법한 거대한 H 모양의 형강.
다발처럼 쌓여 파노라마 빛깔을 자랑하는 축복받은 철근.
해변의 모래알처럼 빛나는 정체 모를 시멘트까지.
“잠깐···”
번뜩 든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창고만 없다면···”
얼마나 더 단단해질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놈들의 성전이다.
바로 그 성전이 세워지는 걸 저지할 수 있을 터.
더 나아가···
“···아예 ‘게이트 핵’을 박살 낼 수 있을지도.”
광신도 사제의 말이 떠올랐다.
여신의 축복을 받은 성전이라 했던가.
하나같이 광채를 내뿜는 걸 보면, 그 여신이라는 분께서 미리 축복을 부여해놓으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여신께서 뭘 잘 모르시네.”
토템 신앙도 아니고, 무슨 철골 기둥에다 축복을 발라둔단 말인가?
그러니, 제대로 알려줄 생각이었다.
저 광신도들은 물론, 에메스 여신에게도.
진짜 은총이 무엇인지.
“팍스, 이 자재 창고를 아공간에 넣어줘.”
물류창고에 이어, 아공간에 입성하게 될 두 번째 창고였다.
팍스가 말했다.
[대상이 지정되었습니다. 저장하시겠습니까?]‘그래.’
[저장을 시작합니다.]“우욱!”
메스꺼움이 몰려왔고, 베디비어와 작은 누나, 그리고 소총을 든 병사들이 온 힘을 다해 나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정신을 차렸을 때.
식후에 맞이하는 익숙한 공허함이 내 시선을 채우고 있었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자재 창고 너머로, 텅 빈 한강의 지평선이 보였다.
서둘러 움직였다.
“이제 됐어! 가자!”
곧장 헬기를 출하했고, 이용수와 작은 누나가 허둥지둥 헬기에 올랐다.
베디비어와 화기 관제사를 태울 겨를도 없었다.
투두두두두두!
자재 창고가 통째로 사라진 탓일까.
적들의 당황이 은연중에 느껴졌다.
쐐애애액!
이를 대변하듯, 놈들이 집어던진 창이 부쩍 늘어나고 있었다.
차아앙!
차앙!
숨 쉴 틈도 없었다.
김솔이 미친 듯이 날아드는 창을 쳐냈고,
우리는 한껏 프로펠러를 돌렸다.
높게, 더 높게 하늘을 박차고 올랐다.
“최대 고도입니다!”
투두두두두!
무전기를 켤 겨를도 없이, 이용수가 목청을 찢었고···
나는 읊조렸다.
‘출하.’
작은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그리고···
우뚝.
헬기 다리 아래로, 거대한 H자 모양의 쇳덩어리가 떡하니 생겨났다.
구름처럼 떠 있는 은은한 백색의 H형강.
슈우우···
그 거대한 물건이 서서히 추락을 시작했다.
자고로 ‘진짜’ 축복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법이었으니.
그 은혜가 얼마나 무거울지, 차마 가늠할 수 없었다.
더욱이···
“출하.”
셀 수도 없는 법이었다.
떠어어어어어엉!
머리를 찢을 듯한 소리.
그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떠어어엉!
떠어어어엉!
까아앙!
비처럼, 또 한편으로는 빛처럼 쏟아지는 H빔.
그 축복된 무게가 에메스 성전의 철골을 장난감처럼 으스러뜨렸다.
그리고···
그 다음의 결과를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파삭!
어처구니 없을 만큼 가벼운 소리.
무너진 성전 골조 아래로, ‘게이트 핵’의 노른자가 피처럼 퍼져나갔다.
“···!”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생명의 노른자.
찐득거리는 그 금빛 점액질 안에는 작은 실핏줄이 얼기설기 엉킨 채,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생물들의 기관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었으니.
실로 괴이한 형상이었다.
절로 구역질이 새어 나올 만큼.
그리고···
남은 것은 행정적인 절차였다.
[등록번호 0471, ‘서울’ 지역에서 진행된 입찰 경쟁에서 지구 차원의 주민들이 승리하였습니다.] [승리 수당, 마석 5,000개가 기여도에 따라 차등 배분됩니다.] [참가자 100명 전원에게 차원 계좌가 발급됩니다.] [에메스 차원이 보유하고 있던 ‘레텔’차원에서의 사업권이 서울 대표에게 이양, 귀속됩니다.]딱딱하기 짝이 없는 상공회의소 놈들.
놈들이 우리의 승리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