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6)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36화(36/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36편
(수백 장의 성적표, 그리고 페이스트리 (1))
후두두둑.
상공회의소로부터 보상이 쏟아졌다.
첫째로는 승리 수당이었다.
총 5,000개의 마석을 기여도에 따라 나누어 먹는 구조.
[참여자, 김정겸의 승리 수당은 마석 2,911 개입니다.] [참여자, 김솔의 승리 수당은 마석 706 개입니다.] [참여자, 이용수의 승리 수당은 마석 488 개입니다.] [참여자, 김주연의 승리 수당은 마석 239 개입니다.]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내게 상당한 양의 기여도가 책정됐다.
절반을 훌쩍 넘어가는 수치.
손수 노른자를 터뜨린 게 가장 주요하게 작용했겠지만, 란슬롯이나 베디비어의 활약 또한 나의 기여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밖에 <배리어>를 사용해 적들의 성창을 막아 세운 작은 누나 김솔, 그리고 내가 건축 자재를 떨굴 수 있도록 높은 위치까지 헬기를 운전해준 이용수의 기여도가 꽤나 높게 책정됐다.
“그 다음은 역시···”
차원 계좌였다.
내게는 별 의미가 없는 물건이었지만··· 두 누나와 이용수에게 있어서만큼은 그 무게감이 남달랐으니.
계좌가 있다면 <존재 등록>을 통해 위계를 얻을 수 있게 될 테고, 척력과 함께 비로소 타차원의 괴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될 터였다.
마침 내게는 1군단장으로부터 빼앗아 온 A4 사이즈의 <차원 존재 등록 신청서>가 주어져 있었다.
문제는 한 명당 마석 1,000개라는 적지 않은 등록 비용.
나름의 육성 철학이 있는 김솔과는 작은 의견 갈등이 있었으나···
“아! 이번에 산탄 주먹 업글해야한다고!”
“내가 낸다고···”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아무쪼록 <존재 등록>을 우선시하기로 결정되었다.
용산으로 되돌아가는 길.
잠시 아공간에 들어온 나는 마지막 보상을 확인했다.
[레텔 차원, ‘테르티우스’ 지역 독점 사업권]서울 대표인 나에게만 특권적으로 주어진 보상.
그 보상은 평범하게 생긴 서류 파일철에 담긴 종이 한 장에 불과했다.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의 물질로 만들어진 종이.
역시나 이계의 언어로 쓰인 문서였지만,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그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귀하에게 ‘테르티우스’ 지역에 대해 독점 거래 권리가 주어져 있음을 증명함.] [다차원 상공회의소]단출한 내용.
하지만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위이이잉-
눈 앞에 드리운 포탈.
“···이건?”
아공간 능력으로 만든 포탈은 아니었다.
독점 사업권이 담긴 파일철을 펼치자마자 생겨난 것.
그 안에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시커먼 심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국통사의 연병장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멍하니 포탈 내부를 응시하던 나는, 그 안쪽으로 돌 하나를 집어 던졌다.
타앙!
단단한 벽에 부딪힌 듯, 곧장 튕겨 나오는 돌.
포탈의 문은 단단히 걸어 잠겨 있었다.
마치 내가 적들을 향해 포탈을 운용하는 방식처럼.
그리고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등록된 사업자가 아닙니다. 권한을 확인해주세요.]나름 정중한 문구.
천천히 돌벽 같은 포탈의 표면에 손을 대었을 때도, 똑같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등록된 사업자가 아닙니다. 권한을 확인해주세요.]간단히 말해, 나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
상공회의소는 내게 에메스 차원의 ‘사업권’을 넘겨주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나도 이 포탈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을 지 모를 일이었지만··· 포탈은 나의 진입을 완고하게 막아 세우고 있었다.
그것이 명명백백한 나의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이 오묘한 물건을 어찌 여겨야 할지 내심 고민이 되던 찰나.
띠링!
메시지가 날아왔다.
[소유하신 사업권을 다차원 상공회의소에 매각하시겠습니까?] [매각 시 마석 10,000개가 매각 대금으로 지급됩니다.]팍스의 메시지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공문서랍시고 ‘입찰 경쟁’을 늘어놓았던 ‘다차원 상공회의소’의 메시지.
나는 곧장 대답했다.
“···아뇨?”
이 도둑놈 새끼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갖다 버리는 수가 있더라도, 네놈들 득 보는 꼴은 못 본다.”
당장 나로서는 활용이 불가한 물건인 것이 맞다.
하지만 놈들이 자그마치 마석 1만 개를 냉큼 부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아무리 집에서 굴러다니던 애물단지더라도, 누군가 그걸 헐값에 집어 가 대박이라도 터뜨린다면 평생 배가 아프다 못해 찢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였다.
“뭐, 혹시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미래는 길다.
비록 놈들이 밀어 넣는 멸망이 우리의 숨통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더라도, 나는 갖은 발광을 해서라도 그 미래를 길게 길게 늘려볼 작정이었다.
“네놈 뜻대론 안 될 거다.”
벽에 똥칠을 해서라도 살아남을 테니까.
***
합참 본부의 거한 환영을 받으며, 우리는 용산으로 복귀했다.
출발한 지 채 여섯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부상자들이 제법 있기는 했지만, 놀랍게도 단 한 명의 전사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나를 보는 작전본부장 유성철이 당장이라도 청혼할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작전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차원 계좌와 마석이 주어졌으니 가서 어떻게 써먹을지나 고민해보시라 당부하며 서둘러 자리를 파했다.
물론···
“편하긴 편하네.”
합참본부와의 협력은 상상 이상으로 달달했다.
각종 장비 제공은 물론, 그 장비들에 대한 숙련된 기술자들까지 함께 지원해주고 있었으니.
더욱이 내 아공간을 제외하면, 한국 전체에서 합참 본부보다 안전한 장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저절로 아공간 바깥까지 방위가 되는 셈.
물론 내 쪽에서도 식량이나 물자를 무한정 지원해주고 있었으니 여러모로 서로 득이 많은 관계였다.
지잉.
나는 곧장 아공간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국통사 관사에 있던 아버지를 모시고 나왔다.
‘선물’을 준비해온 참이었으니.
“···이게 다 뭐냐?”
에메스 차원으로부터 앗아온 자재 창고.
국통사와 맞닿아 있던 물류센터의 반대쪽 입구에 놓인 이 자재 창고는 기존에 있던 팍스 풀필먼트 센터만큼이나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다.
품목의 수를 두고 비교할 순 없겠으나, 안에 담고 있는 사물들의 크기가 그야말로 형용할 수 없었으니.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집 짓는 동안 별의별 자재들은 모두 조사하셨던 아버지였다.
전원주택이라고 한들, 그 컨셉이나 채택할 수 있는 자재는 각양각색이었으니.
오랜 기간 품어온 꿈이었던 만큼, 아버지는 마음속으로 수십 개의 집을, 그것도 서로 다른 크기와 높이로 짓고 부수기를 십수 년간 반복해왔을 터였다.
아버지는 연이은 감탄하며 질문에 스스로 답했다.
“이게 다 웬거냐? 벽돌··· 이건 석고보드인 것 같고··· 잠깐, 형강에다 철근까지?”
창고를 가득 메우고 있는 건설 자재들.
심지어 평범한 자재들도 아니었다.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재료마다 버프가 다 붙어있냐? 방어력 옵션에 탄성 강화에···”
“아버지 능력으로 쓸 수 있는 물건들 맞죠?”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동안 재료 궁해서 지나친 설계도가 몇 장인데··· 오늘 잠은 다 잤다 이놈아!”
활짝 피어오르는 웃음.
저렇게 밝게 웃으시는 건 아버지의 전원주택이 준공되었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공간에 넣은 네 번째 사물.
승리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했더랬다.
“이 수준이면 전에 만들었던 요새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겠다. 다들 두 다리 뻗겠어.”
“아···”
아버지의 기쁨은 단순히 블럭 조립에서 오는 사사로운 즐거움이 아니었다.
전원주택 위로 장갑을 덧대어 쌓던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더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주겠다는 일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공간에 들어온 이후로 가족들이 겪을 위험은 현저히 사라졌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부모로서의 소임과 쓸모를 찾으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 아버지의 부단한 동선 자체를 ‘집’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러나저러나···
“그렇게 좋으세요?”
“아무렴!”
그 미소만큼 만족스러운 건 없었으니.
.
.
.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흘렀다.
이미 한차례 승리를 거머쥔 터였지만, 우리는 여전히 긴장감 속에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입찰 경쟁’이다.
부여된 제한 시간이 총 12시간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슬슬 다른 지역에서도 싸움의 결과가 판가름 났을 터.
우리 가족들, 그리고 합참의 간부들은 나란히 대응실 의자에 앉아 추가로 날아들 <상공회의소>의 안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입찰 경쟁’이 시작 이후, 정확히 12시간이 지났을 즈음.
띠링!
우리의 성적표를 받아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의 ‘입찰 경쟁’ 결과를 안내드립니다.] [5전 4승 1패] [서울 승] [인천 패] [대전 승] [광주 승] [부산 승]한국에서 열린 입찰 경쟁은 총 다섯 개.
이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지 모르겠지만, 개중 하나를 빼면 모두 승리를 거둔 참이었다.
자그마치 80퍼센트에 달하는 승률.
하지만···
띠링!
띠링!
드넓은 지구촌에는 우리만 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지구 차원 전역에서의 ‘입찰 경쟁’ 결과를 안내드립니다.] [중국 117전 16승 101패] [인도 129전 24승 104패] [미국 31전 6승 25패]···
땅도 크고 사람도 많은 국가들이다.
그만큼 ‘입찰 경쟁’도 많을 수밖에.
문제는 따로 있었다.
“···뭐 이렇게 많이 졌어?”
그 결과는 처참했다.
4승 1패를 거둔 우리가 말도 안 되게 느껴질 정도로.
그 모든 수치를 합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총 761전 113승 648패]그 결과를 끝으로···
[다차원 상공회의소에서 알려드립니다.]놈들의 논평이 날아들었다.
[지구 차원 여러분들의 성원과 참여에 감사드립니다. 상공회의소는 이번 ‘입찰 경쟁’의 결과를 토대로 지구차원의 성장 잠재성을 면밀히 논의하였으며, 지구 차원의 성장 등급을 [BB-]에서 [CCC]로 격하하였습니다.]‘입찰 경쟁’은 일종의 시험이었다.
놈들이 매긴 성장 등급만 보더라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구의 성적이 개판이었다는 걸.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차원상공회의소의 개방 세부 전략에 따라, 현시간부 지구에 설치된 모든 포탈에서의 7위계 통행이 제한적으로 허가됩니다.] [입찰 경쟁 승리로 ‘사업권’을 획득한 타차원은 인근 지역을 추가적으로 점령할 수 있으며, 승리한 지구 차원의 ‘지역 대표’를 사살할 경우 해당 지역에 추가 게이트 포탈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7위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적들이 쏟아질 것이었다.
서울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임시 방편에 불과했다.
우리 집에 붙은 불을 껐다 한들, 옆집에서 넘어오는 불길을 막을 수는 없을 테니.
아니나 다를까 놈들은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었다.
‘인근 지역을 추가로 점령할 수 있으며··· ‘지역대표’를 사살해 게이트를 열 수 있다고.’
그 뜻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곧 인천에서 적들이 몰려들겠군요.”
유성철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덧붙였다.
놈들이 노리는 건 이곳 서울, 그리고 ‘서울 대표’인 나의 목숨이었으니.
게이트 포탈을 통해 적의 병력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고, 개중에는 더욱 강한 힘을 가진 7위계 괴물들이 섞여들 것이었다.
규모 면에서나, 힘에서나 한층 더 강한 적들이 몰려들 터.
앞서 ‘입찰 경쟁’에서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우리가 방어를 맡은 셈이었다.
물론, 멍하니 있을 생각은 없었다.
내가 유성철에게 물었다.
“혹시 군에 건축 능력을 각성한 자들이 있습니까?”
“꽤 있습니다. 특히 1공병여단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얼마 전까지 1군단에 포로로 있었던···”
그들은 내가 몸소 구해낸 조력자들이었다.
더욱이, 지금 내게는 에메스로부터 빼앗은 전리품이 있었으니.
“모두 불러주세요. 자재는 제가 대겠습니다.”
“예?”
“저희 아버지도 제가 대겠습니다.”
“···예?”
곧 인천에서 적들이 들이닥칠 터.
단, 쉽게 뚫리진 않을 생각이다.
수십 겹의 벽을 쌓아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