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8)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38화(38/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38편
(수백 장의 성적표, 그리고 페이스트리 (3))
에메스 차원의 패배.
그건 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
하지만 라키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앞에 에메스의 요새가 떡하니 드리워 있는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 곳곳에는 그 비싼 에메스의 각종 자재가 칠갑 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당장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한강대교로부터 사슬을 풀어준 7위계 괴물, ‘야투’.
놈이 악어처럼 흙먼지를 일으키며 빠르게 정문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야! 멈··· 멈춰!”
애타게 외쳤지만, 멈출 리가 없었다.
애초에 통제가 불가능한 녀석인 것은 물론, 설령 가능했다 하더라도 이미 한강대교 초입부터 속도를 붙여온 놈이었으니까.
이제 와 제동이 될 리 만무했다.
다가올 충격을 예상한 라키스가 제 귀를 부여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까아아아앙!
찢을 듯한 굉음이 성채 앞에서 들려왔다.
“야단났네···”
그렇게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내리던 찰나,
까아아아앙!
까아앙!
세찬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뭐, 뭐야?”
화들짝 놀란 그가 다시 땅을 내려다보았을 때.
휘이이···
자욱한 먼지 사이로, 움찔거리는 야투의 꼬리가 보였다.
“···야투?”
돌격 임무를 맡았던 녀석.
하지만 성문을 타격하기는커녕, 십수 개의 쇳더미에 깔린 채, 경련하듯 그 거대한 몸을 떨고 있었다.
그때였다.
투두두두두!
날아드는 총소리.
그제야 라키스는 알아차렸다.
자신이 마주한 상대가 인간들이었다는 걸.
“젠장! 공격해!”
이미 야투의 발이 묶여 버렸다.
계획이 어그러졌지만,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없는 상태.
“전위병! 앞으로!”
척력을 두른 엘리트 리자드맨들을 앞세웠지만···
투두두두두!
그그그극!
놈들의 총알에 의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쓰러졌다.
이럴 때를 대비해 데려온 야투였다.
7위계인 녀석의 척력이라면 어지간한 공격은 막아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야투는 인간들이 던진 H형강에 깔린 채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되레 소총을 쏘아대는 적들의 엄폐물 역할을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젠장!”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와이번들.
까아아아악!
끼에에에에에에에!
쿵!
쿠웅!
추락이 끝없이 이어졌다.
성벽 위에 놓인 발칸포가 비처럼 탄환을 쏟아댔으며, 팽팽 돌아가는 레이더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끈질기게 와이번들을 추적해왔다.
슈우우우웅!
퍼엉!
하늘에 그려지는 커다란 폭죽.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라키스가 와이번들을 뒤로 물렸다.
더 큰 한 방이 필요한 시점.
“가라!”
라키스는 아껴두었던 와이번 기수들을 내보냈다.
펄럭!
하나하나 8위계의 척력을 두르고 있는 공중전력들.
기수들은 와이번들과 척력을 나누며 날아드는 총알을 아무렇지 않게 튕겨냈다.
슈우우웅!
퍼엉!
따끔한 폭발.
그리고 매캐한 폭연이 날아들었지만, 그들은 의연했다.
그러곤 요새 주위에서 재빠른 곡예비행을 이어 나갔다.
라키스가 지시했다.
“놈들도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 총알이든 포탄이든 전부 소진하게 해!”
숙련된 지휘관이었던 라키스의 지혜였다.
아무리 적들의 무기가 강력하다 한들, 무한은 아닐 테니까.
놈들의 총알과 포탄이 떨어지는 대로, 와이번들을 한데 모아 요새로 쏘아져 들어갈 계획이었다.
퍼엉!
펑!
“끄윽!”
와이번 기수들의 열연이 계속됐다.
인간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인 척, 간지럽지도 않은 총알과 포탄에 비명을 지르고 휘청이며 갖은 비위를 맞췄다.
하지만···
“······??”
똑같은 상황이 십여 분 이상 계속되자, 라키스에게도 서서히 의문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적당히란 걸 모르나···? 총알이 대체 언제까지 나오는 거야?”
오히려 시간이 지나자,
와이번 기수들이 벌이던 연극은 되레 현실로 돌변했다.
까아아아악!
기수들이 하나둘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몸통이 깔끔하게 꿰뚫린 채.
라키스는 두 눈을 의심했다.
“···성창?”
그것은 에메스의 무기였으니까.
적들의 요새 위.
외팔이 기사와 짧은 머리의 인간 여성이 성창을 다발로 늘어놓은 채,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으며 와이번 기수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뿌득.
라키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야투, 엘리트 리자드맨, 와이번 기수들까지 당한 상황이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더욱이, 그에게는 마지막 수가 있었으니.
“안 됐지만··· 무기라면 이쪽이 한 수 위야.”
채앵!
그가 등에 매달린 무기를 꺼내 들었다.
광채를 내뿜는 창.
이 또한 에메스의 성창이었지만, 인간들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대부분의 차원 존재들은 원거리 무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무기가 손끝을 벗어나는 순간, 위계의 힘이 상실되기 때문.
하여 아케인의 마법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차원 존재들은 검이나 도끼 같은 근접 무기를 애용했다.
에메스의 성창 또한 본래는 투척보다는 쥐고 찌르는 용도로 고안된 물건이었다.
하지만···
“무조건 통용되는 건 아니지.”
한가지 예외가 존재했다.
그 모든 걸 무시할 만큼 아이템 자체의 성능이 월등한 경우.
라키스의 성창은 자그마치 3차까지 강화가 진행된 ‘에픽’ 아이템이었다.
그가 전 재산을 털어 에메스의 창을 강화하는 것을 모두가 비웃었지만, 라키스는 창의 성능을 특유의 전투 스타일에 녹여냄으로써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냈다.
쐐애애액!
와이번의 고삐를 거칠게 잡아끌며, 라키스가 쏜살같이 하늘을 갈랐다.
슈욱!
벼락처럼 날아가는 성창이 표적인 대공 발칸포를 정확히 꿰뚫었고···
꽈아아앙!
폭발과 함께 전장에서 이탈시켰다.
순식간에 파괴된 대공 무기.
휘리릭!
와이번의 날개를 접은 라키스는 능숙하게 궤도를 바꾸어 적진에 꽂힌 성창을 유유히 회수했다.
투두두두두두!
쐐애애액!
인간들이 총알, 포탈, 또 성창을 날려댔지만, 라키스의 비행 속도를 감당하지는 못했다.
퍼엉!
끈질기게 따라붙던 유도 미사일 또한 창술에 의해 무력하게 두동강이 날 뿐.
콰아앙!
콰앙!
어느덧 라키스가 요새에 비치된 절반가량의 대공무기를 파괴했을 즈음이었다.
“······!”
성벽 위로 유유히 걸어 나오는 누군가.
그를 따라 거대한 홀로그램 화살표가 움직였다.
[서울 대표]라키스가 반색했다.
저놈!
바로 저놈이다.
녀석을 죽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바득바득 서울까지 넘어온 사브로스의 군대였으니까.
“찾았다!”
라키스가 성창을 치켜들었다.
더 이상 이 지난한 싸움을 끌고 갈 필요가 없어졌다.
대표만 죽인다면 이곳 서울에 게이트 포탈을 열 수 있을 테니.
머지않아 사브로스의 군세가 이곳 서울을 새카맣게 뒤덮을 터였다.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주르륵 흐르는 식은땀.
뱀 같은 그의 동공이 차르륵 목표를 향해 감겨들었다.
후우우우욱!
온 힘을 집중한 일격.
그는 그 끝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끝이다.”
쐐애애액!
쏜살같이 손끝을 빠져나간 성창.
아찔한 창끝이 놈의 미간을 향해 날아들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한 투척.
라키스가 그 놀라운 실력에 자신도 감탄하려던 찰나···
“···?”
은근슬쩍 창의 궤도가 비틀렸다.
그러곤···
“······???”
놈의 어깨 위로 열린 포탈에 제 집마냥 쏘옥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라키스가 눈꺼풀을 수십 번 올렸다 닫았다.
하지만,
지잉.
놈의 주변으로 여덟 개의 포탈이 피어올랐다.
쐐애액!
돌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성창.
8개, 아니 16개, 아니 32개··· 그 수가 차츰 불어나고 있었다.
“·········???”
라키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단 한 가지도.
***
에메스 차원의 자재 창고를 털었을 당시,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비단 건설 자재뿐만이 아니었다.
성창.
우연하게도 놈들의 주력 무기인 그것이 창고 한편에 놓여 있었으니.
[신성]은 물론 [관통]이 달달하게 붙어 있는 레어 아이템이었다.당연히 무한히 복사가 가능했다.
김솔과 베디비어에게 수십 자루를 쏟아 주었고, 이들은 특유의 근력으로 귀찮던 와이번 기수들을 깔끔하게 사냥해주었다.
하지만···
“쟤는 왜 저렇게 세?”
보나 마나 우두머리였다.
놈이 뭐라 뭐라 목청을 틔울 때마다 지상에 있는 리자드맨들은 물론이요, 하늘을 뒤덮던 와이번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곤 했으니.
놈이 성벽 곳곳에 장착된 천마, 그리고 대공포들을 하나둘 무력화시킬 때는 사뭇 위기감이 찾아들었다.
그때였다.
“잠깐, 저건······”
놈이 꺼내든 빛나는 창.
그 모양새가 너무도 낯이 익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놈의 앞에 나섰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게 되네.”
아주 고마운 선물을 받아버렸다.
—
[에메스의 성창(聖槍) +3]등급: [에픽]
설명: [에메스 여신의 축복이 부여된 성스러운 창입니다.]
속성: [신성]
옵션: [관통+3], [가속+3], [정화]
—-
에픽.
처음 보는 등급이다.
그 아래 붙은 갖은 옵션들마저 영롱하기 짝이 없었다.
뭐?
빼앗은 적 없다.
저 도마뱀께서 냅다 받으라 던져주신 물건이 아닌가?
물론 미간 정면에 던져준 덕에 자칫하다간 죽을 뻔했지만···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게 사람 정이었다.
“팍스, 다중 출하 개방해줘.”
[알겠습니다.] [마석 1,000개 받았습니다.] [동시 출하(3) 개방 완료] [이제부터 최대 8개의 사물을 동시에 출하할 수 있습니다.] [남은 마석은 4,810개입니다.]즉시 여덟 개의 포탈을 열었다.
스르륵.
포탈 안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8자루의 성창.
흰 살모사를 닮은 마름모꼴의 머리를 제외하면, 성창의 자루는 군더더기 없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었다.
다시 말해···
“꼬치 요리에 아주 적합하단 소리지.”
재료는 널려 있었다.
주위에 널린 것이 와이번과 리자드였으니.
서바이벌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도마뱀 꼬치를 손수 만들어 볼 기회였다.
그렇게···
“출하.”
슈슈슈슉!
수슈슉!
축복(?) 꼬치들이 1초 간격으로 미친 듯이 뿜어져 나갔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실선.
신기전(神機箭)이 따로 없었다.
슈우우웅.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아아아악!
부여되어 있었던 [가속] 옵션.
시속 300킬로미터로 나아가던 성창이 한층 더 빠르게 치고 나가기 시작했으니.
이쯤 되니 출하 능력의 사정거리 또한 아무 의미가 없어질 지경이었다.
성창이 주어진 제한 거리를 박차고 날아갔으니까.
“······!”
우두머리는 화들짝 놀란 기색이었다.
대공포와 천마 미사일을 유린했을 때처럼 날렵하게 방향을 돌렸지만···
“···카아아아악!”
지옥까지 따라가는 [추적 배송]을 피할 순 없었다.
그렇게,
푸욱!
푹!
푹!
수십 자루의 창이 놈의 몸을 꿰뚫었다.
와이번과 함께 천천히 땅을 향해 가라앉는 녀석.
놈의 비행은 거기까지였다.
.
.
.
놈의 숨이 끊어지자마자, 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차원 계좌가 소유 이전되었습니다.] [기존 예금주, 라키스, 잔액 : 3,374개] [이미 차원 계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액이 합산됩니다.]이후로는 시시한 일들이었다.
H빔에 깔려 버둥거리는 거대 악어에게도 침 맛을 보여주었고···
[기존 예금주, 야투, 잔액 : 1,667개] [이미 차원 계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액이 합산됩니다.]얼쩡거리던 와이번들, 득실거리던 리자드맨들까지 모조리 청소했다.
한편, 지상에서는 란슬롯과 함께 합참 본부의 각성자들이 적잖은 활약을 보여준 터였다.
전리품을 배분하는 일이 필요했는데, 이 또한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었다.
직접 숨통을 끊은 라키스와 야투의 마석은 내 몫이었고, 그밖에 다른 괴물들 또한 죽이자마자 자동으로 계좌에 마석이 꽂힌 상태였으니.
그저,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에서 회수한 마석만 합참본부에 전달해주면 될 따름이었다.
이 또한 적은 액수는 아닌지라, 그들의 전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이러나저러나···
[보유하고 계신 마석은 도합 12,757개입니다.]내 계좌는 또다시 1만 개를 돌파했다.
휘이이···
전투는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주변으로 널브러진 괴물들의 사체.
우리는 그 모두가 내려다보이는 요새의 성벽에 올라 있었다.
유성철이 내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무래도···”
“예. 인천으로 갈 겁니다.”
더할 나위 없는 승리였지만, 이걸로 끝낼 순 없었다.
이미 놈들이 인천에 둥지를 틀고 있었으니까.
그 와중에도 내 머리 위에는 [서울 대표]라 쓰인 붉은 글씨가 둥둥 떠올라 있었다.
“계속해서 저를 노리겠죠. 아무래도···”
내가 덧붙였다.
“수도권 대표 한번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