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9)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39화(39/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39편
(동굴 속 마법 대여점 (1))
전투가 마무리되자마자, 우리는 인천의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 용산에서의 패전 소식을 접한 것인지, 사브로스 차원의 침략자들은 돌연 방어 태세로 돌아섰다.
“···아예 굳히기에 들어가려는 것 같습니다.”
17사단의 장교는 그렇게 말했다.
인천은 그야말로 마굴이 되어가고 있었다.
바닥, 또는 건물을 넝쿨처럼 타고 자라난 단단한 물질.
그것이 차이나타운을 덮고, 감싸며 완전히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내고 있노라고.
“서울 침공은 실패했지만, 적어도 인천은 지키고 싶겠죠.”
유성철이 덧붙였다.
놈들은 게이트 포탈을 통해 들여온 병력 중 상당수를 이곳 서울로 보낸 터였다.
그런 병력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으니, 방어 자세로 돌아서는 건 당연한 전략일 터.
이곳 서울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있다간 인천을 고스란히 적들에게 빼앗기게 될 터였다.
“그렇겐 안 되죠.”
다른 방도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인천으로 넘어가는 수밖에.
이번에도 역할을 나누었다.
합참본부의 주변 대로에는 피딱지로 얼룩진 괴물들의 사체가 가득했다.
향후 이와 같은 싸움이 재차 벌어질 것을 대비해 주변을 정돈할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그간 1군단으로 인해 미뤄졌던 군 본연의 임무 또한 수행해야 할 터였다.
이번 전투를 위해 사전에 대피시켜두었던 주민들을 되돌려놓는 것은 물론, 서울 전역에 대한 인명구조와 물자배급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적들과의 전투에 보탬이 될 만한 각성자들을 모집하고 선발하는 일을 수행할 것이었다.
물론, 인천으로 향할 나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휘이이···
내가 선 곳은 국통사 사령부의 연병장.
그 앞으로는 60명가량의 장교 또는 부사관들이 도열해 있었다.
도대체 언제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앞 열두 명은 요란한 색감의 깃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 저거 하지 말라니까!”
여기에 합참본부 예하, 아공간 사령부라는 낯부끄러운 이름을 붙이겠다는 유성철을 가까스로 뜯어말렸는데, ‘대령 김정겸’이 금빛 자수로 적힌 빨간 깃발이 휘둘러지는 것만큼은 미처 막지 못했다.
어젯밤에도 김솔이 남자 휴게실에 쳐들어와 퍼드드득 바람 소리가 나부끼게 저 깃발을 흔들어댔는데, 분명 갖다 버렸음에도 무슨 수를 쓴 것인지 기가 막히게 되돌아온 깃발이 도열한 군인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김정겸 대령을 향하여··· 경례!”
“추웅- 서엉!”
아공간 안에 부대라도 창설한 모양새였지만, 사실 그런 것까지는 아니었다.
그저 손을 빌리고 했을 뿐.
블랙호크부터 천마, 국통사에 딸린 각종 통신 장비들까지.
아공간 안에는 내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다룰 줄 모르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60명의 전문 주특기를 가진 군인들.
얼마 전 입찰 경쟁에서 미사일을 발사해줄 화기 관제사를 조수석에 태웠던 것처럼, 이들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또는 새로 불하해 줄 군용 장비들을 다뤄줄 전문 인력들이었다.
잘 곳이야 국통사의 생활관을 내어주면 되었고, 식량 또한 프레시 센터에 있는 밀키트나 물류센터의 가공식품들을 전해주면 되었다.
다만 낯선 이들로 인해 가족들이 불안해하지는 않도록, 물류센터나 위병소 근처에 있는 사령관 관사, 그리고 간부생활관으로는 넘어오지 말라 일러두었다.
나란히 도열한 수십 명의 병력을 보며, 자리에 참석한 작전본부장 유성철이 눈물지었다.
“······드디어.”
“···드디어는 뭐가 드디어에요.”
항상 그랬지만, 이번에도 군의 소속이 되겠다는 식의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내뱉지 않았다.
나는 그저 주변의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짜고짜 쳐들어오는 외계인 놈들을 쳐부수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저 지금으로서는 국가의 재건을 목표로 하는 합참본부와 뜻이 맞아 함께 움직이고 있을 따름.
그러니 애당초 저들은 내 휘하의 병사가 아니며, 아공간에 들어왔다 한들 새로운 부대가 창설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멸망이라는 대상에 발맞추는 협력자들일 뿐이다.
그런 내 생각은 아는지 모르는지, 유성철은 덥석 내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정겸씨.”
아공간에 군을 들였다는 것.
어쩌면 그건 서로가 신뢰를 나눴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강퇴’가 가능할뿐더러, 이곳 아공간 내에서의 모든 권한이 내게 주어져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가족들을 들여놓은 내밀한 공간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
나와의 협력을 천군만마처럼 여기는 유성철의 기분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나로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왜 퍼주면서 좋아하는 거지?’
군인 60명.
이건 공짜 용병이나 다름이 아니었으니까.
***
투두두두!
헬기가 인천을 향해 날았다.
단 한 대에 불과했지만, 사실상 안에는 80여명의 사람이 타고 있는 셈이었다.
나는 조종칸에 이용수와 화기 관제사, 그리고 수송칸에 기관총 사수를 비롯한 몇 명을 남겨두고 아공간으로 들어왔다.
아공간에 들어오니 희소식이 하나 있었다.
고이고이 모셔 기르는 씨암탉.
강화석 낳는 거위, 카멜롯이 드디어 강화석을 생산했으니까.
란슬롯이 제 목 뒤를 벅벅 긁으며 내게 따끈따끈한 강화석을 넘겨주었다.
속성 : 없음
옵션 : [유체화]
“오호···?”
이번에도 독특한 옵션이 달린 강화석이었다.
얼마 전 [내성] 옵션이 달린 강화석과 유사하게, 이번에도 [관통]이 달려있지 않았다.
[유체화]라는 뜻 모를 능력이 부여되어 있을 뿐.“좋아. 어디······”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에메스 차원의 형강과 벽돌로 만든 단단한 벽면을 세웠고, [유체화]로 강화한 볼링공을 그 앞으로 발사했다.
쐐애애액!
빠른 속도로 날아간 볼링공은···
슈욱!
보기 좋게 단단한 벽면을 통과했다.
아주 탁월한 효과였다.
달리 말해···
“······쓸모가 없잖아?”
[관통] 능력이 없는 것도 모자라, 아예 타격 자체가 불가능했다.일정 거리를 날아가다가 유체화가 풀리기라도 한다면 엄폐물 뒤의 적을 공격하는 용도로라도 쓸 텐데, 이마저도 없이 그저 유령이 된 공을 종이비행기마냥 던지는 격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용도는 한 가지였다.
“기사 서임에 써야겠네.”
지금쯤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아공간의 생명유지 시스템과 카멜롯의 생명력 착취를 통해 생산되는 강화석이다.
기사가 늘어난다면 그 생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테니까.
이번에도 란슬롯의 이야기를 참고했다.
망령이 된 기사들은 저마다 다른 특징과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이번에 선택한 망령의 이름은 모드레드였다.
생전 어쌔신이었던 녀석에게는 미약한 ‘은신’ 능력이 부여되어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이 녀석만큼 [유체화] 옵션과 잘 어울리는 녀석이 없었다.
물론 그간 카멜롯의 망령들이 탁월한 정찰, 염탐 능력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녀석들에게는 탐색 거리의 제한이 있었을뿐더러, 물리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은신과 유체화를 두른 모드레드라면 분명 큰 도움이 될 터.
더욱이, 이번에 내가 들고 있는 강화석은 하나가 아니었다.
용산으로 진격해온 도마뱀들을 처치하며 얻은 강화석이 하나 더 주어져 있었으니까.
[강화석(D)]속성 : 없음
옵션 : [재생]
거대 악어인 ‘야투’를 처치하고 얻은 강화석이다.
놈의 능력은 그저 단단하고, 힘이 좋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압도적인 재생 능력.
가뜩이나 7위계인 놈을 처리하기 위해 에픽 등급의 성창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깊게 찌른 성창 주변으로 새살이 돋아날 만큼 놈의 재생능력은 매서웠다.
그러니 당연했다.
이 [재생] 능력으로 카멜롯의 기사를 만들어낼 생각을 한 것은.
특유의 재생능력이 더해진다면, 그 얇은 뼈다귀 위로 새살이 더 빠르게 솟아오를 것이고 강화석의 생산 또한 한층 더 빨라질 테니까.
그야말로 완벽한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이거지, 이거야.”
“사악한 놈···”
“어떻게 우리 집안에 저런 유전자가···”
양어깨를 쓸어내리는 두 누나.
내가 모르는 사이 아공간이 제법 추워진 모양이었다.
특히, [재생] 옵션을 가진 강화석에 대해서는 란슬롯이 추천하는 바가 있었다.
“아, 그거라면 퍼시발이 괜찮을 겁니다. 그 녀석 언데드이기는 하지만 생전에 정령사였거든요.”
카멜롯의 저주에 의해 언데드가 된 그들이었다.
상당 부분 약화되기는 했으나, 어느정도 생전의 능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퍼시발은 카멜롯의 저주와 정령사로서 받은 자연의 축복이 더해져 독특한 외양을 지니게 되었다고 했다.
“좋아. 그럼···”
카멜롯에 [재생] 옵션이 달린 강화석과 마석 500개를 지불했고, 기사로 서임할 망령으로 퍼시발을 선택했다.
후우우욱!
퍼시발의 망령이 카멜롯으로 빨려 들어간 뒤.
머지않아, 나는 그 ‘독특한 외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
분명 해골이었지만, 뼈는 아니었다.
해골의 모양을 고스란히 본뜬 나무조각, 그리고 그 주변으로 몇 개의 새싹이 새초롬하게 매달려 있었다.
함께 구경하고 있던 두 누나도 감탄을 자아냈다.
“이야··· 정겸아, 이거 마당에 가져다 심어도 돼?”
“···되겠냐?”
그건 안 될 말이었다.
녀석은 앞으로 우리의 든든한 전력이 되어야 했으니.
척!
내 앞에 부복한 나무 기사, 퍼시발의 어깨를 두드리며, 내가 말했다.
“고생했어. 이제 집에 들어가.”
“존명.”
퍼시발이 또각또각 나무 소리를 울리며 카멜롯으로 들어갔다.
성의 우중충한 그늘 아래.
녀석의 몸에 달린 새싹들이 돌연 시들었다 파릇하게 피어나기를 반복했고···
우우웅!
좋은 동력이 확보된 덕인지, 카멜롯은 여느 때 이상으로 부르르 세찬 구동음을 울렸다.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퍼시발을 심어두기에 카멜롯만큼 좋은 화분은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럴 수가···”
“악마 그 자체······”
쓰읍.
비난은 받지 않는다.
나는 그저 이곳 아공간에서의 조화를 추구했을 뿐.
그저 그뿐이다.
***
투두두두!
세차게 돌아가는 프로펠러.
인천으로 향하는 길.
우리는 서서히 그 중간에 놓인 부평에 다다르고 있었다.
나는 그 아래 수송칸 좌석에 앉아 있었다.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은 무전기의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내가 과천에서 구출해온 통신 능력자 한경호였다.
그가 유성철과 17사단의 장교의 이야기를 내게 전달해주었다.
“일단은 507여단에 합류했다가 넘어가시는 게 어떨까요? 여기 ‘입찰 경쟁’에 참여했던 인천 지역 참가자들이 모여있다고 하거든요.”
“참가자들이요?”
“예, 지역 대표를 포함해서 대다수가 입찰 경쟁 중에 전사했다고 하는데··· 한 서른 명가량이 살아남았다고 하더군요. 그중 절반은 지금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고, 나머지 열다섯 명이 군 쪽에 복귀해 있다고 합니다.”
끔찍한 결과였다.
백 명 중 고작 서른 명이 살아남았다니.
마지막 순간까지 처절했을 그들의 모습이 절로 머리에 그려졌다.
아무리 패배했다지만 누가 그들을 나무랄 수 있을까.
한경호가 말을 이었다.
“전원 각성자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17사단 측에서···”
그가 긴장감이 어린 목소리로, 덧붙였다.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507여단에 들러주길 부탁했습니다. 놈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지형’에 관해서요.”
휙.
우리는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수송칸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인천.
차이나타운으로부터 뻗어 나온 시커먼 무언가가 인천 전역을 덮어나가고 있었으니.
시커먼 매연도, 무너진 빌딩도 아닌 물질.
아무래도 게이트 포탈을 통해 넘어온 것은 놈들의 병력뿐만이 아닌 듯했다.
“507 작전참모는 그런 식으로 부르더군요. 일종의··· ‘테라포밍’일지도 모르겠다고요.”
테라포밍.
다른 행성에 지구인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
그 동일한 과정이 반대로 이어지고 있던 터였다.
507여단에 들리자는 제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나저러나 상황 파악이 우선이었으니까.
.
.
.
투두두두!
507여단의 연병장에 내려선 헬기.
마중 나온 여단의 작전참모를 따라, 여단 건물의 지휘통제실로 들어섰다.
인천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507여단의 간부들.
그리고 입찰 경쟁에 참여했던 열다섯의 각성자들이 나란히 의자를 채우고 있다.
“먼 길 넘어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 대령님.”
“아, 예···”
어쩌다 보니, 한 명씩 자리에서 일어나 차례로 악수를 주고받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각성자들과도 차례로 인사를 주고받던 찰나.
“······김정겸?”
귀에 익은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백민우?
절친한 대학 친구가 바로 이곳에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