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41화(41/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41편
(동굴 속 마법 대여점 (3))
사방이 동굴 벽으로 가로막힌 밀실.
천장에는 전등을 대신한 라이트 마법이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가운데 자리 잡은 늙은 마법사 슐젠.
그가 터덜터덜 방 한쪽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곤 구석에 놓인 포대 하나를 거꾸로 집어 올렸다.
차르르르르르륵!
모래처럼 쏟아지는 마석.
희번뜩 눈을 빛내는 존재가 있었다.
눈코입이 기괴하게 뒤섞인 구체.
사브로스 차원의 게이트 핵이었다.
타다다닥!
놈이 짧은 팔다리를 휘저으며 미친 듯이 달려왔다.
으적으적.
꿀꺽!
정수리에 달린 눈을 껌뻑거리며, 어깨 날갯죽지에 난 구멍으로 콧김을 내뱉는 녀석.
게이트 핵은 혀를 날름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마석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슐젠은 소름 끼친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하늘을 향해 혼잣말처럼 외쳤다.
“···코스타스, 네크로맨서가 찾아올 거다.”
사실 그것은 혼잣말이 아니었다.
이곳 지구를 침공한 사브로스 차원의 사령관, 코스타스를 향한 경고였으니까.
사사삭.
스르르륵.
기나긴 동굴의 벽면을 스치며, 울림을 통해 그 대답이 전해져왔다.
-네크로맨서라고?
“그래, 틀림없다. 망령을 봤거든.”
-그럴 리 없다. 한국 지역 입찰 경쟁에 네크로맨서가 참여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없어.
“코스타스, 내가 잘못 보기라도 했다는 거냐? 내가 누군지 몰라?”
-안다, 슐젠. 네가 아케인의 마법사였다는 것.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뿌득.
마법사 슐젠은 이를 갈았다.
꽤 오래전이라는 말이 그의 폐부를 찔렀으니까.
그가 덧붙였다.
“입찰 경쟁에서 온 놈이 아니야. 진즉 자유개척 때부터 들어와 있었겠지. 끽해야 8위계쯤 될 테고.”
-그래?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대단한 놈은 아니군. 하지만···
슐젠과 코스타스는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
졸개 한 마리 한 마리를 처리하고, 자신의 해골 군단으로 편입해 나가며 사브로스의 영역을 야금야금 잠식해나가는 네크로맨서의 모습을.
슐젠이 당부했다.
“그래, 와이번이든 도마뱀들이든 쫄따구들은 미리 다 치워놓으라고. 뼈다귀로 달그락거리는 모습 보고 싶지 않다면.”
-그러마. 아예 공터 쪽에 모아두는 게 낫겠군. 각개격파만 당하지 않으면 문제는 없을 테니··· 그건 그렇고, 괜찮겠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슐젠이 흐흐 웃음을 흘렸다.
“나 슐젠이야. 자유개척이나 전전하는 하급 네크로맨서따위······”
-게이트 핵 말이다. 네 목숨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어. 게이트 핵만 제대로 지키면 돼. 그게 우리 약속이니까.
“이 구렁이 새끼가 말을 해도······”
그때였다.
후우욱!
밀실로 들어온 영체.
슐젠은 놈으로부터 조금 전 망령들에서 느꼈던 흑마술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거봐! 내가 말했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단순한 망령이 아니었다.
스스륵 굳어지는 몸.
어느덧 완연한 해골기사가 된 망령의 정체는 카멜롯의 기사, 모드레드였다.
차갑게 내려앉은 긴장감.
게이트 핵을 뒤로 감춘 슐젠이 네크로맨서의 병사를 마주했다.
***
채앵!
이어지는 모드레드의 공격.
나는 살아남은 다섯 망령을 통해, 동굴 속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회색 머리칼과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
그는 보기보다 상당한 실력자였다.
타앗!
재빨리 움직인 그가 두루마리가 빼곡히 꽂힌 책장을 등졌다.
그러곤 능숙하게 두루마리를 펼치고 찢으며 모드레드의 공격을 받아치기 시작했다.
“그리스!”
미끄덩!
검을 휘두르던 모드레드가 바닥으로 넘어졌다.
마법사는 곧장 다음 종이를 찢었다.
“매직 미사일!”
피웅.
흰색 광채가 눈 깜짝할 사이 모드레드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휘익!
[유체화]를 통해 유령으로 되돌아간 모드레드를 그대로 통과해버렸다.마법사가 이내 ‘엑소사이스’를 외치며 영체가 된 모드레드를 공격했지만, 이번엔 유체화를 해제한 모드레드가 역으로 칼을 내질렀다.
카앙!
마법사가 <배리어>로 자신과 게이트 핵을 감쌌다.
그러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코스타스! 지금이다!”
그때였다.
타아아아아앙!
와르르르!
폭삭 무너지는 한쪽 벽면.
갑작스레 날아든 거대한 꼬리가 동굴 한쪽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쿠구구구···
놈들의 밀실이 마침내 표면으로 드러났다.
거기까지는 좋았으나,
[카멜롯의 기사, 모드레드가 소멸했습니다.] [모드레드가 카멜롯의 망령으로 되돌아갑니다.]공격에 휘말린 모드레드가 파괴되어버렸다.
데구르르 바닥을 구르는 강화석과 대형 마석.
천천히 다가온 마법사가 슬쩍 강화석을 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곤, 두 개의 대형 마석을 등 뒤로 휙 던져놓았다.
합!
촐랑촐랑 움직이던 게이트 핵.
녀석이 모드레드가 죽고 남긴 마석을 꿀떡 삼켜버렸다.
후욱.
주변을 맴도는 망령들을 보며, 마법사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흐흐. 이제 정신 좀 차리겠나, 네크로맨서? 이거 어쩌냐? 너에겐 꽤 큰 돈일 텐데. 차라리 모습을 드러내라. 10초 내로 온다면 강화석은 되돌려 주마.”
놈이 나를 조롱했다.
마침 그리로 가고 있기는 했다.
아무리 헬기를 탔다 한들 10초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때, 쉭쉭 하는 스산한 소리를 내며, 동굴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길을 텄으니 빨리 게이트핵을 데리고 빠져나가라. 슐젠.
“뭐? 갑자기 왜? 그깟 네크로맨서 상대가 안 된다니까···?”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는 건 네크로맨서뿐만이 아니야. 전쟁에서 승리한 서울 대표가 이리로 넘어오고 있다. 분명 게이트핵을 노릴 테지.
“이봐, 코스타스. 니들이 제 할 일 똑바로 못해놓고 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네가 알아서 해. 나는 이 책장 두고는 아무 데도 못 가니까.”
-슐젠!
“나를 여기다 박아놓은 건 애초에 네놈들 생각이었어! 이제 와서 말 바꿀 생각 마.”
마법사의 말을 마치자, 스스슥 동굴을 맴돌던 거대한 꼬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쉬르르르륵!
길고 거대하게 이어지는 몸.
녀석은 온몸이 비늘로 덮인 한 마리의 구렁이였다.
그 크기가 얼마나 거대했던지, 놈의 몸이 동굴의 통로 곳곳을 거의 가득 메울 지경이었다.
망령의 눈으로 보더라도, 녀석의 몸 일부밖에 시선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쉬익!
어디선가 소름끼치는 혓바닥소리를 울리며 거대 구렁이, 코스타스가 마법사를 쏘아붙였다.
-스크롤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반쪽짜리 마법사 주제에···
“이 새끼가··· 뭐라고?”
놈들은 주변을 떠다니는 망령들의 존재조차 잊은 채, 저들끼리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더욱이 이 모든 촌극은 ‘테라포밍’으로 형성된 동굴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즉 나의 발아래였다.
타고 온 헬기가 동굴 위쪽에 착륙한 참이었으니까.
이 아래 게이트 핵이 있다.
아무리 동굴 천장이 가로막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늘에서 축복받은 쇳덩어리들을 떨구고, 미사일을 쏟아붓는다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기는 놈들의 근거지이기 이전에, 인천 도심의 한복판이기도 했다.
대규모 공격을 쏟아붓는다면 놈들을 일망타진할 수도 있으나, 그러기엔 민우의 어머니처럼 집에 숨어 있을 인천 사람들이 공격에 휘말릴 위험이 있었다.
더욱이···
“···저건 좀 많이 탐이 나는데?”
늙은 마법사가 애지중지 등지고 있는 책장.
그 안에는 각종 마법 스크롤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으니.
아쉽게도 나는 레벨 4에서 주어진 저장 가능 횟수를 이미 소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한 가지, 저 책장을 넣을 방법이 남아 있었다.
팍스가 정보창을 띄워주었다.
띠링!
—
◈ 카테고리 상품 등록(2)
-물류센터에 포함될 새 카테고리를 신설할 수 있습니다. (최대 2회)
(단, 카테고리 신설에 비용이 소모됩니다.)
—
기존의 <카테고리 상품 등록>의 심화 버전이다.
이미 아공간에 들어있는 ‘물류센터’나 ‘군부대’와 같은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사물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
여기서는 한술 더 떠, 그 카테고리 자체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뭐든 넣을 수 있겠지. 이름만 잘 때려 맞춘다면.’
다만 공짜는 아니다.
카테고리를 신설하는 데에도, 그렇게 신설된 카테고리에 물건을 채워 넣는 데에도 돈이 필요하니까.
하물며 아직 개방된 능력도 아니었다.
“팍스, 개방해줘.”
[알겠습니다.] [능력 개방을 위한 비용으로 마석 1,000개를 받았습니다.] [남은 마석은 10,757개입니다.]이제 관건은 새롭게 설정할 카테고리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나는 망령을 통해 놈들의 대화에서 빠짐없이 엿들은 터였다.
“‘마법 스크롤’ 카테고리를 신설해줘.”
[카테고리 신설에는 비용으로 마석 5,000개가 소모됩니다.] [카테고리 신설을 진행하시겠습니까?]오천 개.
상상 이상으로 비싼 비용이었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더럽게 비싸네. 그래, 해 줘.”
[알겠습니다.] [마석 5,000개 받았습니다.] [카테고리 신설 진행 중···] [남은 마석은 5,757개입니다.]연이은 소비의 향연.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로 저 책꽂이에 있는 마법 스크롤 모두를 빨아들여야 했으니까.
팍스에게 요청했다.
“저 책꽂이에 있는 스크롤 모두··· <카테고리 상품 등록>으로 아공간에 넣어줘. 대신, 전부는 말고 종류별로 하나씩만.”
[‘마법 스크롤’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품목입니다.] [등록 비용 책정 중···]띠링!
[등록에 필요한 총비용은 마석 3,914개입니다.]“좋아, 진행해.”
[비용 전달받았습니다.] [남은 마석은 1,843개입니다.]그렇게···
[등록을 진행합니다···] [1서클 마법 스크롤, ‘매직 미사일’을 얻었습니다.] [1서클 마법 스크롤, ‘라이트’를 얻었습니다.] [1서클 마법 스크롤, ‘아이스’를 얻었습니다.]···
[2서클 마법 스크롤 ‘파이어 볼’을 얻었습니다.] [2서클 마법 스크롤 ‘아이스 스피어’···내 아공간에 마법이 들이차기 시작했다.
***
책장을 등지고 있던 슐젠.
뒤를 더듬거리며 마법 스크롤을 매만지던 그가 묘한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홱!
몸을 돌렸다.
“······뭐지?”
자신의 수족처럼 사용하는 책장이었다.
외견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어딘가 듬성듬성해졌다는 묘한 느낌.
마치 그중 수십 장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나 참······ 정신 차려야지.”
고개를 저었다.
고작 하급 네크로맨서를 두고 긴장이라니.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슐젠이었다.
그때였다.
피잉!
피잉!
다발처럼 뿜어져 나가는 섬광.
슐젠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이라고?”
비록 추방당한 몸이지만, 그 또한 아케인의 마법사였다.
1서클 마법인 매직 미사일 하나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콰아앙!
콰앙!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이 거대한 코스타스의 몸통을 타격했다.
그 광경을 목도한 슐젠이 다급하게 외쳤다.
“코스타스! 네크로맨서가 아니었어! ···마법사, 마법사야!”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게 대체 몇 발이야···?”
피잉!
피잉!
고작 1서클 마법이지만, 그 위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더블, 심지어 트리플도 아니다.
자그마치 수십 발에 달하는 매직 미사일.
아케인의 대마도사가 오더라도 이만한 수의 매직미사일 발사할 수는 없었다.
“설마··· 수십 명인가?”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아케인의 마법사가 이런 하위 차원에, 그것도 수십 명씩이나 몰려올 턱이 없었으니까.
한편, 코스타스는 묵묵부답이었다.
슐젠이 허둥지둥 마법사의 침입을 알렸음에도.
초조해진 그가 다시금 목청을 틔웠다.
“코스타스! 듣고 있나? 이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마법사가···”
하지만···
-슐젠.
돌아온 것은 지금껏 들어본 바 없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코스타스의 음성이었다.
우르릉.
그의 낮은 목소리가 동굴을 숨 막힐 듯 조여왔다.
-게이트 핵이 그렇게 탐이 나더냐?
“···뭐?”
그제야 슐젠은 무언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정곡을 찌르는 코스타스의 말을 들으며.
-이깟 하위차원에 들락거릴 만한 반푼이 마법사가 너 말고 누가 또 있다고?
치이이···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이 타격한 지점.
한껏 그을린 코스타스의 살점이 연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코스타스. 잠깐···”
-우리는 네가 원하는 대로 포로를 제공해왔다. 포로들을 산 채로 갈아 넣는 너의 그 역겨운 실험도 눈감아주었지. 고고한 아케인 차원과는 달리 우리는 너에게 아량을 베풀었어.
휘이이···
잠시 정적으로 물든 동굴.
하지만 이내 분노에 찬 고성이 휘몰아쳤다.
-니가 감히 사브로스를 배신해? 너 같은 추방자 떨거지를 받아준 사브로스를?
“뭔 개소리야! 뱀 대가리 새끼가!”
사르르르르르륵!
동굴 내부에 어지럽게 엉켜있던 코스타스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코스타스의 거대한 머리가 슐젠의 눈앞에 당도했다.
-공격은 잘 받았다. 기습은 제법이었지만··· 위력이 형편없더군.
쉬리릭!
코스타스의 가느다란 혓바닥이 위협적인 춤을 추었다.
“······젠장.”
좀처럼 대화가 통하질 않는다.
설득을 포기한 슐젠은 슬그머니 뒤로 손을 뻗었다.
그의 무기들이 담긴 ‘책장’을 향해.
하지만···
‘···어?’
아무리 손을 저어봐도, 단 한 장의 스크롤도 잡히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게 뭐야?”
쑤욱!
품에 꽂아두었던 몇 장의 스크롤이 돌연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그러곤···
쏘옥!
빛이 새어 들어오는 동굴의 천장 틈새로 귀신처럼 빨려 들어갔다.
“아··· 안돼!”
한 땀 한 땀 주문식을 적어 내린 마법 스크롤이다.
책상에 놓인 수십 개의 잉크병과 펜만 보더라도, 그의 노고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케인 차원이 그의 마나하트를 박살 낸 이래, 스크롤은 그의 마법의 전부이자 지난 세월의 고생이 담긴 주마등 같은 기억이었다.
하지만···
사라진다.
후루룩 하늘로 치솟는 그의 세월.
그 모두를 송두리째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날벼락처럼 찾아든 인력(引力)에 의해.
“······”
그러나, 차마 절규할 시간조차 없었다.
쐐애애액!
거대한 구렁이의 입이 그를 덮쳐오고 있었으므로.
슐젠은 뭐라도 항변하려 했으나···
카압!
코스타스는 밀실에 있던 모든 것을 한 입에 집어삼켜버렸다.
슐젠과 그의 책장, 책상, 잉크와 마력 종이를 비롯한 사소한 물품들 하나까지도.
끗끗 웃음을 거두지 못하는 게이트 핵도 함께.
-잘 가라. 반푼이 마법사.
코스타스의 목적은 단순했다.
하나는 배신자 슐젠을 처치하는 것.
다른 하나는 다가올 적들로부터 게이트 핵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게이트핵을 입안에 붙잡아 둔 채, 나머지를 거칠게 목 너머로 밀어 넣었다.
넘실넘실 넘어가는 늙은 마법사과 잡동사니들.
그리고···
뿌득!
목에 힘을 주어 입에 들어온 슐젠의 몸을 부러뜨렸다.
짧디짧은 비명을 내지른 슐젠이 코스타스의 위액에 서서히 녹아들었다.
늙고, 탐욕스럽고, 또 누구보다도 잔인했던 아케인 마법사의 씁쓸한 누린내가 코스타스의 기분을 제대로 망쳐놓았다.
쉬르르르륵!
코스타스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그는 다짐했다.
-모든 병력을 잃더라도, 아니,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게이트 핵을 지킨다.
그것이 ‘손실’로부터 사브로스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콰앙!
콰아앙!
-!!??
아찔한 타격을 느끼며, 코스타스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이 슐젠의 매직 미사일이라는 것.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다는 것.
그 기민한 지혜가 코스타스를 곤경에 빠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