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2)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42화(42/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42편
(되찾을 것들을 위한 기념비 (1))
마법사 슐젠으로부터 얻어낸 수십 종의 마법들.
그중 공격 마법을 골라냈고, 출하를 반복했다.
뭉텅이로 쌓인 마법 스크롤을 몇 초마다 집어 들었고,
북! 북!
즉시 찢어 마법을 발동했다.
슈우우웅!
곧장 날아든 십수 발의 매직 미사일은,
콰아아앙!
거대 구렁이의 몸체를 연달아 타격했다.
‘코스타스라고 했었나.’
마법사와의 대화로 미루어본다면, 놈의 정체는 이곳 인천을 점령한 사브로스 차원의 사령관이었다.
제 동료였던 마법사 슐젠을 먹어 치운 코스타스는 이내 맹렬히 몸을 굴리며, 동굴의 통로 곳곳을 휩쓸고 다니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스치기만 해도 즉사겠는데.”
지하철 선로를 내달리는 열차와도 같았다.
놈이 쇄도할 때마다 포탈에 몸을 숨겼고, 지나갔다 싶으면 다시 나와 공격을 감행했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제한적이었다.
어느덧 동굴로 뒤덮인 차이나타운이었지만, 잠시 그늘에 가려졌을 뿐 상가와 주택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으니까.
H빔을 떨구거나 헬파이어 미사일 같은 폭발 무기를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콰과과과광!
사브로스의 사령관답게, 놈도 상당한 척력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볼품없는 화력을 가진 매직 미사일이었지만, 같은 부위에 수십 발이 연달아 박히니 그 또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나는 강화된 에메스의 성창을 함께 섞어 날리고 있었으니까.
콰득!
성창이 놈의 비늘을 꿰뚫었고,
콰과과광!
곧 이어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콸콸 쏟아지는 보랏빛 체액.
벌겋게 드러나 꾸물거리는 생체 조직은 거대한 뱀 코스타스가 상처 입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명확히 유리한 싸움이었다.
동굴을 휩쓸고 다니는 놈의 공격은 분명 매서웠지만, 내게는 포탈이라는 확실한 방어 수단이 주어져 있었으니까.
그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면 될 터였다.
하지만, 놈에게도 한 가지 수단이 남아 있었으니.
훌렁.
훌렁.
놈이 ‘탈피’를 시작했다.
보랏빛 체액의 누수가 멈췄다.
꾸물거리던 살점은 죽은 껍질과 함께 벗겨져 나갔고, 상처 입은 자리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단한 새 살점과 비늘이 들이 차 있었다.
“···무적이잖아?”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재생력이었다.
수십 자루의 창을 한 번에 꽂는다 한들, 놈은 새살을 틔워 그 창 모두를 튕겨낼 것만큼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우우우웅.
파르르 떨리는 동굴 벽.
그 벽면을 타고, 놈이 내게 목소리를 전해왔다.
-넌 누구지? 네크로맨서? 설마··· 정말 마법사인 게냐?
녀석은 혼란스러운 눈치였다.
망령이 돌아다녔고, 내 주위에는 란슬롯을 비롯한 해골 기사들이 있었다.
또 한편으로 나는 마법 스크롤을 찢어 놈에게 ‘매직 미사일’과 ‘아이스 스피어’를 날려댔다.
‘자동 출하’를 이용해 놈에게 매 초마다 강화된 성창 꼬치를 꽂아준 것은 물론이다.
요컨대··· 한 마디로 설명이 불가했다.
“이것저것 취급해. 없는 것 빼고 전부.”
-뭐?
세상의 모든 것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나의 물류센터를 정의하기에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잠시 정적이 흘렀고, 곧 놈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동굴을 울렸다.
-그렇군··· 역시 서울 대표였나?
서울 대표.
맞다.
그것이 상공회의소가 마련해준 내 신분이기는 했다.
하지만···
“일단 아직은 수도권만 하는데··· 전국적으로도 넓혀보려고 해. 해외도 좋고.”
놈들은 지구를 전방위적으로 침략하고 있었다.
서울을 구했고, 이번에는 인천이었지만, 내 할 일이 그것으로 끝날 리 없었다.
입찰경쟁 이전부터 전국 곳곳에 괴물들이 들끓었고, 해외는 한층 더 상황이 심각할 터였다.
아공간 물류센터가 머무를 자리는 서울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애당초 어딘가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 쉴새 없이 달려야 할 공간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코스타스는 내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헛소리만 지껄이는군. 됐다.
쉬리리리릭.
놈의 소름끼치는 혓바닥소리가 동굴을 타고 흘렀고,
카가가가가각!
동굴 벽면을 거칠게 쓸며, 이전 같은 움직임을 이어 나갔다.
그때, 허리춤에 매단 무전기가 소리를 울렸다.
-정겸 씨! 놈이 빠져나가려는 것 같습니다!
투두두두두!
무전기 너머로 들리는 헬기 소리.
이용수는 듬성듬성 구멍이 뚫린 인천의 동굴 지대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이 점점 동쪽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코스타스의 몸은 아주 길고 길었다.
놈의 방향이 어딘지, 놈의 꼬리와 머리가 어디인지 쉽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만 하늘에 시선을 둔 이용수가 놈의 비늘이 점차 동쪽 구역을 물들이고 있음을 내게 전해준 참이었다.
콰과과과과광!
가파른 속도로 휩쓸며 지나가는 거대한 구렁이의 몸통.
급행열차와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퉁! 퉁!
차마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가는 에메스의 성창.
게이트 핵을 머금은 놈을 붙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강력한 한 방이 아니다.
별것 아닌 것들로 이뤄진 수천, 수만 방.
물류센터의 진면목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지잉.
등 뒤로 열린 포탈.
그 사이로 아공간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두 누나와 카멜롯의 기사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민우까지.
곳곳을 휘감은 코스타스의 몸통을 향해, 우리는 각각 위치를 잡았다.
지잉.
지잉.
각자의 머리맡에 여덟 개의 포탈이 나란히 열렸다.
그리고···
팔랑.
팔랑.
매초.
각각의 포탈에서 마법 스크롤이 찌라시처럼 떨어졌다.
별것 아니었다.
‘아이스’라는 이름의 1서클 마법.
매직 미사일이 놈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던 걸 떠올린다면, 이 ‘아이스’ 마법은 놈에게 작디작은 동상 하나 남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수북하게 쌓인 종이 더미.
우리 모두가 덩어리째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러곤,
부욱!
부욱!
미친 듯이 종이를 찢어대기 시작했다.
파앗!
정면으로 뿜어져 나가는 냉기.
미약한 서늘함에서 시작된 ‘아이스’ 마법은 이내,
쿠구구구···
맹렬했던 코스타스의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쿠구구···
그렇게 앞을 향해 나아가던 놈의 몸은···
우뚝.
마침내 꽁꽁 얼어붙은 허리로 인해 단단히 제자리에 멈춰버렸다.
휘이이이···
파괴적인 소음으로 가득 찼던 동굴 공간이 고요한 대기로 다시금 채워졌다.
그 앞에 놓인 것은 인천 곳곳을 한 몸으로 누비던 거대한 구렁이의 몸이었다.
하나로 연결된 긴 몸이 놈의 약점으로 되돌아온 순간이었다.
타악!
수백 장의 ‘아이스’ 스크롤을 마저 쏟아놓은 뒤,
나는 한껏 내달리기 시작했다.
망령들이 알려준 위치.
미로처럼 얽힌 동굴, 그리고 그만큼이나 복잡한 매듭처럼 이어진 코스타스의 몸을 넘어, 놈의 머리가 있는 곳에 다다르기 위해.
[투알톤 코디악 스포츠 전기자전거 16.5Ah, 블랙색상, 가격은 1,890,000원입니다.]덜컹.
툭하니 떨어진 전기자전거에 훌쩍 몸을 올렸다.
헬기니, 전차니, 차량이니 다 좋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전기 자전거 따위가 더 빠를 때도 있는 법이다.
특히나 이렇게 쓰러진 건물이 도로를 덮치고, 전신주가 내려앉은 유별난 배송지역인 경우에는.
지잉!
지잉!
망령들의 인도에 따라 쉴 새 없이 페달을 밟았고, 전기 자전거의 심심한 구동음이 울렸다.
이 태평한 사물은 멸망이 들어앉은 인천의 도심을 한순간 레저 스포츠의 영역으로 탈바꿈해버렸다.
휘익!
무너진 차이나타운의 거리가 옆을 스쳐 지나갔다.
우뚝 멈춰 서있는 코스타스의 몸통도 여러 차례 지나쳤다.
이쯤 되자 가파른 오르막이 제법 버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도달한 언덕길의 끝.
TV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유명 중식당들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
노란 눈을 껌뻑거리는 거대한 구렁이, 코스타스의 머리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여전히 일행들은 ‘아이스’ 마법 스크롤을 찢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놈은 하얗게 질린 기색으로 움찔거리며 파리하게 굳어 있을 뿐이었다.
내가 놈에게 물었다.
“너희는··· 왜 쳐들어오는 거지? 우릴 그냥 둘 수는 없었던 거야?”
지구를 뒤덮은 멸망.
괴물들에게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다.
그 모든 과정을 다차원 상공회의소가 중개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하지만 정작 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정확히 들어본 바가 없었다.
내 질문을 들은 코스타스는 질끈 눈을 내려 감았다.
그러곤 경직된 입을 가까스로 열며 대답했다.
놈의 목소리는 더 이상 동굴을 타고 흐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쩌면 너희 차원이 스스로 알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 그땐 너희가 반대로 다른 차원을 사냥하고 있을 거다. 이 우주는 애초에 그런 시스템으로 되어 있으니까.”
나를 위한 말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침략의 명분을 스스로 되뇌는 말.
시스템을 운운하며, 거대한 수레바퀴를 바라보는 듯한 무상한 뱀의 시선은 어쩐지 익숙한 신화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
잠시 가만히 말을 멈추었던 코스타스가 쩍 하니 입을 벌렸다.
“사브로스의 번영을 위하··· 커억!”
놈은 제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강화된 에메스의 성창 여덟 자루가 놈의 입과 머리 곳곳을 꿰뚫었으니까.
놈의 돌발행동에 반사적으로 반응한 결과였다.
더불어···
카득!
코스타스의 턱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노른자가 터져나갔다.
황금색 물결이 넘실 거리는 코스타스의 입.
보라색 체액과 검은색 독이 물감처럼 퍼져나갔고, 그 위로 게이트 핵의 역겨운 눈코입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팍스가 담담히 그 결과를 띄워주었다.
[차원 계좌가 소유 이전되었습니다.] [기존 예금주, 코스타스, 잔액 : 6,911개] [이미 차원 계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액이 합산됩니다.]거기에, 덩달아 추가적인 메시지가 떠올랐다.
[차원 계좌가 소유 이전되었습니다.] [기존 예금주, ???, 잔액 : 33,138개] [이미 차원 계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액이 합산됩니다.] [남은 마석은 50,806개입니다.]“······삼만 개?”
입이 떡 벌어지는 액수.
내가 처치한 것이라곤 다른 게 없었다.
코스타스, 그리고 하나 더.
“게이트 핵이구나.”
끗끗거리며 괴이한 웃음을 흘리던 생명체.
그것이 예금주 ‘???’의 정체였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의 마석.
상당한 수확이었다.
하지만, 이다음 벌어진 일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차원, 사브로스가 ‘인천’ 지역에 대한 사업권을 상실했습니다.] [‘인천’ 지역이 지구 영역으로 수복됩니다.]쿠구구구···
인천을 뒤덮고 있던 동굴 지대.
그 단단하던 동굴벽들이 진흙과 먼지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허물어진 놈들의 보금자리는···
쑤우우우우욱!
차이나타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던 거대 게이트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두웠던 그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습기.
게이트 포탈은 놈들이 테라포밍을 통해 펼쳐두었던 그 모든 지형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그 모두를 머금은 게이트 포탈은,
쿠구구구궁!
제자리에서 거칠게 흔들렸다.
그리고,
꽈아아아앙!
가루 같은 빛 자국을 하늘에 남기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게이트 포탈도, 사브로스의 동굴 지형도.
그저 새로이 떠오른 해가 인천을 찬란히 비출 뿐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를 감지한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끼이이···
인천 시내의 주민들이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곤 내내 그늘처럼 싸여있던 하늘이 맑게 트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아···!”
누군가는 탄성을 질렀고, 또 누군가는 집 안으로 달려들어 갔다.
반가운 기상 변화를 가족들에게 알리기 위해.
되찾은 땅.
비로소 볕이 찾아 들었다.
.
.
.
꽤 오래 되었다.
1군단장을 처치한 이후로, 내 아공간은 줄곧 4레벨에 머물러 있었으니.
특별한 이유랄 건 없었다.
레벨 5 달성을 위해 팍스가 요구한 비용은 자그마치 마석 3만 개였고, 지금껏 그만한 자금은 모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전처럼 열 배가 뛰어오르지 않은 건 천만 다행이었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비용임에는 틀림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코스타스와 게이트 핵을 처치하며 막대한 양의 마석이 굴러 들어온 상태.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팍스, 레벨 업 진행해 줘.”
[알겠습니다.]띠링!
띠링!
띠링!
레벨 5에서의 유지 비용, 그리고 강화할 수 있는 항목들과 새로운 개방 능력들이 어지럽게 시선 위로 떠 올랐다.
하지만, 개중 하나가 유독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포탈 설치
-해당 지역에 아공간으로 통하는 포탈을 설치합니다. (비용, 마석 1,000개)
줄곧 내 몸에 매달려 있던 아공간 포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리로 향하는 문을 이곳저곳에 뿌려둘 수 있게 되었다.
그 장소가 인천이 됐든, 서울이 됐든, 혹은 파리나 뉴욕 한복판이 되었든 간에.
공교로운 일이었다.
마침 나는 상공회의소가 열어둔 게이트를 닫은 참이었으니.
놈들의 게이트를 치우고, 그 위에 내 영역을 선포하게 된 것이다.
물류센터의 지역별 터미널을 깔아둘 수 있게 됐다.
전국, 아니 세계, 어쩌면 우주 곳곳,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