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45화(45/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45편
(아포칼립스의 내공심법 (1))
이용수와 합참의 부조종사.
그리고 나와 통신대대장 한경호까지.
우리 네 사람은 방독면은 물론, 화생방 보호의까지 갖춰 입었다.
목적지는 베이징의 시청 구.
베이징에서는 가장 부유하다고 하는 2환 구역이었다.
빼곡한 도심.
수송기를 착륙시킬만한 공간이 있을 리 만무했고, 베이징 외곽의 서우두 공항에 들러 새로 출하한 블랙호크로 옮겨 탈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제임스가 강화해준 녀석이었다.
투두두두!
우리는 그렇게 외곽의 5환으로부터 2환 구역까지, 차츰 부유해지는 베이징의 중심부를 가로질러 들어갔다.
하지만 서서히 고도를 낮출수록, 밖으로 내다보이는 것은 그러한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천안문에 내걸린 옛 통치자의 초상은 여전했지만, 좌우로 늘어선 새빨간 벽돌들은 양옆으로 박살이 난 채 무너져 있었다.
휘황찬란한 고성들은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고, 드높은 베이징 도심의 빌딩들은 하나같이 아스팔트에 고개를 처박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널린 시체들이었다.
매 시선마다 수백, 또는 수천 구씩 눈에 들어오는 희생자들.
그 위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벌레들이 끊임없이 꾸물거렸다.
한경호가 이야기했다.
“···도마뱀은 차라리 양반이었네요.”
한국에서 맞닥뜨렸던 적들은 광신도들의 에메스, 그리고 파충류들로 이뤄진 사브로스였다.
대부분 8위계 또는 7위계가 섞여 있는 정예 병력들.
하지만 중국을 침공한 세력들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부우웅!
많아도 너무 많다.
새카맣게 하늘을 덮은 벌레들.
오는 내내 수송기의 엔진에 갈려나가는 수도 적지 않았다.
제임스의 강화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놈들에게는 위계도, 척력도 없었다.
하지만 그 모두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방대한 물량이 이곳 베이징을 덮고 있었다.
“···끔찍하네요.”
가까스로 입을 연 것은 이용수였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은 차마 뭐라고 덧붙이지 못했다.
그렇게, 일면 화려하면서도 처참한 베이징의 시내를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낯선 이름의 호텔이었다.
추레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고급스럽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곳.
이런 장소에 중국의 핵심 인력들이 모여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유성철은 중국 측 각성자들을 보더라도, 내게 ‘너무 놀라지 말라고’ 전했다.
모든 중국인 각성자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면모가 있다고.
헬리포트조차 갖추지 못한 호텔이었다.
널찍한 도로 한 곳에 헬기를 착륙시켰고, 척력이 없는 한경호와 부조종사를 아공간에 들여보냈다.
화르륵!
나와 이용수의 손에 의해 찢어지는 ‘파이어’ 마법 스크롤.
날아드는 곤충들이 산채로 불사르고 있을 즈음이었다.
타닥!
누군가 호텔로부터 쏘아지듯 뛰쳐나왔다.
온몸을 방독면과 보호의로 둘러싼 우리는, 그의 행색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포(道袍)?”
뒤로 흔들리는 긴 머리.
방독면 같은 건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다.
척!
그가 우리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지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중국인 각성자들의 무리.
그들은 우리가 호텔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서둘러 문을 닫았다.
“흡!”
그러곤 다 같이 우리를 향해 손을 얹더니, 구슬땀을 흘리며 정체 모를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난해한 의식은 몇 분이나 계속됐다.
마침내 그들이 한숨과 함께 손을 뗀 뒤에야, 초라하게 짝이 없는 호텔 로비가 눈에 들어왔다.
척!
또다시 포권이었다.
조금 전 우리를 데리러 왔던 사내.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손에는 제임스가 그러했듯 은은한 빛을 발하는 마석이 들려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적강(謫降)의 운양(雲陽)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구수한 소개였다.
현대에서는 퍽 들어보기 힘든 느낌.
실제로 그들의 행색은 영락없는 ‘무림인’들 그 자체였다.
운양이 말했다.
“내공으로 독은 모두 몰아냈으니, 이제 방독면은 벗으셔도 됩니다.”
“내공이요···?”
“예, ‘무림’ 계열 각성자들에게 주어지는 능력인데···”
달랐다.
그것도 아주 많이.
너무 놀라지 말라는 유성철의 경고를 듣고 온 터였지만, 어림도 없었다.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편제하던 중국 정부는 개중 적지 않은 수가 바로 이 ‘무림’ 계열의 각성자들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했다.
이들은 실제로도 각지에서 고대로부터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오던 무술 학파의 일원들이었는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가 각성 능력을 부여받으며 중국 정부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고.
내게 인사를 건넨 이는 이들 ‘무림인’들을 이끄는 지도자.
적강파(謫降派)에서 적강운검(謫降雲劍)이라는 별호를 가진, 운양이라는 사내였다.
그가 깊게 고개를 숙이며, 우리에게 감사를 전했다.
“목숨 걸고 이곳까지 와주신 데에 더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지금 정확히 어떤 상황입니까?”
운양이 대답했다.
“이곳 베이징에서만 두 개의 입찰 경쟁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입찰을 수주한 차원은 벨제부르, 한 곳이었죠.”
서울보다 배는 되는 인구를 자랑하는 베이징이었다.
입찰 경쟁이 두 개가 진행됐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적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유독 가스를 내뿜는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대기 자체를 뒤바꿀 줄은 몰랐죠. 그나마 내공을 활용할 줄 아는 무림인들이 대다수 살아남긴 했지만, 이곳 베이징에만 두 개의 게이트가 열리는 걸 막을 순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적들의 수도 두 배가 되었고요.”
그 결과는 우리가 지나치며 보고 온 터였다.
베이징은 물론 그 주변 텐진과 탕산까지.
족히 수천만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내가 물었다.
“벨제부르의 게이트 핵을 부수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까? 내공으로 독을 몰아낼 수 있다면서요?”
나는 운양이 방독면은커녕 보호의 한 조각 없이 도포를 펄럭이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찬가지로 독 때문입니다. 내공을 모두 해독에 할애해야 하는 탓에 정작 전투에서는 제힘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이곳 호텔만 하더라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독을 차단하기 위해 차례를 바꿔가며 내공을 쏟아붓고 있거든요.”
당장 바깥만 하더라도 휘황찬란해 보이는 호텔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가급적 아담한 거처를 정한 것에는 공기 정화에 따르는 내공을 아끼기 위한 계산이 들어있던 것이었다.
“방독면을 써보시는 건요?”
“그것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만··· 심법이 흐트러지니 내공 운용 자체에 문제가 생기더군요. 결국 다들 내력으로 독기를 해독하는 편이 더 낫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문을 지키고 있는 무림인들, 로비 의자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무림인들 모두 하나같이 피골이 상접하기 그지없었다.
두 눈자위는 퀭하니 보랏빛을 띠고 있었고, 양 볼은 핼쑥하게 파여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내가 물었다.
게이트를 닫는 일.
그 행위의 주체는 이곳에 모인 무림인들이었으니.
운양이 비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당장 내일 벨제부르의 게이트로 치고 나갈 겁니다. 시간을 끌어봐야 상황만 더 악화될 뿐이니까요.”
푹!
그가 갑자기 내게 깊게 고개를 숙였다.
“한국에 폐를 끼치게 된 점은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독기가 한국에까지 퍼지기 전에 반드시 결판을 내보려 하니··· 힘을 보태주셨으면 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들 또한 침공당한 입장이다.
하지만 운양은 입찰 경쟁에서의 패배를 자신, 그리고 중국의 책임에 두고 있었다.
한창 눈빛을 빛내던 그가 수하를 불렀다.
“일청, 거기에 있나?”
“예, 부르셨습니까?”
“숙소로 안내해드려.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거야.”
“알겠습니다.”
운양이 내게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저녁 식사까지는 조금 쉬고 계시죠. 자세한 내용은 식사 후에 다시 말씀해드리겠습니다.”
그는 내게 다시 포권을 한 뒤, 유유히 호텔 정문으로 멀어져갔다.
수하들에게 독을 몰아낼 ‘내공’을 보태주기 위해.
“따라오시죠.”
일청의 안내.
이용수와 함께 그 길을 따라나섰다.
대화 내내, 남모를 비장함이 운양에게 머물러 있었다.
베이징을 수복하겠다는 목표를 넘어,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는 사명감.
그 자신의 목숨은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말씀 들으셨겠지만, 독이 들어올 수 있으니 창문은 절대 여시면 안 됩니다.”
당부를 거듭하는 일청에게, 내가 되물었다.
“혹시 호텔의 출입구가 몇 개나 됩니까? 여러분들이 내공을 활용해서 막고 있는 문이요.”
“여섯 개 정도입니다. 독이 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환기를 아예 안 할 수는 없거든요. 내공으로 정화된 공기만 조금씩 들여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
“그렇군요.”
홱!
나는 돌연 이용수와 일청을 둔 채, 몸을 돌려 호텔의 정문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운양을 비롯한 무림인들이 좁쌀만큼 열린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공기를 내공으로 정화하고 있었다.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미처 몰랐는데···’
사실, 그동안 틈틈이 아공간의 <실험실>을 통해 만들어 둔 것이 있었다.
실험실에서는 특정 사물에서 원하는 부분만 취하고 그걸 중첩하는 방식으로 거대한 규모의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까.
새삼 신기한 일이지만, 물류센터의 판매 품목 중에는 ‘산소’도 있었다.
캔에 농축된 산소이지만, <실험실> 능력을 이용해 캔을 벗겨내고 중첩해가며 거대한 크기의 산소 덩어리를 만들었더랬다.
원래는 ‘파이어 볼’ 마법서를 얻은 뒤, 폭발을 가중하는 용도로 쓰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 용도를 달리 해보기로 했다.
성큼성큼 걸어가며 내가 말했다.
“물러서세요.”
“···예?”
운양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지만, 너무나 당당한 내 발걸음에 자신도 모르게 문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나는 즉시 외쳤다.
“출하.”
콰아아아앙!
미친 듯이 쏟아져 나가는 산소.
시속 300km로 날아든 청명한 공기는 좀생이처럼 작게 열린 문을 확 열어젖히다 못해, 그 앞을 기웃거리던 벌레들을 일순에 날려버렸다.
그리고···
다음은 무한한 반복이었다.
콰과과과과!
<자동 출하>를 통해 1초 단위로 쏟아지는 산소.
아예 설치되다시피 한 포탈은 문 앞에 떡하니 자리를 잡은 채, 에어커튼을 넘어 에어캐논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독을 몰아내는 것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답답하기 짝이 없던 호텔에 돌연 새바람을 찾아들고 있었다.
휘이이익!
참으로 오래간만에 맡아보는 청명한 공기.
그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웠다.
.
.
.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초강력 환풍기라도 돌아가는 듯, 호텔 1층 전체에는 신선한 공기가 맴돌았다.
콰과과과과과!
호텔 1층에 나 있는 총 여섯 개의 출입구.
그 각각에 대량의 산소가 <자동 출하>되고 있었고, 그 맹렬한 속도가 외부 대기의 침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쓰읍-하.”
“쓰으으읍! 하아!”
무림인들의 묘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공기 순환이 유난히 좋은 자리를 하나둘 꿰차더니, 저마다 로비 곳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실시했다.
그 덕분인지, 보랏빛으로 물든 퀭한 눈자위, 그리고 누렇게 뜬 무림인들의 안색이 한결 부드럽게 뒤바뀌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 변화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운양이 눈을 빛내며 감사를 건넸고,
“이거라면··· 다들 내력을 회복할 수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겸 소협!”
“고맙습니다!”
운기조식이 한창이던 무림인들 또한 등을 돌려 목소리를 모았다.
척!
그들의 포권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다들 밥 안 먹을 거야?”
호텔 식당에서 한 사내가 외쳤다.
이들의 식사를 담당해주고 있었던 모양.
하지만 무림인들은 대답조차 귀찮다는 듯, 운기조식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그깟 칼로리 바는 자네나 들게! 지금은 쓰읍! 그럴 때가 쓰읍···!”
이번에는 내가 운양에게 물었다.
“적강운검··· 께서는 식사 안 하십니까?”
“먼저 드시지요. 저도 심법을 다듬어야겠습니다. 지금은 음식 생각이 나질 않네요.”
“······후회하실 텐데?”
“···?”
무림인들을 뒤로하고, 나는 이용수와 함께 식당으로 들어왔다.
이곳으로 넘어온 이후 줄곧 배가 고팠으니까.
그렇게···
고작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쓰읍··· 쓰읍··· ?!”
“쓰으으으으으읍?!”
코로 쉴 새 없이 산소를 들이마시던 무림인들은 돌연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달콤하면서도, 자극적인, 아니, 냄새만 맡아도 감칠맛이 절로 느껴졌다.
운기조식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잊어버린 채, 무림인들은 콧구멍을 식당에서 새어 나오는 향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어. 하지만 새로우면서도··· 친숙해.”
끼이이···
이끌리듯 문을 연 그들은 발견했다.
식탁을 가득 채운 탕수육, 유린기, 깐쇼새우, 누룽지탕과,샤오롱바오는 물론, 당연하게 놓여 있는 수십 그릇의 짜장과 짬뽕, 삼선볶음밥까지.
내가 차이나타운에서 공수해 온 따끈따끈한 코리안 차이니즈 푸드였다.
공교롭게도, 가장 앞장서 있던 사람은 적강운검, 운양이었다.
내가 다시 물어보았다.
“···드실 거죠?”
“아······”
당연하지만, 거절은 없었다.
“와아아아아!”
무림인들이 경공까지 써가며 서로 질세라 자리를 꿰찼고, 나무젓가락을 붓처럼 들어 한국의 춘장을 맛보기 시작했다.
아공간 물류센터의 첫 수출품.
역수출 K-차이니즈 푸드는 이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