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7)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47화(47/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47편
(아포칼립스의 내공심법 (3))
쐐애액!
무림인들이 경공을 펼치며 쏜살같이 나아간다.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독을 중화하기에 급급했을 테니.
검기를 실을 내력도 마땅치 않은 마당에, 경공에 내공을 소모할 사치를 부릴 순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난 3일, 편히 자고, 좋은 음식을 먹고, 맑은 공기를 마셨다.
‘내공심법’을 위한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
-이런 적이 있었던가?
-달라, 뭔가 근본적으로···
무림인들은 술렁였다.
단전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정순한 내력.
혈도의 순환에서 비롯되는 탄탄한 균형감.
불현듯 선물처럼 찾아온 강인한 신체가 그들을 한 가지 생각으로 이끌었다.
-그래. 원래 이랬어야 했어.
한평생 잊고 살아왔다.
만성적인 피로, 소음과 공해에 범벅이 되었던 몸.
그것이 마침내 제 자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정말이지 고마운 일이야.
-큰 은혜를 입었군.
긴 시간은 아니었다.
고작 3일.
정겸이 무림인들의 숨을 되돌려주는 데 걸린 시간이다.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
-치익!
-치익!
솓을 뻗는다.
뿜어져 나온 무색무취의 연기가 눈앞의 벌레들을 걷어낸다.
실전되었다던 당문(唐門)의 독공(毒功)처럼.
오염된 대기, 손바닥만한 벌레들, 그 밖의 모든 것들까지.
그동안 모든 문제를 내력으로만 해결하던 무림인들이었지만···
마침내 느껴버렸다.
-편하다.
-편해도 너무 편하다.
문명의 사물이 가져다준 지극한 편의를.
쐐애애액!
그들은 쉼 없이 내달렸다.
벨제부르의 게이트가 자리한 백망산(百望山)을 향해.
동방에서 건너온 협(俠)에 감사를 건네며.
***
펄럭.
펄럭.
한결 홀가분한 무림인들의 도포 자락을 보며, 이용수에게 말했다.
“이제 저희도 가볼까요?”
“예, 정겸씨.”
지익!
방독면의 끈을 단단히 조인 뒤, 곧장 헬기에 올랐다.
백망산은 베이징 시내에 인접한,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산이었다.
2환 구역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채 10킬로미터가 되지 않는 거리.
저공비행을 통해 무림인들을 지원하며 넘어갈 작정이었다.
투두두두두!
힘껏 회전하는 프로펠러.
두둥실 떠오른 헬기가 로터를 기울이며 속도를 높였다.
슈욱!
슉!
아찔하게 스쳐 지나가는 빌딩 숲.
이용수의 곡예비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헬기는 빨랐다.
경공을 사용한 무림인들이지만, 금세 앞서가던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출하.”
포탈을 생성했고,
콰과과과과과과!
지리산 공기를 쏟아내며 그들의 행보를 응원했다.
후우웅!
화악!
교차로에서 태산처럼 인 와류.
용솟음치는 바람이 매캐한 독연과 땟국물 같은 벌레들을 단번에 씻어냈다.
마라토너들에게 주어진 얼음 생수와도 같았다.
등골이 오싹한 바람을 느끼며, 무림인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고맙소!
무림인들이 감사를 전했다.
투두두두두!
벨제부르의 게이트에 다다름에 따라,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상위 개체들이 하나둘 출현했다.
부부웅!
거대 말벌, 개미, 나방까지.
척력을 두른 8위계의 괴물들이었지만, 이쪽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쿠웅!
파아앙!
권룡이 쏘아낸 권기가 말벌을 찢었고,
서걱!
가까스로 검기를 습득한 백민우가 개미들의 몸통을 잘랐다.
그중 압권은 역시 김솔이었다.
스윽.
쭈욱 뒤로 당긴 오른손.
치이이···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이이잉!
이중 삼중으로 방어막을 덧댄 주먹.
그녀의 손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슈우웅!
후우욱!
커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방어막.
압축된 내부의 공기가 뜨겁게 달궈졌고,
“벌레 무서워!”
권격과 함께,
쩌어어어어어엉!
내력으로 녹여낸 장벽이 파도처럼 쏟아져나갔다.
출렁.
몰아친다.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밀물과 썰물의 항구적인 묘리가 공방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촤하아아아악!
휩쓸리듯 가루처럼 터져나가는 건물 크기의 나방.
권룡이 경악을 내뱉었다.
“배··· 백보신권?(百步神拳)”
사실 무림인들이 어떤 기준으로 초식의 이름을 붙이는 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김솔이 똑같은 주먹을 몇 번을 휘두르더라도, 그들 입에서는 매번 다른 한자어들이 튀어나왔으니까.
어쩌면 이런저런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렴 어떠랴?
중요한 것은 요 며칠간 모두가 강해졌다는 사실이었다.
-거기야! 한 대만 더!
-좋아! 조금만 더 밀어붙여!
수십 명의 무림인이 뒤를 이었고,
-주군, 김정겸 대령을 위하여!
카멜롯의 기사들도 손을 보탰다.
투두두두두두!
그들 모두를 견인하는 것은 쾌청한 순풍(順風)이었다.
곳곳에 설치된 포탈이 신선한 공기를 뿜어주고 있었으니.
이용수가 내게 물었다.
“······우리만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는 걸까요?”
“각자 역할이 있는 거니까요.”
아니나다를까, 한창 몰아치던 무림인들의 공세는 백망산 초입에 이르러 한 꺼풀 꺾여나가기 시작했다.
부부부웅!
부우웅!
점점 많아지는 벌레들이 그 원인이었다.
‘집단지성이라도 있는 건가?’
벨제부르도 위험을 감지했을 터.
도심 전체에 퍼져 있던 곤충들이 게이트 주변으로 빠르게 몰려들었다.
카가가가각!
모든 것을 뜯어먹는 메뚜기들.
파바바박!
분진을 뿌리고, 형형색색의 날개로 시선을 교란하는 꽃매미들.
명산이라 불리던 백망산이지만, 더이상의 초목은 없었다.
죽은 뼈다귀처럼 헐벗은 산맥 위, 벌레들의 날갯짓 소리만이 하늘을 찢고 있을 뿐.
예고했던 대로, 슬슬 전략을 바꿀 시점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모인 것 같네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용수가 헬기의 고도를 높였다.
투두두두두!
손바닥만 하게 작아진 백망산.
곤충들의 날갯짓 소리가 공명하며 들려왔고,
헬기는 그 위로 자리를 잡았다.
지잉.
주변에 형성된 여덟 개의 포탈.
출하 품목은 형수가 개발한 살충제였다.
무림인들에게는 스프레이 캔으로 전달된 물건.
하지만 가장 먼저 개발이 완료된 형태는 다름 아닌 ‘액상’이었다.
지금은 실험실 능력에 의해 수백 리터까지 중첩된 물건.
투두두두!
즉시 화재 진압에 나섰다.
목표는 주제도 모르고 들끓는 백망산의 벌레들.
그 위로,
“출하.”
액상 형태의 살충제를 들이부었다.
촤아아아아악!
갑작스레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결.
부우우우웅!?
벨제부르의 벌레들의 날갯짓에 당황이 묻어났다.
시원하게 적셔진 벌레들은···
푸드드득!
푸드득!
배를 뒤집은 채 힘껏 버둥거리다가, 이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우리들의 공기를 빼앗아 간 녀석들.
놈들의 공기 또한 거두어 감이 마땅했다.
부부부우우웅!
놈들은 재빨랐다.
쏟아지는 살충제를 피하기 위해, 수천 마리가 하늘로 치솟았지만···
“해로운 곤충이다.”
콰과과과과과!
내 손가락질 한 번으로 궤도를 변경한 포탈이 놈들을 촉촉하게 적셔버렸다.
후두둑!
후두두두두두둑!
비처럼 쏟아지는 백망산의 낙엽.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소방 헬기가 바다와 산을 왕복해야 하는 것과 달리, 내 포탈은 가만히 댐을 열어 놓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세상에···! 완전히 뚫려버렸어!
-이 지긋지긋한 벌레 놈들! 꼴 좋다!
물청소가 마무리되자 무림인들이 엄지를 세웠다.
그제야 나는 한가로이 읊조릴 수 있었다.
“이제 텅텅 비었네.”
지금이야말로 그간의 먼지를 털어낼 때였다.
바로 게이트 핵을 파괴함으로써.
쿠구구구···
백망산 정상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게이트.
그 각각에 두 개의 게이트 핵이 벌집처럼 매달려 있었다.
끗!
끗끗!
기괴한 눈동자를 까뒤집고, 혓바닥을 장난스레 내미는 녀석들.
예고된 죽음에도,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놈들의 목을 치는 것.
그것은 무림인들의 지도자, 적강운검에게 맡겨진 일이었다.
슈욱!
그가 검을 치켜들었다.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세워진 검.
그 새하얀 검 면이 구름처럼 떠올랐다.
적강(謫降).
신선이 땅으로 내려오는 사건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그 몽상 같은 존재가 현실 속 미천한 존재로 추락할 때 생기는 충격을 담고 있었다.
“흡!”
초식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내려치기다.
하지만 그 안에는 태산 같은 구름이 내포되어 있었으니.
쿠구구구···
횟 빛으로 물든 베이징의 하늘.
그 곳곳에 퍼진 먹구름이 운양의 검에 모여들었다.
한낱 구름에 불과한 것.
무게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콰과과과과과!
그것이 태산같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운양의 모든 내력을 쏟아부은 검강.
끄읏!?
그 힘이 구름처럼 게이트 핵을 덮쳤고,
카가가가가각!
그대로 찢어버렸다.
까아아아악!
게이트 핵의 비명.
놈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게이트에서 추락했다.
그리고,
쿠구구구구···
아래에 놓인 게이트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끝났어! 끝났다고!”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끝이다.
이 지긋지긋한 대기를 베이징의 하늘에서 걷어낼 테니.
중국은 무너졌다.
하지만,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그러한 경이가 무림인들을 휘감고 있었다.
단,
-그런데···
이 말이 들려오기 전에는.
-왜 독이 사라지지 않는 거지?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나란히 서 있던 두 개의 게이트.
운양의 공격이 태산과도 같았던 만큼, 매달려 있던 두 개의 핵을 구분할 것 없이 덮쳤더랬다.
하지만···
“남아 있어···?”
우측에 매달린 게이트 핵.
무언가가 그 위를 덮고 있었다.
포탈로부터 빠져나온 그것은 까만 솜털로 뒤덮여 있었다.
이윽고,
브브브브···
그 무언가가 게이트를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은 다리였다.
솜털로 뒤덮인 곤충의 다리.
그다음은 촉수처럼 뻗은 녀석의 입이었고,
나머지는···
“······저게 뭐야?”
눈이었다.
수천, 수만 개의 눈.
비단결 같은 청록색이 번들거렸다.
나는 알아차렸다.
그것이 거대한 파리의 눈이라는 걸.
“우읍!”
역겨운 냄새가 방독면을 타고 들어왔다.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역겨움.
놈의 온몸은 곳곳이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하지만, 놈의 끔찍함은 그것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상공회의소에 혼나겠네.
-이제 완전 제명되는 거 아냐?
-그럼 어쩌라구 이러다간 쪽박차게 생겼는데.
-맛있는 냄새 난다.
수만 개의 눈.
거기에는 제각기 혼잡스러운 ‘의식’이 담겨 있었으니까.
“출하.”
곧장 놈을 향해 살충제를 쏟아부었지만,
-아악!
-야, 눈 감아!
-지랄맞네 진짜.
놈들의 기름 막처럼 얇은 눈꺼풀이 살충제를 고스란히 흘려버렸다.
“······으으.”
“히익!”
무림인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었다.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모습.
하늘의 구름을 일으키던 운양마저도, 지금만큼은 넋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용기를 냈다.
파축문의 권룡.
그녀가 일장을 내질러 권기를 쏘아 보냈으니까.
그렇게 날아든 공격은···
콰앙!
파리의 눈 중앙을 강타했다.
하지만 놈들의 반응은 대수롭지 않았다.
-뭐야.
-누가 맞았냐?
-죽었대?
-피했어야지.
쿠구구구···
거대한 몸이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파드드드드득!
날개를 펼친 놈이 소리를 내며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벨제부르의 게이트 핵을 품에 넣은 채.
-간다.
-게이트는 어쩌고?
-나중에 다시 활성화해야지.
-이제 어디로 가지?
귀청에 꽂히는 수만 개의 음성.
그야말로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이용수가 말했다.
“정겸씨 이건···”
“예, 아마도···”
익숙한 패턴이었다.
저 거대 파리 또한 게이트 핵을 들고 자리를 벗어날 심산이었다.
놓칠 수 없었다.
놈이 그대로 숨어버린다면, 벨제부르의 대기가 한반도를 덮치게 될 테니까.
“출하!”
그야말로 쏟아부었다.
수십 자루의 성창, 불붙은 볼링공, 헬파이어 미사일까지.
마법 스크롤 수십 장을 찢어 ‘아이스 스피어’를 곁들였다.
무림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까스로 공포를 이겨낸 그들 또한 온갖 종류의 검기와 권기, 장법을 날려 보냈다.
콰아아앙!
타앙!
쩌어엉!
강한 충격이 거대한 파리를 연달아 타격했지만···
-햐, 엄청 죽어 나가네.
-이 정도는 진짜 오랜만인데?
-당분간은 구더기 기르느라 고생이겠구만.
놈의 생명은 하나가 아니었다.
죽여도 죽여도 개중 하나의 목숨을 끊을 뿐.
거대한 파리의 움직임은 멈출 수 없었다.
브브브브···
놈의 소름 돋는 날갯짓.
놈은 죽어도 죽지 않는 ‘집단’의 힘을 앞세운 채, 유유히 백망산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안돼.’
잡아야 한다.
그 필사적인 생각에,
“출하.”
한 가지 사물을 출하했다.
계속 염두에는 두고 있었다.
중국이 벌레들로 뒤덮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하지만, 너무나 사소하게 짝이 없는 물건인 탓에 미처 꺼내지 못했다.
번쩍.
회색으로 물든 도시.
작게 점멸하는 푸른 빛이 떨어졌다.
별것 아닌 은은한 빛이었음에도, 수만 개의 눈은 환호했다.
-와, 이거 뭐야?
-예쁜데?
-어디서 샀어?
-나한테 팔래?
놈들의 탐욕에 답하려는 것일까?
팍스가 메시지를 띄워 보냈다.
[전기 해충 퇴치기 특대형 IA-ic200 +1, 가격은 59,000원입니다.]슈우우···
하늘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거대한 크기의 포충기였다.
[도발] 효과가 붙어있는 레어 아이템.카멜롯 성에서 뱀파이어를 상대했을 당시, 파워뱅크 배터리를 연결하고, 수십 개를 이어 붙여 거대한 전기 담장을 만들었더랬다.
미약하게 짝이 없는 물건일지 모른다.
하지만 수만 개의 눈동자는 그 푸른 불빛에 저마다 매료되었다.
-더 줘!
-비켜봐, 안 보이잖아!
-더 없나? 몇 개나 있대?
-꺼져!
푸드드득!
놈이 포충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슈우우···
슈우우···
놈의 좌우, 사방으로 쏟아지는 푸른 불빛.
곳곳에 놓인 욕망의 이정표가 수만 개의 눈을 현혹했다.
-이쪽이라고!
-좀 있어 봐, 다 왔는데.
-아 병신 새끼들이 진짜!
-내가 저거 꼭 산다.
우왕좌왕, 파르르 떨리는 날개.
놈들은 더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밖으로 도망치기는커녕.
반면,
콰아아앙!
콰앙!
우리의 공격은 재개됐다.
무림인들이 경공을 발휘하며 눈알 하나하나를 타격했고, 나 또한 <추적 배송>을 통해 갖가지 사물들을 사출했다.
좌르르르르르륵!
액화 석유 가스가 포함된 살충제 스프레이 수천 개를 쏟아부었고,
뻐어어어엉!
그 위로 헬파이어 미사일을 쏘아 보냈다.
치이이이···
강한 충격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
수만 개로 분리된 목숨.
그 숨통을 끊기 위해, 나 또한 수만 번의 공격을 휘둘렀다.
더디지만 확실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그 꾸준한 행보가 거대한 파리의 숨통을 조여나갔다.
그렇게,
-다들 어디 갔냐?
-내 옆에는 다 죽었는데?
차츰 놈들의 목소리도 사그라들기 시작했으며,
푸욱!
내 노력 또한 결실을 맞이했다.
깊숙이 찔러낸 성창.
파리의 새카만 손끝에서,
촤학!
황금빛 노른자가 줄줄 새어 나왔다.
띠링!
[차원 계좌가 소유 이전되었습니다.] [기존 예금주, ???, 잔액 : 48,881개] [이미 차원 계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액이 합산됩니다.]게이트 핵을 부쉈다는 증거.
[남은 마석은 74,615개 입니다.]그리고,
화르르르륵!
마지막 하나 남은 파리의 눈알을 불살랐을 때.
띠링!
[차원 계좌가 소유 이전되었습니다.] [기존 예금주, 파리 대왕-No. 15119, 잔액 : 1개] [이미 차원 계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액이 합산됩니다.]줄곧 귀찮게 떠오르던 알림을 마침내 잠재울 수 있었다.
[남은 마석은 74,616개 입니다.]그리고 그 결과,
스으으으으으으으읍!
벨제부르의 게이트가 거대한 들숨을 일으켰다.
휘이이이이이!
맹렬하게 불어닥치는 바람.
하지만 어째서인지, 우리 모두는 그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치 평행우주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슈우우우우우우욱-!
사라진다.
베이징을 메우던 잿빛 하늘이.
그렇게 꾸역꾸역 벨제부르의 독연을 머금은 게이트는···
꽈아아아아앙!
여지없이 폭발하며, 빛으로 이루어진 가루를 휘날렸다.
놈들의 문을 닫는 것은 바람이었다.
편서풍을 거슬러, 동쪽으로부터 불어온 바람.
그 바람이 벨제부르의 커튼을 열어젖히고, 너머에 있는 문을 아주아주 세게 닫아버렸다.
남은 것이라곤, 텅 빈 하늘이었다.
휘이이······
티 없이 맑은 하늘.
그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