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9)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49화(49/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4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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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그 동안 급박하게 움직이느라 미처 살피지 못한 것이 있었다.
국통사 위병소 한쪽에 놓여있는 모텔··· 아니, 성.
강화석 낳는 거위인 카멜롯이 거듭해서 결실을 내어놓고 있었으니까.
땡그랑!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에 다가간 나는, 그야말로 탄성을 내질렀다.
“세상에··· 이게 다 몇 개야?”
말 그대로, ‘쌓여’있다.
그것도 수북하게.
가뭄에 콩 나듯 수급되던 강화석이 오색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주군!”
나를 본 카멜롯의 네 기사가 반색하며 뛰쳐나왔다.
물론, 간지러움을 겪고 싶지는 않은지 문턱에 서서 나를 환대했다.
네 명으로까지 늘어난 기사, 거기에 ‘재생’ 능력을 갖춘 퍼시발의 능력이 빛을 발한 것.
그 공을 치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엔장··· 너희들···!”
사실 그랬다.
란슬롯, 베디비어, 퍼시발, 모드레드까지.
단 네 명에 불과한 기사들이 텅 빈 카멜롯을 지켰다.
그 모습이 못내 허전해보였던 것이 하루이틀이었던가?
다른 사심이 있어서 품는 감상이 전혀 아니었다.
쿵!
나는 카멜롯 앞에 섰다.
그러곤 오래된 숙원을 내비쳤다.
“기사단을··· 재건할 때가 되었지.”
“주군···!”
감동에 휩싸인 란슬롯이 입을 가렸고,
휘이익!
휘익!
여덟 마리의 망령들이 휘파람 같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망령들의 탐색능력이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별 문제는 없었다.
모드레드에게 사용했던 ‘유체화’ 강화석.
지금은 그게 몇 개씩이나 더 생긴 참이니.
이참에 아예 기사단 내의 유령 기사들을 만들어 볼 작정이었다.
“드디어 모두가 모이겠군요!”
란슬롯이 반색했다.
항상 서로 돈독한 모습을 보여주던 카멜롯의 기사들이었으니까.
“그웨인은 역시 화염이죠. 라이오넬 같은 경우엔···”
이번에도 란슬롯의 조언에 따라 녀석들에게 가장 잘 어울릴만한 강화석을 골랐고, 강화석과 마석을 소비해 녀석들을 기사로 서임했다.
차르르륵!
한 명을 서임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강화석 한 개와 마석 500개.
도합 4천 개의 거금이었지만, 해골 기사들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철컥! 덜그럭!
공중에서 빚어지는 갑옷.
그웨인, 라이오넬, 갤러해드, 케이, 보호드, 헥터, 트리스탄, 캐러독까지.
“존명!”
“존명!”
형형색색의 빛을 뽐내던 여덟 명의 기사가 내 앞에 부복했고,
긁적긁적!
너나 할 것 없이 제 몸을 벅벅 긁어댔다.
이러나저러나, 해골 기사들은 영락없이 기쁜 기색이었다.
“단장!”
“어서 와라, 어서 와!”
“이게 얼마만입니까!”
웃을 수도, 눈물을 흘릴 수도 없는 해골들이다.
하지만 자연스레 둥글게 모이는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얼마 전 가족들과의 재회를 이뤘던 때가 절로 떠올랐다.
어쩌면 카멜롯 성의 망령들 모두가 이때만을 기다려 왔을지도.
이 아공간 속에, 또 하나의 ‘가족’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하물며, 그냥 가족도 아니었다.
녀석들에게는 따뜻한 ‘집’이 있었으니까.
나는 기사들의 재회를 축하하고, 독려했다.
“자자, 내 눈치 볼 것 없어. 얼른 들어가서 서로 인사들 나눠.”
“괜찮습니다. 주군!”
“이 모두가 주군의 덕택인데 어찌···”
내가 한 번 더 독려했다.
“에헤이, 괜찮으니 빨리 들어가라니까?”
“······?”
척!
척!
직장 상사의 퇴근 독촉을 받은 것처럼, 기사들은 하나둘 내게 경례를 붙인 뒤 카멜롯으로 들어갔다.
깜깜한 카멜롯의 그늘로부터, 기사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담한 카멜롯도 나쁘지 않군요!”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라고! 허허.”
“다리 좀 치워봐, 하하!”
깡깡깡!
갑옷 소리를 울리며, 왁자지껄한 해후를 나누는 그들.
그런 그들을 감싼 ‘집’, 카멜롯 또한 기쁜 기색이었다.
우우웅!
우웅!
이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힘차게 돌아가는 카멜롯 성.
“허허. 녀석들, 그렇게들 좋을까.”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
인천을 경유한 우리는 헬기를 타고 다시 합참본부가 있는 용산으로 돌아왔다.
베이징의 오염된 대기를 걷어냈다지만, 아직 일본의 문제가 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유성철로부터 자세한 경황을 들었을 때, 이건 단순한 공해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황당함을 느낀 내가 유성철에게 되물었다.
“···선전포고를 했다고요?”
“예, 후쿠오카가 부산에게, 지역 대 지역으로 통첩했다더군요. 어제 상공회의소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고 부산 대표가 전해왔습니다.”
일전의 입찰 경쟁과 비슷한 형태.
하지만, 지대한 차이가 있었다.
“후쿠오카라면··· 인간들이잖아요?”
타차원의 괴물들이 아닌 인간들.
그들이 상공회의소의 전쟁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으니까.
“그게 말인데··· 일본의 상황이 지금 영 좋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좋지 않았는데 이제 제대로 엉망이 됐죠.”
당초 합참은 일본 정부와 핫라인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 일본의 기존 행정부가 무너졌으며, 그 자리를 다른 세력이 메꾸게 되었다고.
“일본 내 극우 세력들이 유신각성회(維新覺醒會)라는 이름으로 통합됐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아예 타차원과 손을 잡은 게 문제죠.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 각성 능력과 외부 차원의 존재들을 숭상하는 게 특징입니다.”
유성철이 답답하다는 듯, 덧붙였다.
“제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그제 일본과의 핫라인이 소실됐거든요. 아무튼 곧 놈들이 부산을 향해 밀고 들어올 겁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
“통첩에는 7일 뒤로 명시되어 있었다는군요. 그게 어제 일이니··· 이제 6일 정도 시간이 남았네요.”
유성철은 멋쩍다는 듯, 목소리를 졸이며 말했다.
“저희는 몇 시간 내로 출발할 생각인데··· 혹시 김 대령께도 지원을 요청드릴 수 있을까요? 이제 막 중국에 다녀오신 마당에 차마 할 말은 못 되지만···”
“그거라면 걱정 마시죠. 저도 일본에는 볼 일이 있어서. 대신에···”
“대신에요?”
“내려가는 길에 잠깐 들릴 곳이 있긴 하겠네요.”
***
몇 시간 뒤, 우리는 부산 대표와 접선할 수 있었다.
휘이이이이···
거친 바다바람이 쓸려오는 부산.
이들은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중소 규모의 호텔에 거점을 잡고 있었다.
숙소와 회의실, 식당까지 구비된 공간이다 보니 멸망에 대처하는 세력들에게는 이런 호텔만큼 유용한 장소가 없는 모양이었다.
“어떡하죠! 어떡해!”
부산대표는 서른을 넘겼을까 말까 한 젊은 여성이었는데, 얼핏 보기엔 진중한 모습이면서도 가끔 급발진을 하며 걱정을 쏟아내는 독특한 성정의 소유자였다.
그녀가 검은 머리칼을 치렁거리며, 유성철의 어깨를 흔들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간이 너무 없는데!”
“진정하세요. 박 대표. 우선, 그 ‘선전포고’라는 걸 공유해줄 수 있을까요.”
“아참 그렇죠! 내 정신 좀 봐!”
한 지역을 대표하는 정도라면 제법 강자란 소리일 터.
하지만 대표 직함이 무색하게 그녀는 허둥대고 있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녀가 우리에게 상공회의소의 메시지를 공유해주었다.
—
다차원 상공회의소에서 알려드립니다.
귀 ‘부산’ 지역에 대한 ‘후쿠오카’ 지역으로부터의 선전포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원활한 분쟁 진행을 위해 상공회의소의 중개 내용을 안내해드립니다.
[장소 및 일시]부산, 후쿠오카
7일 뒤.
※ 사전 충돌을 일으킬 경우 실격 사유로 간주합니다.
[승리 조건]지역 대표 사살.
[보상]패전 지역 사업권 획득.
게이트 포탈 설치 지원.
※ 설치된 게이트 포탈의 수익 중 20퍼센트는 중개 수수료 및 설치 비용으로 차감됩니다.
—
“적들에 대한 정보는요?”
“아, 그것도 같이 왔어요.”
“어인···?”
물고기와 인간, 두 종족이 뒤섞인 모습.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1군단에서 반 고블린으로 변해버린 존재들을 한차례 목도한 바 있었으니.
하지만 놈들이 불완전한 형태의 반 종족이었다면, 후쿠오카의 전력들은 완전한 융화를 이룬 모양이었다.
부산 대표 박서윤은 여전히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어인들은 모조리 위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부산에서는 저 포함해서 열 명이 고작인데···”
그럴 만했다.
10레벨까지는 그렇다 쳐도, 위계에 필요한 마석 1,000개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이니까.
박서윤의 걱정은 계속됐다.
“본부장님! 대전이랑 광주 쪽에서는 응답이 왔을까요?”
모두 입찰 경쟁에서 승리한 지역이다.
합참 본부는 이들 모두와 연락망을 구성하고 있었다.
더더욱 이번에는 부산에서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이들 모두에게 연락을 돌린 모양이었다.
유성철이 대답했다.
“오고는 있는데··· 며칠 걸릴 겁니다. 공중 전력이 부족해서 육로로 올 수밖에 없거든요. 위계 보유자는 각각 다섯 명씩 있다고 하더군요.”
“아아! 어떡하지!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사람도 부족하고요!”
박서윤이 또 한 번 자지러졌다.
하지만 정작 나나 유성철은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이 속을 긁은 것인지, 그녀가 버럭 성을 냈다.
“아니, 그런데 왜 그렇게 태평하신 거예요!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300만 부산인들이 인어들한테 다 잡아먹히게 생겼···!”
제법 상상력이 풍부한 그녀였다.
그 사고의 영역을 넓혀주기 위해 내가 한 것은···
지잉.
“응? 이게 뭐죠?”
그저 포탈을 열어젖히는 것뿐이었다.
부산은 오롯이 부산이 아니며,
세상의 곳곳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
.
.
지잉!
지잉!
“이게 다 뭐야···?!”
우르르르!
포탈을 타고 쏟아져 나오는 인파를 보며, 박서윤은 도무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초 실망스러웠을 그녀다.
합참의 지원을 기대했건만, 도착한 것은 나와 유성철을 태운 헬기 한 대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우르르르!
당장 눈앞에 놓인 포탈에서는 합참에서 선별한 수백 명의 각성자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아아!”
계속해서 가슴을 졸여오던 그녀였다.
터질듯한 심장을 부여잡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우르르르르!
민우가 인천에서 모아온 수십 명의 각성자, 그리고···
거구의 몸집을 가진 각성자들이 또한 백여명 가까이 추가로 쏟아졌다.
“금방 다시 뵙네요. 정겸씨.”
그 정체는 강남 세브란스의 각성자들.
특히, 내가 진성학의 세뇌로부터 구해낸 송현구였다.
부산으로 내려오는 길, 나는 잠시 강남 세브란스에 들러 송현구를 만나 포탈을 설치했었으니까.
보기만 해도 듬직한 송현구의 어깨.
그 주변으로도 수십 명의 각성자가 득실거렸다.
“흐으으으으윽!”
기쁨에 찬 박서윤이 실신할 듯 휘청거렸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그게 끝일 리가.
“정겸 대협! 이 쪽발이 새끼들 어디에 있습니까! 내 이 왜구 놈들을 그냥···!”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경공으로 날아드는 수십 명의 무림인들을 보았을 땐···
“끄르르르르륵···”
차마 견디지 못하고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쿠웅!
결국 쓰러진 그녀.
그 손에는 ‘척’하니 엄지가 들려 있었다.
이로써 완성되었다.
용산, 강남, 인천, 부산, 그리고 베이징까지,
다섯 개의 터미널로 이루어진 물류체인의 기초적인 틀이.
***
레벨 5에 다다라 최대 3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해진 아공간 포탈이었다.
말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니, 그 배 이상에 달하는 인원일지라도 이동을 보조하는 것 정도는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이거라면··· 싸워볼 만하겠어요!”
기절 후 깨어난 부산대표는 완전히 기운을 되찾은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고쳐잡았다.
“싸워볼 만하긴요? 아예 도륙을 내버릴 건데.”
“아예 도륙··· 이요?”
내가 지금 한 것은 그저 각지에 흩어져 있던 병력을 한데로 모은 것뿐이었다.
그리고 물류센터의 진가는 거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제 보급 작전을 실시해야지요.”
이게 진짜였다.
부산에 모인 각성자 모두에게 강화된 무기를 지급할 생각이었다.
특히, 송현구와 같은 신체 각성자들에게는 무공서를 지급하고, 운양이나 김솔 같은 숙련자들을 붙여 며칠간 그들의 성장을 극대화할 계획이었다.
그 밖에 사람들도 문제없다.
마법 스크롤을 전단지처럼 나눠주면 될 테니까.
물고기가 보이는 족족 한 장씩 찢기만 해도 상당한 전력이 될 터.
결론적으로 말해, 이곳 부산에 모인 각성자들 모두 몇 배는 더 강해질 것이었다.
고작 며칠 안으로.
박서윤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김 대령께서는?”
“여러분이 부산을 막아주시는 동안···”
방어만이 능사는 아니다.
상공회의소가 명시한 승리 조건은 지역대표의 사살.
그러니···
“후쿠오카 대표를 잡으러 가야죠.”
물론 하나 더 있었다.
“···서류도 하나 뗄 겸.”
겸사겸사 상공회의소를 털어먹는 것.
그것이 내 여행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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