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5화(5/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5편
(물류단지의 기러기들 (2))
“저희가 가지고 있는 마석을요?”
이용수가 되물었다.
“어려울까요?”
“아뇨, 길을 뚫어주신다는데 그깟 마석이 대수일까요. 모두 동의할 겁니다.”
거래의 기본은 신용이다.
상대가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눈앞에서 와이번을 사냥한 덕일까, 이용수는 내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굳게 믿는 모양새였다.
사실 좀 버겁긴 했다.
아공간에서 30초마다 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지만, 그 정도로 예닐곱 마리나 되는 와이번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석만 있다면, 출하 스킬을 강화할 수 있어.’
무기를 더 빠르게, 여러 번 던질 수 있을 터.
30초 제한만 줄여본다면 와이번 놈들이 달려드는 족족 칼빵을 먹여줄 자신이 있었다.
***
그렇게 물류단지 E동으로 향하던 길.
이용수는 쉽게 수락했지만, 센터장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다시 설득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정작 E동에 도착했을 땐, 그보다 시급한 일이 있었다.
입구 쪽으로 우글거리는 초록색 형상.
이용수가 외쳤다.
“···오크입니다!”
크와아아악!
다섯 마리의 오크 무리가 E동을 향해 밀려들고 있었다.
“하필 이럴 때···”
이용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한 마리씩 상대하기도 벅찬 오크다.
저렇게 여러 마리가 한 번에 밀려든다면 속수무책으로 뚫릴 게 분명했다.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갔을 즈음.
‘출하.’
휘리릭!
빠르게 도끼 한 자루를 발사했다.
퀘엑!
빙글빙글 회전한 도끼날이 오크의 목에 처박혔다.
꿀렁꿀렁 목을 부여잡던 녀석은 곧 눈을 뒤집고 쿵하니 쓰러져 버렸다.
‘우선은 한 놈.’
E동에 도착하자마자 추가로 한 자루를 더 소환했다.
도끼는 빠르게 날아갔지만···
퍽!
아쉽게 옆구리 쪽으로 빗맞았다.
쿠에에!
격분한 놈의 반격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위잉!
아예 놈의 면전에 포탈을 열어버렸다.
파지직!
투명한 벽에 의해 놈의 공격이 가로막혔다.
이제 보니, 일종의 방패처럼도 활용이 가능한 아공간 포탈이었다.
이번에는 조끼에 결속된 도끼를 꺼내 들었고,
촤악!
곧장 놈의 목에 꽂아 넣었다.
녀석이 털썩 자리에 쓰러졌다.
나는 아공간을 들락날락하며 놈들을 교란했고,
쿠왁!
케에엑!
칵!
남은 세 놈도 비슷하게 생을 마감했다.
쩔그럭!
바닥에 피 묻은 도끼를 떨구자, 통로 안쪽으로 나를 멍청히 바라보고 있는 E동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듯했다.
.
.
.
통로 안쪽에서 센터장이 달려 나왔다.
“······”
그는 입을 쩍 벌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여지없이 죽은 목숨이었을 테니까.
얼마간 숨을 고르던 센터장이 떠듬떠듬 말했다.
“이번엔 저희까지 목숨을 빚졌군요. 이걸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용수에게 눈빛을 보내자, 그가 나를 대신해 말해주었다.
“센터장 님, 안전하게 여길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혹시 와이번들이 사라지기라도···?”
혹시나 하는 기대에 센터장이 반색했지만, 이용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차근차근 내가 제안했던 거래 조건을 이야기해주었다.
“여기 정겸 씨 말씀으로는···”
내가 와이번들을 처치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량의 마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한차례 무력시범을 보여준 덕일까.
센터장은 흔쾌히 승낙했다.
“나는 동의함세. 우리도 각성자가 몇 있기는 하지만··· 여기 정겸 씨만큼 효율이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건 하루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는 일 아닌가?”
센터장이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의견을 구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모은 마석은 여섯 개야. 모두 여기 김정겸 씨에게 넘겨드리려 하는데··· 혹시 다른 의견 있나?”
“없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가족을 만나러 가는 것.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개중 한 사람이 부연했다.
“오늘 확실히 느꼈습니다. 여기 박혀있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요. 마석이고 자시고, 길만 열어주신다면 뭐든지 돕겠습니다.”
이 또한 거한 긍정이었다.
“좋습니다.”
나 또한 마석을 얻으려는 계산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물자들을 한 아름 챙겨 가족들에게 돌아가겠다는 목표.
이들은 단지 그것을 위해 죽음까지 무릅쓰고 물류센터에 찾아든 일종의 기러기 아빠들이었다.
그들이 각자 트럭을 몰고 집으로 향하게 되길 바랐다.
그 목표만큼은 나 또한 다르지 않았으니.
‘뭐··· 딱히 손해 보는 것도 아니니까.’
어차피 나도 차를 타고 나가려면 서쪽 터널을 지날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센터장이 마석 여섯 개를 꺼내주었다.
방금 이곳을 급습해 온 오크 다섯 마리.
놈들의 시체에서도 빼먹지 않고 마석을 채취했다.
잘그락.
원래 가지고 있던 세 개까지 합하니, 총 열네 개의 마석이 모였다.
센터장이 내게 물었다.
“그럼 출발은 언제로 할까요?”
“내일 점심쯤 출발하죠. 오늘은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그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어두워지면 와이번들과의 싸움에서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시간이 급한 건 사실이지만, 불필요한 위험까지 무릅쓸 필요는 없었다.
센터장이 내 말을 받았다.
“그럼 밤 중으로 출발할 준비를 마쳐두겠습니다.”
“예, 이따 준비가 끝나는 대로 한 번 더 이야기 나누시죠.”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곧장 아공간으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나는 나대로 할 일이 있었으니까.
***
이제는 익숙한 이곳, 풀필먼트 센터에 들어왔다.
나는 팍스에게 물었다.
“출하 스킬 관련해서, 강화할 수 있는 항목은 어떤 것들이 있어?”
[목록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띠링!
이윽고 팍스가 띄워준 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표시되어 있었다.
—-[강화 가능 항목]—-
[비용 1]◈ 출하 소요 시간 [30초] [+]
◈ 출하 사정 거리 [10m] [+]
◈ 출하 속도 [최대 75km/h] [+]
————————-
“생각보단 단촐하네. 혹시 더 있는 건 아니지?”
[강화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마석을 사용해 확장 능력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목록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띠링!
—-[개방 가능 항목]—-
[비용 10]◈ 동시 출하
-최대 두 개의 상품을 동시에 출하할 수 있습니다.
◈ 정밀 배송
-원하는 타겟을 지정하면, 출하 위치가 자동으로 보정됩니다.
◈ 자동 출하
-지정된 상품을 자동으로 출하합니다. 시간 간격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
“안 물어보면 큰일 날 뻔했구나···”
강화가 출하 스킬의 스탯을 강화해주는 느낌이라면, ‘개방’은 아예 심화된 능력을 부여해주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비용 또한 단순한 스탯 강화보다 10배는 비쌌다.
하나에 마석 10개라니.
하지만 그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두 개를 동시에 출하한다고? 엄청 좋은데?”
도끼가 두 개, 단검도 두 개.
<동시 출하>라는 능력은 딱 보기에도 전투력이 두 배가 되는 능력이었다.
<정밀 배송>도 그에 못지않았다.
“위치 자동 보정이라···”
타겟 지정과 위치 보정.
마치 추적 미사일을 연상시키는 낱말 덕일까?
몇 시간 전, 와이번을 상대했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긴··· 맞추기 더럽게 어려웠어.”
공중을 이리저리 날뛰는 놈들이었다.
당장 내일 그놈들에게 칼날을 발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팠다.
<동시 출하>도 구미가 당겼지만, 당장 급한 건 바로 이 <정밀 배송>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팍스에게 말했다.
“<정밀 배송>. 이거부터 개방해줘.”
[괜찮으시겠습니까? 마석 10개가 소진됩니다.]“그래.”
즉시 마석 열 개를 세어 내밀었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효과를 톡톡히 할 게 분명했다.
[마석 10개 받았습니다.]지난번처럼, 손에 들려있던 마석 10개가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어쩐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지만, 아직 네 개가 남아 있었다.
다음으로 내가 눈을 돌린 것은 출하 스킬의 ‘강화’였다.
◈ 출하 소요 시간 [30초] [+]
◈ 출하 사정 거리 [10m] [+]
◈ 출하 속도 [최대 75km/h] [+]
어떤 스탯을 강화할지는 이미 결정해둔 터였다.
나는 마석 세 개를 내밀었다.
“세 개. 출하 소요 시간에 사용해줘.”
[사정 거리에는 사용하지 않으시고요?]팍스가 되물었다.
고성능 AI답게, 공중을 누비는 와이번과의 싸움을 지켜본 모양이었다.
확실히, 녀석의 말처럼 사정거리가 닿지 않는다면 공격이 먹히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따로 생각해둔 게 있으니까, 일단 출하 소요 시간에 써줘.”
[알겠습니다.] [마석 3개 받았습니다]이번에도 마석이 사라졌다.
출하 소요 시간은···
[30초] [+]···
[20초] [+] [15초] [+]금세 15초까지 떨어졌다.
마석 하나당 5초라니.
이것도 효율이 꽤나 좋았다.
아예 0초까지 줄여서 소요시간 자체를 없앨 수도 있을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건 불가합니다.] [아공간 레벨 1에서는 최대 5초까지만 출하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단박에 거절당했다.
“아무렴, 세상일이 그리 쉬울 수는 없지···”
마지막 하나 남은 마석은 이곳 풀필먼트 센터의 전력 유지에 투자했다.
마석이 스르륵 사라졌고,
[마석 1개 받았습니다.] [마석 1개를 시설 전력에 사용합니다] [전력 가동 중단까지, 33시간 39분 11초···]시설의 유지 기간이 늘어났다.
이로써 마석은 0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마지막으로. 팍스에게 물었다.
“프레시 센터가 3층이었지?”
[그렇습니다.]“슬슬 저녁때니까.”
3층에 도착한 나는 프레시 센터 전용 픽킹 스테이션에서 이런저런 품목들을 주문했다.
밖에서 출하 스킬을 사용해도 될 테지만··· 매번 15초씩 기다리기엔 그 종류가 너무 많았으니까.
***
“자자, 받아 가세요.”
저녁 당번을 맡은 최병철이 사람들에게 초코바를 나누어주었다.
정겸이 있던 풀필먼트 센터와 달리, 이곳 대현 물류센터는 도착한 물건을 분류해서 보내는 일반적인 물류센터에 불과했다.
그 때문에 널려 있는 박스들은 그야말로 랜덤박스였다.
물량은 많았지만, 뜯어서 필요한 물품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물론 진공포장된 레토르트 해장국 같은 것들도 더러 나오기는 했지만, 냄새로 인해 몬스터를 불러들일 위험이 있어 매번 과자나 생라면, 장사천하 소시지 같은 것들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한창 초코바를 나눠주던 중, 이용수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정겸 씨는?”
“아까부터 안 보이시던데. 아직 그 아공간이라는 곳에 들어가 계시는 거 아니야?”
“아까 나오시는 걸 본 것 같은데··· 초코바 하나 줘봐. 내가 가져다드릴게.”
“그래, 기왕에 한 세 개 가져다드려.”
이용수는 초코바를 든 채, 물류창고를 돌았다.
“정겸 씨! 여기 계세요?”
“저 여기 있습니다. 잠시 좀 도와주시죠.”
이제 보니 정겸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용수는 까무러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공간에서 수십 종류의 물건을 꺼내놓고 있었으니까.
이용수가 쩍 하니 입을 벌렸다.
“아니··· 이게 다 뭡니까? ”
샤인머스킷부터 딸기, 수박과 멜론.
도넛을 비롯한 각종 디저트 빵류와 훈제란, 마지막으로 얼음 바스켓에 담긴 탄산음료까지.
힘이 날 만한 음식들이 곱게 포장된 채, 가지런히 도열해 있었다.
E동 물류창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음식들.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에게 정겸이 대답했다.
“가급적 냄새 안 나는 것들로 골라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요 며칠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했거든요. 일종의 전야제 셈 치고··· 다 같이 들면 어떨까 해서요.”
날이 밝는 대로 이곳을 빠져나갈 참이었다.
물류단지의 기러기들이 다 같이 보낼 마지막 밤이 될 터였다.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음식에, 물류센터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띠었다.
몇몇이 바깥 통로를 지키기 위해 교대했고, 그 사이 다 같이 과일을 깎고, 빵을 씹으며, 참으로 오래간만에 머리가 얼얼해질 만큼 차가운 콜라를 들이켰다.
“캬아-!”
모두가 불룩해진 배를 두드리고 있을 즈음, 90만원짜리 구스다운 침낭 스무 개를 휴게실에 깔아두었을 때는···
“정겸씨···!”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