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5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50화(50/240)
50. 수산시장의 숨은 영수증 (1)
부산에 집결한 수백 명의 각성자들.
그 수를 헤아리던 중, 우리는 각성자들의 능력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능계와 강화계.
아공간 포탈을 사용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능계였고,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송현구와 같은 사람은 강화계라 할 수 있었다.
베리어를 피워내는 동시에 막강한 신체능력을 구사하는 김솔 같은 경우엔…
“뭘 꼬나봐?”
아무리 봐도 규격 외였다.
비율로 따지자면 강화계 각성자들의 수가 비약적으로 많았고, 이능계 각성자들에 비하면 그 특색도 적었지만, 무공서를 통한 수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더욱이, 내 아공간에 담긴 강화 무기를 아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었다.
이들이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발휘하는 만큼, 성창이나 소총같은 강화무기는 몇 배로 빛을 발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뭔가 하나 빠진 느낌이…..”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때였다.
저벅저벅.
때마침, 저 멀치에서 적강운검 운양이 걸어오고 있었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쪽발이 어딨냐며 길길이 날뛰던 그다.
지금은 가까스로 반일 감정을 잠재우며 걸음과 심법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슥슥!
나는 문워크 뺨치는 은밀한 보법을 밟아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덥썩!
“……!”
화들짝! 놀라는 운양.
나는 그의 허리춤에 달린 검집을 움켜쥐고 있었다.
“정겸…대협?”
무공서를 익히는 각성자들이다.
그 중 상당수는 검법이었으며, 가장 괄목할 만한 무학 또한 바로 이 운양 선생의 ‘적강검법’이었다.
그러니 필요했다
각성자들이 사용할 만한 훌륭한 ‘검’이.
그러니 정당방위였다.
내가 이렇게 외친 것은.
“하…한입만…!”
“……!”
.
.
.
“진즉 이야기 하시질 그랬습니까.”
적강파에 대대로 전해져 오고 있다는 보검.
바로 그 운광검(雲光劍)을 운양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내어 주었고, 물류센터의 도검류 카테고리를 이용해 검을 수납했다.
주는 것이 아닌 빌려주는 것.
더욱이 그걸 통해서 모두 함께 강해지는 것.
베이징에서 나눴던 이야기대로, 운양은 자신의 생각을 여전히 관철하고 있었다.
“헤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또 이야기하시지요.”
“그나저나, 운남에 영약을 찾으러 가신다고 하셨던 건….?”
“아니, 이 쪽발이 새끼들이 정겸 대협을 괴롭힌다는데! 당연히 회 한 사발 제대로 떠줘야…!”
만사를 제쳐두고 이곳 부산으로 달려와준 그들.
고마운 일이었고, 다행이었다.
나 또한 그들에게 도움을 되돌려 줄 수 있어서.
“오……”
강화된 검을 받아든 운양이 감탄을 내뱉었다.
—-
[운광검(雲光劍) +1]등급 : [레어]
설명 : [정보를 불러오는데 실패했습니다. 직접 설명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속성 : [바람]
옵션 : [관통], [가속]
—-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검이 배로는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운양의 흡족한 표정.
이쯤되자 누가 누구의 부탁을 들어준 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한결 가벼워진 검이지만, 역으로 위력은 강화됐을 터다.
검이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게 때문이 아니라 강화석이 부여해준 ‘가속’옵션 때문이니까.
‘관통’ 옵션도 빠짐 없이 달려 있다.
애써 검기, 또는 검강을 두르지 않더라도 척력으로 둘러싸인 어인들의 비늘 정도는 가볍게 벗겨먹을 수 있을 터.
아직 수련 시간이 부족한 강화계 각성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무기가 없었다.
운양이 기대감에 부풀었다.
“무구가 이 정도로 받쳐준다면, 몇 가지 초식을 새로 짜볼 수도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겸 대협!”
“아무렴요. 저희 각성자들 지도해주시는 것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거라면 걱정 단단히 붙들어 매시지요. 한 사람도 빠지 없이 어엿한 검수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척!
포권을 주고 받았고, 그는 널찍한 부산항의 부두로 향했다.
수백 명의 강화계열 각성자들이 자리한 곳으로.
모두가 강해질 차례였다.
***
한편, 모든 사람이 무술을 택한 건 아니었다.
분명한 길이지만, 단 하나의 길은 아니었으니.
또 다른 길을 만들어 준 것 또한 물류센터의 아이템이었다.
“신무기라고요?”
작전본부장 유성철을 아공간으로 데려왔고, 새로 강화한 아이템을 보여주었다.
—-
[K2C1 제식소총 +2]등급 : [레어]
설명 : [정보를 불러오는데 실패했습니다. 직접 설명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속성 : [없음]
옵션 : [내성+2]
—-
“강화했습니다. 이제는 연발로 당겨도 아홉 발까지는 문제 없을거에요.”
“김 대령님…!”
유성철이 감격어린 목소리를 냈다.
강화석을 통한 추가 강화.
+2 등급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일한 옵션의 강화석을 두 개나 사용해야만 했다.
원래라면 상상조차 못했을 일.
최근 생산력이 극대화된 덕에 [내성]옵션이 부여된 강화석을 두 개나 챙길 수 있었다.
“이거라면 확실히 효과가 있겠습니다! 가뜩이나 수중에 있는 어인 놈들이라 총알 소진이 빠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이것도 있지요.”
—-
[5.56mm NATO탄 +1]등급 : [레어]
설명 : [정보를 불러오는데 실패했습니다. 직접 설명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속성 : [빛]
옵션 : [관통], [발광]
—-
“이건?”
“예광탄 용도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테스트해본 결과로는 가히 섬광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한 빛이었다.
물 속에 숨은 어인들을 상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터.
[감전]탄환과 섞어서 격발한다면, 놈들을 한층 더 효과적으로 사냥할 수 있을 것이었다.유성철이 반색했지만.
“이거라면 전략이 훨씬 수월해지겠습니다!”
“아, 그리고 또 있는데요…”
“또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따앙!
따앙!
멀찍이서 들리는 망치소리.
그리고…
치지지지지직!
용접 특유의 푸른 불빛이 새어나왔다.
그 위치는 에메츠 차원의 자재창고.
“저건…?”
의문스러운 목소리를 뱉으며, 유성철은 천천히 나를 따라 자재창고에 들어섰다.
그러곤, 그 장엄한 풍경에 놀란듯 숨을 집어먹었다.
거꾸로 뒤집어진 완만한 곡선.
특유의 파란색 몸체와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있는 고무타이어까지.
유성철은 그 정체를 단박에 알아맞혔다.
“통…통통배?”
자그만한 어선이었다.
부산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리고 그 통통배를 자르고 붙이고 있는 당사자는 인천공항에서 모셔온 메카닉, 제임스였다.
“오, 정겨므.”
질겅질겅.
미국산 소시지를 씹으며, 그가 우리를 응대했다.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한 유성철에게 지금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설명해주었다.
“크기가 클수록 시간이 오래 걸린다더군요. 다가올 싸움을 봤을 때…꼭 큰 배가 필요할 것 같지도 않았고요.”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이제부터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될 테니.
제임스가 거들었다.
“틀만 빌려쓰는 거지. 사실상 다른 물건이 될 겁니다. 엔진도, 장갑도 싹 다 교체할 거고.”
에메스 차원의 자재로 강화된 선박.
그 단단함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전략무기의 진가를 드러내기에 불충분했다.
완전히 새로운 무기가 탑재될 예정이었으니까.
주변에 널려진 낯선 사물들을 보며, 유성철이 말했다.
“잠깐만요. 이건 프린터고…파쇄기까지?”
“프린터 톱니에 모터를 달 거에요. 모터가 마법스크롤을 넘겨내리면 그 아래에 있는 파쇄기가 돌아가는 구조죠.”
“…그 말은?”
“마법이 발사될 겁니다. 자동으로요. 우선은 파이어볼을 넣어둘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게 대체…”
무공을 배우는 각성자들, 강화된 탄환을 뿜어낼 군인들, 거기에 마법까지.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려진 전력에, 유성철은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 제임스가 그려놓은 블루프린트를 보며 내가 훈수를 두었다.
“노우노우! 제임스! 이쪽에서 머리가 이렇게 쭉 뻗게 해달라니까!”
“…오우, 정겸. 그건 너무 낭만에 사로잡히 설계라고.”
“나는 원한다. 그것 디자인!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대체 뭐라는 거지?’
마석의 통역으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화.
유성철은 가만히 내가 펜으로 찍찍 수정사항을 남겨놓은 설계도를 펼쳐들었다.
그러곤 황당함에 숨을 내뱉었다.
“…거북선?”
머리처럼 쭉 뻗은 마법 사출구, 선체를 지붕처럼 덮는 장갑.
그건 영락없는 용 머리를 단 거북이의 형상이었으니까.
끝끝내 제임스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나는 유성철에게 돌아갔다.
그는 완전히 얼이 빠진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가 꼭 해줘야 할 일이 있었다.
그가 내게 되물었다.
“잠수함이요?”
“예. 가능할까요?
“가능은 한데…시간이 좀 걸릴겁니다. 그래도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는 가져올 수 있겠네요. 그런데 어디에 쓰시려고요?”
전투가 시작될 즈음, 나는 곧장 일본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헬기를 타고, 축복받은 H빔을 떨구며 일본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해줄 수도 있겠지만…
당장 필요한 일은 후쿠오카의 대표를 처치해 이 싸움을 승리로 종결짓는 일이었다.
“몰래 가야죠. 후쿠오카 대표가 숨어버릴 수도 있으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공회의소의 일본 지부.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사가 필효할 테니까.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는 일이었다.
각성자들이 무공을 수련하기를, 제임스가 K북선을 완성해주기를, 그리고 유성철이 잠수함을 가져다주기를.
모두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었다.
***
그렇게 결전의 날이 되었다.
뿌우우우…
항구의 친숙한 뱃고동 소리.
따스한 노랫가락을 연상시키는 낭만적인 소리였지만, 지금은 싸움을 알리는 전사들의 나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바쁜 시간이었다.
운양과 무림인들이 숨가쁘게 각성자들을 훈련시켰다.
군인 각성자들에게 필요한 보급품들이 지급되었고, 제임스 또한 시간 내로 마법을 발사하는 K북선을 건조해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배를 무한정 복사한 것은 당연한 수준.
그뿐만이 아니었다.
따앙!
땅!
에메스 차원의 자재로 만든 탄탄한 방벽이 들어섰다.
아버지와 합참의 공병부대가 합심했고, 덕분에 부산의 영도, 그리고 해운데에 주요 위치한 거점들을 안전하게 방어할 수 있게 되었다.
민간인들의 대피 또한 마무리 된 상태였다.
그렇게 맞이한 새벽.
촤학!
물소리와 함께, 낯선 생김새의 생선 한 마리가 부산 땅을 밟았다.
팔다리에는 커다란 지느러미가 돋아나 있었고, 입 주변으로는 흉측한 아가미가 입 내부를 발갛게 드러내보이고 있었다.
척!
놈이 고개를 한껏 쳐들었고.
“조센징들아!”
딱 얻어 맞기 좋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300여 명에 달하는 어인들이 이곳 부산으로 넘어오고 있다! 모두 척력을 두른 강자들이지. 알까 모르겠지만, 너희가 쓰는 총알은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피를 원하지 않는다! 순순히 부산 대표를 넘겨준다면, 너희에게 대일본제국의 신민이 될 기회를 주마!”
후릅!
놈이 혓바닥으로 게걸스럽게 제 아가미를 닦았다.
하지만…
“우리는 자비와 융성으로 너희를 꽃피워줄 것이며, 너희는 우리 대일본이 대륙으로 나아갈 길을 놓아주면 될 것…”
놈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우르르르르!
부산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
어인이 멍청한 눈을 껌뻑거렸다.
‘…뭐가 이렇게 많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많은 인파들은 각기 도복, 군복을 맞춰입은 채, 냉병기와 소총으로 이루어진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뭐가 이렇게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그리고…
먼저 나선 것은 칼을 든 자들이었다.
탓!
펄럭!
마치 한 몸이라도 되는 듯, 수백 벌의 도포가 바람에 휘날렸다.
“초밥 300인분!”
그런 소리를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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