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5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51화(51/240)
51. 수산시장의 숨은 영수증 (2)
휘릭!
휘리리릭!
“커허어어억!”
하나 둘 죽어가는 어인들.
어인들의 선봉대장, 히데키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왜지? 왜 죽는 거야?’
샤리트 차원의 힘을 빌려 얻은 위계와 척력이다.
아무리 레벨 10을 달성해서 위계를 얻을 수 있다지만, 마석 천 개를 모으는 것이 그리 쉬울 리 없었다.
일본의 평균에 빗대어 본다면, 부산의 위계보유자는 많아야 스무 명 남짓.
300명에 달하는 어인들의 상대가 될리 만무했으니까.
하지만…
끄아아아악!
울려퍼지는 동료들의 고성.
부산의 각성자들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어인들을 두부처럼 썰어대고 있었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됐지?’
당초 계획은 적들의 도심에서 게릴라를 펼치며 싸움을 혼전으로 이끌어가는 것이었다.
뭍이라 한들, 어인들은 압도적인 근력과 체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완벽히 뒤틀려버린 상황 앞에, 그는 재빨리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빠진다! 후퇴해!”
“부상자…! 부상자는 어떻게 할까요!”
“두고 빠져! 이러다간 다 죽으니까!”
후다다닥!
철퍼더덕!
특유의 점액질을 튀기며, 어인들은 재빨리 바다로 빠져들어갔다.
“후우우…!”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후쿠오카로부터 뻗어나온 오염된 해수가 그들의 상처를 수복해주기 시작했으니까.
“물은 우리의 어머니시요. 우리의 축복이시니…”
낡은 것을 고쳐 새롭게 한다는 의미의 유신(維新).
유신각성회는 역설적으로 과거 일본의 사상을 모조리 내던졌다.
히데키가 중얼거리는 것은 샤리트 차원이 내어준 새로운 경구.
어인으로서 갖게 된, 새 신체를 축복하는 타차원의 사상이었다.
하지만…
“으그그그그그극!”
축복이었떤 바다가 돌연, 저주로 돌아섰다.
비늘을 새카맣게 태워버리는 전기 충격.
그 정체는 알 수 없으나, 놈들의 소총이 수면을 가를 때마다 아찔한 충격이 어인들을 휘감았다.
“끄르르르륵!”
거품을 물며, 하나씩 썩은 생선처럼 수면으로 떠오르는 어인들.
더욱이…
파앙!
파앙!
간헐적으로 터지는 예광탄이 그들의 시야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찌이이이이…
이명과 함께 상실된 방향감각.
흰색 공허와 전기 충격으로 가득 찬 바다는 더이상 그들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옥, 이건 지옥이다.’
그리 불러야 마땅할 따름.
“허억! 허억!”
히데키는 미친듯이 물살을 갈랐다.
심장을 조여오는 자극, 눈 먼 시선이 가져다주는 공포를 애써 다스리며 서둘러 위기를 모면했다.
“으으으!”
최대한 온전한 모습으로 손에 넣고 싶었던 부산이다.
하지만 여유를 부린 것은 크나큰 패착이었고, 히데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만큼 아둔한 인물이 아니었다.
가까스로 위험지역을 벗어난 그가, 아가미를 펼쳐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뿜어냈다.
“포격! 포격해!”
모두 어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같은 종류의 어인들은 아니었다.
브으으…
복어처럼 배를 가득 부풀린 어인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배에는 미리 삼켜둔 바위나 자갈 따위가 한 가득 담겨있었다.
부산을 향해 쏘아낼 대포알로 사용하기 위해.
히데키가 명령을 내렸다.
“호텔이다! 호텔을 본격적으로 노려!”
슈우우웅!
수십 개의 바위가 부산 진영의 본거지를 향해 날아들었다.
언뜻보면 원시적으로 보이는 공격이다.
그저 돌덩어리에 불과해 보일 테니.
강력한 힘을 자랑한던 과거 일본의 함대를 떠올린다며 이들 유신각성회의 전력은 명백한 추락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히데키는 자신했다.
놈들이 뿜어내는 바위에는 8위계의 힘이 농축되어 있었으니.
어지간한 콘클리트, 아니 벙커의 두꺼운 벽까지도 종잇장처럼 찢어버릴 힘이 실려 있었다.
꽈앙!
꽈앙!
푸쉬이이!
포격 어인들의 아가미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
이로서 부산은 쑥대밭이 될 것이지만, 히데키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다 너희가 자초한 거야. 그러게 좋게 말했을 때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 귀엽게 노예로 부려줬을 텐데.”
슈우우웅!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덕이다.
히데키는 하늘을 수놓은 붉은 바위들을 흐뭇하게 관망했다.
호텔을 향해 집중적으로 쏘아지는 포격.
곧 있으면 저 거대한 호텔이 나무젓가락처럼 부서질 터였지만…
띠잉!
“…띠잉?”
낯선 소음이 그런 히데키의 감상을 망쳐놓았따.
띠잉!
띠잉!
어인들의 포탄이 튕겨져나왔다.
벽에 대고 쏜 플라스틱 비비탄처럼.
다시 살펴보니 호텔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매끈한 소재가 덧대여져 있었다.
“…왜? 왜 안 부서지는거야? 왜!”
실로 의문스러웠지만.
쏴아아아!
“…뭐야?”
차마 그 의문을 풀 시간조차 주어지질 않았다.
“…배? 아니야 저건…”
큰 틀에서 보자면 영락없는 통통배다.
작은 어선으로 사용되는 보잘 것 없는 배.
하지만 짙은 녹색의 장갑판이 둥글게 지붕을 만들고 있었고, 배의 선수쪽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머리가 달려 있었다.
아무리 봐도 뭔가를 흉내낸 모양새다.
마치 거북이 등딱지에 용머리를 달아놓은 것 같…
“…잠깐?”
히데키는 우뚝 멈춰섰다.
그 또한 일본의 해군 장교였다.
과거 일본에 처절한 패배를 안겨주었던 조선의 장수.
그 장수가 만들었다던 기상천외한 배.
히데키 또한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안돼. 그것만은…”
딱 봐도 현대전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조다.
아니,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한다.
대체 오늘날 어느 선박공이 전함에 거북이 등딱지와 용 대가리를 달 생각을 한단말인가?
낭만.
그저 낭만이다.
하지만 바로 그 ‘낭만’으로 가득 찬 K북선이 히데키를 처절한 굴욕감에 빠뜨렸다.
“공격해! 제발…! 질 때 지더라도 저런 물건에 죽을 순 없다!”
과거에 얽매이는 존재는 도태될 뿐이다.
과거의 영광은 과거에 머무를 뿐이다.
유신각성회의 기치를 떠올리면, 히데키는 K북선에 담긴 시대착오적 정신을 비난했다.
하지만…
콰과과과과과과!
거북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십 발의 대포알.
그 불꽃이 수면의 어인들을 빠르게 덮쳤다.
꽈릉!
꽈아아앙!
까아아아악!
카아악!
하나둘 바닷 속 거품이 되어 사그라드는 어인들.
그와는 대조적으로 부산항에서는 자꾸만, 자꾸만 거북선이 쏟아져 나왔다.
수십, 아니 수백.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역사에 빠삭한 히데키는 거품을 물었다.
“…저게! 저게 무슨 열두 척이야! 저게 무슨!”
그제야 깨달았다.
유신이고 나발이고…
힘과 물량이 최고라는 사실을.
낭만적인 거품에 휩싸인 어인, 히데키는 그걸 그제야 깨달았다.
***
“어휴, 금방 이기겠네.”
폭풍처럼 휩쓸리는 어인들을 보며, 나는 여유롭게 중얼거렸다.
한편, 내 눈앞에는 유성철이 가져다 준 잠수함이 바다에 둥둥 떠올라 있었다.
합참에서 잠수함을 조종할 해군 인력들을 함께 지원해주었고, 이용수 또한 조작을 거들기로 했다.
유성철이 말했다.
“장보고급 잠수함입니다. 90년대 물건이지만…엄연한 현역 잠수함이니 사용하시기에 부족함을 없을 거고요.”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장 팍스에게 잠수함을 저장해달라 부탁했다.
[‘군부대’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품목입니다.] [등록 비용 책정 중…]띠링!
[등록에 필요한 총비용은 마석 2,675개입니다.]“…왜 이렇게 비싸요?”
“하하… 잠수함이 원래 그렇습니다. 헬기에 비하면 많이 비싸긴 하죠.”
상당한 가격이었지만, 돌이킬 순 없었다.
어찌됐든 조용하게 일본에 잠입해야 했으니까.
다행히 지금의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부담이 되는 가격이 아니었다.
[비용 전달받았습니다.] [남은 마석은 46,784개입니다.]출렁!
즉시 직접 타고 나갈 잠수함을 출하했다.
촤르르륵!
잠수함 입구로부터 내려오는 사다리.
이용수를 비롯한 함참의 인원들과 함께 잠수함에 몸을 실었다.
푸쉬이!
뚜껑처럼 턱하니 닫히는 입구.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부산을 떠올리며, 홀로 중얼거렸다.
“…뭐, 잘들 해주겠지.”
이미 바다에는 두둥실 떠오른 어인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어느정도 승리를 굳힌 상황.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후쿠오카로 향할 수…있을 줄 알았다.
띠익- 띠이-
조종석에서 돌아가는 레이더 소리.
분석관 한 명이 내게 손짓했다.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뭔가 남아 있어요.”
“…예?”
휙휙 천천히 원을 그리는 녹색 레이더에 잡힌 것은 흰색 반점이었다.
다른 반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반점.
탁!
즉시 잠망경에 눈을 붙였다.
내다보이는 먼 바다의 지평선.
바로 그곳에…
“…저게 뭐야?”
부산을 향해 쇄도하는 거대한 회색 물체가 보였다.
꾸우우우우우우!
촤아아악!
마치 전함과도 같은 위용.
하지만 그 소리는 명백한 생명체의 울음이었다.
푸쉬이이이!
녀석의 등으로부터 오염된 해수가 분수처럼 치솟았고, 몸 곳곳에 뚫린 구멍에서는 어인들이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마치 항공모함이라도 되는 양.
전함고래.
어쩌면 그런 거창한 이름이 어울릴 지도 몰랐다
슈슈슈슉!
슈슉!
수백 척의 거북선이 놈에게 쉴새없이 ‘파이어 볼’을 뿜어댔지만…
콰아앙!
콰앙!
푸쉬이이이이…
그저 폭염이 피워오를 뿐, 놈에게는 생채기 하나 남질 않았다.
2서클 마법인 파이어볼이다.
그간의 데이터로 보았을 떼, 8위계에게도 무난히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튕겨낸다는 것은…
“…7위계구나.”
타차원과 손을 잡은 일본이다.
그러니 타차원의 괴물이 전투에 나서는 것 또한 예고된 일이었다.
촤아아아아악!
서서히 부산에 다다르는 전함고래.
나는 즉시 조종실의 인력들에게 요청사항을 전달했고, 모두가 아연실색한 표정을 내보였다.
“접근하라고료?”
“괜찮을 겁니다. 안전을 대비해 포탈도 열어둘 거고요.”
“아무리 그래도…”
전함 고래는 그대로 속도를 붙여 부산을 들이받을 심산이었다.
놈이 두르고 있는 7위계의 척력.
이대로라면 부산에 어떤 피해가 갈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리 비장하게 안 굴어도 돼요. 처음 잡아본 것도 아니고…”
용산으로 진격해 들어왔던 사브로스 차원.
거기에서만 두 마리의 7위계 괴물을 처치했더랬다.
그때 사용했던 무기들이 지금도 내게 주어져 있었다.
강화된 성창이 있었고.
“유쾌하게 받아들입시다. 오늘 이 잠수함은 포경선이 되는 동시에…”
축복 받은 H빔이 있었다.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이 될 테니까요.”
나는 그 모두를 물속에서부터 쏟아낼 생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일주일, 출하 스킬을 최대로 강화해둔 참이었으니까.
시속 500km의 출하 속도, 사정거리로는 최대 500미터까지.
자그만치 8천 개의 마석을 쏟아부은 결과였다.
띠- 띠-
나의 요청에 따라, 우리는 고래를 향해 차츰 가깝게 다가갔다.
잠만경으로 놈의 거대한 휫 빛 체구를 들여다보았지만…
어차피 조준은 나의 역할이 아니었다.
“팍스, 모조리 쏟아부어.”
슈아아아악!
시동이 거린 <추적 배송>
잠수정 주변으로 나타난 8개의 포탈이 저마다 성창을 뿜어냈다.
뽀그르륵!
맑은 거품을 뿜으며 전진하는 성창.
영락없는 작살의 모습이었다.
마냥 상상으로만 떠올리던 수십, 수백 자루의 작살, 그것이…
콰득!
콱득!
거대 고래의 살갗을 꿰뚫으며 비로소 실체가 되어 나타났다.
구우우우우우우우!
뱃고동 솔리철럼 들려오는 고래의 비명.
수백 개의 작살에 꽂혀 피를 흘리는 놈이었지만, 이대로 끝이 아니었다.
“3…2…1, 발사.”
푸화아아아악!
거대한 ‘물리’SLBM이 수면을 뚫고 발사되었다.
슈우우우우우우욱!
목적지는 고래의 정수리로부터 500미터 상공.
비행을 거듭하다, 마침내 하늘에 우뚝 멈춰 선 수십 개의 H형강은 곧…
“……”
미친듯한 하강을 시작했다.
까아앙!
까앙!
타아아아앙!
고래의 정수리가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육중한 무게는 앞서 꽂혀 있던 수백 자루의 성창을 못처럼 박아넣었다.
고래의 깊숙한 속살까지.
그러니 당연한 수순이었따.
배를 까 뒤집은 거래 고래가 물 위로 두둥실 떠오른 것은.
“…맙소사.”
잠만경 앞에 모여든 잠수함 사람들.
모두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
푸쉬익!
갖은 고초를 치른 끝에, 마침내 후쿠오카에 도달했다.
잠수함의 사람들을 아공간으로 들여보냈고, 타고온 잠수함 또한 아공간으로 회수했다.
“이놈들아, 감쪽같지?”
후쿠오카의 해안은 평온 그 자체였다.
내가 접근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만큼, 잠수함을 타고 온 보람이 있었다.
두 가지 작업에 착수할 때였다.
하나는 후쿠오카 대표, 다른 하나는 상공회의소의 일본 지부를 찾는 일.
다행히 그 중 하나는 아주 쉽게 달성할 수 있었다.
[후쿠오카 대표]상공회의소가 띄어준 거대한 홀로그램.
그 화살표가 놈의 위치를 바로 눈앞에 띄어주고 있었으니까.
어림잡아, 수백 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
홀로그램이 표시한 곳 아래에는 두 개의 상징적인 건물이 나란히 있었다.
하나는 후코오카 타워였다.
해안선 가까운 거리에 높에 솟은 후쿠오카의 랜드마크.
다른 하나는…
“…소라 껍데기?”
해안선에 대뜸 놓여 있는 거대한 크기의 소라였다.
곳곳에서 새어나오는 빛으로 보아, 그 용도가 건물이겠거니 어렴풋 짐작할 수 있을 뿐.
애당초 타차원과 손을 잡을 일본 세력들이다.
정체불명의 외계 건물 하나쯤 끼고 있었도 이상할 건 없었다.
문제는…
“둘 중 어디에 있는 건질 모르겠는데…”
홀로그램의 위치가 실로 절묘했다.
두 건물이 가깝게 맞붙은 탓에, 한참 위에 놓인 홀로그램 화살표가 정확히 어디를 지시하는 것인지 도무지 파악할 수 없었다.
“…뭐, 직접 확인해보면 그만이지.”
지잉!
열어젖힌 아공간 포탈.
그로부터 네 명의 해골 기사가 걸어나왔다.
철컥!
모드레드, 보호드, 케이, 헥터까지.
하나같이 ‘유체화’ 능력을 가진 녀석들이다.
“둘 씩, 전우조로 짝지어서 찾아 봐. 후쿠오카 대표가 어디에 숨었는지.”
“예, 주군.”
슈우욱.
서서히 흐릿해지는 모습.
쐐애액!
네 명의 유령 기사들이 쏜살같이 나아갔다.
내게 적장을 대령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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