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5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53화(53/240)
53. 수산시장의 숨은 영수증 (4)
이른 새벽, 오사카 우메다에 위치한 유신각성회의 본청.
회장 슈메이는 수하의 보고에 반색했다.
“그래? 별다른 반응이 없단 말이지?”
“예, 회장님. 후쿠오카도 무사하다는 소식이고, 부산에서도 별다른 조짐이 보이질 않습니다.”
“좋군, 좋아. 아무렴… 놈들도 피해가 없지는 않았겠지.”
후우우!
슈메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승리를 자신했던 그들이다.
오로지 공격에 집중했던 탓에, 후쿠오카의 방위 전력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부산의 병력이 역으로 들어온다면 만만치 않은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
짝짝!
회장이 물갈퀴를 펼쳐 손뼉을 쳤다.
“일단은 시간을 벌었군. 잘됐어.”
놈들이 넘어오기는 할 것이다.
승리 조건은 후쿠오카 대표의 사살이었으니.
하지만 슈메이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흐흐. 절대로 질 수가 없지. 이곳 오사카 본청이 무너지지 않는 한.”
지금 후쿠오카 대표는 뇌옥에 수감되어 있다.
어인 특유의 생명력은 물론이요, 링거를 통해 영양을 공급하고 있으니…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는 상황.
하물며 철옹성이라 부를만한 본청이었다.
수백 마리의 어인들과 샤리트에서 데려온 괴물들.
놈들이 어떤 전력을 들고 나오든 완벽히 수성해낼 자신이 있었다.
“한 번 삐끗하기는 했지만… 이제 진짜 시작이야.”
후쿠오카로의 침공이 곧 시작될 것이다.
불가피하게 일본에서의 내전 형태로 싸움이 굳어질 터.
이제 남은 일은 전국의 병력을 규합해 후쿠오카로 들어온 한국 세력을 몰아내는 일이었다.
바로 이 오사카를 구심점으로 삼아서.
“조센징들… 너희 뜻대로는 안 될 거다.”
벌떡!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밝아져 오는 해안선을 나지막이 응시했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찬란한 욱일(旭日)의 승천(昇天)을.
하지만…
띠링!
“음?”
그를 반긴 것은 딱딱하기 짝이 없는 메시지였다.
[‘후쿠오카’ 대표가 사망하였습니다.] [‘부산’지역이 ‘후쿠오카’지역과의 분쟁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승리 보상과 관련하여, 담당 부서인 상공회의소 일본지부의 안내를 받으시기 바랍니다.]“…이,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꽈아아아아앙!
우지끈!
갑작스러운 굉음이 그의 귀를 찢었다.
탁 트인 창가에 들이찬 푸른 지평선.
슈메이가 발견한 것은…
“…어어?”
떠오르는 태양이 아닌, 추락하는 그 자신의 시선이었다.
***
-아아아아악
악마.
딱 그리 부르면 좋을 모습이었다.
희번뜩 부릅뜬 눈, 기다란 입 사이로 드러낸 덧니.
소름끼치는 푸르를 소리까지.
치렁치렁한 천으로 하반신을 가렸고, 위로는 넓적한 어깨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꽤나 압도적인 외양이었지만.
정작 어인들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는 딱 두 가지였다.
-아아아아악
-물! 물!
놈이 몸에 두르고 있는 불꽃이 너무나도 뜨겁다는 것.
그리고…
-피해! 빨리 벗어나!
그 몸이 아주아주 크다는 것.
봉인 풀린 마두귀.
그것은 멸망 속의 또 다른 멸망이나 다름없었다.
화르르르륵!
곳곳이 타올랐고.
콰아아아아앙!
태산 같은 주먹이 본청 건물을 허리째 날려버렸다.
마두귀의 불로 뒤덮힌 새빨간 두 발이 어인들의 점액을 순식간에 말려버렸다.
유신(維新)이었다.
새 질서를 받아들인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100여 년 만에 세계 지도를 펼쳤다.
부푼 마음을 떠안고, 바다 지평선에서의 욱일(旭日)을 기리며.
하지만…
-히이익!
맞이한 것은 자신들의 심부를 찢고 나온 새빨간 마두귀였다.
그들의 식탐을 단죄하려는 듯, 유신각성회의 식도를 태우며 마두귀가 불길처럼 솟아올랐다.
펄떡!
펄떡!
발갛게 달아오른 허물.
8위계의 척력이 무색하게, 어인들이 펄떡거렸다.
‘…천적이라는 건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점액을 말려버리는 거센 불길.
놈들이 왜 그렇게까지 마두귀를 봉인하고 싶어 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정겸 씨! 이제 집어넣겠습니다!”
다이치가 다급하게 외쳤다.
통제를 잃은 마두귀가 서서히 다른 장소로 이동을 시작했으니.
놈들을 쓸어버리는 건 좋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곤란했다.
다이치가 그러하듯, 모든 일본인이 유신각성회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어어어어어어어!
모종의 힘을 감지한 것일까.
마두귀가 발작하며 끝끝내 저항했지만…
슈우우우우욱!
오래가지는 못했다.
호리병에 빨려 들어가는 요괴처럼, 그 태산같던 마두귀의 형상이 다이치에게 밀려들었다.
사사사삭!
타다닥!
먹물처럼 튀어 오르는 염화.
그 먹색의 불꽃이 다이치의 몸을 문신으로 물들였다.
순식간에 봉인 작업이 완료됐다.
과연, 다이치의 말대로 썩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정겸…씨…”
쿠웅!
정작 본인이 혼절을 해버렸다.
지잉!
서둘러 다이치를 포탈 안에 던져넣으며, 큰누나에게 응급처치를 부탁했다.
“…조금 쉬며 깨어나겠지.”
이제 남은 것은 나의 역할이었다.
남은 잔당들을 처리하는 것, 그리고 상공회의소의 일본 지부를 찾아내는 것.
공교롭게도, 그 중 하나는 갸우뚱 기울어지는 빌딩과 함께 저절로 이뤄졌다.
위태롭게 흔들리던 건물 한 동.
그것이 기울어내리기 시작했고…
꽈아아아아아아앙!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강타했다.
휘이이이…
타닥!
먼지가 걷어지고, 화르륵 타오르는 불길.
그 장엄한 광경을 바라보던 중,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건?”
무너진 건물.
무엇이든 그대로 박살이 나야 정상이 아닐까?
하지만 멀찍이 내다보이는 것은 먼지 한 톨 쌓이지 않은 깨끗한 사무실 공간이었다.
위이이…
어쩐지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정체 모를 배기음.
주변을 휩쓸고 있는 멸망 속에서도, 홀로 고고함을 지키고 있는 신비로운 방이었다.
마치 저 홀로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저 공간이 상공회의소 일본 지부가 아닐까 하고.
그 사이로…
듬직한 체구의 어인 하나와 날카로운 인상의 한 사내가 걸어나왔다.
.
.
.
우선은 어인이었다.
부리부리한 눈.
큼지막한 코와 아가미 위 양쪽으로 뻗은 뿔까지.
비늘이 살짝 그을려 있기는 했지만, 나름 멀쩡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령기사들의 시선으로 보았던 타차원의 존재, ‘어룡인’에 한발짝 더 다가간 외양.
대뜸, 녀석이 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노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파르르 떨리는 아가미.
어떻게 내 소행인줄 알았는가 했는데, 가만보니 주변에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모르는 것이 이상한 수준.
아니, 한 명.
딱 한 명이 더 있기는 했다.
어룡인의 옆에 선 존재가 바로 그였으니까.
‘…인간?’
작은 머리와 가지런히 배치된 눈코입.
비정상적으로 하얀 피부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외양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반듯하게 빗어넘긴 머리, 사각의 무테안경까지.
한껏 미간을 구기고 있는 사내의 모습은 소위 말하는 ‘인텔리’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거…
‘인간이 아니구나.’
정? 인간미?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저런 비인간적인 분위기는 유령이 와도 풍기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한 가지였다.
상공회의소의 일본 지부장.
마침 놈이 기어나온 곳 또한 내 가 상공회의소의 일본 지부로 짐작하는 장소였으니까.
하지만 태평하게 놈을 관찰할 시간이 없었다.
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던 어인.
“…대일본 제국을 건드린 대가를 톡톡이 치르게 될 거다.”
꾸드드득!
놈이 제 몸을 급격하게 부풀리기 시작했으니까.
촤학!
점액질을 흩뿌리며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고,
까드득!
솟아오른 양손에는 용 발톱이 솟아났다.
한결 강력해진 모습.
지부장은 그런 그를 무심하게 바라보며 유유히 뒤로 물러섰다.
“한번 잘 해보세요, 슈메이.”
“…예.”
어인, 슈메이의 목소리에서 긴장이 묻어나왔다.
지부장은 이번엔 나를 보며 말했다.
“그쪽도.”
“……?”
분명 한 패거리라 생각했던 놈들이다.
하지만 슈메이를 대하는 지부장의 태도는 얼음장 그 자체였다.
“으아아아아아아!”
슈메이가 기습적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촤르르르르륵!
물속을 헤엄치듯, 놈의 비늘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점액.
놈이 재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쩌억 입을 벌렸지만…
푸하악!
“카아악!”
사출된 성창의 속도가 몇 배는 빨랐다.
아무렴, 시속 500킬로의 속도니까.
“으으…!”
되레 입천장이 뚫린 녀석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그때였다.
띠링!
[마석 1,000개를 투자받았습니다.]“…뭐야?”
고개를 돌려보니 일본 지부장이 묘한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격투기 시합에서 가산점을 얹어주는 심사위원 같은 표정.
실로 의문투서이였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쐐애애액!
금세 입에서 성창을 빼낸 슈메이가 또다시 내게 달려들었으니까.
물론…
푸욱!
푹!
결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십수 자루의 성창이 놈의 거대한 몸 곳곳에 박혀 있을 뿐.
긴장했던 것과 달리, 슈메이는 그렇게까지 강한 적수가 아니었다.
한편…
띠링!
[마석 3,000개를 투자받았습니다.]투자금이 늘어났고,
‘…작아졌잖아?’
어인, 슈메이의 몸집이 작아졌다.
장대했던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껏해야 다른 평범한 어인들보다 약간 더 큰 수준.
그야말로 내리막을 치닫는 수레와도 같은 추락이었다.
“…지부장…님.”
그가 일본 지부장을 애처롭게 바라보았지만, 정작 지부장의 시선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회장님!”
“…이, 이새끼!”
산산이 무너졌다고는 하나, 적진의 한복판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서서히 주변으로 유신각성회의 잔당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 또한 슬슬 거들어 줄 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척!
척!
지잉!
그렇게, 포탈을 열어 카멜롯의 열두 기사를 소환했을 때…
[마석 10,000개를 투자받았습니다.]투자금이 천장을 뚫어버렸다.
후욱…후욱…
슈메이는 이미 전투 불능의 상태였다.
지부장의 손짓이 이어질 때마다 차츰 제 힘을 잃어버리고 있었으니까.
마치, 받았던 무언가를 도로 빼앗긴 것처럼.
휘이이…
그저 남은 것은 카멜롯의 기사들, 그리고 유신각성회의 잔당들과의 어정쩡한 대치였다.
그 사이를.
저벅저벅.
일본 지부장이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그가 내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상공회의소의 일본 지부장, 헨리라고 해요.”
짝짝.
그는 손뼉을 치고 있었다.
양손에 채워진 두 개의 손목시계를 잘그락거리며.
“싸우시는 동안 조회를 해봤습니다. 역시 한국분이셨네요? 마침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그가 시선을 잠시 땅으로 던졌다.
성창에 찔린 채 거친 숨을 헐떡이는 슈메이가 보이는 자리.
“있잖아요. 사실, 원래 여기 일본이 꽤 괜찮았어요. 아실까 모르겠지만…지금 한국이 꽤나 노른자 땅이거든요.”
입찰 경쟁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 한국.
하물며 지금은 인천에서의 패배까지 말끔하게 수습한 상황이었다.
놈이 말하는 ‘노른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 짐작이 되었다.
‘…해 처먹을 게 많다는 거겠지. 그 거점으로 일본을 찍은 거였고.’
“한국 시장을 놓치는 건 꽤 아쉽지만… 뭐, 나름 능력이 있으니 그렇게 치고 나가는 거겠죠? 그래서 반대로 한국을 거점으로 다른 시장을 점유해가면 어떨까 해요. 뭐 예를 들면… 지금 당장 오사카와 도쿄 쪽에 선전 포고를 내려드린다거나?”
“지부장! 너 이 자식…!”
“아, 기한은 일주일은 주셔야 해요. 안 그러면 윗선에서 낌새를 채서.”
“이이이익!”
격분한 슈메이가 헨리에게 달려들었다.
몸에 꽂힌 십수 자루의 창이 울컥울컥 피를 뿜었지만, 그는 꿋꿋하게 일격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타앙!
털끝 하나 닿지 못했다.
‘…저게 뭐야?’
아무리 더 강한 척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약간의 충격과 반동이 있기 마련이었다.
나도 그걸 이용해 더 높은 위계의 존재들을 사냥해왔으니까.
하지만 무쇠로 된 벽을 때리듯, 슈메이의 주먹은 지부장의 얼굴에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지부장, 헨리가 영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한데 이것 좀 치워주실 수 있나요? 제가 안 맞는 건 잘 할수 있는데… 그렇다고 무슨 공격 능력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슈메이를 완전히 무시한 채, 지부장은 한껏 너스레를 떨어댔다.
“한국에 후쿠오카로 향하는 게이트가 지급될 거에요. 그게 승리 보상이었으니까. 앞으로 선전 포고 시스템을 계속해서 일본의 각 지역들을 점령해 나가시고요. 아, 되도록 여기 오사카부터 좀 먹어주세요. 사무실이 저렇게 훤히 드러나 있는 건 좀 그래서… 한국에도 건축 각성자들은 좀 있죠?”
그가 눈짓했다.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도 홀로 고고하게 온존해 있던 푸른 빛의 사무실.
그 강고함은 일본 지부장의 막강한 척력과도 닮아 있었다.
나는 물었다.
놈의 전력이 어는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었기에.
“너는…대체 며 위계지?”
“위계요?”
푸흡.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한데, 상공회의소인들한테 그딴 건 없어요. 뭐… 없으니까 0위계쯤 된다고 보면 적절하겠네요. 이딴 험지까지 와서 일하는데 그 정도 복지는 있어야지.”
적당히 둘러댄 녀석이 나를 채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할 겁니까, 말 겁니까? 무슨 인밴토리 능력 하나 각성해서 우쭐하는 모양인데… 솔직히 당신 정도 되는 존재는 다차원에 쌔고 쌨거든요? 그러니 빨리 결정하세요. 내가 선택한 건 당신이 아닌 한국이고, 당신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다른 쓸만한 놈 하나 새로 건지면 그만이니까.”
“음…”
놈은 나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목적은 한국을 지킨 채, 다른 나라들을 하나둘 불바다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놈에게 수수료로 넘겨주는 것.
“괜찮긴 한데…”
식민지에서 침략자로 돌아서는 것.
믿기 어려운 수준의 신분상승이었다.
다만, 한 가지 고민 되는 점을 녀석에 털어 놓았다.
“게이트를 설치하면 상공회의소로 수수료가 나가잖아?”
“그렇죠?”
“그거 좀 비싼 것 같아.”
“…예?”
잠시 얼빠진 소리를 낸 녀석이 내게 되물었다.
“그 몇 푼 아까워서 게이트 포탈을 마다하겠다고요? 아니, 얼마를 원하시길래?”
놈이 천연덕스럽게 되물었다.
즉시 양손에 채워진 손목시계를 각각 톡톡 두드려가며 계산에 임하는 헨리.
매서운 계산 속도였지만…아쉽게도 내가 더 빨랐다.
“공짜.”
“…네?”
“공짜.”
“잠깐만… 저게 무슨 뜻이지? 왜 통역이…”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래도 지구와 달리, 저놈들에게는 공짜란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모양.
그 좋은 게 없는 세상이라니,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면…’
알려주기로 했다.
세상에는 이런 거래도 존재한다는 걸.
다만 그 전에, 한가지 확인해두고 싶은 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거 정말이야? 나 같은 능력이 다차원에 쌔꼬 쌨다고?”
“그럼요? 혹시 못 봤나요? 여기 있던 봉인사인지 뭔지도 비슷한 능력이던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이치는 자신이 봉인할 수 있는 존재는 7위계까지이며, 같은 사람을 봉인할 수 없다고 했으니까.
덕분에 확신이 들었다.
내가 명백한 규격외의 존재라는 것.
그리고 녀석은 그걸 모르고 있다는 것까지.
‘뭐… 저놈들도 규격외이긴 하지.’
먼지 한 톨 닿지 않는 제로 그라운드의 척력.
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방어막을 두르고 있었으니까.
그 힘의 기원은…
‘사원 복지라 이거지?’
그렇다면.
‘회사 자체를 날려버리면 그만 아닐까?’
그러니 한 번 붙어보기 했다.
놈들의 특권이 강할지, 아니면 물류센터의 탐욕이 강할지.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척!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며, 절도 있게 손을 치켜들었다.
이건 헨리에게 주는 가르침이기도 했으니까.
“헨리.”
“결정했나요?”
“공짜라는 건, 이런 뜻이야.”
“예?”
홱.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놈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턱이 빠질 듯이 소리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팽그르르 상하좌우로 구르는 녀석의 눈동자.
헨리는 아공간이 먹어치운 일본지부의 흔적을 찾기 위해 부단히도 눈깔을 뒤집었다.
‘잘 보고 있네.’
좋은 자세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번 설명해야 한 번 보는 것만 못한 법이니까.
“이게 공짜야. 그러니까…”
경악으로 물든 헨리의 얼굴.
일본 지부가 사라진 덕택일까?
휘이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던 포마드 머리가 마침내 바람에 휘날렸다.
“이제 좀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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