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57)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57화(57/240)
57. 통신 판매 (4)
“짜식이, 바쁜 사람 두고 오라 가라야.”
치열한 전투(?)를 마친 참이다.
발을 툭 구르자, 앉아 있던 사무의자가 팽그그르 회전했다.
이곳은 아공간 내의 ‘통합 물류 상황실’.
위성관측, 추적배송, AI팍스의 눈부신 호흡으로 단숨에 오크 부족 하나를 날려버렸다.
설치된 포탈은 이제 이동 수단을 넘어, 지역을 수호하는 자동 포탑처럼 기능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적지대가 따로 없었지만…
“…너무 코딱지만 해.”
500m라는 제한된 사거리.
바깥의 괴물들을 처치하기 위해선 결국 직접 발 벗고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이런 식으로.
투두두두두두!
세차게 울리는 헬기 소리.
나야 이곳 상황실에 있다지만, 밖에서는 이용수가 바쁘게 헬기를 몰고 있었다.
그가 아찔한 저고도로 헬기를 모는 한편, 나는 좌표로 지정해 두었던 헬기 하단의 포탈을 통해 무차별 폭격을 감행했다.
꽈아앙!
콰앙!
줄기차게 쏟아지는 H빔과 헬파이어 미사일.
같은 방식으로 이미 대구를 거쳤고, 이제 광주와 주요 도시들을 거쳐 서울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한편, 나는 꾸준한 괴물들의 단말마를 들으며…
“맛있네.”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물우물.
터져 나오는 육즙과 쫄깃한 반죽.
오지수가 만들어준 따끈따끈한 멕시칸 브리또가 오늘의 메뉴였다.
기름진 음식에는 탄산이 빠질 수 없는 법.
벌컥벌컥.
“캬아!”
얼음이 가득 담긴 콜라로 당보충을 이어 나갔고, 모니터를 관찰하며 팍스에게 출하 명령을 반복했다.
“아무리 봐도 방구석에서 게임하는 모양새지만…”
억울하다.
나는 지금 인류를 구하는 중이니까.
밥 먹을 시간조차 아끼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을 뿐.
물론…
“…꺼윽.”
솔직히 좀 편하긴 했다.
한편, 구슬땀을 흘리면 지금 막 아공간으로 들어온 김솔이 열불을 터뜨렸다.
“왜 너만 게임하는데! 왜 너만…!”
“이게 게임이냐. 그리고 어차피 너 격투 게임밖에 안 하잖아.”
“배알이 꼴린다고 니놈 꼴이!”
으르르렁!
타다다다다닥!
김솔이 성난 코끼리처럼 내 머리를 쥐어뜯으러 달려왔지만…
-김 소저! 인천입니다!
“아오!”
그새 날아든 지원요청에 서둘러 인천 포탈로 빠져나갔다.
무사히 지켜낸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나는 씁쓸하게 되뇌었다.
“사람이 부족하지. 사람이.”
이번에도 사람이다.
어느 지역 가릴 것 없이 전국 단위로 터진 사태.
일본과의 싸움을 위해 집결했던 그 많은 전력이 저마다의 지역으로 되돌아갔다.
백민우는 인천, 송현구는 강남으로.
합참의 병력은 죄다 포탈의 방위 병력에 할애되었고, 다이치도 일본을 정리하기 위해 오사카로 떠났다.
무림인들과 가족들이 남긴 했지만, 모두들 포탈을 중심으로 두문불출 할 뿐, 포탈 밖의 적들을 소탕하는 임무는 오롯이 나와 이용수에게 맡겨져 있었다.
바로 이 ‘폭격’을 통해.
투두두두!
헬파이어 마시일이 괴물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뻐어어어엉!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괴물들.
드레이크, 고블린, 놀 무리 등 새로운 괴물들이 나타났고, 레드 오크나 서리 트롤처럼 한층 더 강력한 종족들도 출현했다.
대부분 8위계의 척력을 두른 존재들이지만, 그것까진 괜찮았다.
정말 문제였던 것은…
“철저하게 무리 지어서 움직이고 있네.”
[그렇습니다.]위성으로 관측된 괴물들의 이동 경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를 노리면서도, 포탈의 사정거리로는 들어오지 않는 움직임.
포탈에서 공격이 이뤄진다는 것을 철저하게 학습한 결과였다.
아니, 이젠 그 수준을 넘어…
“…아예 숨어버린다고?”
어느덧 광주 시내에 다다랐을 참이었다.
한창 폭격을 이어가고 있었건만, 고블린 부족이 기습적으로 건물 내부로 숨어들었다.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내가 건물만은 타격하지 않는다는 걸 학습한 결과였다.
“하…”
이로써 확실해졌다.
놈들 대부분에게 지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헬기를 통한 폭격을 불가하다는 것.
지잉!
쿵! 쿵!
인천에서 돌아온 김솔이 콧김을 뿜으며 내게 다가왔지만.
“내가 잊었을 줄 알고? 막둥아, 머리 딱 대라!”
나는 PC방 이용 시간이 끝났음을 알렸다.
“…나도 이제 나가야 된다.”
“그래?”
그녀는 그제야 우악스런 손길을 거뒀다.
***
이용수가 목적지에 헬기를 세웠고, 곧 광주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서울 대표님!”
투두두두두!
서서히 프로펠러를 멈추는 헬기.
내게 다가온 것은 광주의 지역 대표였다.
그는 광주의 군부대와 연계해 지역의 치안을 돕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합참을 통해 광주에 포탈이 설치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즉시 포탈을 설치했고.
[마석 1,000개 받았습니다.] [남은 마석은 56,583개입니다.]지잉.
“반갑습니다.”
“예,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와 마저 인사를 나눴다.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부산 대표와 나눴던 이야기를 똑같이 반복했을 뿐.
다만, 그는 나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충장도 상가 곳곳에 숨어들었어요. 흔적을 숨기는 데에도 능한 탓에, 찾아내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이 넓은 광주를 언제 다 수복할 지…”
“그렇죠. 역시…”
나는 즉시 카멜롯의 기사들을 불러냈다.
그러곤 앞에 부복한 열두 명의 기사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근처에 숨은 놈들이 있는지 찾아봐, 우두머리 위주로.”
“존명.”
후우욱.
모드레드를 비롯한 네 명의 유령 기사가 앞장섰고 나머지 여덟 또한 광주 시내의 괴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뒤따랐다.
놈들의 기민한 움직임은 우두머리들의 판단력에서 비롯된 결과일 터.
갈 길이 바쁜 마당이지만, 보스들만 잡아주고 가더라도 광주의 상황이 한결 나아질 터였다.
그렇게 몇 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기사들이 찾아낸 것은 고블린이 아니었다.
-주군, 직접 한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데 그래?”
후욱!
나는 즉시 시야를 공유받았다.
그 시선을 채운 것은…
“…털?”
복슬복슬하다.
그리고 부드럽다.
몽글몽글한 윤관을 가진 수십 개의 털복숭이가 시선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홱!
털복숭이 하나가 몸을 돌렸다.
삽살개처럼 긴 털로 덮인 얼골, 하지만 몸이나 꼬리는 다람쥐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긴 털 사이로 놓인 단추같은 눈을 빛내는 녀석.
고블린도, 놀도 아니었다.
이건…
“…귀엽잖아?”
분명 지구의 생명체는 아니다.
저런 생김새의 동물은 듣도보도 못했으니까.
심지어 몸집도 사람 허리 반만한 것이, 결코 작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공격 의사가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해친 흔적도 없고요.
새카만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
놈들은 파들파들 몸을 떨어가며 유체화를 해제한 기사들을 마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는…
“사…살려주세요!”
말을 하기까지.
“하…”
한결 복잡해진 상황에 머리를 짚었다.
하는 수 없었다.
“…내가 갈게.”
아포칼립스에 털 달린 네발 동물이라니.
일단은 쓰다듬고 보자.
***
찹찹!
찹찹!
수십 마리의 털복숭이들이 허겁지겁 브리또를 먹어 치웠다.
아까 오지수로부터 받아 상품으로 등록해뒀던 음식.
타차원의 존재들이라 지구 음식이 잘 맞을까 싶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저마다 족히 수십 개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식성이 엄청나네.’
반려동물로 길렀다간 머지않아 가산을 탕진할만한 식성이었다.
나야 아공간의 복사 능력이 있으니 아무런 부담도 되질 않았지만.
녀석들의 배가 빵빵하게 차오른 뒤에야 비로소 녀석들의 수장, 솔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멋대로 지구에 들어와 죄송합니다… 저희는 마농이라는 종족인데…”
솔렌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자신들이 살던 차원이 타차원의 침략으로 인해 붕괴하였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거처를 찾던 중, 지구로 향하는 자유개척에 몰래 끼어들어 왔다는 것.
간단히 말해…
“난민이라는 거네…? 그것도 밀입국한…?”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상공회의소와 타차원의 침공은 비단 이곳 지구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지구처럼 이제 막 침략이 시작된 차원이 있는가 하면, 이들처럼 완전히 멸절해버린 차원도 있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그곳의 난민이 지구에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솔렌이 말했다.
“저… 그런데…”
“…아, 이런.”
나는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나도 모르게 솔렌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던 탓이다.
난민치고는 방금 샴푸라도 한 듯, 금빛으로 빛나는 털이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하지만, 솔렌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코를 연신 킁킁거리며 대답했다.
“아뇨, 그게 아니라… 계속 고블린들의 냄새가 나요. 근처에 있는 게 분명합니다. 위험한 놈들이니 조심하셔야 해요.”
“고블린 냄새가 난다고요?”
“예, 옆 건물 3층에서도 나고… 그 너머 옥상에도…”
“모드레드.”
슈우우욱!
서둘러 솔렌이 지목한 장소로 유령 기사들을 보냈다.
그리고…
푸욱!
기사들의 칼날이 그토록 찾아 헤메던 고블린 부족장의 목을 베었다.
‘…이렇게 잘 찾는다고?’
놀랍기 그지없었다.
단단히 기척을 숨긴 탓에 유령기사들이 수색 작전에만 의존하고 있던 상황.
하지만 마농족은 이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후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공항의 마약 탐지견처럼.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도심에 숨어든 괴물들을 손쉽게 찾아내 소탕할 수 있다는 것.
그건 비단, 광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토벌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겠지.’
설치된 포탈을 이용하면 된다.
지역마다 마농족들을 보내준다면 토벌 속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터.
식성이 과하게 좋은 게 문제지만, 그깟 밥이야 무한으로 먹여줄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아쉬운 것은 녀석들의 숫자였다.
고작해야 2~30마리에 불과해보이는 마농족.
모르는 척 솔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물었다.
“혹시 지구로 넘어온 마농 족은 이게 전부야? 다른 친구들도 밥이라면 얼마든지 먹여줄 수 있는데…”
솔렌은 내 손 밑에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곤 새까만 눈동자에서 톡하니 눈물을 흘리곤, 처량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게 전부일리…없지요. 원래는 산악지대에 자리를 잡았었습니다. 하지만 뿔오우거들이 산으로 들어오면서 모두 사로잡아버린 탓에… 빠져나온 건 저희뿐이었죠.”
“사로잡혔다고? 얼마나?”
“합치면 1만이 족히 넘을 겁니다. 식량으로 삼을 목적으로요. 우리 마농족들이 먹을 곳이 어디 있다고…흐흑…”
“1만…!”
부드럽고 풍족한 솔렌의 뱃살을 주물럭거리며, 나는 1만이라는 숫자를 되뇌었다.
지역마다 마농족을 뿌려주고도 남는 숫자였으니까.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
[팍스 FC]대표 : 김정겸
소속 인원 : 40,296명
—–
어느덧 4만명에 육박한 소속 인원.
마농족들을 구해 팍스FC에 소속시킨다면 고대하던 5만 명을 달성 할 수 있었다.
“솔렌, 너희만 괜찮으면 말이지…”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다.
배를 깔고 드러누운 솔렌을 쓰다듬으며, 가입을 제안했다.
눈앞에 놓인 서른 명의 마농족들을 손에 넣기 위해.
하지만…
솔렌은 그것을 뛰어넘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단체의 대표셨군요… 그거라면 오히려 제가 부탁드려야겠습니다.”
날름.
솔렌이 혀로 코에 물기를 더했다.
그러곤.
“마농족으로 태어나 오늘처럼 배불리 먹어본 적은 한평생 처음이었습니다. 정겸 님 같은 분이라면…”
띠링!
[단체, ‘마농족’의 대표가 ‘팍스FC’로 편입을 요청했습니다.] [요청을 수락할 경우, ‘마농족’이 ‘팍스FC’의 산하로 편입되며, 소속 인원 또한 ‘팍스FC’로 병합됩니다.]“잠깐, 이건…”
신뢰에 찬 눈빛을 보내는 솔렌.
소위 말하는 ‘간택’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
[마농족]대표 : 솔렌
소속 인원 : 10,615명
—–
‘합치면…지금 바로 7위계로 올라갈 수 있잖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즉시 솔렌의 요청을 수락했고…
[마농족이 팍스FC의 산하 단체가 되었습니다.] [소속 인원 : 50,911명]“…정겸 님!”
솔렌이 꼬리를 흔들며 내 다리를 와락 껴안았다.
그렇게…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
의도치 않게 외계 반려동물을 키우게 됐다.
하지만 기왕 기르게 된 것, 물류센터의 주인이 되어 속 좁게 서른 마리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말했다.
“산으로 안내해. 전부 꺼내줄 테니까.”
만 명의 마농족들.
우리 고객… 아니, 애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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