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59)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59화(59/240)
59. 통폐합 (1)
물류센터 중앙에 모인 김씨 일가.
팔랑.
팍스가 출력해준 정체 모를 문서를 살피며, 김솔이 범인의 지목했다.
“아무리 봐도 너 때문인 거 같은데?”
“…역시 그렇지?”
상공회의소가 수수료를 거두는 방식은 게이트를 통해서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는 상공회의소에 의해 설치된 포탈이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고, 일본 또한 다이치와 일본 각성자들에 의해 하나둘 제거되고 있었다.
“아무렴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는 건가…?”
어저면 일종의 기업이라고 봐도 좋을 상공회의소다.
돈 나와야 할 곳에서 되레 적자가 나는데, 대응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나 다를까, 문서의 내용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적혀 있었다.
-한국, 일본 지역에서의 중개 수익 급감.
-한국 지역, 자유개척 실적 저조 및 위계 보유자 급등.
-한국, 중국, 일본 간 ‘선전포고’ 시스템 이용률 저조.
“캬아!”
동아시아 삼국의 화합, 그리고 한국의 각성자들을 성장시켜 태극기를 펄럭인 나의 활약까지.
내 입장에서는 트로피가 따로 없었지만…
된통 당한 탓인지 상공회의소도 꽤 과감한 전략을 들고나왔다.
-태평양 지역으로의 엘븐하임 대륙 전이.
지구 한복판에 대륙 하나를 박아넣는 무식한 전략.
그것이 놈들이 말한 ‘통폐합’의 전모였다.
“통폐합이라…”
낯선 단어는 아니다.
학과 통폐합, 기업 간 M&A.
손실을 줄이고,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심산에는 다를 것이 없었다.
상공회의소는 자신들의 목표를 간단히 정리했다.
-한국, 일본 지역에서의 수익성 강화.
-한국 지역 위계 보유자 감소 유도.
간단히 말해…
“손실을 메꿔보겠다?”
[그렇습니다.]“겸사겸사 한국도 한번 밟아주고?”
[그렇습니다.] [한국, 일본으로의 공식적인 교전 공지는 7일 뒤 전달될 예정입니다.]이건 상공회의소가 내부적으로 전달한 문건이었다.
실제 사람들에게는 전달되기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는 것.
상공회의소의 시설을 손에 넣은 덕에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김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일주일 동안은 게임해도 된다는 소리 아냐?”
“…허튼소리 말고.”
허투루 쓸 수는 없는 시간이다.
놈들의 계획을 먼저 알게 된 이상,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테니까.
“다시 싸움이군요. 뭐, 어쩔 수 없겠지만요…”
이번에는 이용수가 덧붙였다.
재차 의욕을 다지는 중에서도 묻어나는 피로감을 감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싸우지 않아도 될지도 모릅니다.”
“예…?”
‘개척’도 ‘입찰 경쟁’도 아니다.
지구와 엘븐하임의 통폐합.
어쩌면 그들도 우리처럼 원치 않는 통폐합을 강요당한 것은 아닐까?
가능성은 충분했다.
난민으로 들어온 마농족들, 그리고 카멜롯의 기사들까지.
이 넓은 다차원 우주에 침략에 의한 피해자들은 차고 넘쳤으니까.
상공회의소의 이간질이 시작되는 건 일주일 뒤.
미리 엘븐하임과 오해를 풀 수 있다면 불필요한 전쟁을 막을 수 있었다.
관건은…
“…엘븐하임도 그렇게 생각해야 할 텐데요.”
“이제 그걸 확인해봐야죠. 일주일 내로.”
아무리 평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더라도, 정작 엘븐하임이 침략자로 돌변해버린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들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한 상황.
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네요. 그것도 일주일 뒤…”
그때, 팍스가 내 말에 끼어들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엘븐하임의 이미 태평양에 이전되어 있습니다.] [교전 공지만 7일 뒤에 전해질 예정입니다.]“…뭐? 벌써?”
엘븐하임 대륙은 이미 도착해있었다.
자고 일어나 보니 도착한 새벽 배송처럼.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당장에 이야기를 나눠볼 수 밖에.
중개 상인이 달라붙기 전에.
***
우리는 팍스가 알려준 위치를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이번 통폐합의 당사국은 한국과 일본.
그 때문인지, 엘븐하임 대륙이 들어선 위치는 일본의 동쪽 태평양이었다.
경로는 단순했다.
포탈을 통해 먼저 오사카로 이동했고, 가까운 항구를 이용해 잠수함으로 갈아탔다.
그러곤 오사카만, 그리고 와카야마를 돌아 동쪽 태평양을 향해 거슬러 올라갔다.
그렇게 몇 시간의 항해가 이뤄졌을까.
마침내.
“…진짜 있네.”
태평양 한 가운데 서 있는 거대한 엘븐하임 대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우우우웅.
수중을 달리는 잠수함의 진동.
잠망경을 통해 내다본 엘븐하임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뭐가 저렇게 새카매?”
나무는 커녕, 풀 한 포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땅은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위로는 썩은 나무들이 덩굴처럼 얽혀 있었다.
오염된 해수로 물든 바다와 함께 놓이니, 악마의 소굴이라 봐도 손색이 없다.
십 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해안선에 다다랐음에도, 우리는 상륙을 미뤄두었다.
이파리 하나 없이 바싹 마른 숲길 사이로, 한 무리의 존재들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셋… 아니, 넷인가?”
잠수함을 타서인지,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터덜터덜 가벼운 발걸음.
그 외형에서 그들의 종족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엘프.”
하얀 피부와 뾰족하면서도 길게 솟은 귀.
그리고 무엇보다 수려한 외모가 눈에 띄었다.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관의 엘프들이었지만…한 가지 명백히 다른 점이 있었다.
“…뭐가 저렇게 꼬질꼬질해?”
흰 피부탓에 더더욱 눈에 띄었다.
어디 탄광에라도 들어갔다 온 것인지, 덕지덕지 새카만 얼룩이 묻어있는 얼굴.
며칠은 굶었는지 깊게 파인 볼, 그리고 가녀리다 못해 기아에 가까운 팔뚝까지.
입고 있는 옷 또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중세식의 튜닉이 누렇게 변색이 된 것은 물론, 목 부분이 가슴까지 축 늘어져 있었으며, 배와 겨드랑이에는 빠짐없이 땜빵이 기워져 있었다.
휘이잉.
찢긴 옷자락 사이로 배꼽이 훤히 드러나 보였을 땐, 절로 가슴이 아려올 지경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씨이익…
앞니 빠진 천진난만한 웃음이었다.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순진무구한 표정.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온몸의 긴장이 모두 빠져나가 버렸다.
“…세상에, 앞니 빠진 엘프라니.”
분명 잘생기고, 예쁘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영락없는 촌놈들 그 자체였다.
아니, 요즘 시대를 감안한다면 시골 어디를 뒤져도 찾을 수 없을, 국어 교과서는 박물관 속에서나 발견할 진짜배기 촌놈들.
그때였다.
해변으로 걸어 나온 엘프들.
그들이 손을 뻗어 밀려드는 파도를 어루만지기 시작했고.
“…!”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바다가…?”
오염된 해수로 인해 거무죽죽하게 뒤뎦여 있던 바다.
그 바다에 푸른빛이 돌아오기 시작했으니까.
지잉.
즉시 포탈을 열었다.
저런 광경을 설명해줄 만한 존재가 내 아공간에 딱 하나 있었으니.
나무로 만든 해골 기사 퍼시발.
한때 정령사였다던 그를 불러냈다.
.
.
.
다재다능한 카멜롯의 기사들이었다.
퍼시발이 엘프들의 행위를 설명해주었고.
“정화 작업입니다. 엘프들의 재주 중 하나인데…”
그 사이, 모드레드가 유체화와 은신을 통해 엘프들 사이로 숨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프들의 대화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좀 더럽기 한데…여기 바다가 그래도 우리보다는 낫다.
-그걸 말이라고.
그때였다.
개중 나이가 어려 보이는 엘프 소년이 돌을 주워 바다를 향해 물수제비를 날렸다.
팟! 팟!
솜씨 좋게 십수 번을 바다에 빠지는 물수제비.
상당한 실력이었지만…
-케루! 지금 뭐 하는 거야!
-아…미안해! 무심결에…!
이를 발견한 엘프 한 명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케루라는 이름의 엘프 소년을 눈물 쏙 빠지게 혼내기 시작했다.
고작 물수제비 하나 던진 것으로.
‘…뭐지?’
이유를 듣게 되자, 황당할 지경이었다.
-엘리님이 신신당부하셨잖아! 지구에 돌 한 톨도 버리면 안된다고!
-응…바다가 너무 반가워서 그만…
바다에 돌을 버렸다고 혼나는 아이.
왜 저렇게 과민반응을 하는가 했는데, 잠만경을 통해 그 광경을 관찰하고 있던 퍼시발이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엘븐하임 대륙 전체가 저주로 물들어 있네요. 그래서 돌 한조각이라도 조심하는 모양입니다. 자칫하다가 저주가 지구에 옮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환경보호 실천? 지구에 와서까지?”
“그런 셈이죠… 엘프들이 원래 그렇습니다. 모든 자연은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거든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를 결과적으로 무장해제 시킨 것은…
-자자! 다들 모여 봐!
-와아!
한 평 남짓 정화된 바다에서 그들이 꺼내온 것.
그러니까…바다의 해초였다.
-뿌리까지는 안 뜯었지?
-걱정 마! 내가 누군데?
엘프들은 깨끗하게 씻은 바위 위로 다시마 미역 비스름한 초록색 해초를 늘어놓았다.
그러곤…
-와앙.
앞니 빠진 입을 열어젖혔다.
나는 경악과 함께 퍼시발을 바라보았다.
“…원래 엘프라는 종족들이 해초를 먹나…? 저런 식으로?”
“……”
이번엔 퍼시발도 경악하고 있었다.
녀석의 호두까기 인형 같은 입이 쩍 하니 벌려져 있었으니까.
텁.
나는 녀석의 입을 닫아주며 물었다.
“…저거 배고파서 저러는 거 맞지?”
“…예.”
까닥까닥.
퍼시발이 호두까기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휘이이이…
서늘한 엘븐하임의 해안과 헐겁게 나부끼는 엘프들의 옷자락.
그들은 순박한 웃음을 나누고 있었지만, 정작 내 마음엔 겨울이 찾아들었다.
“전쟁은 무슨 전쟁이냐… 유니세프가 와야 할 판인데.”
아무리 봐도 침략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농족들이 난민이라면, 엘프들은 영락없는 전쟁고아와도 같은 꼴이었다.
그랬기에.
지잉.
즉시 포탈을 열었다.
슈우우웅!
즉시 물건을 출하했고, 팍스에게 요청해 엘프들에게 메시지도 써서 보냈다.
—–
[Web발신] [팍스 프레시] 모둠 쌈 외 3박스, 눈앞으로 배송했습니다.]—–
입가에 미역을 주렁주렁 매단 채.
엘프에 대한 환상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누, 누구냐!”
“지…지구인들이야 분명…!”
“말도 안돼! 분명 상공회의소에선 일주일 뒤라고…”
허둥지둥 주변을 둘러보는 엘프들.
하지만 잠수함에 있는 내 모습이 보일 리 없었다.
정체 모를 상대에 잔뜩 긴장에 찬 엘프들.
하지만…
“이것 좀 봐! 채소야! 채소…!”
소년 엘프, 케루가 탄성을 내질렀다.
청상추, 치커리, 적근데, 케일, 쌈배추, 깻잎까지.
[친환경 인증 국내산 야채 모둠 쌈, 500g 4봉. 가격은 30,360원입니다.]비닐에 담겨 신선한 녹색을 자랑하는 풍성한 모둠 쌈을 보며.
엘프들이 채식을 한다기에 특별히 고른 물건이었다.
우뚝 멈춰선 엘프들.
해안을 사로잡은 적막 사이로…
꿀꺽.
그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러한 적막조차 오래가지 않았다.
킁킁.
다른 고소한 냄새가 그들을 자극하기 시작했으니.
[바로 먹는 순수고구마, 130g 10개. 가격은 23,900원입니다.]“……”
저벅저벅.
엘프들은 귀신에 홀린 듯 해안에 모여들었따.
그러곤 곱게 포장된 식료품을 하났기 집어 들기 시작했다.
질겅질겅.
상추를 씹고.
우걱우걱.
껍질도 까지 않은 고구마를 입에 밀어 넣으며.
“저…정체를 밝혀라! 지구인…!”
상처 입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자연의 축복을 지키는 고귀한…”
“마…맛있긴 하다만…아무리 그래도 엘븐하임을 내줄 순 없다…!”
아직 아무런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우리와 달리, 엘븐하임의 엘프들에게는 이미 지구와의 전쟁 소식이 공지된 모양이었다.
상공회의소, 그리고 타차원의 공격에 의해 찢기고 상처 입은 엘프들.
그들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자연’이었다.
근데 이제 발효를 곁들인.
[총각집 오래오래 시원한 동치미. 12kg 1개. 가격은 11,800원입니다.]뽁!
소년 엘프, 케루가 살얼음이 낀 동치미 병을 뚜껑을 열었다.
그 주변으로 주춤주춤, 다른 엘프들이 모여들었고…
꿀꺽꿀꺽.
돌아온 자연을 삼켰다.
철철 흐르는 눈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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