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6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65화(65/240)
65. 별이 빛나는 땅 (3)
부우우웅.
황량한 미국의 서부를 지나는 코란도 스포츠.
기진맥진한 이용수를 대신해 오늘만큼은 손수 운전대를 잡았다.
“…이게 대체 얼마 만이냐.”
몇 년 만에 잡아보는 핸들이다.
이용수의 빈자리가 컸지만, 다행히 나 같은 장롱 면허에게 있어 미국의 도로는 힐링 그 자체였다.
전세라도 낸 듯한 텅 빈 도로.
벌써 30분 이상 내달렸음에도 단 한 대의 차량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쯤 되니 중앙선 위로 뻔뻔하게 얹힌 차 바퀴가 당당하게까지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나저나…
“…이게 맞나?”
뒤쫓아온 갈귀들 때문에 제대로 목적지를 살필 틈이 없었다.
운 좋게 도로를 발견한 덕에 도로 표지판을 알음알음 살피며 통폐합이 진행되었다는 애리조나를 향해 무작정 액셀을 밟을 뿐.
하물며 그 넓은 애리조나에서 어딜 가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일단 달려보자. 뭐가 됐든 애리조나로 가는 건 맞으니까.”
몇 시간이라도 휴식이 필요한 이용수였다.
합참의 병력 또한 곳곳으로 빠져 있는 상태였기에, 당장에 헬기를 비롯한 다른 운송 수단을 몰아줄 사람 또한 남아 있지 않았다.
혈혈단신으로 미국의 서부를 가로지를 뿐.
“…가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아무리 서부라지만, 모든 땅이 텅 비어있을 리는 없을 터.
어떻게든 사람이 모여있는 장소를 찾아 정보를 캐내 볼 작정이었다.
애리조나에 들어선 정체불명의 산맥.
세공사 드워프가 산다던 라이시온에 대해.
아니나 다를까, 오래지 않아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
도시는 아니었다.
웅장한 풍경 한가운데 던져진 작디작은 마을.
곳곳에 세워진 차들이 사람의 흔적을 물씬 풍겨오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무리 멸망했다지만, 사람들은 살아간다.
그 방식이나 스케일이 다를 뿐.
나는 반가운 마음에 핸들을 꺾어 마을로 접근해나갔다.
물론…
그때만 해도 알지 못했다.
이 작은 마을이 나를 오래된 타임머신으로 이끌 줄은.
***
[포티나인 빌리지(Forty nine Village)]그것이 마을의 이름이었다.
휘이이이…
황량한 모래 먼지를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텅- 텅-
주변을 뒹구는 황야의 회전초를 구경하며, 나는 알듯 말듯 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이것이 서부?”
서부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에 정확히 들어맞는 풍경.
하지만 오랜 서부극에서나 볼법한 그 풍경이 현대의 미국에 버젓이 존재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휘이이…
보기 좋게 자라나 있는 사람만 한 크기의 선인장.
마을 표지판 옆으로 녹이 슨 채 쓰러져 있는 할리 데이비슨.
그리고 긴 통로를 이루며 양쪽으로 늘어져 있는 오래된 목조주택까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듯한 건물도 없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오래된 시골 마을임에는 분명했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렇게 그냥 들어와도 되는 건가?’
마을에 들어오는 동안,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안에는 적지 않는 사람들이 마을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흑인, 백인, 히스패닉, 그리고 나 같은 아시아인까지 다양한 인종이 있는 것은 물론, 평범한 일상복을 걸치 사람부터 청바지에 밀짚모자를 쓴 전형적인 시골 농부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좀 살벌하긴 한데.’
물론 멸망의 흔적은 역력했다.
총기의 나라, 미국답게 모든 사람이 떡하니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니까.
저마다 큼지막한 산탄총 따위를 들춰 맨 그들은, 서로를 흘깃흘깃 바라보며 모종의 긴장감 어린 시선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말인 즉슨…
‘…규합된 세력이 아니구나.’
모두가 하나같이 외지인인 이곳.
포티나인 빌리지는, 사람들의 교통로로 기능하는 장소였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지?’
미국인들은 멸망 그 자체에 완전히 적응해버린 모습이었다.
정부의 구원은 기대할 것조차 없으며, 이 모두가 각자의 등에 얹힌 짐이라도 된다는 듯이.
일단은 내 목적에 충실하기로 했다.
드워프가 있다는 라이시온 산맥.
그리고 가는 길을 찾아야 했으니까.
‘…재들한테 묻기는 좀 그렇고.’
사람은 많았지만 하나같이 살벌한 눈빛이었다.
하나같이 총기로 무장한 사람들.
7위계에 달하는 내 척력을 생각하면 우습지도 않은 게 사실이었지만, 아무쪼록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저기는 좀 낫겠네.”
마을 중심부에 놓인, 비교적 최근에 지은 듯한 건물.
일종의 가게처럼 운영되는 곳인지, 테라스에 놓인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
대화 상대로는 제격이었기에, 나는 가게에 들어가 라이시온에 대한 정보를 캐내 보기로 했다.
저벅저벅.
그렇게 바싹 마른 마을 길을 가로질렀고.
끼이이이이이…
건물 중앙에 있는 유리문을 열었다.
경첩이 제대로 맛이 갔는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문소리.
그렇게…
“…?”
덜컹.
나는 무언가 잘못됐단는 걸 깨달았다.
나름 깔끔했던 외관과 달리, 건물의 내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오래된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바닥과 천장.
어두컴컴한 실내와 누런 창문을 통해 투과되는 먼지 섞인 빛줄기.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바 형태의 주문대까지.
결정적으로…
‘…아 제발.’
곳곳에 놓인 테이블에 앉은, 수십 명의 사람이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보았던 나른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하나같이 승냥이 같은 게슴츠레한 눈빛을 내뿜는 그들.
그야말로 함정 그 자체였다.
방문객을 서부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한.
그 덫에 제대로 걸려든 나는, 홀리듯 앞에 있는 바텐더를 향해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삐걱.
삐걱.
제대로 썩은 마룻바닥이었다.
걸음걸음마다 강한 존재감이 부여된 덕에, 포커를 치던 몇몇 일행들이 카드를 내던지고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턱!
턱!
곳곳에서 들리는 술잔 내려놓는 소리.
싸늘한 적막으로 가득 찬 ‘살롱’의 중앙에서, 나는 그제야 바텐더의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서오세요.”
덥수룩한 수염과 깡마른 얼굴, 살롱의 주인이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술을… 파시겠죠?”
“…예? 예예…”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내게 주인은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값은 마석으로 받습니다. 선불이고요.”
“그냥 제일 간단한 걸로…”
“마석 두 개입니다.”
즉시 품에서 마석 두 개를 출하해 그에게 값을 지불했고, 주인은 커다란 잔에 코딱지만큼의 위스키를 담아 내게 건네주었다.
잔을 아무렇게 치워둔 나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근처에 라이시온이라는 산맥이 있습니까?”
라이시온.
그 말을 듣자마자 가게 주인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그러곤 남들이 들을 새라, 목소리를 작게 줄인 채 내게 속삭였다.
“보아하니 외지에서 오신 듯한데… 죄송하지만, 그냥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
“그럼 마석을?”
“정보는 현물로 받습니다. 예를 들면…이런 거죠.”
현물.
멸망한 세계이다 보니, 물이나 식량 혹은 더 나아가 기름이나 탄약 따위를 요구하겠거니 했다.
하지만 주인이 앞치마 속에서 꺼내 든 것은…
‘..이걸 가지고 있다고?’
틀림없는 강화석이었다.
괴물들을 쓰러뜨리던 과정에서 간간히 발견되기는 했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강화석이었다.
그런 물건이 술집 주인의 앞치마에서 떡하니 나왔으니 놀라울 수밖에.
물론 내게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물건이었다.
몇 개쯤 사라져도 눈치조차 못 챌 만큼.
턱.
테이블에 강화석을 올려놓았다.
내게 정말 강화석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주인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그…물어보고 싶으시다는 게?”
한결 공손해진 태도.
재차 질문하자, 그가 내가 원하던 정보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랜드 캐니언입니다. 그쪽 지형에 고블린들의 산맥이 통폐합됐거든요. 여기서 북동쪽으로 가시면 되는데… 어디 지도라도 구해오시면 좀 더 정확한 위치를 표시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비싸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이건 애리조나 사람들에게 천금 같은 정보거든요.”
엘븐하임의 존재가 한국과 일본에 전해진 것처럼, 라이시온에 대한 통폐합 소식 또한 이곳 애리조나 주민들에게만 주어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정보가 천금과도 같다는 점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적대 세력이 주변 지역에 나타났다는 공지.
쌈박질하라는 상공회의소의 부추김 외에, 무얼 더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의아하다는 듯 덧붙이는 내 질문에.
“그게 왜 천금같은 정보죠?”
주인은 한층 더 목소리를 줄이며 대답했다.
“몰라서 물으시는 겁니까? 라이시온에 광산이 있잖아요. 강화석이 나오는…”
“아…”
그래서였다.
샬롱의 주인이 강화석을 가지고 있던 이유는.
그에 따르면, 라이시온의 본래 주인은 탐욕스런 광부 고블린들이었다.
지구가 고블린들에게 탐스러운 곳이었던 것처럼, 라이시온의 광산 또한 지구인들의 욕심을 부추기는 장소였다.
그 결과…
“최근 들어 토벌과 채굴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죠. 덕분에 8위계 괴물도 잡을 수 있단 건 이미 아실 테고…”
라이시온과 애리조나는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침략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정확히 상공회의소가 의도했던 대로.
나는 그에게 약속한 강화석을 밀어주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혹시 거기에 드워프가 있다는 소식은 못 들어봤습니까?”
“드워프요? 거기 깔린 건 더럽고 욕심 많은 고블린뿐이지요. 드워프는 무슨…”
아무래도 그 이상 아는 것은 없는 모양.
“그럼 됐습니다.”
드르륵.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곧장 ‘살롱’을 빠져나왔다.
.
.
.
목적지는 그랜드 캐니언이 있을 라이시온.
하지만, 차로 돌아가기 위해 출구로 이어지는 골목길에 접어들었을 때쯤.
앞을 가로막는 건장한 체구의 남성들을 마주했다.
“…뭐야?”
하나같이 밤색 가죽자켓과 청바지, 그리고 웃기지도 않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이들.
그러니까…
그들의 정체는 그거였다. 불한당.
“고작 말 몇 마디에 강화석을 태우는 거 보니… 우리도 대화를 좀 하고 싶어서 말이야.”
철컥.
묵직하게 집어 든 산탄총.
그것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그들만의 대화 문법인 모양이었다.
“야, 빨리 꺼내 봐.”
고민이 됐다.
이놈들을 죽여야 할지,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가야 할지.
마을 내에서 총구를 들이미는 것만 봐도 무법지대라는 것만큼은 틀림이 없었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빌미로 괜한 시비에 휘말릴 위험 또한 없지 않았다.
라이시온과의 전쟁 당사자가 애리조나인 이상, 드워프를 찾는 과정에서 그들 수뇌부의 협조가 필요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신중한 나와는 달리, 무법자들에게는 인내심이 부족했다.
“이 새끼, 동작 느린 거 봐라. 안 되겠다.”
철컥!
개중 한 명이 예고도 없이 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
그와 동시였다.
누군가 나를 덮쳐온 것은.
콰당!
온몸을 짓누르는 육중한 무게감.
누군가가 나를 날아든 총알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뭐야 이 아저씨는?’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땀을 삐질 흘리는 중년의 동양인 남성이었다.
타앙!
타앙!
총성이 몇 발 더 이어졌고.
“에이 썅! 이 새끼는 또 뭐야!”
불한당들이 짜증과 함께 산탄총을 내던졌다.
중년의 남성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색이 없었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위계 보유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위계를 앞세워 나를 구해준 모양.
내가 자그만치 7위계의 척력을 두르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게 분명했다.
“노랭이들이 쌍으로 아주…”
한편, 산탄총을 내버린 불한당들은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철컥.
은빛으로 빛나는 리볼버.
서부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는 낭만 가득한 무기였지만, 산탄총에 비하면 그 위엄이 다소 떨어지는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이 무색하게…
“히…히익!”
용감하게 나를 지켜주던 남자가 기겁하며 양손을 치켜들었다.
그러곤 불한당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진심이야…? 그걸 여기서 쏘겠다고?”
“왜? 그놈한테 이깟 강화석 몇 개쯤은 있겠지. 한 개 정도는 투자금으로는 그리 비싸지 않잖아?”
‘아…’
그들의 대화로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에 꺼내든 리볼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탄환은 각각 강화된 물건이라는 걸.
내가 군의 제식소총을 강화했던 것처럼 말이다.
‘과연 미국답네. 이렇게까지 총에 진심인 걸 보면.’
그렇다면 산탄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무기가 된 것이 맞았다.
나를 지켜준 아저씨의 척력을 찢어버릴 만큼.
물론…
‘…나한테는 해당 사항이 없겠지만.’
+1 수준의 강화로는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는 7위계의 척력이었다.
더욱이, 강화석 몇 개가 아쉬울 놈들이 고작 소모품에 불과한 탄환에 그 이상의 고 강화를 진행했을 리도 만무했다.
놈들에게 죽으려야 도무지 죽을 수가 없는 상황.
대충 생각이 정리된 나는 무력화된 아저씨를 옆으로 슬쩍 밀어냈다.
“…?”
의문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아저씨.
한편, 내 손에는 갓 출하한 K2C1 소총이 들려 있었다.
강화된 탄환이 자그만치 아홉발이나 장전된 채.
하지만 내 무기를 확인한 불한당들은 곧장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화났다 이거지?”
“무서워라! 귀엽게 짝이 없네!”
까르륵 웃어대는 꼴을 보니, 셋 모두 위계를 보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디 한번 쏴보라는 듯, 가죽 자켓을 열어젖히고 뱃가죽을 들이밀며 나를 한껏 도발하는 불한당들.
나는 그저 무심하게 놈들을 조준할 뿐이었다.
“이봐, 지금 그럴때가 아니야! 자네가 뭘 모르는가 본데…”
아저씨가 나를 만류했지만, 나 또한 내게 총을 발사한 이들을 두고 넘어갈 만큼 인내심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다.
투두두두두두!
세차게 울리는 총소리, 그와 함께…
“어어억!”
“어…?”
감전, 점화, 빙결로 이루어진 아홉 발의 강화 탄환이 놈들의 척력을 가볍게 찢어냈다.
짜릿하게 팔을 비틀었다가, 불붙은 손을 휘저었다가, 이내 꽁꽁 얼어붙은 채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불한당들.
“어어어억…”
그들이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자리에 허물어졌다.
“저…저…”
휘둥그레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저씨.
“저게 다 강화 탄환이라고…?”
그의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
근엄하면서도 매력적인 허스키한 목소리.
머리 위로 비스듬하게 쓴 카우보이 모자와 밤색 자켓.
새파란 청바지와 가죽 부츠, 마지막으로…
두툼하게 튀어나온 아랫배와 살짝 벗겨진 이마까지.
그것이 LA 한인 타운에서 건너온 카우보이, 박동관 씨의 매력적인 외양이었다.
“아시아계 사람 같길래 일단 돕고 봤지. 그런데 정말 한국 사람이었을 줄이야…”
간단한 신상 명세를 나눈 뒤다.
며칠 전 이곳 포티나인 빌리지에 도착했다는 그는, 지금 이곳 서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었다.
“사람들이 이곳 광산으로 몰려들고 있어. 강화탄으로 위계를 뚫을 수 있다는 게 알려진 다음부터는… 강화석이 마석 이상으로 비싼 물건이 됐거든. 여기 모인 사람들도 다들 어떻게든 한탕 해보려고 모인 타지역의 각성자들일 거야.”
멸망으로 인해 황폐해진 서부.
새롭게 출현한 강화석 광산과 이를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골드러시의 재현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와는 별개로 한 가지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인들의 사치스런 전투 방식에 관하여.
“…그 비싼 강화석을 총알에 사용하면서요?”
소모품에 불과한 탄환이다.
나처럼 복사 능력이 있지 않은 한 엄두도 못 낼 것이라 생각했지만, 미국인들은 아낌없이 총알 강화에 강화석을 소모하고 있었다.
박동관이 내 질문에 답했다.
“미국인들이 ‘무기’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총이야.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믿는 무기이기도 하고. 대신, 자네 말대로 아껴 쓸 수밖에 없는 건 맞아. 그래서 강화탄을 사용할 땐 리볼버나 저격총을 사용하지. 그 비싼 강화탄을 소총에 넣어 연발로 당기는 자네 같은 사람이 괴짜인 거고…”
과연 낯선 이국땅 답게 미국인들 또한 자신들만의 전략으로 멸망에 대처하고 있었다.
그 전략이 강화석 세공사를 찾는 나의 계획과 절묘하게 겹칠줄은 미처 몰랐지만.
박동관에게 드워프에 대한 정보를 물었지만, 그 또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드워프…? 잘 모르겠네. 고블린들이 득실거린다고는 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한 가지 단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보안관은 알고 있을 거야. 그 사람이 라이시온과의 전쟁이나 이곳 강화석 채굴 사업을 총괄하는 사람이거든.”
그리고 그 단서를 연결해줄 능력까지.
“만나볼래? 내가 인사 정도는 시켜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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