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67)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67화(67/240)
067화 별이 빛나는 땅 (5)
“황금 고블린이라······.”
우선은 인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아공간 포탈을 열어 주먹왕 김솔, 그리고 카멜롯의 열두 기사들을 광산으로 불러들였다.
거기에 더해,
“정겸 님!”
마찬가지로 비슷한 수의 마농족들을 불러들였다.
먼저 나와 있던 솔렌이 다른 마농족들에게 대략적인 임무를 전해주었다.
‘······딱히 냄새를 맡게 할 만한 건 없는데.’
원석을 이용해 드워프를 찾을 때와는 달리, 황금 고블린에 대한 단서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한 가지 있다면 브로크의 금속 ‘클레멘타인’을 가져갔다는 것 정도.
결국 덧붙일 수 있는 말은 이 정도뿐이었다.
“······돈 냄새 많이 나는 쪽으로 찾아봐.”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마농족들.
그러곤 코를 킁킁거리며 내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내 몸에 앞발을 더듬어 가며 혼신을 다해 냄새를 맡는 녀석들.
“······나 말고.”
아무래도 녀석들도 ‘부’의 기운을 느낀 모양이었다.
무한 재고의 물류센터가 자아내는 그 풍성한 향기를.
이내 시무룩해진 마농족들은 산개하여 광산의 골목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땅을 긁고, 바닥을 뒹굴고, 신사답게 볼일까지 처리하는 녀석들.
“이러다 언제 찾냐······.”
아무리 봐도 황금 고블린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중,
“그······.”
드워프 브로크가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 주었다.
“혹시 귀금속 같은 게 있다면 미끼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르오. 값비싼 물건이 있으면 곧잘 훔쳐 가곤 하거든.”
과연 황금 고블린다운 습성이었다.
마석이나 강화석을 한 아름 쏟아 놓는다면 놈의 구미를 당기기엔 충분할 터.
하지만······.
“단, 잃어버릴 각오는 하는 게 좋을 거요. 아주 날쌘 놈이거든······.”
재빠른 몸짓의 황금 고블린.
포획에 성공한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행여나 놓치기라도 한다면 애꿎은 마석이나 강화석을 날릴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귀금속이 있을 리 없었다.
저렴한 제품만 박리다매로 판매하는 물류센터에 황금고블린이 탐낼 만한 물건이······.
“······있잖아?”
[한국순금거래소] 순금 골드바 3.75g (25K 99.99% 1돈), 가격은 377,000원입니다.]혹시나 해서 조회해본 상품 페이지.
최상단에는 상품으로 등록된 순금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김솔이 황당하다는 듯 덧붙였다.
“······뭔 놈의 물류센터에 금까지 있냐?”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부자일 줄이야.
금이고 나발이고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이 세상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어쨌든 간에.”
확보했다.
황금 고블린을 끌어들일 만한 미끼를.
.
.
.
<실험실> 능력을 이용해 순금을 복제하고 덧붙이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광산 한 가운데에 놓인 것은······.
“와······.”
반짝반짝, 산더미처럼 쌓인 미니 골드바였다.
하나같이 한국 순금 거래소의 로고가 각인된.
브로크가 곱게 땋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겠군.”
덫을 놓았으니,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다행히 곳곳에 숨을 곳이 많은 광산이었다.
대여섯 갈래로 뻗어나가는 곳곳에 해골 기사들을 배치했고, 나 또한 골드바가 놓인 근처 도랑에 몸을 숨겼다.
어두운 광산에 수북하게 쌓인 금.
인위적이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광산이라는 장소와 퍽 어울리는 그림이기도 했다.
그렇게, 숨을 죽인 채 한 시간가량 놈을 기다렸을 즈음.
“······왔다!”
김솔로부터 소곤거리는 무전이 들려왔다.
통로 벽면 곳곳에 성창을 세워 둔 터였다.
그로부터 새어 나온 빛이 주변을 비추었고······.
저벅저벅.
발소리를 죽이며 서서히 다가오는 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히 고블린이었다.
우둘투둘한 피부, 거대한 코와 쭉 찢어진 눈까지.
다만 온몸이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다른 고블린들과 달리 깨끗한 비단옷을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이 있었다.
‘······강화석?’
분명 강화석이었다.
비단옷 주변으로 드러난 황금 고블린 목, 다리, 그리고 팔뚝에는 수십 개의 강화석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그리고······.
“······!”
동시였다.
나와 녀석의 눈이 마주친 것은.
정말이지 소름 끼치는 속도였다.
타다닥 다리로 잔상을 일으킨 놈이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으니까.
물론,
“······출하.”
쐐애애액!
갓 출하된 강화된 성창 또한 놈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었다.
카가가각!
서서히 좁혀지는 거리.
출하 사정거리에 아슬아슬하게 닿았을 즈음.
타아아앙!
“······맞았다!”
성창이 황금고블린의 등을 찌르고 들어갔다.
하지만······.
“······튕겨 냈다고?”
허망하게 튕겨 나가는 성창.
콰과과과곽!
그대로 줄행랑이었다.
강화된 성창마저 튕겨 내는 수준의 척력.
황금 고블린을 처리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어떻게 됐어?”
곁으로 돌아오는 김솔과 해골 기사들, 그리고 마농족과 드워프 브로크까지.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허탈한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놓쳤어. 그 와중에······.”
대체 언제 챙긴 것일까?
눈앞에 쌓아두었던 골드바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녀석과 눈을 마주친 순간 알 수 있었다.
지능을 가진 놈이며, 같은 수법이 두 번 통할 리 없다는 것까지.
“큰일이네. 어떻게든 클레멘타인을 찾아야 하는데······.”
그리고······.
가만히 입술을 깨무는 나를 마농족들이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왜 자꾸 나를 봐? 황금 고블린을······.”
내가 아니었다.
마농족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어?”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찰싹 달라붙어 있는 정체불명의 보라색 금속.
브로크가 쓴웃음을 지으며 알려주었다.
“자네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모양이구만······.”
클레멘타인.
이 돈독 오른 금속께서 내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
세공사 브로크.
그리고 강화석을 세공하는데 필요한 금속, 클레멘타인까지 손에 넣었다.
“찾던 건 다 찾긴 했는데······.”
애당초 강화석 세공사를 찾기 위해 시작한 미국행이었다.
얼떨결에 한인들을 구했고, 보안관 고든의 존재가 다소 찜찜하게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이대로 포탈을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도 크게 아쉬울 건 없었다.
다만······.
“같은 속성 강화석 열 개가 필요합니다.”
브로크가 밝힌 C급 강화석 세공 조건이었다.
수북하게 쌓인 강화석이다 보니 열 개쯤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문제는 같은 속성이라는 조건에 있었다.
“······그러면 선택의 폭이 확 줄어드는데.”
감전, 내성, 폭발, 점화 등등.
몹시 다양한 종류의 속성을 가진 강화석들이었다.
더욱이 생산의 주체가 저주받은 카멜롯이라 그런지, ‘신성’을 비롯한 몇 개의 속성은 아예 생산이 되질 않았다.
휙!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는 길에도 심심치 않게 발견한 강화석이다.
어쩌면 카멜롯 다음으로 강화석이 가장 풍족한 장소, 그것이 바로 이곳 라이시온 광산이었다.
더욱이, 만약 그렇다면······.
“그놈 배때기를 꼭 갈라 보고 싶단 말이지······.”
자그마치 황금 고블린이다.
어떻게 두고 떠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내게는 놈을 잡을 방법이 없었다.
가지고 있는 무기 중 가장 강력한 강화 성창조차 놈의 척력을 뚫어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세공이 가능하니까.”
드워프 세공사.
그리고 풍족한 양의 D급 강화석까지.
내게 모든 준비물이 갖춰진 터였으니.
“문제는 어떤 물건을 강화할까인데······.”
아쉽게도 +3에 해당하는 에메스의 성창은 강화가 불가했다.
저주받은 카멜롯을 통해 강화석을 수급한 탓에, ‘신성’ 속성을 지닌 강화석이 전무한 상황이었으니.
고민은 길지 않았다.
지금까지 모은 강화석의 수를 종류별로 가늠하고 나니, 절로 결론이 내려졌다.
“내성 열 두 개에······ 감전이 서른하나······.”
가장 많이 모인 강화석의 종류였다.
유독 많이 모인 내성과 감전.
그중에서도 특히 감전 강화석의 수가 압도적이었다.
적도 이미 설정되어 있었다.
미친 듯한 속도를 자랑하는 황금 고블린.
놈을 꿰뚫을 만큼 빠르고 강한 무기가 필요한 시점이었으니.
결국······.
“총이랑 탄을 강화해야겠네.”
나는 그렇게 가닥을 잡았다.
남은 일은 일사천리였다.
브로크가 명절날 밤 깎듯 내가 건네준 강화석들을 모조리 원석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곤 나로부터 클레멘타인을 떼어내어 허전한 망치 앞부분에 단단히 결속했다.
지지직······.
완성된 망치가 여전히 내게 자석처럼 이끌려왔지만, 세공사 드워프의 완력을 이길 만큼은 아니었다.
그렇게 C급 내성 강화석 하나와 감전 강화석 세 개가 완성되었고,
나는 지체없이 K2C1 소총과 5.56mm 감전 탄환을 각각 최대치로 강화했다
그렇게 완성된 물건은······.
—-
[K2C1 제식소총 +3]등급: [에픽]
설명: [정보를 불러오는 데 실패했습니다. 직접 설명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속성: [없음]
옵션: [내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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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급: [에픽]
설명: [정보를 불러오는 데 실패했습니다. 직접 설명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속성: [전기]
옵션: [관통+4], [감전+4]
—-
단숨에 에픽 등급으로 뛰어 버린 두 아이템이었다.
황금 고블린의 척력을 뚫어내기 위함이다.
소총의 내성 등급이 3에 불과함에도 탄환의 등급을 4까지 끌어올렸다.
그래도 쓸 수 없는 물건은 아니었다.
실험실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내성+3의 소총이 감전 탄환의 위력을 간신히 버텨 주었으니까.
단발, 연발 가릴 것도 없었다.
“딱 한 발이라······.”
단 한 발.
그것이 내성+3 등급의 소총으로 쏠 수 있는 최대치였으니.
“근데 황금고블린은 어떻게 찾으려고?”
김솔이 물었지만, 이 또한 문제없었다.
놈에게 줄곧 달라붙어 있던 클레멘타인.
이 금속에 황금 고블린의 진한 누린내가 깃들어 있었으니까.
킁킁.
킁킁.
마농족들이 그 체취를 맡았고,
척!
하나같이 앞발을 들어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
“자꾸 밑으로만 내려가네······.”
김솔이 손부채질하며 따라왔다.
안 그래도 갑갑하기 짝이 없는 동굴 내부다.
하지만 마농족들이 따라가는 냄새는 광산의 끝도 없는 내리막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냥 찾으라면 절대 못 찾았겠는데?”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듯한 크기의 비좁은 틈.
아무리 봐도 길이라 볼 수 없는 그 좁은 틈을 벌써 몇 차례나 통과했다.
그렇게, 계단처럼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에 막 접어들었을 때쯤.
우리는 새로운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다 뭐야?’
휘이이······.
내려다보이는 것은 거대한 공동이었다.
그저 광산이라고만 여겼던 라이시온이다.
하지만, 공동에 세워진 기둥에는 알 수 없는 외계의 표식들이 가지런히 각인되어 있었다.
이곳이 그저 그런 광산이 아니라는 걸 여실히 드러내듯이.
하지만 그것까진 괜찮았다.
애당초 타 차원으로부터 통폐합되어 들어온 지형.
지하에 또 다른 시설이 있다 한들 크게 이상할 일은 아니었으니까.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쟤는 왜 저깄어······?’
샛노란 머리와 거대한 체구.
익숙한 외모였다.
포티나인 빌리지의 보안관, 고든.
놈이 휘하의 부하들과 함께 두런두런 공동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후우욱!
즉시 유령기사들을 내려보냈다.
모드레드를 비롯한 유령기사들은 은신과 유체화를 활용했고, 빠르게 거대한 지하공간의 벽면을 타고 내려갔다.
그러곤, 내게 시선을 공유해 주기 시작했다.
보안관 고든과 그를 따르는 몇 명의 부관들.
목적지에 다다랐는지, 그들이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그 맞은 편에는······.
‘······?’
고블린들이 있었다.
다른 고블린들과는 달랐다.
놈들의 몸에도 곳곳에 강화석이 박혀 있었으니.
그렇게, 나는 이들의 은밀한 거래를 목격할 수 있었다.
킥킥.
고블린들이 웃으며 고든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고,
탈탈.
고든은 주머니를 꺼내, 그들 손에 강화석을 털어놓았다.
주머니를 높게 치켜든 고든.
그런 그의 팔뚝에서도 언뜻언뜻 강화석이 박혀있었다.
‘······그랬구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몇 가지는 분명했다.
고든이 고블린들에게 강화석을 상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고블린들처럼 몸에 강화석을 박아 넣고 있다는 것.
결론은 간단했다.
고든이 인류를 배반했다는 것.
드워프를 죽이려 했던 이유도 분명했다.
고블린들에게 상납해야 할 강화석을 브로크가 모조리 원석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으니까.
한편,
‘······차라리 잘 됐어.’
이곳 라이시온 광산에서의 강화석 사업을 총괄하던 고든이었다.
하지만 놈의 속내를 알게 된 이상, 나로서도 더 이상 손속을 봐줄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그래서였다.
이곳 라이시온 광산을 통째로 삼켜 버릴 생각을 한 것은.
‘아공간에 넣지는 못하겠지만······.’
어디 아공간에 넣어야만 내 것이겠는가?
‘소유’ 개념을 결정하는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싹 다 쓸어 버리고 포탈 깔아두면 그게 내 거지.’
그 소유를 결정할 힘의 논리에.
별이 빛나는 땅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