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68)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68화(68/240)
068화 별이 빛나는 땅 (6)
저벅저벅.
유령기사들의 추적은 계속됐다.
상납을 마친 고든은 부하들을 남겨둔 채, 홀로 공동의 구석으로 들어갔다.
부스럭.
탈탈 털고 남은 주머니를 꺼내 드는 고든.
“······후우. 오늘은 세 개인가.”
그 안에는 아직 세 개의 강화석이 남아 있었다.
화아아악!
짧은 통로를 지나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작은 방.
안에는 갖은 보석과 금은, 세공된 장식품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적지 않은 수의 강화석 빼곡하게 들이 차 있었다.
그 앞에서 고든을 반긴 것은······.
“케케케······.”
온몸에 강화석을 이식한 황금 고블린이었다.
멈춰 있는 놈을 보니 알 수 있었다.
그 하나하나가 ‘내성’ 속성을 지닌 강화석이라는 걸.
놈의 어처구니없는 맷집의 비결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스윽.
고든이 팔을 걷었다.
아직은 듬성듬성하게 박혀 있는 강화석.
그 사이, 민둥민둥한 살갗을 향해 황금고블린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곤 강화석을 박아넣을 자리에 기다란 손톱을 찔러넣기 시작했다.
지이익.
물줄기처럼 흘러나오는 핏물.
고든이 질끈 눈을 감았다.
‘으으······.’
눈 뜨고도 못 볼 광경이었다.
힘을 향한 무한한 추구.
거기에 더해, 고든이 한 가지 가치를 덧붙였으니.
“······이로써 한결 순수해지겠군.”
고든의 시선은 이중적이었다.
우둘투둘한 황금 고블린의 피부를 혐오스러워하면서도, 정작 그 몸 곳곳에 박혀 있는 강화석에서는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으니까.
반면, 나는······.
“······이제 그만 보자.”
즉시 눈을 떼곤 모드레드를 비롯한 유령 기사들을 거둬들였다.
사방이 둘러싸인 ‘보물의 방’.
저격이 불가했던 탓에, 결국 입구를 지키는 고블린들과 고든의 수하들을 상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컥!”
“······큭!”
몸에 강화석이 듬성듬성 이식된 고든의 수하들.
돌아오던 유령기사들이 그들의 숨통을 단박에 끊어냈다.
그와 동시에,
쐐애애액!
“케에엑!”
“켁!”
고블린들의 심장에 성창을 꽂아 넣었다.
이식한 강화석의 양이 충분하지 않은 것인지, 고든의 수하들은 기사들에게, 그리고 강화된 고블린들은 내가 던진 성창에 얕은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뻥하니 뚫려 버린 입구.
최대한 조용히 처리했다고 생각했건만, 황금 고블린의 예민한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케에에에에에에엑!”
어딘가 뒷문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놈이 괴성을 지르며 쏜살같이 방을 빠져나왔고, 고든 또한 철철 피가 흐르는 팔뚝을 부여잡은 채 뛰쳐나왔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고든.
하지만 그는 바닥을 나뒹구는 수하들을 보며 빠르게 상황을 가늠했다.
그러곤 뚜벅뚜벅 걸어오는 나를 향해 고성을 질렀다.
“이 새끼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힘든 일은 죄 남들한테 떠안겨 놓고······ 한가하게 성형시술이나 받고 있고 말이야. 어?”
아주 못돼먹은 놈이었다.
드워프를 찾아내라는 무리한 요구.
억지로 동원된 사람들은 지금쯤 한창 목숨을 걸고 광산 내부를 수색하고 있을 터였다.
단칼에 목을 베어도 시원찮은 놈이었지만, 곧장 죽이지는 않았다.
갖은 문양들로 장식된 정체불명의 공간.
놈은 이 공간의 정체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콰과과과과!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놈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손을 휘두르며 땅굴을 파고 들어간 것은.
서둘러 땅굴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땐, 그새 방향을 튼 것인지 그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내가 너희 같은 하등 종족들에게 당할 것 같으냐! 이 내가!”
구덩이를 통해 웅웅 울려 퍼지는 목소리.
파바박!
재빠른 두더지와도 같았다.
고위 종족을 운운하는 것치고는, 얼굴에 묻은 흙먼지가 꽤나 잘 어울렸다.
도망자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뛰쳐나온 황금고블린.
김솔과 해골 기사들이 놈을 잡는 데 난항을 겪고 있었으니.
타앗!
육상선수처럼 해골 기사들의 공격을 유유히 피해 나가는 황금 고블린.
“이 쥐새끼 같은 놈이!”
퍼억!
기다렸다는 듯, 김솔이 고블린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지만······.
“아! 왜 이렇게 딱딱해!”
역시나 그 맷집을 뚫어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두더지 고든이 우리를 조롱했다.
“감히 이곳에 들어온 죗값을 치르게 될 거다. 라이시온의 주인이 너희를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라이시온의 주인이라는 아리송한 말.
하지만 우리는 곧장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지이이잉······.
고블린의 이마 한구석이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쿠웅!
쿠우웅!
끼기기기기긱······.
공동 곳곳의 각인된 바위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뭐야 저건!?”
김솔이 다급히 외쳤지만, 모를 수가 없었다.
그것이 동굴 유적의 단골손님인······ 골렘이라는 것을.
주인의 명을 받은 골렘들이 하나둘 우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육중한 골렘의 주먹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어느덧 움푹 파여 있는 바닥.
느리긴 하지만 위협적이기 짝이 없는 공격이었다.
그 사이로······.
휙! 휙!
황금고블린이 골렘들을 뜀틀 삼아 공동을 누비며, 해골 기사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저 너머에 황금고블린이 모은 보물의 방이 있었다.
녀석은 줄행랑을 치기보다는 주변을 뺑뺑 돌며 시간을 끌기를 택했다.
골렘들이 우리를 모두 처리해 주기까지.
“이 새끼가······.”
브로크가 강화해 준 탄환이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발로는 재빨리 움직이는 놈을 맞출 자신이 없었다.
엉거주춤한 나와 김솔, 그리고 해골기사들 사이로,
“하등 종족들이 그러면 그렇지!”
“케케케케케케!”
몸에 강화석을 받아 넣은 두 존재가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땅꿀을 파고, 뜀틀을 뛰며 올림픽에 온 것 마냥 탁월한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그들.
내 신체 능력은 날렵한 그들에 비해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흐흐······ 벌써 다 죽어 버린 게냐? 왜들 말이 없어?”
“케케케케······.”
내게는 수많은 도구, 그리고 나를 도와줄 인력들이 있었다.
우월한 신체를 자랑하며, 인종을 운운하는 놈들과 달리.
누구보다도 문명인답게.
“케······?”
당황스러운 표정과 함께 우뚝 멈춰 선 황금 고블린.
그 앞에는 공동 한가운데에는 덩그러니 놓인 아공간 포탈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케······?!”
고블린의 누런 이마에 수십 개의 붉은색 점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
.
.
[[K2C1 제식소총 +2, 가격이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5.56mm NATO 탄 +1, 가격이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아카데미 과학 레이저 사이트, 가격은 13,600원입니다.]별것 아닌 잔재주였다.
어둑어둑한 지하 공동에서의 사격을 도와주기 위한 소소한 부속품.
타앙!
타앙!
그렇게 여러 재료가 모여 하나가 된 ‘저격총’이 연신 불을 뿜어댔다.
타앙!
약한 소총의 몸체 때문에, 단 한 발밖에 쏠 수 없는 K2C1 소총.
하지만 부족한 양은 또 다른 양으로 보충할 수 있었다.
“진즉 말씀하시지 그랬습니까. 정겸님.”
스윽.
치렁치렁한 금발 머리를 뒤로 넘기는 에단.
공동 곳곳에는 수십 명의 엘프가 저마다 황금고블린을 겨냥하고 있었다.
각 한 발씩이다.
하지만······.
‘수십 명이 발사하면 그게 연발이지.’
얼마 설명하지도 않았다.
육군 예비역 병장, 김정겸의 몇 분짜리 사격 강의를 수료한 그들은 자신들의 주 무기인 활만큼이나 능숙하게 소총을 다루기 시작했다.
타아앙!
타앙!
곳곳에서 날아드는 탄환.
한껏 여유로웠던 황금고블린은 이제 창백한 표정을 한 채, 필사적으로 골렘들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타아앙!
콰득!
두부처럼 분쇄되는 골렘들의 몸.
골렘들이 전혀 방패가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황금고블린은 다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재빠른 두 다리.
그것이 지금껏 놈의 생명을 부지해 준 둘도 없는 도구였을 테니.
하지만 놈은 알지 못했다.
속도를 붙이면 붙일수록 우리가 친 그물에 더 복잡하게 얽혀들 뿐이라는 걸.
“이런 사냥쯤은 익숙하죠. 숙련된 도망자일수록 지형지물을 노련하게 활용하기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같은 전문 추적자들은······.”
에단이 덧붙였다.
“현장에서 그런 지형지물을 직접 만들어 내곤 하죠.”
과연 그랬다.
황금고블린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수십 발의 탄환들.
그건 아무렇지 않게 버려지는 공격이 아니었으니까.
“이야······.”
실로 감탄스러웠다.
에단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 방향.
정확히 그 방향으로 황금고블린이 내달리고 있었으니까.
애당초 수십 명의 엘프들에 의해 공격이 시작되었을 즈음, 에단이 지목한 목표 지점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 지점의 정면에는······.
철컥.
또 한 명의 명사수, 베디비어가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타아앙!
그렇게 막을 내렸다.
황금 고블린과 이어지던 치열한 수 싸움.
휘둥그레 뜬 두 눈과 함께 미간이 뚫리는 황금 고블린.
“케에······.”
놈은 끝끝내 이해하지 못했다.
사방에서 날아든 총알 하나하나가 놈을 옭아맨 거미줄이었다는 걸.
터어엉!
터엉!
그와 동시였다.
사방에서 움직이던 골렘들이 일제히 쓰러진 것은.
고든이 그렇게 추켜세우던 ‘라이시온의 주인’.
그것은 역시나 이 황금 고블린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못 다가가게 해!”
타아아앙!
죽은 황금 고블린의 사체 주변으로 또 한 번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사사삭!
바퀴벌레처럼 다시 땅을 파고 들어간 고든.
놈이 황금고블린의 사체를 탐내고 있었으니.
“······어디 보자.”
엘프들이 고든을 향해 견제 사격을 해 주는 동안, 나는 황금 고블린의 사체를 조사했다.
그러던 중, 놈의 미간에서 툭 하니 떨어져나온 울퉁불퉁한 보석 하나를 챙길 수 있었다.
띠링!
이윽고 떠오른 메시지.
[라이시온 광산의 점령석을 획득했습니다.] [소유권을 등록하시겠습니까?]팍스가 아닌, 각성 시스템이 보내온 메시지였다.
이곳 라이시온의 주인이었던 황금고블린.
분명 대단한 보상을 줄 것이라 예상하기는 했지만 광산을 통째로 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사사삭!
내가 라이시온의 점령석을 확보한 걸 확인한 고든.
놈이 땅굴을 판 채, 빠르게 출구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출구에 다다른 녀석.
하지만,
꽈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돌덩이가 놈을 그대로 짓뭉개 버렸다.
“와우······.”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끼기기기기기······.
뻑뻑하게 들어 올린 골렘의 손에서 후두둑 강화석이 떨어질 뿐.
고든의 몸에 박혀 있던 정순하게 그지없는 강화석들이었다.
두더지 잡기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한 골렘은 이내 푸른 눈을 빛내더니,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쿠웅!
거대한 무릎을 꿇는 골렘.
라이시온의 소유권을 얻은 만큼, 이를 지키는 골렘들 또한 내 휘하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것까지 준다고?”
차마 아공간에는 넣을 수 없는 라이시온 광산이었다.
골렘들이 대신 광산을 지켜준다면, 별다른 방위 전력을 배치하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광산의 수확을 누릴 수 있을 터였다.
“몸이 좀 굼뜬 게 아쉽기는 한데······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때였다.
“그······ 그거!”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세공사 브로크.
그가 내 손에 들린 울퉁불퉁한 점령석을 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세공해야 돼!”
흥흥, 거칠게 새어 나온 콧바람에 곱게 땋은 수염이 양 갈래로 흩어졌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
안절부절못하는 발걸음까지.
이미 한 차례 본 적이 있었다.
세공해야 할 강화석을 잔뜩 쥐여 주었을 때도, 브로크는 저런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그 덕분이었다.
별다른 걱정 없이 그에게 점령석을 빌려줄 수 있었던 것은.
더욱이, 고블린의 피부처럼 울퉁불퉁하게 솟아있는 점령석의 상태는 암만 봐도 온전하다고 보기 어려웠으니까.
좌르륵!
브로크는 즉시 자리에 세공 도구를 늘어놓았고,
카가가가각······.
내가 물류센터에서 꺼내준 조명을 켜둔 채, 점령석을 곱게 다듬기 시작했다.
“이야······.”
그렇게 완성된 라이시온 광산의 점령석.
은은한 푸른빛의 보석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비단 아름다움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슈우웅!
쿠웅!
라이시온 광산의 골렘들.
줄곧 뻑뻑한 마찰음을 내던 녀석들의 관절이 기름이라도 칠한 듯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슈슈슈슉!
슈슈슈슈슈슉!
기지개라도 피는 것일까?
무슨 놀이기구라도 되는 듯, 골렘들은 팔과 허리를 360도로 무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저 거대한 돌덩이에 조금이라도 스칠 것을 떠올리니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
한창 골렘들의 서커스를 보던 나는 세공사 브로크에 물었다.
“······이걸 위해서 세공을 해 준 겁니까?”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점령석의 세공이 마무리되자마자, 자양강장제라도 먹은 듯 골렘들이 날뛰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브로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생각 못 했소. 그야, 가디언을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가디언.
그것이 골렘들의 이름이었다.
광산을 지키는 존재들이니 ‘수호자’라는 이름이 퍽 잘 어울렸지만, 핵심은 가디언이 아닌 ‘점령석’에 있었다.
“사실 나도 이런 보석은 처음 봅니다. 직접 만져보니 알 수 있었소. 자연적으로 형성된 물질이 아니라······ 철저히 의도되고 설계된 물건이라는 걸. 나는 그 회로에 낀 불순물을 걷어냈을 뿐이지.”
“그렇다면······.”
나는 생각을 거슬러 올라갔다.
애당초 이곳 라이시온 광산을 지구로 불러들인 것은 상공회의소였다.
이 점령석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탄생한 물건이라면······.
‘그 누군가는 상공회의소일 가능성이 크겠지.’
소유권을 빼앗을 수 있는 점령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유용한 자원과 영토까지.
만일 이 모든 것이 상공회의소가 벌이는 침략 게임의 일환이라면, 나 또한 그 전모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에서 발생한 통폐합.
그리고 정체 모를 점령석까지.
다행히, 물어볼 만한 상대가 하나 있었다.
척! 척!
차곡차곡 사용하고 난 소총을 수거해서 돌아오는 엘프들.
나는 에단을 붙잡고 말했다.
“같이 가죠. 엘리를 만나봐야겠습니다.”
곧장, 엘븐하임에 들러볼 작정이었다.
이동통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