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7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73화(73/240)
073화 녹색 인디언과 다리 짧은 블루칼라 (1)
투두두두!
멀지는 않은 거리였다.
헬기를 통한 20분 남짓한 비행.
하지만 정작 숲의 초입에서 헬기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도 다 있군요.”
황당하다는 듯, 이용수가 덧붙였다.
비행기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던 바였다.
추락을 각오하고 낮은 고도로 비행했지만, 대수림은 우리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가해진 중력.
그 힘이 우리가 탄 헬기를 거칠게 잡아끌었지만······.
투두두두두!
이용수의 신들린 운전 덕에 가까스로 착륙할 수 있었다.
짹짹.
졸졸.
그렇게 맞이한 울창한 대수림.
남은 길은 육로뿐이었다.
“······운송 수단은 많으니까요.”
덜컹.
곧장 출하된 오토바이 한 대.
얼마 전, 부서진 모터사이클 전시장에서 담아 두었던 물건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마저 길을 나서려던 찰나······.
“정겸씨! 저기······!”
피우웅!
하늘로부터 무언가 날아들었다.
깡! 까앙!
퉁퉁 땅을 튕기며 떨어진 은색 가스 캔.
그리고 그로부터······
푸쉬이이이!
희뿌연 연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용수 씨, 받아요!”
지잉!
[K-5 방독면, 가격이 설정되지 않았습니다.]후다닥!
숨을 참고, 재빨리 방독면을 뒤집어쓴 덕이다.
연기를 들이마시지는 않았지만, 이곳 대수림에는 희뿌연 연기가 가득 차올랐다.
마치 신비로운 안개처럼.
“정겸 씨, 이거 혹시······.”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대포알처럼 날아온 가스 캔, 그리고 정체불명의 연기까지.
그 정체를 예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까.
“······이게 바로 그 중독 가스인 모양이네요.”
피웅!
피우웅!
푸쉬이이이······.
연달아 떨어지는 가스 캔.
남부군이 어느덧 이곳 대수림까지 도달했다는 의미였다.
“어서 가죠.”
서둘러야 했다.
자칫하다간 프리스트가 놈들에게 먼저 사로잡힐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탓!
부우우웅!
서둘러 오토바이에 올라탄 우리는 울창한 숲길을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늘 위로 떠 오른 붉은색 홀로그램을 마주하며.
.
.
.
부우우우웅!
출발한 지 대략 30분이 다 되어갈 즈음.
뒷좌석에 탄 나는 이용수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용수 씨 반대쪽입니다.”
“또요? 이것 참······.”
끼이이익!
즉시 핸들을 반대로 꺾는 그.
어느덧 수십 차례였다.
멀쩡히 뻗은 길을 내달리다가, 돌연 방향을 바꾼 것은.
“무슨 이런 곳이 다 있는지······.”
어쩔 수 없었다.
줄곧 앞으로 향하다 보면, 멀쩡히 떠 있던 목표 지점의 홀로그램이 어느덧 등 뒤에서 발견되곤 했으니까.
대관절 무슨 원리인지는 몰라도, 숲길을 이루는 공간 전체가 완전히 왜곡되어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콤파스 나침반, 혼합색상, 가격은 22,790원입니다.]휘리리리릭!
손에 든 나침반의 바늘이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쿠구구구구······.
살아있는 동물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나무들.
눈앞의 길 하나를 지워 버린 숲이, 이번에는 왼쪽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냈다.
“이러니 못 찾지······.”
시카고의 탐색조가 길을 잃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로와도 같은 공간.
그것이 인디애나 대수림의 숨은 정체였으니까.
물론······
‘바뀌든지 말든지······.’
우리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방향이 뒤집히든 말든, 우리는 상공회의소의 홀로그램을 따라 길을 나아갈 뿐이었으니까.
그 덕분일까?
서서히 주변 풍경 또한 변모하고 있었다.
한층 어두컴컴하고, 빽빽한 나무로 들이찬 풍경으로.
대수림의 심층부로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한참 숲을 가로지르던 찰나.
“······?”
누군가 앞을 막아 세웠다.
끼이이익!
황급히 오토바이를 멈춰 세운 이용수.
사뭇 긴장감이 피어올랐지만, 눈앞의 상대는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 척하니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이마 위로 솟아오른 커다란 사슴뿔.
깃털 머리띠를 쓰고 검고 긴 머리를 뒤로 늘어뜨린 존재.
구릿빛 피부와는 달리, 눈 주위로는 새빨간 페인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괜찮은 건가?”
숲 전체에 중독 가스가 가득 차올라 있었음에도, 그에게는 딱히 괴로운 기색이 없었다.
그저 뭔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우리에게 말을 건넬 뿐이었다.
“길 잃은 영혼에 있는 것은 무지와 자만, 노여움과 질투, 그리고 욕망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길을 알고 있군요.”
간단히 말해, 길을 참 잘 찾는다는 소리였다.
대단하다는 듯, 우리를 추켜세우는 사슴뿔 인간이었지만······.
“······그냥 홀로그램 보고 온 건데.”
“쟤들한테는 내비게이션이라는 것도 없나 봅니다.”
딱히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의 어정쩡한 반응 때문일까?
잠시 큼큼 목울대를 정리하던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 정체는 내 귀를 의심케 하는 것이었다.
“······드루이드?”
“예, 세레니티아의 드루이드, 오브스틴이라고 합니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카멜롯의 기사들을 되살리기 위한 조건.
그건 성장한 세계수, 그리고 숙련된 드루이드였으니까.
오브스틴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족장님께서 당신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이미 길은 알고 계시겠지만······.”
콰과과곽!
꽈드득!
손짓 몇 번으로 나무들을 움직여 통로를 만들어내는 그.
하지만, 나는 고민이었다.
‘······.’
줄곧 찾아오던 드루이드다.
그 초대가 기꺼운 것도 사실이지만······.
‘······프리스트를 찾아야 하는데.’
당면한 과제가 있었다.
북부의 지도자 글렌 포드.
그를 찾아 남부의 드워프 공장을 탈환하는 것.
프리스트를 찾는 것과 해골 기사들을 살려내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시급한지 가늠해 보려던 찰나.
드루이드가 내 고민을 줄여주었다.
“프리스트를 찾는 거라면······ 그는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아······?”
아니나 다를까, 하늘 위로 뜬 홀로그램은 정확히 그가 만들어놓은 오솔길로 향해 있었다.
“그런 거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대뜸 나타난 드루이드.
그가 우리에게 지름길을 놓아 준 것이었으니.
***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공간.
우리는 드루이드의 마을, 세레니티아에 당도했다.
“후우······.”
코로 청명한 공기.
정체 모를 신비한 공기가 세레니티아를 외부로부터 방어하고 있었다.
남부군의 중독 가스를 차단해 준 덕에, 그제야 답답한 방독면을 벗어 던진 우리였다.
듬성듬성 놓인 원뿔 형태의 움막이 눈에 띄었다.
주위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동물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고, 선명한 색감으로 그려진 걸개그림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깃털 머리띠를 끼고, 눈가를 빨갛게 칠한 드루이드들.
그들을 하나둘 스쳐 지나간 우리는······.
“······찾았다.”
동물 가죽에 비스듬히 누운 사람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신을 잃은 북부군의 지도자, 글렌.
오브스틴이 그의 용태에 대해 말해 주었다.
“온몸이 부러져 있었습니다. 얼추 치료가 끝났으니 지금은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되고요. 보기에는 이래도 오늘내일 중으로는 정신을 차릴 겁니다.”
전신 골절.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긴 프리스트였다.
골절은 팍스FC의 힐러들에게 있어서도 어려운 치료였다.
치유 능력이 뼈에는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
그런 그를 어렵지 않게 치료하는 드루이드들을 보고 있자니, 해골 기사들의 회생이 성큼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드루이드들의 능력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이용수에게 말했다.
“분명, 중독 가스에도 멀쩡했었죠.”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저희는 방독면을 쓰고 있었는데······.”
간단한 결론이었다.
만일 드루이드에게 중독 가스를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남부와의 전투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해질 테니까.
한참 그런 생각을 주억거리고 있던 때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드루이드 족장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먼 길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세레니티아의 족장, 핀드릭이라고 합니다.”
길게 인사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으니.
나를 부른 이유에 대해, 족장이 길게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지만······.
“······예언을 들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많은 길’이 주어져 있다고 하더군요. 길 잃은 우리 드루이드들에게 ‘길’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존재는 당신뿐이라며······.”
내가 요약을 부탁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갈 길을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에게서 차원 이동의 힘이 느껴지거든요······.”
운명이니 뭐네 이상한 운을 떼기는 했지만······ 영험하기는 했다.
내 능력을 어렴풋이 감지했다는 거니까.
상공회의소에 의해 원치 않게 지구로 떨어진 그들.
하지만 아쉽게도 내게는 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 줄 능력이 없었다.
“제게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 아주 나중에는 어찌 될지 모르지만······.”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길은 걸어야 이어지는 법이니까요.”
나중을 기약하는 것.
그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모양이었다.
그들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음에도, 족장 핀드릭은 친절하게 나에게 되물었다.
“그건 그렇고······ 저희에게 부탁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크게는 두 가지 부탁이었다.
해골 기사들을 회생시키는 일, 그리고 당장에는······.
남부군의 중독 가스를 이겨내는 일.
당면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로 한 나는, 핀드릭에게 물었다.
“드루이드들은 중독 가스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더군요. 그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중독의 치료법까지요.”
“그거야 간단하지요. 하지만······.”
이해했다는 듯, 족장이 작은 물건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정체는······.
“잎사귀······?”
빳빳하게 말린 한 장의 잎사귀였다.
그리고, 그때였다.
우두두두두두!
주변을 배회하던 드루이드들.
잎사귀를 발견한 그들은 낯빛이 돌변하더니, 이내 하나같이 족장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타앗!
탓!
샥!
그들이 잎사귀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홱!
휘릭!
족장은 노련하게 손을 움직여 부족원들로부터 잎사귀를 지켜냈다.
그러곤 그런 그들을 꾸짖듯 덧붙였다.
“이건 돛대일세. 우리 부족을 이끌어 줄 마지막 잎새지.”
“아악! 족장니임······!”
거품을 물며, 자지러지는 부족원들.
지금까지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자세히 살피지 못했지만,
다시 보니 마을 드루이드들의 행색에는 하나같이 묘한 구석이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달달달달.
세차게 떨리는 손과 다리,
홱!
홱!
그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연신 손톱을 뜯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건······.
‘아무리 봐도 금단 증상인데······?’
족장의 주변을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는 드루이드들.
“훠이! 훠이!”
한사코 그들을 몰아낸 족장이 그제야 잎새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드루이드의 기술로 처리한 세계수의 잎입니다. 입에 씹고 있기만 해도 어지간한 외부로부터의 오염은 정화할 수 있어요. 마중을 보냈던 오브스틴에게도 하나 물려서 보냈더랬죠.”
“아······.”
막막하게만 느껴지던 중독 가스.
공교롭게도 그 해답이 내 안에 있었다.
정확히는 내 아공간 안에.
한편······.
나를 안내해줬던 드루이드, 오브스틴 또한 고초를 겪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전력으로 마을을 질주하는 드루이드들.
그 모두가 오브스틴을 쫓고 있었으니까.
그들은 하나같이 시뻘건 눈을 하며 오브스틴을 쏘아붙였다.
“빨리 안 뱉어 이 새끼야?!”
“니 입만 입이야? 니 입만 입이냐고!”
우물우물.
오브스틴은 연신 세계수의 잎을 씹어가며 줄행랑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을에 놓인 조각상을 뜀틀처럼 짚고 넘어가는 그.
세계수를 향한 집착과 열망이 물씬 풍겨 나왔다.
그 모습이 개탄스럽다는 듯, 족장이 말을 이었다.
“세계수는 우리 드루이드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곳 지구 차원에 떨어지면서 세계수와도 멀어져 버렸죠. 그러니 중독 가스에 대한 대처방안은 없다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수의 잎.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었지만, 정작 이들에게는 더 이상 세계수가 남아 있지 않았다.
세계수가 그렇게나 쓸모가 많으냐는 내 질문에, 족장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많지요. 말려서도 먹고, 무쳐서도 먹고······ 말린 뒤 빻아서 향으로도 태우고······ 목욕할 때도 한 개씩 톡하니 띄워도 좋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레파토리.
이들에게 있어 세계수는 김치, 된장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상당한 중독성을 곁들인.
“아이고 그랬구나. 그게 다 떨어졌군요. 아이고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그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다는 듯 맞장구를 치는 내게, 족장이 물었다.
“······그런데 왜 웃고 계십니까?”
“아뇨, 그냥······.”
나는 그렇게 말을 맺었다.
“······세계수가 참 효자 상품이다 싶어서요.”
녹색 인디언과 다리 짧은 블루칼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