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7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75화(75/240)
075화 녹색 인디언과 다리 짧은 블루칼라 (3)
피우우웅!
꽈아앙!
하늘을 향해 쏘아져 나간 푸른 빛의 에너지.
수백 정에 달하는 드워프들의 ‘특제 대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피우우웅!
피웅!
그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풍경이지만······.
정작 이번 ‘시카고 작전’을 맡은 남부군의 장군, 페릭스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리송하단 말이지.”
신비롭기 짝이 없는 대수림이다.
며칠 내내 가스 캔을 쏟아부었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
거기에다,
“침투조는 아직도 안 돌아왔어?”
“예, 들어가는 족족 소식이 끊어지고 있습니다. 무전도 닿질 않고요.”
대수림으로 잠입해 들어간 요원들이 하나같이 실종되어 버렸다.
하물며 지금은······.
“야! 골고루 쏘라니까, 저게 뭐야?”
“죄, 죄송합니다. 분명 산개해서 쏘라고 지시했는데······.”
꽈아아앙!
꽈릉!
애먼 곳에 화력을 낭비하고 있었다.
“왜 아무도 없는 데다가 헛발을 쏘냐고!”
아무것도 없었다.
포격에 의해 발갛게 드러난 맨땅.
울창한 대수림 한쪽에 아담한 원형 탈모가 자리를 잡았을 뿐이었다.
“아예 불바다를 만들라니까!? 내 말 못 알아들어?”
그것이 원래 남부군의 계획이었다.
거대한 대수림의 모든 부위를 빠짐없이 타격하는 것.
그리고 이를 피하려 빠져나온 외종족들을 처치하거나, 세뇌하는 것.
하지만 자신도 할 말이 있다는 듯, 부관이 대답했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닙니다! 저길 보십쇼!”
“보기는 뭘 보라는······!”
“어?”
우뚝 멈춰 선 페릭스.
그가 발견한 것은······.
꽈아아아앙!
꽈르릉!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들어 가는 남부군의 포격이었다.
“······저게 왜 저기에 떨어져?”
물리법칙을 무시한 채,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공격.
결국 남부군은 대수림에 아무런 피해도 끼칠 수 없었다.
정작 문제는,
퍼어어엉!
그들 자신으로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신호탄이었다.
엘더 고블린들이 둘러메고 있던 ‘특제 대포’.
발갛게 달아오른 포신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으니까.
퍼엉!
퍼퍼엉!
과부하가 걸려 있던 다른 대포들이 공명하듯 함께 터져나갔고,
곁에 있던 수백 마리의 세뇌된 괴물들이 거대한 폭발에 휘말렸다.
찌이이이이-
싸아아······.
이명과 함께, 때늦은 적막을 전해 주는 섬찟한 바람 소리.
그 아래로,
후드득.
후드드득.
갈가리 찢긴 괴물들의 사체가 모래에 섞여 떨어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대포가 버티질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일개 대대가 한순간에 증발했다.
대체 누가 포격을 맞은 건지 구분이 안 갈 지경.
드워프들의 대포가 이런 후폭풍을 몰고 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장군, 페릭스는 서둘러 부관에게 지시했다.
“당장 멈추라고 해! 쉬었다가 쏘라고!”
과부하가 문제라면, 잠시 쉬면 될 일이다.
어차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 대수림이니까.
하지만······.
“머······ 멈추질 않습니다! 괴물들이······!”
“뭐?”
고블린, 오크, 잡종 뱀파이어, 트롤과 외눈박이까지.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는 놈들이었다.
중독 가스에 의해 세뇌된, 살아도, 죽어도 그만인 괴물들.
하지만 그 괴물들이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피우우웅!
피우웅!
갑자기 대수림으로부터 날아든 포격에 있었다.
꽈아아아앙!
꽈르르릉!
‘특제 대포’ 못지않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공격.
탄두에서 산개되어 빠져나온 불똥이 괴물 부대를 비처럼 감싸 버렸다.
-끼에에에엑!
-카아아악!
괴로움에 몸서리치는 괴물들.
그리고······.
그런 괴물들이 선택한 전략은 실로 단순한 것이었다.
-까아아악!
악다구니를 내뱉으며,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기는 고블린들.
살의를 일으키는 약 기운에 취해, 이성을 잃은 괴물들이 미친 듯이 대포를 발사했다.
“멈춰! 멈추라고! 멈추라고오오오!”
갈라진 목소리로 목청을 틔우고 있는 장군, 페릭스.
부관을 비롯한 하급 지휘관들이 그의 지시를 일사불란하게 전달했음에도······.
-히히히힉!
-히히히히히히힉!
괴물들의 뜨거운 광란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아예 자리에 말뚝을 박아버린 채, 무지성 방아쇠를 당기는 괴물들.
날아든 포격과 과부하로 인한 폭발이 타차원의 괴물들을 하나둘 전장에서 지워나갔다.
“후퇴! 일단 피하고 본다!”
“후퇴! 후퇴!”
남은 건 지휘부였다.
이동하는 드워프들의 공장을 뒤로 물러 세운 채, 적들의 포격을 피하는 그들이었지만······.
꽈아아아!
퍼어엉!
자로 잰 듯한 정밀한 포격이 그들의 정수리를 후려쳤다.
마치 누군가 ‘하늘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화르륵.
화마에 휩싸인 남부군의 지휘부.
수시로 위치를 바꾸고, 견제 사격을 날려보아도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었다.
“분명 저기인데! 저기로 쏘기만 하면 되는데······!”
눈에 훤히 보인다.
대수림 중심에서 놈들의 포탄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하지만 아무리 공격해도, 남부의 공격은 닿지 않았다.
그렇게,
“아아아아아악!”
“하아아악!”
‘시카고 작전’의 지휘부가 불길에 삼켜졌다.
새로운 지배자가 되겠다는 부푼 꿈과 함께, 흔적도 없이 지워지는 남부의 침략자들.
그들은 미처 알지 못했다.
대수림으로부터 날아든 공격.
그것이 끝끝내 드워프들의 공장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
따아앙!
따앙!
이곳은 드워프들의 ‘공장.’
생산라인을 따라, 서른 명가량의 드워프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지이이잉-
푸쉬이이이······
탄성을 내지를 만한 공간이었다.
드르르르륵.
멈춤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성형 프레스 머신과 플라즈마 절단기가 쉴 새 없이 금속을 가공했고,
유도 가열기와 웰딩 머신이 딱 좋은 형태로 원통 모양의 포신을 전달해 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풍경이었지만······.
“어으으우어으아······.”
“어으으으어······.”
정작 드워프들의 상태만큼은 그리 온전하지 못했다.
따앙!
따아앙!
쉬지 않고 망치질을 이어가는 드워프들.
퀭한 눈빛 아래로는 새카만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고, 구부정한 어깨와 뻐근한 허리 아래로는 불룩한 뱃살이 튀어나와 있었다.
서서히 멀어져 가는 의식.
드워프 중 한 명인 쿠퍼가 물었다.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미처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지구인들의 겁박에 못 이겨 주야장천 대포를 만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동료 드워프가 거칠게 그를 쏘아붙였다.
“그럴 시간 있으면 레버나 제때제때 돌려······.”
책망하는 목소리였지만, 그조차도 힘이 없었다.
흐느적흐느적 움직이며 컨베이어 벨트에 자기 몸을 맡길 뿐.
벌컥벌컥.
드워프들이 인간들이 전해 준 검은색 물을 삼켰다.
잠이 깨는 건 좋았지만, 속이 더부룩한 것인지 자꾸만 역한 트림이 올라왔다.
“······.”
쿠퍼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공장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공장’의 마력 원자로를 바라보았다.
츠츠츠······.
새어 나오는 은은한 푸른빛.
그 빛이 쿠퍼를 추억으로 이끌었지만······.
“이젠 저 빛을 봐도 설레지 않는구나.”
달라질 것은 없었다.
새로운 침략자가 된 인간들.
그들이 드워프들로부터 ‘제작’의 즐거움을 앗아가 버렸으니까.
-쓸데없는 사족 붙이지 말고, 보여 준 대로 만들라고!
-야이, 게으른 새끼들아. 한 시간에 50개씩은 나와야 한다고 말 안 했냐?
툭 하니 던져진 설계도.
원자로 마력을 무작정 출력으로 산출하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구조였다.
그 충격으로 내구성을 깎아 먹을 수밖에 없는 자기 파괴적인 방식.
한쪽에 켜켜이 쌓여 있는 ‘마력 대포’를 바라보며, 쿠퍼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건 아니지.”
드워프들은 알고 있었다.
아이템이란 그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는 걸.
그 위로 시대와 역사, 의미와 경험, 그리고 이야기가 더해질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를 사물에 덧씌우는 것이야말로 드워프들의 진정한 재능이라는 것을.
“말괄량이 에고 소드······ 피비린내 나는 마식 흡혈검······.”
유니크, 때로는 전설에 다다른 장비들.
쿠퍼는 조상 드워프들이 만들었다던 그 찬란한 영광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까짓 걸로 뭘······.”
정작 눈앞에 놓인 것은 부끄럽게 그지없는 ‘마력대포’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바깥을 기웃거리던 드워프 하나가 공장으로 뛰어 들어온 것은.
“모두 들어봐! 이놈들 패배한 것 같아!”
“뭐? 정말?”
자신들을 겁박하고 착취하던 남부군이다.
그들의 패전 소식에 대부분의 드워프가 반색했지만······.
“누가 이기든 어차피 똑같아.”
누군가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이 그랬다.
침략자들에게 있어 드워프들의 능력은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으니까.
모행성이 상공회의소의 ‘특별 관리 체제’에 들어간 이래, ‘공장’과 함께 다차원 곳곳에 팔려 다니며 노예처럼 부려진 것이 어느덧 수십 년째였다.
애당초 그들에게 자유란 없었다.
그 목줄을 틀어쥔 주인이 그때그때 바뀔 뿐.
하지만······.
“아니, 이번만큼은 아니야.”
쿠퍼가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사생결단을 하자.”
“사생결단······?”
“우리가 직접 보고 판단하는 거야. 만일 이번에도 쓰레기 같은 놈이 주인 노릇을 하려 든다면······.”
노예가 된 드워프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유일한 권리가 남아 있었다.
“우리가 직접 원자로를 파괴하는 거야.”
바로 죽음을 택할 권리가.
마력 원자로는 드워프들의 가치 그 자체였다.
그걸 버리겠다는 건, 침략자들에게 목을 내어놓는 것과 마찬가지.
“미, 미쳤어 쿠퍼?”
쿠퍼의 폭탄 발언.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놀란 드워프들이 학을 뗐지만······.
“······그럼 쭉 지금처럼 살 거야?”
“······그건······.”
‘지금처럼’이라는 쿠퍼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죽는 것보다 못한 삶.
그것이 드워프들의 지금이었으니.
***
휘이이이······.
폭격으로 남부의 괴물들을 쓸어 버린 다음이다.
위성을 통해 상황을 점검한 우리는 서둘러 대수림을 빠져나왔다.
꾸드드드득!
이번에도 드루이드들이 숲의 길을 열어 주었다.
가로수로 엮은 터널처럼, 일직선으로 트인 널찍한 길.
부우우웅!
이용수가 모는 오토바이가 빠르게 내달렸고, 그 뒤를 사슴을 탄 드루이드들이 바싹 뒤쫓아 왔다.
그렇게 도착한 인디애나의 황량한 벌판.
괴물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곳곳에는 희뿌연 중독 가스가 퍼져 있었지만······.
질겅질겅.
세계수를 씹는 우리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간간이 살아남은 괴물들과 남부의 잔당들을 처리한 다음이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이게 공장이라 이거지?”
우리는 드워프들의 공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실로 신기한 형상이었다.
십수 개의 굴뚝이 나란히 길게 이어진 건물.
거미 다리처럼 가지런한 수백 개의 다리가 ‘공장’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었으니까.
프리스트의 설명처럼, 정말 ‘움직이는’ 공장이었던 모양이었다.
“어디, 인사를 좀 나눠 볼까.”
이제 드디어 드워프들을 만날 차례였다.
후미에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우리는, 훌쩍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
그 즉시, 우리가 맞닥뜨린 것은······.
“······?”
머리에 붉은색 천을 질끈 동여맨 드워프들이었다.
떡진 머리와 퀭한 눈자위.
하지만 거기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괜찮은 건가, 이거?’
문득, 걱정이 찾아들었다.
협력을 구해야 할 관계지만, 아직 드워프들과는 이렇다 할 관계를 쌓지 못했다.
하물며 이들은 방금까지도 지구인들의 착취에 고되게 시달리고 있던 상황.
같은 인간인 나를 좋게 생각할 리 만무했으니까.
조심스레 그들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당신이 이 공장의 새 주인이오?”
자신을 쿠퍼라고 소개한 드워프가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당신이 이 공장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당신을 위해 일할 생각이 없소.”
“······나를 테스트해 보겠다는 소립니까?”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요.”
드워프로부터 주어진 난데없는 시험.
주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차후 협력을 구하기 위해 나는 신중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첫째, 당신은 주 80시간 근무제를 보장할 수 있소?”
“······?”
80시간?
절로 고개가 기울어졌다.
그런 내 반응 때문이었는지······.
“······그러길래 90시간으로 하라니까!”
“어휴, 너무 욕심부렸어!”
다른 드워프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을 노예로 살아온 것일까?
그들의 근로 개념은 지구의 상식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쿠퍼의 질문은 계속됐다.
“둘째, 당신은 휴일을 보장할 수 있소?”
“아, 그거야······.”
“솔직히 휴일을 매주 줄 수는 없겠지. 그건 우리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이건 절대 물러설 수 없어!”
“······.”
황당함의 연속.
드워프들의 수군거림 또한 여전했다.
“쟤 진짜 돌은 거 아니야?! 쉬는 날이라니?”
“쿠퍼, 이 미친놈아! 그건 진짜 무리수야!”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오! 당신은······.”
갑자기 쿠퍼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사라졌다.
이건 정말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사뭇 조심스러운 목소리.
한참이고 뜸을 들이던 그가 내게 물었고,
“봉급이란 걸 줄 수 있소······? 그······ 뭐든 상관없소! 식량이라든가······.”
모두가 경악했다.
드워프들도, 그리고 나도.
녹색 인디언과 다리 짧은 블루칼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