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77)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77화(77/240)
077화 남북전쟁 (1)
‘그렇다면야 뭐······.’
대뜸 일을 시켜 달라는 쿠퍼의 부탁.
나도 거리낄 것 없었다.
아예 5강 무기를 만들어 달라 부탁하면 될 것이었지만······.
“······그 정도면 무조건 원자로를 활용해야 합니다. 한데······.”
쿠퍼는 난색을 표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거요. 마력 원자로를 다루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쿠퍼는 고강화의 무기를 만드는 방법은 사물에 원자로의 마력을 각인하는 것이며, 높은 등급의 무기일수록 그 회로가 복잡해진다고 덧붙였다.
자연스레 제작 기간 또한 길어지게 된다고.
“그럼······ 얼마나?”
“못해도 열흘은 걸릴 겁니다.”
“이런······.”
열흘.
하지만 당장 일주일 뒤, 남부군과의 싸움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내 표정이 심각해 보였던 것인지, 다행히 쿠퍼가 다른 대안을 들려주었다.
“원자로를 사용하지 않고 회로를 그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위력은 분명히 증가하지만 억지로 위력을 강화한 것이다 보니······ 안정성은 훨씬 떨어지오. 사용하는 사람이 잘 컨트롤을 해야 하지.”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소리는······?”
“쓰다 보면 폭발할 겁니다.”
줄줄이 터져나갔던 남부군의 ‘특제 대포’가 떠올랐다.
엉성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력 원자로를 이용해 만든 물건들.
그것 이상으로 불안정한 무기가 만들어질 터였다.
“나야 크게 상관없지만······.”
아공간에 들어 있는 사물을 냅다 집어 던지는 것이 내 능력이었다.
그 사물이 폭탄이 됐든, 돌덩어리가 됐든 아무래도 좋았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북부군부터, 가족들, 팍스맨들까지······.’
말 그대로 전쟁이다.
최소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원될 터.
위력이 좋은 건 좋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는 마련해 주어야 했다.
나는 글렌에게 물었다.
“분명 야수들이라고 했었죠?”
“예. 재생능력이 상당하고······ 상당히 날렵합니다. 피부도 단단하고요.”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는 적들이지만, 그 ‘순수한’ 강함을 무기로 삼는 녀석들이었다.
“······꽤 자세히 아시네요?”
“머크우드는 입찰 경쟁 이후로 줄곧 미국에 있던 놈들입니다. 전장에서 몇 번 마주한 적이 있었죠.”
잠시 기억을 되짚은 글렌이 덧붙였다.
“어지간한 차로는 따라잡을 수도 없을 만큼 몸이 재빠릅니다. 재생 능력 탓에 처리할 땐 확실하게 처리를 해야 하고요. 머리를 날린다거나······ 몸통의 절반을 갈라 버린다거나······.”
문제는 그런 놈들이 7위계와 6위계의 척력을 두르고 온다는 사실이었다.
마력 원자로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들이닥친 위협은 손속을 봐주는 법이 없었다.
“결국 빠르게, 그것도 강력한 화력으로 단숨에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서였다.
그 모두를 상쇄할 수 있을 만한 전략 무기를 제조하자고 제안한 것은.
“탈 것을 만듭시다. 특히 싸움에 최적화된.”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야수들을 때려잡을 기간트를 만드는 것.
“아주 불안정하면서도 안정적인 녀석으로요.”
그것도 아주 특별하게.
***
“오우, 정겸.”
내가 찾은 사람은 다름 아닌 메카닉 제임스였다.
줄곧 미국으로 오고 싶어 했던 그.
이미 오래전 애리조나의 땅을 밟았지만, 그렇다고 그와의 약속을 지킨 것은 아니었다.
뉴욕.
워싱턴D.C 위에 위치한 북동부 도시에 그의 집이 있었으니까.
“오우, 워싱턴이········.”
나는 그에게 워싱턴으로 남부군이 집결하고 있다고, 그리고 더 강한 적들이 일주일 뒤 출몰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그 또한 모르지 않았다.
“······그다음은 분명 뉴욕이 되겠군.”
그러니 이번 싸움은 제임스에게 있어서도 아주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사정을 알겠다는 듯, 제임스가 내게 물어왔다.
“그래서, 무슨 도움이 필요해?”
“기간트를 만든 건데······ 설계를 맡아 줬으면 해.”
“······기간트?”
이미 기간트 제작의 경험이 있던 제임스였다.
인천공항에서 얼기설기 만든 기간트를 타고, 트롤과 전투를 벌이던 그.
다만 이번에는 훨씬 더 발전된 형태의 기간트를 만들어야 했다.
“부속 하나하나를 강화한 다음, 거기에 출력이 집중될 회로를 그릴 거요. 이 회로 자체는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데······.”
기간트를 만들 재료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늘어놓은 쿠퍼.
그러자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재료가 달라진다 이 말이지?”
부속을 강화하고, 그 출력을 높이기 위해 회로를 그리고, 그렇게 모인 부속들을 제임스가 마지막으로 짜 맞춰 기간트를 조립하는 형태.
제임스가 전반적인 설계를 담당하는 한편, 드워프들이 장인처럼 세공과 회로에 공을 들이면 될 것이었지만······.
“할 수 있겠소? 모든 부품이 불안정하기 짝이 없을 거요.”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마다 다른 위력과 출력을 가진 기간트의 부속들.
그걸 한데 모아, 조화로운 신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
하지만 제임스는 자신 있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과출력이 서로를 상쇄하게 만들 거야. 부품 사이로 증기 같은 게 쓸데없이 튀어나오겠지만······ 오히려 멋있고 좋지. 그리고······.”
그저 몇 마디 나눴을 뿐이다.
하지만 제임스에게는 벌써 완성될 기간트의 모습이 훤히 그려지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쓰고 버리는 용도로 만들면 되지.”
인천 공항에서도 자동 탈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던 제임스의 기간트다.
불안정한 기체이니만큼, 그 특징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것이 제임스의 생각이었다.
“그렇지, 정겸?”
내게 눈짓하는 제임스.
과연 그의 말대로였다.
기간트는 내 능력에 의해 무한히 ‘양산’될 예정이었으니까.
단순한 전략이다.
한계에 달한 기간트를 아낌없이 폐기하고, 비상 탈출 장치로 날아오른 파일럿만 그때그때 상품 회수로 끌어당기는 것.
위력이 강한 기간트를 활용하면서도, 파일럿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만들어 볼게. 어디, 잘해 보자고.”
쿠퍼에게 악수를 건네는 제임스.
남은 일은 이제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기간트의 테스트 버전이 완성된 것은 그로부터 3일 뒤였다.
덕분에 밤낮을 지새운 드워프들이었지만······.
“에이, 이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오.”
3일 밤샘 작업 정도는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며, 그들은 망치를 놓지 않았다.
그 덕분이었다.
최종 조립까지 시간이 상당 부분 단축되었고, 덕분에 기간트 회로들의 출력을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오오······.”
그렇게 완성된 기간트.
머리라고 부를 만한 부분은 없었지만, 거대한 몸통에 팔다리가 달린 것이 영락없는 기간트의 모습이었다.
지이잉.
쿠우웅!
내성 강화석으로 떡칠을 한 장갑판이 들썩이며 자유자재로 팔다리가 움직였다.
후방에 달린 출력 장치에서는 P-22에서 사용했던 익스플로전 마법이 한층 발전된 형태로 탑재된 상태.
제대로 완성된 기간트를 우러러보며, 제임스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가장 어려운 건 그거였어. 팔다리가 뜯어지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 출력을 상호작용하기가 쉽지 않았지. 정겸도 알겠지만······ 여기엔 특별한 연료가 들어가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수가 연금술로 개발해 준 기화성 폭액.
여기에 폭발 속성이 있는 강화석을 사용한 뒤, 폭발을 견딜만한 엔진 실린저를 4중, 5중으로 설계했다.
안정성을 깡그리 무시한, 그저 폭발로만 움직이는 극단적인 설계였다.
“실린더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크랭크 샤프트를 움직일 거야. 팔다리에 부착된 보조 동력과 합을 맞추면서 곳곳으로 균형감 있게 동력이 전달되어야 하는데······ 난쟁이 친구들의 도움이 컸지.”
드워프들이 부속에 새겨준 회로.
비록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회로였지만, 기체의 전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출력의 흐름을 일원화해 주는 역할을 했다.
제작사 드워프, 세공사 브로크, 거기에 메카닉 제임스가 힘을 합쳐 만든 기간트였지만······.
“정겸, 이거 저번에 만든 비행기보다 훨씬 운전하기 어려워.”
여전히 난항은 존재했다.
하지만 괜찮다.
우리에겐 든든한 천재 파일럿이 있으니까.
.
.
.
“······또요?”
차량부터 헬기, 전투기와 잠수함까지.
별의별 운송 수단은 모조리 다 몰아본 그였지만······.
“이것 참, 이런 상상은 어릴 때나 해 봤는데······.”
단연코 ‘로봇’은 처음이었다.
머쓱한 표정의 그였지만, 그래도 나름 기대가 된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더욱이,
“이건 제 능력을 벗어나기는 하네요.”
이번 기간트의 운행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었다.
그의 능력은 <베스트 드라이버>.
운송수단의 숙련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주는 능력이었지만, 어디까지 ‘운전’에 해당할 뿐, 그것이 기간트의 전투 숙련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더욱이······ 그의 역할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훈련생들까지요?”
기간트를 몰아야 할 사람은 비단 이용수뿐만이 아니었다.
그에게 훈련받고 있는 여하의 ‘운전’ 능력 각성자들.
팍스맨이 된 그들 또한 이번 미국에서의 전투에 참전시킬 계획이었으니까.
무한으로 찍어낼 기간트다.
오히려 부족한 쪽이라면 그걸 탑승할 파일럿들.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팍스맨은 물론, 북부의 전력들에도 기간트를 지원해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거라면 정말 시간이 없네요. 일단 타 보겠습니다.”
불평 한마디 없이 우직하게 기간트에 탑승하는 이용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우우웅!
비상탈출을 감행한 이용수의 낙하산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만 벌써 아홉 번째였다.
***
그렇게, 어느덧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지이이잉.
상공회의소의 게이트 포탈이 열리며,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머크우드 차원의 야수들.
흔하디흔한 변종 늑대부터,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코요테, 납작하고 무거운 몸에 거대한 뿔을 세우고 있는 라이노까지.
많고 많은 종류의 야수들이 있었지만······.
눈에 띄는 존재들은 따로 있었다.
크르르르······,
희번뜩 노란 눈빛을 빛내는 표범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허벅지가 그 세찬 속도를 가늠케 했고, 다음으로 나타난 거대한 크기의 곰이 촘촘한 육각형 비늘로 뒤덮인 단단한 몸을 자랑했다.
모두 7위계에 해당하는 강력한 괴물들.
그야말로 아찔한 광경.
남부군의 지도자 매디슨 또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상공회의소가 아주 잘 골라줬어.’
약물을 다루는 매디슨이었다.
미국 전역을 지배했던 중독 가스의 제작자인 그는, 머크우드 차원을 위해 새로운 종류의 약물을 창조해 냈다.
고위계로 무장한 것도 모자라, 압도적인 재생력까지 지닌 야수들을 위해.
‘미쳐 날뛰는 야수들만큼 매서운 건 없지.’
그 정체는 다름 아닌 ‘광폭화’ 알약.
미리 머크우드 차원에 알약을 나눠준 터였고, 곧이어 전투가 벌어진다면 이성을 잃은 야수들이 워싱턴에 자리 잡은 북부군을 산채로 찢어 버릴 터였다.
그때였다.
철걱.
철걱.
갑옷을 두른 머크우드의 유인원 하나가 매디슨 앞에 다가왔다.
“부탁하고 싶은 건 없나?”
“없어. 그저 속전속결로만.”
눈앞에 보이는 워싱턴 D.C의 풍경.
매디슨은 머크우드에게 워싱턴을 아예 불바다로 만들어 달라 부탁한 터였다.
‘이제 오늘이 지나면······.’
워싱턴은 상징적인 도시다.
지금은 멸망해 버린 미국의 존엄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매디슨은 그 어떤 파괴도 용인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놈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는 거지만······.’
줄곧 워싱턴D.C만큼은 필사적으로 사수해 오던 북부군이었다.
하는 수 없이 이미 자리를 잡은 북부군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 상태.
하지만······.
‘그래봤자 얼마나 버티겠어?’
얼마 전, 드워프들의 공장을 잃은 것은 뼈아팠지만, 그런데도 저 위용 넘치는 야수 군단이 나약한 북부군에게 밀릴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북부군의 최대 전력은 기껏해야 프리스트를 비롯한 7위계 몇 명.
이쪽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일대일로 붙어도 야수들의 승리를 어렵지 않게 점칠 수 있었다.
‘이제 가나? 이제······.’
한껏 가슴을 졸이던 매디슨.
이윽고 그가 발견한 것은,
타앗!
타닥!
타다닥!
유인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뛰어 들어가는 머크우드의 야수들이었다.
꽈아아아앙!
이윽고 이어지는 파괴.
거대 표범들이 적들을 교란하는 동안, 비늘에 뒤덮인 곰이 주먹을 휘둘러 건물을 부수고 다녔다.
‘빨라. 확실히······.’
정말이지 번개와도 같은 속도.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발견한 것은······.
깨행!
휘이이이이잉!
하늘을 날고 있는 거대 표범 한 마리였다.
“뭐지? 뭐가 있었던 거야?”
순식간에 벌어진 일.
자세히 살피니, 흐릿흐릿한 적의 잔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마 그렇게 부르고 싶지는 않았지만······.
“······기간트?”
마땅한 다른 표현이 없었다.
휙휙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북부의 기간트.
무슨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 놈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귀를 찢을 듯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파아아아아아앙!
-카아아악!
허리가 접힌 채 날아가는 비늘 곰.
전반적으로 우세를 점하는 듯한 북부의 기간트였지만······.
“그렇지! 거기서 그렇게······!”
어느덧 수십 마리의 야수들에 의해 둘러싸인 형국이 되었다.
크르르 이빨을 내밀며 입맛을 다시는 야수들.
놈들이 기간트의 장갑에 이빨을 박아 넣으려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지만······.
피슈우우우우웅!
그들이 발견한 것은 비상탈출을 감행한 이용수의 낙하산이었다.
야수들이 뒤늦게나마 그를 추격했지만······.
슈우우우욱!
탈출한 파일럿이 난데없이 생겨난 포탈 안으로 쏘옥 들어가 버렸다.
갑자기 사라진 적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야수들.
하지만······.
꽈아아아아아아아앙!
그들을 반긴 것은 폭발이었다.
잔뜩 과부화되어 있던 북부군의 기간트가 차마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해 버린 것.
“저런 무기가 있었다고? 북부군이······?”
쩍 하니 입을 벌린 매디슨.
하지만 그의 경악은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슈우우웅.
“······?”
갑작스레 야수들을 향해 드리운 거대한 구름.
그것은······.
“······저건 또 뭐야?”
‘폭발’ 속성으로 강화를 끝낸, 마력 회로가 잔뜩 그려진 H형강이었다.
남북전쟁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