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78)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78화(78/240)
078화 남북전쟁 (2)
퍼어엉!
퍼엉!
매초 간격으로 쏟아부은 H형강.
이번에도 ‘다중 출하’ 능력이 빛을 발했다.
강력한 척력을 두르고 있는 머크우드의 야수들이었다.
놈들의 방어를 뚫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퍼어어엉!
깨해앵!
부여된 ‘폭발’ 속성과 함께 드워프들이 그려준 회로가 폭발하며, 날뛰던 야수들을 산산조각 냈다.
후두두둑!
도시를 피로 물들이는 야수들의 사체.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든 거대한 폭탄 탓에, 야수들의 몸짓이 한층 굼떠졌다.
‘······갈 데까지 가 보자고. 어차피 민간인 대피도 끝내 뒀으니.’
어쩌면 놈들은 우리가 워싱턴을 보호할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워싱턴은 과거 미국의 상징적인 도시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물론이거나, 프리스트 글렌 또한 미국이라는 옛 이름에 구태 연연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우리의 최우선의 목표는 남부군을 섬멸하고, 미국에 평화를 되찾는 것.
그걸 위해서라면 이제 껍데기만 남은 구시대의 도시는 아무래도 좋았다.
푸쉬이이이-
자욱하게 퍼져나가는 연기.
남부의 지도자, 매디슨은 이번에도 역시 중독 가스를 풀어 놓고 있었다.
보나 마나 우리가 중독 가스에 취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걸 테지만······.
“······아주 시원하다 못해 개운하네.”
질겅질겅.
다행히, 우리에겐 드루이드들이 만들어 준 세계수 잎이 있었다.
조금의 취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되레 그 어느 때보다 맑은 정신으로 ‘추적 배송’과 ‘다중 출하’를 이용해 야수들을 도륙 내고 있을 따름.
자욱하게 피어오른 연기 탓에 시야가 조금 가린다는 점이 방해라면 방해였다.
더욱이······.
세계수 잎의 유용함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설마 기간트에게도 도움이 될 줄이야.”
콰아아앙!
콰득!
전광석화처럼 나타난 기간트가 표범의 입에 캐논포를 꽂아 넣었다.
위이이잉-!
푸학!
순식간에 터져나가는 표범의 머리.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는 듯, 기간트가 십수 마리의 야수가 모인 장소로 쇄도했다.
-케에엑!?
-카악!
당황한 야수들이 서둘러 기간트로부터 벗어나려 했지만······.
꽈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그들을 통째로 삼켜 버렸다.
구름처럼 솟아오른 폭발 위로, 파일럿의 낙하산이 능청스럽게 포탈로 빨려 들어왔다.
운송수단을 넘어, 전투 병기가 된 기간트.
기체의 출력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또 적절한 자폭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는 기예에 가까운 반응속도가 필요할 터였다.
하지만······.
-왜 이렇게 조작이 잘 되는 걸까요······?
-어쩐지 기간트가 한 몸처럼 느껴집니다······.
세계수의 잎을 씹은 변화였다.
집중력과 반응속도, 그리고 각성효과까지.
이용수를 비롯한 기간트 라이더들 모두가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으니까.
머크우드의 맹렬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전황은 벌써 기울어져 있었다.
귀신처럼 등장한 자폭 기간트들이 적들을 교란했고, 놈들이 움직이는 경로에 따라 내가 H빔과 성창을 쏟아부었다.
북부군 또한 남부로부터 빼앗은 ‘특제 대포’를 이용해 적들에게 포격을 가하는 등, 힘을 실어 주는 형국.
그제야 머크우드는 전략을 수정했다.
-우우우우!
시작은 야수들에게 명령을 내리던, 갑옷을 입은 유인원이었다.
척!
척!
수신호를 보내는 것인지, 하늘을 향해 휘적휘적 팔을 뻗어대는 유인원.
그 변화는 다름 아닌 워싱턴으로 향하던 야수들에게 나타났다.
맹목적으로 날뛰던 야수들이다.
하지만 갑자기 뭔가 정신을 차린 듯, 일사불란하게 도시의 길목 길목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놈들은 차분히 기간트들이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기까지 기다렸고,
타아아앙!
마침내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피웅!
별다른 소득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파일럿.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간트가 폭발했지만······.
꽈아아아아아앙!
피해를 입은 야수들은 없었다.
카아아아악!
카아악!
꽈르르르르릉!
무너져 내리는 워싱턴 거리의 건물들.
놈들은 유인원의 신호에 따라 체계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정작 싸움에 나설 때는 약물이 전해 주는 ‘광폭화’를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냉철하면서도, 광기에 찬 공격.
나로서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전투가 점차 비등비등해지고 있었으니까.
-어떡하죠, 정겸 씨?
무전을 통해 이용수가 물어왔다.
기간트를 이용한 전략이 차츰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으니.
오래 생각할 것 없이, 바로 저 유인원이 문제였다.
머크우드의 보스일 것으로 예상되는, 갑옷을 두른 유인원.
무슨 전파라도 쏘아대는 것인지, 놈은 수백 수천 마리의 야수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고 있었으니까.
당장 놈을 먼저 처리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끝끝내 후방을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그 앞으로 달려드는 수백 마리의 야수들을 먼저 처치해야만 했으니까.
그러던 중,
“용수 씨, 생각해 보니까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도 통신을 보낼 수가 있었네요.”
-통신이요?
그게 당최 무슨 뜻이냐는 듯, 되묻는 이용수.
나는 즉시 야수들에게 보낼 정성스러운 메시지를 준비했다.
그것도 최대한 신경이 쓰일 만한 메시지를.
그러곤 곧장 팍스에게 요청했다.
“팍스, 머크우드 차원에서 온 놈들한테 싹 다 뿌려줘.”
[알겠습니다.] [개체 당 하나씩 메시지를 전송하면 될까요?]“무슨 소리야? 죽을 때까지 초당 두 개씩은 보내야지. 미친 듯이 쏟아부어.”
[알겠습니다.] [메시지를 전송합니다.]일단은 시도해 볼 수밖에 없었다.
유인원을 통해 통신을 주고받는 야수들.
그 메커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천 개의 스팸 문자가 놈들의 시선을 가득 채울 테니까.
***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군.”
가만히 전황을 살펴보고 있던, 머크우드 차원의 사령관, 델타라스.
갑자기 나타난 적들의 기계 로봇에 대처하기 위해, 예정보다 빨리 통신 능력을 발휘한 그였다.
-골목 끝에 기간트가 있다. 우회해서 틈을 노려.
-그 골목은 숫자를 모아서 가야 한다. 잠시 기다려, 추가 병력을 보내줄 테니까.
-그렇지! 달려들어!
유인원 델타라스는 머크우드 차원의 집단지성 그 자체였다.
머릿속을 맴도는 수백 개의 메시지.
그의 지시에 따라 야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그 덕분에 서서히 기간트를 비롯한 북부군을 몰아넣고 있었다.
“좋아, 계속 그렇게······.”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 북부군의 방어선.
이제 놈들을 쓸어 버릴 일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아주 쏠쏠하겠어.”
델타라스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북부군의 전력만 해도 최소 수만 명으로 예상되는 상황.
선봉에 나선 머크우드로서는 상당한 마석을 챙길 수 있을 테니까.
“이번에 한탕 제대로 당기면, 건틀릿이랑······.”
한참을 벼르고 벼렸던 장비들이었다.
벌어들일 수익을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델타라스.
한껏 기분이 좋아진 그였지만······.
띠링!
—
[Web 발신]해외 승인 6***
마석 3,516개 결제 완료
본인 아닐 시 상공회의소 문의 : 02….
—
갑작스레 떠오른 메시지 탓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뭐야, 이게?”
그 또한 모르지 않았다.
이 메시지가 다름 아닌, 상공회의소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 내용이 당황스럽게 그지없었다.
“내, 내가 언제 돈을 썼다고!”
허둥지둥 각성 시스템을 열어본 델타라스였지만······.
정작 그가 신경 쓸 문제는 따로 있었다.
-띠링!
-띠링!
-띠링!
[Web 발신] 해외 승인······ [Web 발신] 해외 승인······ [Web 발신] 해외 승인······ [Web 발신] 해외······미친 듯이 떠오르는 수십, 수백 개의 메시지.
바삐 손을 놀려 메시지 창을 걷어낸 그였지만, 정작 떠오르는 속도가 몇 배는 빨랐다.
“······뭐야 이게!”
그리고······
그렇게 날아든 피싱 문자의 효과는 상당했다.
-카아악?
-케에에······.
돌연 움직임을 멈춘 야수들.
그 모두가 자리에 우뚝 멈춰 선 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주변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움직이라고! 멍청한 새끼들아!
목청이 터져라 명령을 쏟아낸 델타라스였지만······.
야수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뜸 날아든 수백 통의 메시지 탓이다.
델타라스의 목소리쯤이야, 알림 소리에 금세 지워져 버렸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
콰아아아앙!
타아아앙!
야수들의 비명과 함께, 또다시 폭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젠장!”
순식간에 줄어드는 야수들.
발을 동동 구르는 델타라스였지만······.
“······저건?”
정작 더 큰 위기가 그를 찾아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뚝 멈춰 서 있는 머크우드 차원의 야수들.
그 덕분에 지휘관인 자신으로 향하는 길목이 텅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콰가가가가각!
그런 그를 향해 기간트 한 기가 미친 듯이 쏘아져 오고 있었다.
펑펑 후방을 폭발시켜가며, 어처구니없는 추진력을 뿜어내는 기간트.
휘익!
하얀 광채로 둘러싸인, 정체 모를 창을 치켜든 녀석이······.
푸욱!
“커어억!”
망설임 없이 델타라스의 몸을 꿰뚫었다.
“······어떻게?”
등 뒤로 길게 튀어나온 창.
자그마치 6위계에 달하는 척력이었다.
성창에 그려진 드워프들의 섬세한 회로, 거기에 기간트의 폭발적인 출력이 더해진 결과였다.
퍼어어어엉!
마찬가지로 파일럿이 탈출한 뒤, 폭발을 맞이하는 기간트.
지독한 열기와 고통이 델타라스를 휘감았지만······.
그를 혼란스럽게 하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왜 살아 있지?”
정확히 심장이 꿰뚫린 상태였다.
척력을 뚫고 들어오는 창을 보며, 죽음을 각오했던 상태.
하지만, 델타라스의 목숨은 아직 끈질기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꾸물꾸물.
꾸물꾸물.
관통된 배 사이로 정체 모를 촉수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델타라스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어느새 주변이 분홍색 가스로 차오르기 시작했다는걸.
그렇게 그가 목도한 것은······.
“······.”
담담히 방독면을 쓰고 있는 남부군의 지도자, 매디슨이었다.
광폭화를 위해 삼켜두었던 알약.
그 성분이 분홍빛 가스와 상호작용하며, 야수들의 몸에 치명적인 변이를 일으킨 터였다.
“매디슨······! 너 이 새끼!”
명백한 배신 행위다.
분노에 찬 델타라스였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의 심장으로부터 시작된 변이.
벌레처럼 기어 올라오기 시작한 촉수가 그의 온몸을 집어삼켰으니까.
***
유인원을 처치한 직후였다.
끝끝내 놈에게 창을 찔러넣은 이용수.
그런 그를 재빨리 아공간에 집어넣었지만······.
“왜 안 죽지······?”
유인원은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야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온몸이 갖은 촉수로 뒤덮인 그들.
놈들은 치렁치렁 달린 징그러운 보랏빛 기관을 흔들며, 워싱턴의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문제는 놈들이 미친 듯이 강해졌다는 데 있었다.
촉수로 뒤덮인 곰이 팔을 휘두를 때마다 건물 한 채가 날아갔고, 가까스로 파일럿을 내보낸 기간트가 표범들에 의해 그대로 폭사했다.
피우웅!
피웅!
북부군이 부단히 포탄을 쏴 주고 있었지만,
꾸물꾸물.
꾸물꾸물.
상처가 나기 무섭게 금세 촉수가 재생될 뿐이었다.
그때였다.
“어쭈······.”
남부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은.
워싱턴을 향해 쉴 새 없이 가스캔을 발사하는 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익숙한 광경이지만, 뭔가 달랐다.
전장을 채운 뿌연 분홍색 연기.
거기에 촉수에 뒤덮이며 변이를 일으키는 야수들까지.
그건 아무리 봐도 놈들이 쏘아 올린 ‘새 가스캔’의 효과였으니까.
“몸에 좋은 건 아닌가 보네, 지들은 방독면을 쓰고 있는 걸 보면······.”
한창 날뛰기를 시작한 변이 야수들.
놈들의 압도적인 무위를 보고 있자니, 기간트건 각성들이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일단은······.”
상품 회수를 발동해, 모든 기간트를 회수했다.
그러곤, 팍스를 통해 북부군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했다.
워싱턴에 설치된 포탈을 통해, 시카고로 대피하라고.
얼마 전 개방한 ‘포탈 운송’을 사용하면, 구태여 아공간에 들이지 않고서도 사람이나 사물을 옮길 수 있었으니까.
이제······.
“정겸 씨, 괜찮으시겠어요?”
전장에 남은 것은 나와 이용수뿐이었다.
“비행기 추락도 몇 번이나 경험해 봤는데요.”
“하하······ 그건 그랬죠.”
아공간에서 새 기간트를 뽑아온 이용수.
그가 기간트의 커다란 손으로 나를 집어 올렸다.
그리고······.
타악!
깊게 디딤발을 디뎠다.
퍼어어엉!
기간트의 어깨에서 일어난 거센 폭발.
그 힘을 기반으로, 이용수가 나를 남부 진영을 향해 집어 던졌다.
쐐애애애애액!
스킬의 사정거리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간 끝에······.
지이이잉.
남부군의 머리맡 위로, 나를 회수해 줄 포탈이 보기 좋게 피어났다.
그러곤,
“상품 회수.”
슈우우우우욱!
‘의약품 카테고리’를 이용해 놈들이 애용하던 약물을 종류별로 빨아들였다.
가스캔, 알약, 거기에 가루로 포장된 약물까지.
쿠당탕!
아공간 내부로 빨려 들어온 나.
물류 상황실의 위성을 통해, 다시 움직이는 남부군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사람이 날아들었음에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 남부군.
놈들은 천천히 변이된 괴물들을 관망하며 방독면의 끈을 고쳐잡을 뿐이었다.
“······자신 있다 이거지?”
이제는 완전히 통제를 벗어난 변이 야수들이었다.
머크우드를 통째로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는 건, 어떻게 해서는 놈들을 치워 버릴 자신이 있다는 뜻.
그 자신감의 근원을 추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알아서 자멸하게 되어 있나?”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변이지만, 분명 그 리스크가 존재할 터였다.
촉수와 함께 온몸의 장기가 튀어나오는 야수들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이라 보기 어려웠으니까.
워싱턴을 쑥대밭으로 만든 뒤, 저절로 죽음을 맞이할 머크우드의 야수들.
그것이 남부군의 자신감이었다면, 이어질 나의 전략 또한 단순했다.
“팍스, 놈들이 쓰고 있는 방독면, 모조리 회수해.”
[알겠습니다.]갖은 독성 물질로 우리를 괴롭히던 남부군이었다.
놈들을 처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 터.
워싱턴에 달려 들어간 변이 야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또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회수한 약을 살포해 줘. 아주 많이.”
어쩌면 극독이나 다를 바 없는 성분.
그 약을 아주 찐하게 뿌려주면 될 테니까.
“······약을 풀 거면 이 정도는 풀어야지.”
그것이 통 큰 물류센터의 역할이었다.
남북전쟁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