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79)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79화(79/240)
079화 남북전쟁 (3)
치이이······.
치이이이······.
곳곳에 뿌려진 가스 연기.
워싱턴 시내의 초입에는 분홍빛 연기가, 남부군이 주둔하고 있던 남쪽 지형에는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변이를 일으키던 야수들에게도 제동이 걸렸다.
푸화학!
야수들의 입을 뚫고 나온 굵직한 촉수.
생명의 진화가 야수들에게 선사한 것은 더 이상 성장이 아니었다.
죽음이라는 야생과 자연의 순리뿐.
결국······.
쿵!
쿵!
줄곧 고통받던 야수들이 하나둘 자리에 허물어졌다.
순식간에 괴멸한 머크우드의 야수 군단.
상상을 초월하는 약물의 효과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들은 대체 뭘 만든 거야······?”
물론, 쓰러진 것은 야수들뿐만이 아니었다.
방독면을 빼앗긴 남부의 병력들.
그대로 중독 가스를 들이마신 놈들 또한 한창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으니까.
-케에에에엑!
-카아아악!
하나같이 눈을 뒤집고 거품을 물며 생을 달리하고 있는 녀석들.
대부분이 남부군에 의해 세뇌된 괴물들일 뿐, 정작 인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긴······ 가담한 사람이 그리 많을 리 없지.”
각성자와 비 각성자 간의 엄연한 차별을 주장하던 남부군이었다.
멸망이 들이닥친 지금의 상황을 비추어 본다면, 비정한 적자생존을 내세운 셈.
가족도, 연인도 뒤로 제쳐두는 살벌한 논리가 그리 환영받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남부라는 거대한 세력의 허울을 뒤늦게나마 가리겠다는 듯이.
.
.
.
전투가 일단락된 직후,
아공간에 있던 나를 찾아온 사람은 북부의 지도자, 프리스트 글렌 포드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야 두 다리 뻗고 잠이 들겠군요.”
덥석!
큼지막한 손을 마주 잡으며, 눈을 빛내는 그.
하지만 그는 거듭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내심 착잡한 표정이었다.
그럴만했다.
어느 정도 피해를 예상한 워싱턴이었지만, 아예 중독 가스로 범벅이 되어 버릴 줄은 몰랐을 테니까.
그런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윽.
그저 워싱턴으로 열려 있는 포탈을 가리키는 것뿐이었다.
“아아······!”
탄성을 내뱉는 프리스트.
그가 발견한 것은 대수림에서 넘어온 드루이드들이었다.
“그렇군요······! 드루이드들이라면······!”
직접 드루이드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전력이 있는 그다.
그들이 왕성한 자연력과 치유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그 또한 모르지 않았으니까.
사아아아······.
드루이드들이 내뿜는 녹 빛의 기운.
덕분에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중독 가스가 걷어지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지만······.
다행히 이들의 원동력이 되어 준 물건이 있었다.
질겅질겅.
낙타처럼 세계수 잎을 씹으며, 도시의 청소부를 자처한 드루이드들.
조끼처럼 생긴 가죽 주머니에는 돌돌 말아 놓은 세계수 잎이 뭉텅이로 들어 있었고, 그 풍요로움을 자랑하려는 듯, 몇 번 씹지도 않은 잎을 퉤하고 뱉어 버리는 드루이드도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들답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툭.
사아아아······.
떨어진 세계수 잎이 오염된 야수들의 시체를 정화하는 것을 보니, 의외로 다 생각이 있는 행동이었다.
물론, 세계수가 필요한 것은 비단 드루이드들뿐만이 아니었다.
남부군과 맞섰던 북부군, 거기에 매디슨에게 가담하지 않았던 남부 사람들까지.
지금 미국에서 중독 가스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은 널리고 널렸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일일이 다 나눠주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워싱턴을 중심으로 서서히 미국을 복구해 나갈 글렌.
그야말로 세계수 잎을 미국에 보급하기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였다.
한편······.
‘소득이 상당하네.’
이번 미국행을 통해 얻은 전리품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세공사 브로크를 일원으로 들였고, 대수림에 고립돼 있던 드루이드들의 협력을 끌어내는 한편, 종국에는 마력 원자로를 이용하는 제작자 드워프들까지 휘하에 넣었다.
뿐만 아니라······.
‘라이시온 광산, 드워프들의 공장, 거기에 대수림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상공회의소가 배치한 미국의 ‘거점’들이었다.
그야말로 노른자와도 같은 자원.
별도의 점령석을 얻거나 하지는 않은 공장과 대수림이었지만, 협력을 약속한 이상 팍스FC의 세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토종 한국인인 내가 이렇게 미국의 자원을 탈탈 털어먹어도 괜찮은 것일지, 사뭇 걱정되기도 했지만······.
글렌은 그런 나를 오히려 독려해 주었다.
“괜찮습니다. 정겸 씨는 미국 이상의 역할을 할 사람이니까요.”
“······미국 이상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겸 씨는 미국인이 아니죠. 하지만 우리를 대신해 남부군을 몰아내 주셨잖습니까?”
사실이 그랬다.
내가 싸우는 상대는 다름 아닌 다차원 상공회의소였고, 놈들의 침략 앞에서는 국가 구분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까.
“이미 무너진 미국입니다. 저는 정겸 씨의 그릇이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고요.”
“아······.”
진즉 팍스FC로의 가입을 요청했던 글렌과 북부군.
붕괴한 미국에 별다른 미련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예 없는 셈 쳐 버릴 줄은 몰랐다.
“이것 참······.”
물류센터의 몸집이 어느덧 훌쩍 커 버린 듯한 기분.
그렇게······.
그와 마지막으로 손을 마주 잡으려던 찰나였다.
“······김 대령님!”
허둥지둥 아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는 작전본부장 유성철.
그가 급박한 소식을 전해왔다.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악마요?”
정말이지 뜬금없기 짝이 없는 소식.
하지만 사색이 된 유성철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차마 고개를 갸웃거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건······.
“······악마라고요?”
프리스트, 글렌 또한 마찬가지였다.
***
제법 지난 일이지만, 시카고와 연락을 주고받았던 유성철이었다.
북부의 지도자인 글렌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유성철은 함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글렌의 요청을 어렵지 않게 수락했다.
“일단은······ 오셔서 직접 보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서둘러 아공간 밖으로 향하는 유성철.
그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합참 본부에 위치한 영상 분석실이었다.
미국에 처음 넘어갔을 당시, 자폭 갈귀들의 모습을 확인했던 곳.
유성철이 파일이 저장된 PC의 버튼을 눌렀고,
위이이잉-
전원이 켜지는 동안, 내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갑자기 웬 영상입니까?”
“인천에서 전투가 있었습니다. 민우 씨가 부상을 입었고요.”
“전투요? 민우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유성철의 말에 따르면 불과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일.
인천과 용산이 포탈로 연결되어 있던 덕에, 빨리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후송이 빨랐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에요. 한데······.”
인천을 지키던 민우의 부상이었다.
하지만 유성철은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듯, 서둘러 말을 이어갔다.
“저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분명 처음 보는 놈들이었습니다.”
파앗!
어느덧 떠오른 영상 화면.
카아아앙!
카앙!
치열했던 인천에서의 상황과 함께, 마침내 유성철이 ‘악마’라고 부른 적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길게 뻗은 박쥐 날개.
인간과 짐승을 반쯤 섞은 듯한 몸통.
이마 양쪽에 솟아 있는 새카만 뿔까지.
유성철의 말마따나, 영락없는 악마의 형상이었다.
프리스트, 글렌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들이 맞군요. 뉴욕에서도 나타난 적이 있었습니다.”
글렌은 놈들이 ‘가고일’이라 불리는 7위계의 괴물이며, 유럽 지역을 장악한 차원의 괴물이라고 일러주었다.
신성력을 주 무기로 삼는 프리스트답게, 글렌은 눈을 빛냈다.
“······확실히 신성력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남부군과의 전투와는 달리, 정작 유럽의 악마들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놈들을 처리했느냐는 내 질문에, 글렌은 씁쓸하게 덧붙였다.
“······그냥 절 무시하고 중부 쪽으로 날아가 버리더군요.”
냅다 자리를 피해 버린 가고일.
그리고······.
그 상황은 한국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우 씨를 비롯한 각성자들과 몇 번 합을 겨루더니······ 그대로 해안 쪽으로 날아가 버렸거든요.”
살생을 위한 것도, 침략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애당초 유럽에 있다던 가고일이 대체 왜 인천 앞바다까지 행차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그 내막을 알게 된 것은······.
[정겸님.]다름 아닌 팍스를 통해서였다.
[상급 기관에서 ‘일본 지부’로 내부 문건을 전해왔습니다.]정확히는 이 일의 주동자, 상공회의소로부터.
.
.
.
상공회의소부터 흘러든 내부 문건.
팍스가 그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세 가지로 정리해 주었다.
첫째는 입찰 경쟁을 통해 들어온 악마들의 차원 페르메곤이 상공회의소가 배정한 ‘유럽 지역’을 통합했다는 것.
둘째는 그다음 점령지로 다름 아닌 이곳 한국을 지목했다는 것.
셋째는 한국의 대표로 나를 지명했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내용이었다.
사실상 일본을 지배하다시피 했던 유신각성회.
그 휘하에 있던 후쿠오카가 부산 대표를 향해 선전포고를 날렸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게이트 포탈이 들어온다고?”
[그렇습니다.] [문건에 따르면, 유럽 통합에 따른 어드밴티지가 적용되었습니다.] [명시된 일시에 유럽 지역과 자유 통행이 가능한 게이트 포탈이 설치됩니다.]전투 승리에 따른, 일종의 보상 차원으로 주어지던 게이트 포탈이었지만, 이번에 상공회의소가 내린 결정은 한층 과감했다.
페르메곤과 겨루기도 전에 대뜸 한국으로 향하는 게이트부터 열어 버리겠다는 심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유럽의 악마들이 한국을 뒤덮게 될 상황이었다.
“구태여 한국을 점찍은 이유는······.”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었다.
입찰 경쟁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이제는 아예 멸망을 지워 버리다시피 한 대한민국.
힘에 자신이 있는 다른 차원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먹음직스러운 땅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제야 가고일이 미국과 한국을 기웃거렸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직접 한 번 보러왔던 거구나. 어디, 붙어볼 만할지 어떨지.”
[그렇습니다.]전투 도중 도주해 버린 가고일들.
놈들의 목적은 다름 아닌 정찰이었다.
대강의 상황을 짐작한 나는 팍스에게 물었다.
“그래서, 언제 들어온다는 거야?”
[지금으로부터 14일 뒤이며, 한국 지역에는 7일 뒤에 일괄적으로 통보될 예정입니다.] [당초 28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상급 기관에 의해 기한이 수정되었습니다.]“이런······.”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물며 상공회의소가 있던 시간마저 단축시킨 상황.
아공간에 흡수한 일본 지부 덕분에 그나마 일주일을 추가로 번 셈이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조심스레 내 생각을 묻는 유성철.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한국 대표로 지목된 이상, 놈들이 가장 먼저 노리는 것은 내 목숨이 될 테니까.
물론······.
나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광산을 얻어둔 게 효과를 보겠네요.”
저주받은 카멜롯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물건.
하지만, 라이시온 광산을 얻은 덕에 내게 충분히 수급된 물건이 있었다.
“악마족이면······ 역시 신성 무기죠.”
풍족하게 쌓여있는 신성 속성의 강화석.
이참에 팍스맨들을 신성 장비로 떡칠을 한 성기사단으로 만들어 볼 작정이었다.
악마와 성기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