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86)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86화(86/240)
086화 부활의 상징 (3)
게이트 포탈이 연결된 곳은 드레스덴 남쪽에 위치한 거대한 요새였다.
정확히는 그로부터 20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곳.
“요새를 먼저 통과해야 해요. 길목을 막고 있거든요.”
리디아가 덧붙였다.
드레스덴을 목표로 하던 프라하의 각성자들.
그녀 또한 요새를 넘는 것이 일차적인 관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원래는 독일의 유적지였어요. 산맥에 지어진 성채였는데······ 거기에 페르메곤이 둥지를 틀었죠.”
덕분에 악마들의 요새에 관한 정보를 알음알음 전해 들을 수 있었지만······.
만반의 대비를 갖춘 것은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놈들도 나름 준비를 한 모양이네요.”
페르메곤도 알고 있었다.
우리가 머지않아 드레스덴에 들이닥치리라는 걸.
게이트 포탈 앞에 두꺼운 바리케이드를 줄줄이 늘어놓은 것은 물론, 성벽 위로 날카롭게 생긴 포격 포탑이 포구를 살벌하게 겨누고 있었으니까.
마치 우리가 드레스덴에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한 모양새였다.
드르륵.
드르르륵.
하급 임프들이 무거운 수레를 끌었다.
수레에 결속된 것은 철판을 덧대어 만든 바리케이드.
모양은 방패지만, 사실상 방어용 건축물에 가까웠다.
열세 곳의 악마성을 토벌하면서도, 지금껏 보지 못했던 물건.
“어디······.”
우리는 곧장 공격에 나섰다.
코앞에 아공간 포탈을 전개했고, 몸을 숨긴 상태에서 페르메곤에 공격을 개시했다.
피우웅!
쐐애액!
엘븐하임의 은화살이 출하된 성창과 함께 쏘아져 나갔지만······.
파각!
팍!
고작 1,2 미터 가량을 밀어냈을 뿐,
악마들이 세워놓은 바리케이드는 생각 이상으로 견고했다.
임프들이 도로 수레를 밀어 넣은 탓에, 겨우 눈에 들어왔던 요새가 다시금 시야에서 사라졌다.
칵칵!
임프들이 빼꼼 나와 우리를 비웃었지만······.
콰드드드득!
이번에는 ‘악마 포식자’가 그 얼굴이 무참히 찢겨 버렸다.
“고개 내밀지 마라······.”
마침내 조건을 달성한 ‘악마 포식자’였다.
단순한 비교에서도 그 압도적인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로 추가된 ‘이중 관통’ 효과 덕에, 바리케이드는 물론 몸을 숨기던 임프들까지 단번에 꿰뚫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쐐애애액!
‘이중 관통’의 적용 대상은 비단 악마들뿐만이 아니었다.
바리케이드를 종잇장처럼 뚫어 버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악마를 넘어, 놈들이 세운 구조물이나 건물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걸.
덕분에······.
쿠구구구구······.
외성채 위로 쌓아 올린 수십 개의 첨탑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와르르르!
산사태처럼 휩쓸려 내려오는 돌무더기.
그 사이로, 페르메곤의 찌를 듯한 고성이 들려왔다.
-쏴라!
꽈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즉시 눈앞이 불바다가 되었다.
방어 포탑이 꾸준히 불을 뿜었고, 거대한 불덩이가 잊을 만하면 푸짐하게 쏟아졌다.
“확실히······ 이번엔 좀 거하긴 하네.”
란슬롯의 말대로였다.
헬기를 타고, H빔을 떨구며 놈들의 거점을 파괴하는 전략.
지금은 헬기를 타는 것은커녕, 포탈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었으니.
쐐애애액!
콰아앙!
꽈르르릉!
서로 포격전이 이어졌다.
계속되는 페르메곤의 견제 탓에, 나로서는 주변에 달라붙는 임프들을 처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악마 포식자’를 통해 바리케이드와 첨탑을 박살 냈지만, 정작 요새의 두꺼운 성벽에는 유효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쿠구구구······.
어느덧 교착되어 버린 전황.
단단한 갑피를 두른 악마 거인 하나가 몸을 일으켰고,
쿠웅.
쿠웅.
-구어어어어······.
낮게 포효하며, 커다란 발자국과 함께 포탈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페르메곤의 악마들이 자신감을 되찾은 모양이었지만······.
-구어어어억······!?
꽈아아아아앙!
이마를 시원하게 터뜨려 주는 것으로, 놈들의 착각을 일깨워 주었다.
“······어딜 버릇없이 고개를 쳐들려고.”
띠링!
[신성 폭발 : 포식한 혼을 투사체로 뿜어내며 신성 폭발을 일으킵니다.]이 또한 ‘악마 포식자’의 효과였다.
최대 1,000마리의 혼을 포식하고, 이를 내뿜어 ‘신성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것.
나는 페르메곤과 공방을 주고받으며 악마들의 혼을 꾸준히 쌓아두고 있었으니까.
물론, 폭발이 일어나면 악마들의 혼 또한 소모된다.
비장의 무기처럼 사용하며, 한 방을 노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나는 해당 사항이 없지.”
혼이 쌓이는 족족 ‘상품 회수’를 통해 창을 아공간에 수용했다.
그러곤 수용된 창을 다시금 복제해 사출하는 방식.
덕분에 수십, 수백 번의 ‘신성 폭발’을 일으키더라도, 내게 악마들의 혼이 떨어질 일은 없었다.
비록 지성이 있는 악마들의 혼은 복사가 불가하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봤자 얘들은 하급 악마들이니까.’
의도적으로 임프 같은 하위 개체들을 위주로 공격하며 알뜰살뜰하게 ‘복사 가능한’ 혼을 골라 채워 둔 터였다.
-카아아악!
-그어어어어!
악마들은 줄곧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지루하리만치 팽팽하게 이어지던 포격전.
그 기나긴 시간 내내 제 무덤을 파고 있었는 줄은 미처 몰랐을 테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꽈아아아앙!
꽈르릉!
악마들의 몸은 ‘신성 폭발’의 섬광과 함께 터져나갈 뿐이었다.
쿵!
쿠웅!
픽픽 쓰러져 나가는 악마들.
성벽을 두르고 있던 대여섯 마리의 거대 악마들을 치우고 나니, 드레스덴을 가로막은 페르메곤의 대 요새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좀 잘 보이네.”
망설일 것 없었다.
‘축복된 악마 포식자’에 부여된 효과를 확인했을 때부터다.
나는 줄곧 우수수 무너져내리는 페르메곤의 요새를 상상해 왔으니까.
물론 아무리 ‘이중 관통’ 효과가 있는 악마 포식자라 해서, 요새의 두꺼운 성벽까지 꿰뚫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물며 산맥에 건설된 것이니만큼, 페르메곤의 요새는 성이라기보단 깎아지른 절벽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꽂히기만 하면 됐지.”
쐐애애액!
쐐애액!
방해되는 악마들을 모두 걷어낸 뒤다.
나는 매끈한 요새의 성벽을 향해, 곧장 수백 자루의 ‘포식자’를 박아넣었다.
콰드득!
콰득!
휘이이잉!
‘이중 관통’의 효과가 어김없이 발동했다.
창이 나선을 굴리며 재차 성벽을 파고들었고······.
콰득!
파사삭!
주변으로 거미줄 같은 실금이 뻗어나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따앙!
따앙!
<추적 배송>으로 날려 보낸 ‘전투 망치’들이 벽에 꽂힌 성창을 못처럼 박아넣었으니까.
그렇게, 손잡이가 보이지 않을 만큼 깊숙이 찔러넣은 ‘포식자’는······.
꽈아아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앙!
1,000마리의 혼과 함께 ‘연쇄 신성 폭발’을 일으켰다.
파드득!
까드드득!
빗금과 함께 성벽이 유리 조각처럼 터져나갔고······.
와르르르르!
사상누각이 된 요새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반이 폭발하며, 반으로 접히듯 중앙으로 쏟아지는 성벽.
그 위로 도열해 있던 포격대 또한 휩쓸리듯 흙먼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결국······.
-카아아악······.
그것이 끝이었다.
하늘에 떠 있던 수십 마리의 가고일.
놈들이 눈앞에서 사라진 본진을 망연히 바라볼 따름이었다.
***
페르메곤의 요새를 깔끔하게 무너뜨린 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라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없었다고?”
란슬롯이 내게 대답했다.
“발렌시아에서 넘어온 포로들뿐이었습니다. 나머지 한 동은 그대로 비어 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포로들은······.”
드레스덴에 설치된 수용소는 두 동이었다.
게이트 포탈을 통해 추적해 온 포로들만큼은 무사히 구해낸 참이었지만······.
“이미 자리를 옮긴 모양입니다.”
“이런······.”
드레스덴에 가족이 있다던, 프라하의 각성자들은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
리디아도 마찬가지였다.
정체 모를 펜던트를 움켜쥐며 어깨를 떨고 있을 뿐.
어젯밤, 그녀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줄줄이 페르메곤의 거점으로 이어지던 게이트 포탈.
하지만 정작 본진인 파리에는 연결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더 이상 게이트 포탈은 쓸모가 없기도 하고······.’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몇 번을 걸쳐 게이트를 따라 끌려가던 포로들을 마침내 구해낸 상황.
‘악마포식자’를 개방한 것은 물론, 드레스덴에서 전투를 치르며 아공간 레벨업에 필요한 마석까지 모두 수급한 상태였다.
프라하 각성자들의 가족이 드레스덴에 없다는 걸 확인한 이상, 이제 놈들의 거점을 털어먹는 건 나중으로 미뤄도 충분했으니까.
더욱이······.
‘······아직 살아 있을 거야.’
페르메곤 노리는 건 인간들의 원혼이었다.
이곳 드레스덴만 하더라도 수용소 한 동이 그대로 비어있을 뿐, 별다른 학살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죽이지 않고 위치만 옮겼다고 보는 편이 타당했고, 그 장소를 추측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떨구고 있는 리디아에게 말했다.
“파리로 갑시다.”
분명 거기에 있을 터였다.
그녀의 동생도,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인 페르메곤도.
***
상공회의소의 유럽 본부장, 그리고 페르메곤은 오래간만에 반가운 소식을 나누고 있었다.
“완성! 완성입니다!”
줄곧 건설해 오던 원혼 추출기, 시시포스.
지구 개척의 핵심이 될 시설이 마침내 완성된 참이었으니까.
“고생 많았습니다, 페르메곤.”
짝짝.
손뼉을 친 본부장이 페르메곤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시포스에······ 재료들까지 모아 둔 상태이니, 이제 바르나울의 반응만 남았군요.”
“예, 바르나울 쪽에도 공식적인 사업 제안을 보내 놓은 상태입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후우.
본부장은 묵은 한숨을 내뱉었다.
비로소 바르나울과 거래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됐다.
그들이 지구로의 사업 진출을 선언한다면, 유럽을 관할하고 있는 그 또한 탄탄한 입지를 다지게 될 터.
‘한국 놈들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이 또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다차원에 존재하는 그 누구라도, 바르나울의 사업을 방해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패배를 거듭해 온 탓일까?
페르메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바르나울만 들어오면 다 괜찮은 겁니까? 등급 제한에도 걸릴 텐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등급 제한.
갖은 편법을 동원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6위계가 고작이었으니까.
아무리 바르나울이라 한들, 다차원 상공회의소가 설정한 원칙을 어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본부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페르메곤을 안심시켰다.
“물론 아주 강한 흑마법사가 들어올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해 둔 게 있지 않습니까?”
“아······!”
“우리는 원혼만 만들어 두면 됩니다. 그 모두가 바르나울의 전력이 될 거니까요.”
이 또한 그들의 노림수였다.
시체와 원혼들로 가득 찬 유럽.
그건 바르나울이 마음껏 날뛸 수 있는 환경이었으니까.
한결 마음이 편해진 페르메곤에게, 본부장이 여유롭게 너스레를 떨었다.
“놈들은 바르나울의 상대가 못 됩니다. 어디 드루이드들과 손이라도 잡았답니까? 어디 번듯한 세계수라도 하나 구해 왔다고 해요?”
본부장의 농담에, 페르메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럴 리가요.”
다차원을 통틀어 씨가 말랐다고 전해지는 세계수였다.
하물며 그런 세계수 없이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는 드루이드들.
한때, 바르나울을 위협했지만, 지금은 다차원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존재들이었다.
탁!
본부장이 페르메곤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모든 일이 잘 풀려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바르나울로부터 답신을 기다려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때까지 페르메곤이 시간을 잘 끌어줘야 합니다. 자신 있지요?”
“물론이죠, 드레스덴 요새만큼은 쉽게 뚫지 못할 겁니다. 못해도 일주일은······.”
덜컹!
그때였다.
악마 하나가 척하니 페르메곤에게 달려온 것은.
“큰, 큰일입니다!”
“뭐?”
슥.
페르메곤의 머리에 불길함이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애써 구축해 놓은 요새가 반나절 만에 뚫려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하지만······.
“성기사들이 파리에 진입했습니다!”
날아든 소식은 그의 불안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부활의 상징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