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the fact that a new actor i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41)
141막, 첫 번째 캐롤 (1)
141막, 첫 번째 캐롤 (1)
큰 의미를 지니고 보낸 건 아니다.
절대로.
그냥 원래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도 있듯이 한 쪽에서 제안했다면 반대편에서도 예의상 건네는 게 맞지 않나?
그런 남유민의 의견에 살짝 공감했을 뿐이지.
진짜로.
「별 건 아닌데.. 혹시 크리스마스에 약속있어요?」
그에 대한 답장이 온 건 하루 뒤였다.
아무래도 연말이라 스케줄이 바빴나?
아무튼 도착해온 답장은 특별히 약속은 없다고.
이브 날에 멤버들과 올 한 해에 대한 축포를 터뜨릴 거나 같다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함께 도착했다.
덕분에 문득 예전 숙소에서 다같이 자축의 의미로 회식을 했던 거도 생각났고.
그 기억을 되짚으며 문자를 보내자 도유정이 즉각 반응해왔다.
「ㅋㅋㅋ맞아요 재밌었는데」
그리고 자그마한 시간 차를 두고 내게 물었다.
「이번에도 시간있으면 올래요?」
「숙소로요?」
이상하게 즉각 답장해오던 도유정의 문자가 멈춘 건 그때였다.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약 1분간의 짧은 시간이 지난 후 답장은 다시 도착해왔다.
「아니」
「잘못 쳤네」
「올래요가 아니라 볼래요였는데」
어쩐지 해명하듯이 다소 난잡하게 덧붙이면서.
「저번에 둘이 먹은 것처럼 볼래냐구요」
······문맥을 보면 분명 그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일단 애초에 저녁 식사를 계획했던 거니 나도 개의치 않고 받았다.
「그럼 크리스마스 당일 날 시간 괜찮아요?」
「아마 괜찮을 것 같아요」
덕분에 잡힌 약속은 이번엔 꼭 자기가 다 알아보겠다는 도유정에게 일임했다.
최대한 일반인들 틈에 섞여서 눈에 안 띌 만한 장소로 찾아보겠다나 뭐라나.
“크리스마스라.”
그 덕에 열어본 옷장에 여러 옷가지가 걸려있길.
“한창 추울 텐데 어떻게 나가면 좋으려나······ 아.”
개중에는 선물 받았던 그 옷도 있었다.
‘이거 한 벌이 삼천 만원이라고.’
정확히는 이천 구백만 원 대의 이탈리아 브랜드 정장이라고 하지만 그게 그거지.
말도 안 되는 금액의 물건이라는 건 내게 똑같이 와닿았다.
이걸 준 건 다름 아닌 그 이철호 회장이었고.
그 점을 생각하자 지나간 기억이 다시 후회처럼 스쳤다.
“그냥 전화를 한 번 더 해볼 걸 그렜나.”
시상식 이후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기에 문자로 감사를 전했다.
감정에 너무 치우쳤던 수상소감은 완전 엉망이었고.
그 흔한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한 마디도 똑바로 하지 못한 눈물 젖은 수상소감엔 영 아쉬움이 남았다.
정작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게 누구보다 감동적으로 비쳤나보지만.
그래도 연말 가장 큰 연휴가 다가오는데 연락을 다시 해봐야 하나.
일단 그러한 고민을 접고 침대 곁에 앉으려던 참이었다.
지이잉.
“어?”
불현듯 걸려온 전화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움직였고 그 이름을 바라봤다.
[유민이형]뭐야.
괜히 긴장했네.
“무슨 일이에요 형?”
– 킥! 무슨 일은~ 카톡보니까 웃음을 참을 수가 있어야지? 짜식이 말야 아닌 척은 다하더니 뭐? 이브도 아니고 당일에 데이트 약속을 잡았어? 역시 신우 너도 겉으론 싫은 척하지만······
뚝.
쓸데없는 전화를 조기에 차단해버린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도 집요하게 물어보길래 알려줬더니 역시 이 작자한테 말해주는 게 아니었다고.
뒤늦게 후회하던 즈음이었다.
지이이잉.
다시 한 번 울리는 알림에 그냥 잠시 차단을 해놔버려야겠다고 결심한 찰나.
[이철호 회장]예기치 못한 연락은 일순간 손을 굳게 했다.
꼭 한순간에 공기가 마비된 것처럼 호흡이 딱딱해진 순간.
“···여보세요.”
가다듬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자 중후한 음성이 귓가로 전해졌다.
– 시상식은 잘 봤다
괜스레 눈물바다였던 수상소감이 민망하게 머리를 스칠 무렵.
– 선물해준 옷도 잘 맞아보이더구나
난생 처음 입어본 고가의 정장이 머릿속을 다시 헤집길 이철호 회장은 문득 덧붙였다.
– 축하의 말을 이렇게 전하고 듣기엔 서로 불편할 텐데
갑작스런 질문을.
– 크리스마스에 시간 있느냐?
아니.
조금 당황스러운 가족 약속을 잡으면서.
가족과 맞이하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 * *
새하얀 봄이 찾아온다.
비록 한겨울의 날씨는 차디찬 바람을 몸속 깊이 관통시킬 테지만.
[All I want for Christmas──]이미 애진작에 내리기 시작한 눈과 슬슬 길거리를 채워가는 캐롤.
뼛속 깊이 시린 계절 가운데 봄을 품은 유일한 날은 왠지 모를 설렘을 가져다준다.
그 따스한 설렘을 기다리지 않는 이가 감히 존재할 수 있을까.
“이브 날에 빈다는군.”
흐릿한 미소를 지은 이철호 회장 또한 묵묵히 휴대폰을 내려놓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 기색이 어쩐지 신이 난 듯 해보이기도 했다.
최소한 마주 선 한건호 비서실장이 보기에는 그랬다.
“그렇습니까?”
“그래, 25일엔 약속이 잡혀있다는군.”
“크리스마스 당일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고개를 끄덕인 한건호의 머릿속으로 몇 가지 생각이 스쳤다.
다른 배우들과의 모임이라고 있는 건가.
아니면 여전히 가깝게 지내고 있는 극단 인물들과 약속이 생겼다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자네가 말한 그 아이일 수도 있겠지.”
먼저 그 이름을 꺼낸 건 이철호 회장이었다.
일전에 막내아들이 특별히 부탁하여 비서실장이 호텔 식사 자리까지 봐주었다던 그 아이.
“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유정이라고 했나.”
한건호에게 보고를 받은 이철호 회장이 그 뒤를 캔 건 이미 한참 전이었다.
뒤를 캤다기보다도 따로 인적사항을 확인해본 거 뿐이지만.
넘칠 것도 모자랄 것도 없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수라는 꿈을 품고 그 위험천만한 바닥에 단신으로 뛰어든 소녀.
가까스로 모험적인 시도로 소속사는 그녀를 포함시킨 신인 걸그룹을 내놓았지만,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은 그녀를 실패의 길로 연달아 인도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길을 막아선 건 다름 아닌 자신의 막내아들이었다.
『듣기로는 뮤직비디오 제작에 이신우씨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다던데요?』
어느 예능 방송에 나온 자세한 일화.
고개를 떨어트린 유정은 떨리는 목소리를 추스르지 못했다.
『너무··· 너무 고마웠어요. 아무도 안 믿어줬는데···. 우리 꼭 잘될 거라고, 믿어줘서······』
그리고 그 연은 저번 스캔들까지도 이어졌다.
유채린이란 여배우와 함께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신우를 적극적으로 변호한 이.
그게 바로 이철호 회장이 알고 있는 도유정이었다.
그 때문인지.
별안간 예상치 못한 지시가 한건호에게 떨어졌다.
“한 번 확인해보고 맞다면 이번에도 도와주게.”
“예?”
“저번처럼 한 자리 만들어주라는 말일세.”
의아함을 드러내는 그를 위한 작은 첨언과 함께.
“이번 영화제에 축하공연까지 했다지 않았나? 두 사람 다 꽤나 유명해진 모양인데. 괜히 누구 눈에 밟혀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신우도 그 아이도 서로 곤란해지겠지.”
“······염려없으시도록 처리해놓겠습니다.”
그 첫 번째 지시가 다 끝난 즈음.
어느새 창문 밖을 내다본 이철호 회장은 하얀색으로 색칠된 어느 가지를 빤히 바라봤다.
진지한 얼굴로 두 번째 지시를 덧붙였다.
“그리고 이브 날, 신형이와 연희 현수도 모두 불러놓도록.”
“세 사람 다 말입니까?”
“한 놈도 빠지지 말라고 전하게.”
곧 분부대로 하겠다는 비서실장을 바깥으로 물린 이철호 회장.
여전히 하얀 가지를 바라보는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처음이겠군.”
네 가족이 같이 모여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으니···.”
어쩌면 그것부터가 잘못된 건지도 몰랐다.
아예 첫 단추를 잘못 꿰어 이 지경까지 온 지도.
“후우.”
아픈 손가락.
저마다 아픈 상처를 지닌 손가락들은 서로 멀어져갔다.
되돌아보니 불행의 시작은 거기부터였고.
가족.
결국 가족이라는 터울을 먼저 가르쳐주었어야 했을 텐데.
설익은 후회 속에 문득 그녀의 얼굴이 밟혔다.
“···아직 겨울이구려, 여보.”
시린 계절은 이철호 회장에게 여전히 차갑게만 다가왔다.
언젠가 봄이 오리라 여긴 지도 수 세월.
오랜 염원을 되뇌이며 이철호 회장은 기도했다.
부디 이번 크리스마스는 그 봄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아니.
누구보다 혹독한 계절을 보냈음에도 찬란히 피어나준 막내아들.
“신우야···.”
그 막내아들이 바라왔던 봄이 되어주기를.
* * *
크리스마스 이브.
길거리에 캐롤과 설렘이 가득한 그 날 내가 찾은 장소는 이곳은···.
‘서울 한 가운데에 으리으리한 대저택.’
이전에 와봤던 드넓은 정원은 새하얗게 물든 채로 나를 맞이했다.
“오셨어요 막내도련님?”
“아 네.”
푸르렀던 그 곳에 하얀 발자국을 남기는 건 그 때와 또 다른 감상을 주었다.
아직 본가라는 기분보다는 방송국보다 더 낯선 타지 같다는 기분이 드는 이 곳.
“낯설으시죠?”
“네, 네?”
그 속내를 파악했는지 내게 물은 가정부는 픽 주름진 입가에 웃음을 그려냈다.
“저번처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시길래요.”
“아···.”
분명 또 올 일이 있으리라 여겼던 대저택이긴 했다.
다만 이리 일찍 돌아오게 될 줄은 나로서도 몰랐을 뿐이지.
더불어 오늘의 방문이 여태까지와 더 다른 건······.
띵동.
띵동.
“어머, 첫째 도련님이랑 다른 분들도 오셨나봐요!”
그래.
저 거리감 넘치는 형제들.
아버지인 이철호 회장보다 더 불편한 저들과 이 이브 날을 함께 보낼 거란 거였다.
“먼저 가계세요, 막내도련님!”
한편 가정부에게 대충 고갯짓으로 인사를 건넨 나는 익숙한 현관으로 걸어갔다.
안에 또 다른 고용인이 있었는지 벨을 누르자 곧 열리는 문.
다만 그 너머에 서있던 건 고용인이라 하기엔 젊은 사내였다.
딱 내 또래 즈음이나 되어보이는 얼굴엔 적개심이 가득했다.
“···.”
“형?”
익숙한 적개심이었다.
이 집안의 첫째 이신형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뭐? 누가 네 형이야?”
역시나 비스무레한 반응을 보며 정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금강그룹의 차남이자 셋째인 이현수.
“···쯧.”
불쾌한 티를 팍팍 내면서 비켜주는 이현수를 보며 나도 모르게 풋 웃음이 터졌다.
“지금 웃은 거냐?”
“아니, 그냥 그 형에 그 동생이구나 싶어서.”
“그게 뭔 소리야.”
눈썹을 사선으로 그으면서 노려보는 이현수가 딱히 불쾌하지는 않았다.
어찌 보면 막내와 가장 사이가 나쁜 건 그 전에 막내였던 형제인 게 당연하지 않나.
진즉에 겪어본 이신형의 반응과 워낙 일맥상통하기도 했고.
‘그러고 보면 이신형도 꿍꿍이가 뭐냐고 아주 집요하게 물어봤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차남 이현수의 추궁이 이어졌다.
“못 들었어? 무슨 소리한 거냐고 방금.”
“그냥,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고.”
“···이 자식이.”
그렇게 대충 현관에 서서 티격태격대던 중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받아주고 있던 중.
“이현수.”
“어, 형?”
갑작스레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으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둘째인 이연희는 같이 오지 않은 모양이었고.
“그만 해라.”
“아니, 나는···.”
천천히 내딛는 걸음이 나를 지나쳐 그대로 이현수의 곁에 섰다.
자연스레 감긴 그 오른손이 이현수의 어깨를 짓눌렀고.
“날이 날이니만큼 조용히 지나가자고.”
“···.”
한순간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 이현수는 빤히 나를 노려보았다.
“흐음.”
태도가 어째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준비해온 말은 해야겠지.
“인터넷 보니 둘 다 나 때문에 곤란할 거 같던데.”
“뭐?”
“···.”
한 마디를 던지자마자 아주 극과 극의 반응이 두드러졌다.
이렇게 보니까 별로 안 닮았네.
노려보는 이현수와 생각보다 담담하게 날 쳐다보는 이신형에게 덧붙였다.
“뭐··· 이런저런 구설수 있잖아.”
정확히 금강그룹 혈통과 관련된 스캔들이 터진 직후부터 시작된 구설수였다.
딱하고 안쓰러운 사정 뒤에 그런 이신우를 괴롭힌 형제들.
그나마 둘째인 이연희는 덜하지만 그 장남과 차남은 아직도 심심하면 까이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그로 인해 사회봉사 활동이나 이런저런 애도 쓰는 것 같았고.
덕분에 가뜩이나 사납던 얼굴을 더욱 구긴 이현수가 뚜벅뚜벅 걸어오며 내게 일갈했다.
“뭐, 그래서 놀리려고 지금?”
“아니.”
물론 그 얼굴은 곧 흐리멍텅하게 바뀔 수 밖에 없었지만.
무슨 오류라도 발생한 로봇처럼.
“미안하다고.”
“···어, 뭐?”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이신형을 슬쩍 쳐다본 난 다시 이현수에게로 눈동자를 굴렸다.
“미안해, 나 때문에 괜히 두 사람이서 피해보고 있잖아. 그래서 사실 소속사 차원에서 해명도 준비 중이거든.”
당황으로 범벅이 된 얼굴 그대로 정지한 이현수.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굳어버린 그를 그대로 지나치려던 참이었다.
이신형도 잠잠히 나를 쳐다보고 있을 무렵.
“다들 왔느냐.”
그가 나타났다.
이 거대한 저택의 주인.
비서실장을 대동한 채 나타난 이철호 회장은 무덤덤한 눈동자로 관망했다.
이현수와 이신형.
그리고 나를.
“오랜만에 형제끼리 회포라도 풀고 있었나본데···.”
순식간에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가 어쩐지 나를 포함한 두 사람까지 짓누르는 듯 했다.
한 템포 호흡을 끊은 이철호 회장이 다시 말을 이을 때까지.
“한실장.”
“예 회장님.”
곧 고개를 돌린 이철호 회장은 보란 듯이 뒤를 향해 물었다.
“식사 준비는 얼마쯤 남았나?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짧은 문답.
허나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자마자 이철호 회장은 나직이 고했다.
“남은 회포는 식사를 나누며 풀어도 늦지 않을 것 같구나.”
물끄러미.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세 아들을 둘러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