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the fact that a new actor i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70)
170막, 대국민 드라마
170막, 대국민 드라마
산장 안에서 신비한 능력을 숨긴 채 살던 청년.
그런 청년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준 신혜린.
「그, 그게 무슨 소리니 혜린이 너? 동거를 하겠다고?」
그리고 하나뿐인 딸 혜린에게 갑작스레 생긴 동거인을 보며 기겁하는 팔불출 경감.
의 2회 차 시청률은 무려 전보다 3프로나 더 높은 21%를 기록해낼 수 있었다.
펄쩍 뛰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류인환 배우의 코믹스런 연기와 함께.
『KBC ‘하얀 산장의 소년’ 역대급 기록 달성··· 첫 회 만에 시청률 18프로?』
『폭발적인 관심! 18프로에 연이은 21프로 달성한 ‘하얀 산장의 소년’』
1회 차에 이어 방영된 2회 차의 시청률은 줄어들긴 커녕 치솟아오를 뿐이었다.
그 화제성은 여실히 인터넷 커뮤니티로 스며들게 되었고.
얼마 안 가 너튜브 쇼츠란을 이 장악하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거기엔 첫 장면을 보기 좋게 장식한 아역도 한 자리를 취하고 있었다.
좁은 산장.
심상치 않은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할아버지를 내려다보는 장면.
「얘야」
어린 소년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노인을 치료해주고 싶었다.
허나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소년의 여린 손을 붙잡을 뿐이었다.
「너의 그 능력을 세상이 알게 해선 안 된다」
짧은 유언.
동시에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그걸 알아챘는지 노인도 덧붙였다.
「물론 외로울 게다··· 아주 많이 심심하겠지···」
슬슬 끝에 다다르는 힘겨운 어투는 소년의 뺨을 상냥히 어루만졌다.
「하지만 참고 참다보면 언젠간 나타날 게다」
「···누가 나타나?」
세상의 법칙을 일그러뜨리는 소년.
얼떨결에 손주가 생긴 노인이었지만 그는 함부로 명명할 수 없었다.
아니, 그 몫만큼은 넘겨주기로 했다.
「네 이름을 지어줄 누군가가 말이다」
소년의 인생을 좌우할 그 가장 큰 몫만큼은.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로.
「······그땐 나가 보거라 저 넓은 세상 밖으로」
노인의 끝마디와 함께.
주륵.
눈시울을 붉히는 아역으로 영상이 끝나자 댓글에는 칭찬일색이 펼쳐졌다.
다른 커뮤니티에선 통칭 ‘어린 이신우’ 라 불리며 관심의 화살을 받게 된 아역배우.
‘정말 너무너무 궁금했어요! 아직 죽음을 경험하거나 하기엔 준혁군이 많이 어리잖아요? 근데 어떻게 그런 연기가 가능했던 걸까요?’
‘아··· 잘 모르겠을 때마다 신우 형이 엄청 도와줬거든요!’
그 아역이 첫 번째 인터뷰에서 남긴 말은 한동안 또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한편.
「근데······ 그쪽은 이름 없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 소년. 아니, 청년은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없으면 그냥 편한 대로 부를게요? 계속 그쪽이라고 부르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아니, 만나게 됐다고 여겼다.
자신의 이름을 지어줄 누군가를.
「······가, 갑자기 왜 그리 뚫어져라 쳐다봐요?」
공교롭게도 그 순수한 기대는 도리어 부담스러움에 작명을 포기해버리게 만들었지만.
그 뒤부턴 실망해버린 이신우. 아니, 청년의 소심한 복수가 이어졌다.
티격태격대는 둘의 산장 생활.
영상 너머로 비치는 이신우와 홍예린 둘의 궁합은 상당히 나쁘지 않았다.
아니, 단지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닌 완벽에 가까웠다.
으악 ⦁ 5시간 전
둘다 뭔데 존나 귀엽냐ㅠㅠㅠㅠ남주여주 케미 저세상이네 진짜…
♥ 1.3만 ▼ 201
심통내면서도 막상 산장 생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이신우.
그런 이신우에게 몰래 불평하면서도 은근히 사회화를 도와주는 홍예린.
그러던 중 발목을 심하게 삐고 만 홍예린. 아니, 신혜린은 결국 저 혼자 산을 벗어나게 된다.
「···됐어요 나 혼자라도 갈 테니까 그럼!」
씩씩대면서도 내심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는 신혜린.
「만약 가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무조건 그쪽 탓인 거 절대 잊지 마요」
며칠 간 친해진 만큼 마지못해라도 들어줄 줄 알았는데.
청년의 완강한 태도에 실망을 느끼면서도 뒤돌아 선 신혜린은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나」
다만 말은 씨가 되고 말았다.
「하아··· 이 산은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가뜩이나 정상도 아닌 발목 덕에 산을 헤매던 신혜린은 곧 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으스스한 산중 한복판에서 들려오는 짐승소리.
작은 부스럭거림에도 오감이 곤두서던 찰나였다.
「꺄악!」
「어, 어어?」
우지끈.
최악의 상황에 닥친 신혜린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져갔다.
밤은 깊어지고 추위는 온 몸을 휘감아갔다.
미끄러지는 와중 뭐가 잘못되었는지 욱신거리는 발에 피멍마저 시퍼렇게 들던 순간.
부스럭.
「꺄아아악!」
지금까지와는 다른 덩치의 무언가가 등장했음을 직감한 신혜린이 눈을 질끈 감았다.
허나 이어서 들린 건 익숙한 음성이었다.
「······너무 심해졌는데」
「어, 어? 그쪽이 왜······」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발목을 어루만지는 청년.
시퍼렇게 멍든 발목의 상태는 청년의 말대로 정말 위급해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윽! 이봐요 다친 곳을 그렇게 누르면······ 어?」
어두컴컴한 산이 신비한 빛무리로 뒤덮이기 시작한 건.
아니, 청년의 손끝에서부터 나온 빛이 상처 부위를 덮기 시작한 건.
일순간 환해졌던 광경은 잠시 후 시간을 두고 사그라들었다.
「···」
「···」
입술을 짓씹은 청년이 천천히 손을 뗀 후로도 신혜린의 눈동자는 계속 요동치듯 흔들렸다.
이윽고 1회 차 방영분의 마지막을 장식한 한 마디가 나직이 흐르면서.
「그쪽······ 아니, 당신. 정체가 뭐에요?」
끝을 맺은 드라마의 최종 시청률은 누군가의 외침처럼 달성하고 만 것이었다.
18프로라는 실로 경이로운 수치를.
* * *
신비한 능력에 관심이 동한 신혜린은 필사적으로 청년을 꼬드겼다.
어떻게든 세상 밖에 대한 청년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그 과정에서 일찍이 포기했던 청년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뭐가 좋으려나··· 아! 여기가 해인산이랬나?」
해인.
두 글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이고 되뇐 청년은 결국 산장을 벗어나게 되었다.
문제는 청년이 머물러야 할 거취였는데.
「···좋아, 내가 끌고 내려온 거니까 내가 책임질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
자취방을 내주기로 결심한 신혜린은 실눈을 뜨며 되물었다.
「당신 몇 살이에요?」
청년의 자연스러운 반말이 여태 거슬렸던 혜린이었다.
그 뒤에는 갑작스레 딸의 자취방에 쳐들어온 류인환.
신동호 경감이 호들갑을 떠는 것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길.
『결국 25프로 달성··· 솟구치는 ‘하얀 산장의 소년’ 시청률』
『돌아오는 주, KBC ‘하얀 산장의 소년’ 28프로 시청률 방어 성공? 실패?』
『종영 앞둔 ‘하얀 산장’ 이신우 혼신의 열연으로 최고 시청률 30프로 갱신···』
“기분이 어떤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허허!”
애매모호한 대답에 류인환 배우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 촬영도 끝냈고, 이제 종영이 코앞인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나면 어떡하나?”
애틋한 러브라인은 이제 최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눈물에 젖은 키스신까지 선보이며 시청률은 최고점을 찍어버렸고.
“그래도······ 너무 과한 관심인 걸요.”
그 말대로 을 둘러싼 이신우에 대한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지금까지와도 궤를 달리 할 만큼 히트를 쳐버린 드라마.
광고 섭외만 해도 수십 개가 들어왔으며 그 중에 고르고 고른 몇 개만 수락했는데도 시시각각 TV에 비춰지는 이신우였다.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는 까마득한 후배를 바라보는 류인환의 눈빛에는 대견함이 번들거렸고.
종영 사흘 전.
그런 후배를 바라보는 남유민의 시선은 차마 고울 수가 없었다.
“이 자식 봐라! 아주 입이 귀에 걸리셨어? 어때, 형보다 잘 되고 나니까 좋디?”
기특한 동생이지만 비슷한 연배의 라이벌이기에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어투.
그럼에도 번들거리는 장난기에 기분이 상하기보다는 오히려 들뜨게 만드는 남유민이었다.
“킥, 형도 좀 있으면 촬영 들어가면서 뭘 그래요. 또 천만 달성하셔야죠?”
의 촬영 중간중간 틈틈이 이신우의 연기를 봐준 남유민.
그런 남유민이 이번에 도전하는 영화마저 흥행에 성공한다면 완벽한 천만보증수표가 될 터였다.
“아 예, 국민배우님께서 그러라시면 어련히 그래야죠.”
“아 또! 그 소리는 그만 좀······.”
듣기만 해도 낯이 뜨거워지는 단어에 경기를 일으키는 이신우.
공교롭게도 어느 뉴스 기사 헤드라인에 대문짝만 하게 박힌 수식어는 이신우의 역린이 되어버렸다.
당장 까마득한 극단 선배부터 놀려대기 일쑤였으니까.
– 어머! 우리 국민배우 후배님 아니야? 이제 함부로 아들이라고도 못 부르겠네 흐흐흥!
아쉬워서 어쩐대? 같은 소리를 덧붙이는 박시향을 볼 때마다 진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쪽은 이신우 쪽이었다.
그러기나 말기나 결국 마지막 말은 너무 자랑스럽다는 말로 대화를 끝내는 박시향이었지만.
한편.
팬카페는 축제. 아니, 광기에 휩싸여갔다.
“이, 이거 뭐야?”
나날이 미친 듯이 치솟는 가입자 수와 보유 회원 수 현황을 보며 기함을 하는 임하연.
카페 관리를 위한 추가 매니저를 뽑는 등 임시방편을 급히 도모한 그녀였지만 광기를 감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사이, 이신우를 대표하는 소속사의 유성태 사장이 그녀에게 접근했다.
“······봉급을 주겠다고? 소속사 차원에서?”
사실상 소속사 홍보부의 일원이 되는 셈.
덕질을 하면서 취업까지 해결할 수 있는 군침이 싹 도는 제안이었다.
그것도 뒷배가 무려 강철로 이루어진 끈처럼 단단한 금강그룹의 산하에 있는 소속사.
“미쳤나봐! 꺄아아!”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는 황금같은 기회에 비명을 지른 임하연은 그러면서도 재생을 멈추지 않았다.
.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만든 이신우의 새로운 대표작을 수차례나 돌려보면서.
* * *
드라마의 모든 관계자들과 종영 파티를 앞둔 종영 이틀 전.
“와아아아! 국민배우님!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누추하지만 어서 들어오세요!”
한규원에게 보안이 잘 된 어느 걸그룹 숙소로 안내받은 이신우는 이내 입을 다물어버렸다.
막내 서나은에 이어 리더인 한주희까지 나선 금칠에 낯이 따끔해졌으니까.
“푸핫! 국민배우 타이틀 진짜 축하드려요!”
“아 음, 네···.”
이전보다 더 넓어진 그녀들의 숙소를 찾아온 이유는 별 다를 것 없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이름값을 점점 올려나가는 걸그룹.
이번 드라마 OST에도 힘을 보태준 그녀들에게 이신우는 귀인이자 은인이었다.
막 해체될 게 빤했던 그룹을 돌연 정상급 아이돌로 만들어준 게 그였으니까.
덕분에 축하 파티 겸 한끼 식사라도 꼭 대접하고 싶다고 나선 스테이미였다.
멤버들의 간절한 뜻은 곧 매니저 한규원을 통해 전해졌고.
결국 당도한 걸음 끝에 한주희가 얼마 안 가 입방아를 찧었다.
“이배우님! 요즘 우리 유정이가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배우님 드라마 다시 보랴, 연습하랴, 스케줄 소화하랴···.”
“언니.”
조용히 하지? 목숨이라도 보전하고 싶다면······.
그런 유정의 눈빛을 마주한 한주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풋, 다들 바쁠 텐데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다행히 못 들은 척 앞선 주제를 흘린 이신우의 인사가 시작이었다.
축하 파티를 빌미로 오랜만에 고삐를 푼 스테이미 멤버들이 일말의 눈치도 보지 않고 축제를 벌인 건.
“······하아, 딱 오늘 하루만이다 이것들아.”
한숨을 내쉰 매니저 한규원도 다행히 용인해주고 넘어가길.
고된 스케줄을 내내 소화하던 끝에 벌어진 술판은 숙소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딱 하루만 걱정을 지운 채 끼어든 한규원까지.
겨우 여섯 명에 불과한 인원.
허나 성공에 성공을 거듭해온 스테이미 멤버들의 높은 텐션이 자아내는 사운드는 장난이 아니었다.
서서히 오르는 취기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더해가던 한편.
“···배우님. 저 궁금한 거 있는데.”
“네?”
역으로 이상하게 가라앉은 도유정이 이신우를 응시했다.
물끄러미.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뺨을 오물거린 도유정은 슬그머니 실눈을 떴다.
“키스, 진짜로 한 거예요?”
“···네에?”
“···푸흡!”
“헉!”
“유, 유정아!”
간만에 책임감을 내려놓은 나머지 가장 먼저 뻗어버린 한규원을 제외한 모두가 움찔거리길.
삐진 인형처럼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던 도유정은 또 다시 오물거렸다.
“아니이··· 키스신 말이에요. 앵글이 빗겨나가긴 했는데 꼭 닿은 것처럼 보이던데에··· 내가 몇 번을 돌려본지 알아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까먹은 채 중얼거린 도유정이 맥주 한 캔을 꼴깍였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자 불그스름한 뺨이 또 다시 부풀었다.
“···후우우, 진짜 한 거예요?”
무언가를 직감한 한주희가 황급히 나서기도 전이었다.
“나랑은 안 했잖아요.”
“···.”
“···.”
“···.”
“나랑은, 하는 척만 했으면서······.”
이마를 짚으며 눈을 질끈 감는 동갑내기 혜정.
영원히 남을 지도 모를 언니의 처참한 흑역사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막내 나은.
그리고 뒤늦게라도 동생을 지켜주기 위해 급히 일어선 한주희.
넓은 숙소는 한동안 정적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잔뜩 취한 도유정이 한주희의 손에 이끌려 자기 방으로 끌려간 뒤로도.
한동안은.
아니, 정확히는 다음 날 도유정이 관자놀이를 누르며 일어날 때까지는.
“······아으··· 어?”
불행히도 모든 기억이 선명한 채로 일어난 도유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