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the fact that a new actor i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6)
46막, 천만배우의 동생 (4)
46막, 천만배우의 동생 (4)
구명석 국장의 전폭적인 지지마저 얻은 드라마는 여기저기 입소문을 퍼뜨렸다.
비단 국장의 힘만은 아니었다.
원래부터 여론몰이를 하고 있던 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절대 적지 않았으니까.
뉴스 댓글란에서도 많은 반응이 있기 마련이었다.
: 와 마약범 쳐내고 남유민?? 업그레이드 지리네
└ 설마 남유민이 낄 줄은 몰랐네ㄹㅇ
└ 대본리딩 현장 기사 보니 분위기도 좋았다던데 큰 거 오냐?
물론 개중에는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없는 건 아니었다.
바로 그 밑에 달린 댓글처럼.
└ 마냥 업그레이드는 아닌듯? 김한성 자리는 웬 듣보로 바뀌었는데
다만 날선 댓글 아래로는 칼같이 반박하는 댓글도 달려있었다.
└ 이신우 몰라요? 그 해 여름 나온 주인공에다가 영화제 상도 탔던데 듣보는 아니죠
└ 헐 그 해 여름 걔임?
이신우.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그 이름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비단 대중들에게만이 아니라 각종 신문사들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 중 특히 위명이 자자한 대형 신문사의 내부였다.
한 기자가 문득 제 후배의 어깨를 툭 밀친 건.
“야, 백시현! 어땠어?”
유독 쓰는 칼럼마다 타율이 높은.
이번에도 남유민의 합류를 기가 막히게 예측했던 건실한 후배였다.
“···뭐가요?”
다만 싸가지는 좀 없었던지라 자신을 향하는 인상이 절로 찌푸려 들길, 그럼에도 사내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뭐긴 독종 얘기지.”
“아, 대본 리딩?”
“그래, 그거 말이야.”
이미 이 정도의 싸가지는 익숙하다고 여기는 사내의 말에 백시현의 고개가 비스듬히 돌아갔다.
왜 그걸 자신한테 묻느냐는 듯이.
“저 거기 안 갔는데요?”
“뭐? 너가 아니면 거길 누가 가?”
전말은 이러했다.
따로 쓰고 있던 칼럼이 있어 그 날 현장엔 다른 기자를 대신 보냈다고.
제가 처음부터 물고 있던 기삿거리가 아깝지도 않은지 잘도 지껄이는 백시현은 평온해보였다.
중간에 자잘한 기사 몇 개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기색으로.
그건 실제로도 그랬다.
“뭐··· 어차피 첫 촬영 날은 제가 가기로 했는데요 뭘.”
“허, 그래서 뉴스 반응은 봤냐?”
“대충요.”
아까 전 봤던 댓글창을 힐긋 바라본 백시현에게 선배는 자연스레 어깨동무를 걸었다.
묵직한 어깻죽지 사이로 은근한 물음도 건네왔다.
“보니까 배역 싹 교체됐던데, 감 좋은 너가 보기엔 어떠냐?”
리딩 현장에 있던 몇몇 기자들이 속보처럼 퍼나른 이야기였다.
현장의 분위기는 더없이 뜨거웠으며 배역을 교체한 배우들은 말 그대로 미친 호흡을 보여주었다고.
“···싹 교체되긴요. 그래봤자 두 명 바뀌었던데.”
“그래, 그 김한성 밀쳐내고 들어간 배우. 뭐 영화제 상도 탔다던데. 너 감으론 어때?”
특히 남유민과 동생으로서 말도 안 되는 호흡을 주고받았다는 그 신인배우에 대해 묻길.
“그야 당연히···.”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백시현은 시시껄렁하게 대꾸했다.
다소 맥이 빠지는 대답이었다.
“남유민이 캐리했겠죠 뭐.”
“······칭찬이 장난 아니던데?”
“신인 몰아주기라도 하려나보죠. 남유민이야 이미 스타배우니까.”
가뜩이나 독립영화제니 뭐니하며 시끄러웠던 걸 기억하는 백시현이니까.
“너는 뭘 또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냐?”
한편 괜스레 맥이 빠진 선배가 투정을 부리고 나서야 그는 굳어있던 얼굴을 풀었다.
“킥,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유민이잖아요.”
“아주 남유민 팬이 따로 없네.”
“제가 배우 좋아해서 연예부 맡은 거 몰랐어요?”
앞선 대화가 이신우라는 신인배우에 대한 폄하라기보단 남유민이란 배우에 대한 신뢰라고 말하듯이.
피식하는 백시현을 보며 그의 선배도 괜스레 농담을 건넸다.
“만약 그랬다가 남유민보다도 잘하면 어쩌려고?”
“···뭐.”
일부러 꼬투리를 잡기 위해 던졌을 뿐인.
농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헛소리에 백시현은 입가에 걸린 미소를 크게 퍼뜨렸다.
“그러면 남유민에서 갈아타죠 까짓거.”
“푸핫!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애초에 불가능한 전제라는 걸 아는 두 사람이 몇 차례 농담을 주고받았다.
실제로 인터넷 속 여론도 다르진 않았다.
아마 남유민과 합을 맞추게 된 건 이제 막 각광받기 시작한 신인배우에게 크나큰 행운일 거라고.
그러는 사이로도 다가오고 있었다.
백시현과 남유민, 이신우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일.
드라마 의 첫 촬영 날짜는.
* * *
탁, 타닥. 탁.
붉으락푸르락 물든 얼굴로 타이핑하는 임하연의 얼굴은 굉장히 진중해보였다.
아니, 어쩐지 머리끝까지 열이 받은 것도 같아보였다.
└ 마냥 업그레이드는 아닌듯? 김한성 자리는 웬 듣보로 바뀌었는데
뭐, 듣보?
듣보오오오?
라는 표현을 속된 말로 이르는 단어가 그녀의 손가락에 힘을 실어주었다.
어느새 답글란에는 힘을 꾹 실은 글자 하나하나가 새겨졌다.
└ 이신우 몰라요? 그 해 여름 나온 주인공에다가 영화제 상도 탔던데 듣보는 아니죠
최대한 일반인처럼.
아무 관심도 없지만 우연찮게 알고 있어 설명해줄 뿐인 지나가던 1인처럼.
달아놓은 답글 밑으로 바로 흐뭇한 댓글 하나가 달렸다.
└ 헐 그 해 여름 걔임?
역시.
이름을 외우지 못했을 뿐이지. 아는 사람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바라보며.
“거 봐, 247만이라구 247만···.”
히죽이는 임하연은 요 근래 즐거워진 하루하루를 되뇌었다.
카페에는 비록 전보다 적을지언정 새롭게 회원들이 들어오고 있었으며 이신우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비록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대본리딩 현장을 다녀온 기자들은 칭찬일색이었다.
덕분에 괜히 올라간 입꼬리가 통제되지 않던 그녀는 며칠 후.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칼럼 하나를 접했다.
“···.”
억울하고 섭섭하고 분하고.
참으로 다양한 감정들이 스치길, 칼럼의 내용인즉은 이러했다.
이제 막 각광받기 시작한 신인배우, 이신우.
그가 호흡을 맞춤에 있어 남유민은 좋은 교본이 되어줄 것이며 신인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행운일 거라고.
어차피 고작 초반 몇 화 남짓을 출연하고 말 비중 없는 배역이되 남유민이란 대세배우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은 경험.
그리 이신우란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일축한 칼럼을 빤히 보던 임하연은 문득 기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백시현 기자.
마음속 메모장에 그 이름을 적어놓았지만 감정은 그대로였다.
실제로 칼럼의 반응은 그녀를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고정 독자층이 탄탄한 유명기자인 그의 말에 동조하는 이는 한둘이 아니었으므로.
한편 그런 애달픈 감정을 추스르던 임하연은.
“···어?”
문득 자신의 이메일로 온 메일 한 통에 눈동자가 곤두섰다.
아니, 아주 거센 진동이 퍼졌다.
한 번 보고.
또 다시 보아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듯 천천히 손을 움직인 그녀는 마우스를 딸깍였다.
시선에 박힌 글자 위로.
제목: 안녕하세요 이신우입니다.
“대박···.”
가장 위로는 그임을 증명하는 인증샷 한 장이 함께였다.
그리고 밑으로 팬카페 운영에 대한 깊은 감사를 담은 그 한 마디를 보며 왈칵 눈물이 나올 뻔했다.
여러 소식들마저 정리해주는 노고도 몸 둘 바 없이 고맙다는 걸 표현하는 갖가지 말에 감격한 그녀가.
이윽고 답장을 작성했다.
긴 기다림 동안 묵혀두었던 섭섭함은 눈 녹듯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저 첨삭하고 또 첨삭한 답신을 보낸 것만으로도 임하연은 헤실헤실 웃음을 흘렸다.
“히···. 아!”
그리고 새삼 또 하나의 결심을 이루었다.
이천 명을 웃도는 회원 수를 바라보며.
진짜 팬카페를 만들었다면 단순히 허우대만 있는 게 아니라 정말 무어라도 도움이 되어야하지 않겠나?
결심한 그녀가 첫 번째 모금 공지를 작성했다.
제 배우를 위하여.
촬영현장으로 최소한 커피 한 잔이라도 돌릴 수 있도록.
‘얼마가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여차하면 부족한 여비는 자신이 채우려고까지 마음먹은 그녀는 까마득히 몰랐다.
설마 이제 막 이천 명을 웃돌기 시작한 팬카페 내로.
그런 거대한 큰손이 나타날 줄은.
정말 꿈에도 알지 못한 그녀였다.
* * *
대본 리딩이 끝나고서 또 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기를, 여러 기사들을 살펴봤다.
나에 대한 칭찬과 염려, 무시가 섞인 여러 기사들을 보면서도 별 생각이 들진 않았다.
고작 단역배우에 불과했던 내가 이렇게 가십거리로 소모된다는 것부터 기쁜 일이었으니까.
가장 무서운 건 무관심이라지 않나.
물론 이 또한 남유민과 관련된 게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신우씨?”
···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개운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신우씨.”
상념은 보기 좋게 뚝 끊겼다.
대체 이게 몇 번째인지.
애타게 나를 부르는 남유민에게 결국 고개를 돌리자.
“큭, 이거 봐봐요. 웃기지 않아요?”
“···웃기네요.”
역시나 또 시덥잖은 걸 보여주며 히히덕거리는 남유민이었다.
촬영 날이 되어 다시 만난 남유민은 처음부터 이 상태였다.
반가운 수준을 넘어서서 무슨 나를 친근한 동생처럼 여기듯이.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남유민의 매니저가 내 귓가로 나직이 속삭였다.
“···미안해요, 신우씨가 좀 이해해줘요. 우리 유민이가 보기보다 좀 순수해서. 뇌가.”
“뭐야, 형. 뭐라고 속닥인 거야?”
“칭찬한 거야 칭찬.”
“풉, 푸흐흐···.”
그 만담을 보며 나도 모르게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남유민이 또 제 매니저를 째려봤다.
“누가봐도 칭찬한 반응이 아니잖아. 형은 내가 바보로 보여?”
“그럼 넌 내가 거짓말쟁이로 보이냐?”
“어, 지금 딱 양치기 소년의 얼굴이야.”
“뭐? 이 자식이 자기 매니저한테···.”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는 탓에 홀로 촬영장을 찾은 내게는 썩 나쁘지 않은 떠들썩함이었다.
이 두 사람이 왜 내 곁에서 이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못 온 신세현이 그나마 내 말동무였으니까.
아니, 그나마 딱 한 사람이 있긴 했다.
세상 까다롭고 퍽퍽한 네임드 작가.
때마침 호랑이도 제 생각을 하면 나타나는 것처럼 그녀가 나타났다.
“좀 있으면 촬영 들어갈 텐데 여유가 아주 넘치네요.”
“저야 베테랑 아니겠어요 차작가님?”
“···그쪽 말구요.”
그리 퉁명스럽게 남유민을 일갈한 차지윤.
이윽고 그녀의 차가운 눈길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처음 볼 때부터 느꼈지만 여간 퍽퍽한 성격이 아니었다.
저렇게 까다로우니 스타 작가가 되는 걸까 싶기도 한데.
“첫 촬영인데 괜히 호흡 망가지지 않게 해요. 기자들도 몇 명 와있으니까 쓸데없이 망신살 끼칠 일 만들지 말고.”
“명심하겠습니다.”
퉁명스런 그 말에 대답하길.
“···.”
긴 잔소리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는 차지윤의 뒤꽁무니를 남유민은 멍하니 쳐다봤다.
무슨 겸연쩍은 거라도 본 것처럼.
“왜 그러세요?”
“···차작가님이 신우씨를 참 각별하게 생각하나본데요?”
······갑자기 뭔 소리에요 그게?
하마터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 그대로 여과 없이 나올 뻔했다.
말 그대로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었으니까.
그게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남유민이 덧붙였다.
“원래 저렇게 걱정해주시는 분이 아니거든요.”
“···네?”
“풋. 농담이에요.”
농담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게슴츠레 뜬 눈으로 바라보길 남유민이 슬슬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함께 무릎을 폈다.
차지윤이 온 걸 보면 슬슬 시작할 터였으니까.
최고 시청률 28프로의 드라마, 독종.
그 역사적인 첫 촬영이.
기자들 중에는 아무래도 내가 읽었던 그 칼럼의 주인공도 온 듯 했다.
‘백시현 기자.’
작은 관심 탓에 검색해보았고 괜한 내용을 읽었던 나의 뇌리에 박혀버린.
그를 보며 되뇌었다.
오늘 보여주는 연기를 보고도 같은 칼럼을 쓸 수는 없을 거라고.